한국 김치교육의 산실 광주김치아카데미
남도의 중심 광주는 ‘맛과 김치의 본고장’으로서의 음식 맛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곳이다. 이곳에 김치를 위한 유일한 건물인 광주김치타운이 있다. 광주광역시 소유인 김치타운에는 최고의 시설을 갖춘 김치아카데미(체험장), 김치박물관, 김치홍보관, 김치레스토랑 등이 있다.
김정숙 원장(사단법인 광주김치아카데미)은 간절한 꿈이 있다. 세계인들이 김치를 배우러 한국으로, 광주김치아카데미로 몰려오는 ‘김치교육의 메카’를 만드는 것이다. 김치홍보를 위해 미국,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터키,페루, 일본 등지에서 ‘김치페스타벌’을 주관하는 등 세계김치홍보대사로의 사명감을 갖고 있다.
김정숙 원장은 20여년간 전남과학대학 호텔조리김치발효과 교수 재직시 펴낸 저서 ‘맛으로 먹고 약으로 먹는 우리 김치55가지(아카데미북 刊)’와 ‘김치수첩’ (우듬지 간)등 음식관련 저서를 10여권을 낸 김치 및 한국음식의 전문가이다.
광주김치아카데미는 우리나라에서 드물게 이론과 실습교육이 준비된 한국전통음식 전문 교육기관이다. 김정숙 원장의 직강뿐 아니라 저렴한 수강료에 전국에서 강사를 초빙하여 수준 높은 교육을 한다.
◆교육 문의(062)-672-8447, 8446
사진출처=「김치수첩」, 김정숙저, 으듬지2014.
그리움은 잃어버린 시간과의 만남이다. 나는 해마다 김장철이면 탱자나무 울타리에 파란 대문집의 추억 속으로 들어간다. 넓은 마당 옆 우물가에 수북히 쌓인 배추포기들, 입동지난 초최한 햇살에 눈처럼 빛나던 소금과 비릿한 젓국냄새..... 김장품앗이 온 아낙들은 마늘을 까고 생강을 찧고, 파를 다듬으면서도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음식은 때로 냄새로 추억된다. 절인배추의 노란 고갱이를 쭉 찢어 양념을 바르고 , 굴은 얹고 깨를 듬뿍 묻혀 입에 넣어 주시던 어머니. 아삭한 배추의 달보드레한 속살이 비릿한 바다내음을 품은 갓 담은 김장김치는 생각만해도 입안에 침이 고인다.
가마솥에는 구수한 고기국이 끓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 쌀밥이 양푼에 수북하다. 두레반에는 웃음소리가 먼저 차려지고 동네 소문이란 소문은 모두 밥상머리에 따라와 앉는다. 시끌벅적한 김장하는 날은 잔치날 같았다.
김장은 민가의 가장 중요한 연중 행사였다. 11월 중순부터 12월 중순까지 한 달 동안 한 나라의 거의 모든 가정에서 김치를 담는 나라가 지구촌에 우리나라 외에 또 어디 있겠는가?
김장은 조리기술이 전승되는 통로로 어머니와 딸,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체계를 통해서 이어진다. 처음에는 ‘ 지켜봄’ 정도에서, 다음에는 버무리는 일에 ‘참여’ 하면서 기술이 전승된다. 이 과정에서 재료의 선택에서부터 절이는 법, 양념준비 등을 자연스럽게 배운다. 조리기술을 전승해주는 어머니나 할머니도 순서나 기록으로 하는 학습이 아니라 김장을 하는 행위 자체가 전통문화의 전승통로였다.
예로부터 “ 법도 있는 집안의 규수는 서른여섯 가지의 김치 담는 법을 익혀 시집을 갔다” 고 한다. 그 때문에 김치 맛으로 그 집안의 음식솜씨를 평가하는 습속이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농경생활 풍습의 하나인 품앗이는 주로 친지간이나 이웃 간에 노동의 교환과 협동을 일컫는 말이다. “ 오메! 목포댁네는 김치에 낙지를 다 넣덩만.” “ 그래라우- 잉! 광주댁네는 젓갈을 서너가지씩 넣는다하요” 김장 품앗이는 김치 조리기술의 정보를 서로 교환하면서 새로운 지식을 접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품앗이 온 아낙들은 일의 품삯대신 두어쪽의 김치를 얻어갔다.
“ 이집 소금물은 내가 가져갈랑만 ” 아직 김장을 못한 집에서는 김장이 끝난 집의 남은 소금물을 얻어 갔고, 소금물을 돌려가며 사용하는 알뜰함을 실천했었다.
우리민족의 특성인 ‘정(情)’은 한 폭의 김치를 나눠먹는 예사로운 일들 속에 가장 잘 드러난다. ‘김치돌림’과 ‘노동력의 나눔”으로 김치 기술이 교류되어 왔고, 품앗이는 인정을 나누고 인간관계를 이루는 일종의 축제였다.
우리나라의 ‘김장문화’가 유네스코가 정한 인류무형유산이 됐다.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열린 제8차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보호를 위한 정부간위원회( 2013.12.5)에서 '김장, 한국의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가 인류무형유산으로 확정됐다. 김장문화는 ‘한국인들의 나눔과 공동문화를 상징하며, 공동체에 의해 자발적으로 전승되어온 점’ 이 등재를 결정한 이유다.
김치가 아니라 다소 실망하는 분도 없지 않겠지만 음식자체를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하지 않는다. 상업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로써 한국의 ‘김장문화’가 인류가 공동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중요한 유산임을 증명한 것이다. 김치가 건강한 삶을 기원하는 세계인들의 식탁에서 생명의 먹거리로 자리매김 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