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은 백둔봉, 그 왼쪽 뒤는 사향봉, 멀리 가운데는 화악산, 그 오른쪽은 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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勝日尋芳泗水濱 맑은 날 꽃 찾아 사수 강가에 왔더니
無邊光景一時新 끝없는 광경이 새롭기만 하구나
等閑識得東風面 한가로이 거닐다 봄바람이 얼굴에 닿자 알았네
萬紫千紅總是春 백화가 만발하니 필경 봄이라는 것을
―― 주자(朱子, 1130~1200, 남송 유학자), 「봄날(春日)」
▶ 산행일시 : 2019. 6. 6.(목), 흐림
▶ 산행인원 : 5명(버들, 악수, 메아리, 메부인, 승연)
▶ 산행시간 : 7시간 38분
▶ 산행거리 : GPS 도상 8.8㎞
▶ 교 통 편 : 전철과 버스 이용
▶ 구간별 시간
06 : 54 - 상봉역 출발
07 : 48 - 가평역
08 : 05 - 백둔리 군내버스
08 : 49 - 백둔리 종점, 산행시작
09 : 25 - 450고지, 첫 휴식
10 : 37 - 813.1m봉
11 : 30 - 연인산 주릉 진입
12 : 17 ~ 14 : 00 - 1,032.9m봉, 점심
14 : 30 - 연인산(△1,076.8m)
14 : 57 - 943.5m봉
16 : 04 - 백둔리시설지구, 주차장
16 : 27 - 연인교, 연인산 입구 버스정류장, 산행종료
1. 산행지도(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1/2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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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물이나 뜯으며 천천히 진행하려고 합니다.”
메아리 대장님이 내세운 오늘 번개산행의 콘셉트이다. 가평역에서 백둔리 가는 군내버스는
만차다. 대부분 등산객들이다. 서서 간다. 그래도 명지산이나 연인산을 갈 등산객들은 몇 명
이 되지 않고 백둔리 양지말 아래 종점에서 내린다. 주변 산천경개 구경하며 너른 길 따라 애
재비고개 쪽으로 간다. 백둔천을 허름한 다리로 건너고 산불방지초소가 나온다.
초소 근무자는 일찍 출근했다. 대형 연인산 등산안내도에 바짝 다가가 근무자 몰래 오늘 우
리가 오를 코스를 자세히 살피고 나서 근무자의 잘 다녀오시라는 배웅인사에 수고하시라 답
례하고 느릿느릿 소풍 길을 간다. 비포장 자갈길이 이어지고 가로막은 바리게이트는 오프로
드 사륜구동 차량의 통행을 막았다. 등산객들은 바리게이트 오른쪽 틈으로 오간다.
사과 과수원은 이곳 산골까지 올라왔다. 아직 살구만한 크기의 사과가 다닥다닥 열렸다. 완
만한 산릉을 두루 훑어보고 접근한다. 아무러한 덤불숲이라도 뚫는 데는 이력이 붙었다. 낮
은 포복, 더킹모션, 글린치, 푸트워크 등을 날래게 구사하며 빠져나간다. 풀숲 잠깐 지나고
가파른 오르막이다. 1보 전진하려다 2보 물러나는 수가 잦다.
바람 한 점이 없어 후덥지근한 날씨다. 오후 늦게 온다는 비가 더 일찍 내렸으면 좋겠다는 생
각이 든다. 한 피치 비지땀 쏟은 다음에 가파름이 잠시 수그러든다. 450고지다. 첫 휴식한다.
산비둘기 지저귄 다음에는 뻐꾸기 차례다. 검은등뻐꾸기가 그 뒤를 잇는다. 산속이 한층 적
막하다. 사카이 야메이(坂井野明, 1662?~1713)의 시에서 느끼는 적막과 비슷하다.
넓은 들판을
단 한입에 삼키네
꿩의 울음
(廣き野をただ一呑みや雉子の聲)
450고지 지나고 813.1m봉 오르막에서 녹아난다. 동네 뒷산이라고 여겼는데 땀께나 쏟는다.
거의 수직이다. 인적인지 수적인지 등로는 흐릿하다. 수북한 낙엽을 쓸고 갈지자 만들며 오
른다. 암벽 암릉과 맞닥뜨린다. 직등할까 암벽을 살짝 건드려 본다. 역불급이다. 오른쪽 사면
을 길게 돈다. 암벽 못지않게 가파르다. 다만 구르더라도 여기는 걸린 잡목이 있다는 것.
능선에 오르면 돌길이다. 이래서는 산행분위기가 일변하여 나물이 흔전하다 해도 그걸 뜯을
힘이 남아 있을지 의문이다. 813.1m봉. 이제부터 한가한 초원이 펼쳐진다. 온통 단풍취 세상
이다. 가도 가도 단풍취다. 그 광경이 사뭇 장관이지만 우리에겐 아무런 소용이 없다. 사면을
이리저리 누벼도 별 수 없다. 고비사막을 지나고 연인산 주등로에 든다.
북쪽 사면은 어떨까 들른다. 여기는 순전히 도깨비부채 세상이다. 그 험악한 무리 속에서 몇
몇 큰앵초를 보는 것이 위안이다. 그러다 허리 펴고 눈을 드니 화창(花窓) 같은 나뭇가지 사
이로 귀목봉 그 준수한 자태가 보이는 것이 아닌가. 내가 산에 왔음을 문득 깨닫는다. 물욕에
눈이 어두워 자칫 산을 잃을 뻔했다고 자책한다.
2. 450고지, 첫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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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하늘 가린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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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천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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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813.1m봉 넘어서는 단풍취 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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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단풍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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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고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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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큰앵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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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큰앵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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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귀목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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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함박꽃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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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함박꽃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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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2.9m봉. 등로 멀찍이 떨어진 북릉의 평평한 풀밭 골라 점심자리 편다. 한껏 소풍 온 기
분을 낸다. 버너 불판 달궈 삼겹살을 굽는다. 곰취, 참취, 참나물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쇠
어서 쌈 싸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집에서 데친 참취, 상추, 깻잎, 신선초, 쑥갓 등을 일습 준
비해 왔다. 술은 로열 살루트를 우습게 아는 오지산행의 명주인 즉석 조제 더덕주다. 묵은지
까지 가져와 삼겹살 기름에 볶는다.
먹고 마시고 웃고 떠들고 하니 시간이 금방 간다. 앞으로 휴식할 시간까지 가불하여 쓴다. 오
후 2시가 다 되어 일어난다. 연인산 북릉 생사면을 휘돌아 정상에 오른다. 사랑과 소망이 이
루어진다는 연인산이다. 미세먼지가 많지 않아 사방 조망이 아주 좋다. 축령산, 서리산, 주금
산, 운악산, 원통산, 청계산, 귀목봉 ……. 근처 산들을 점호하고 연인들끼리 온 등산객들에게
도 소개해 준다.
하산. 연인산 남릉을 간다. 마을로 내리기에는 가장 가까운 코스다. 잘난 길이다. 숲길 완만
한 내리막이다. 남릉은 거침없이 쭉쭉 내리다 943.5m봉에서 일시 주춤한다. 943.5m봉이 연
인산 산행교통의 요충지이다. 우선 장수능선, 소망능선이 갈라지고 조금 더 간 장수능선 장
수봉에서는 청풍능선이 갈라져 나간다. 우리는 소망능선을 내린다.
가파른 내리막이다. 거기다가 울창한 키 큰 나무숲속이라 어둡거니와 풀 한 포기 자라지 않
는다. 흙길 돌길 계단 길이다. 점심 때 가불하여 휴식하였던 터라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줄
달음한다. 백둔리 시설지구에 당도해서야 숲속을 벗어난다. 운동장만큼 너른 주차장이 휑하
다. 이제 백둔리 버스 정류장까지 아스팔트 포장도로다.
빗방울이 그예 떨어지기 시작한다. 백둔천 따라 내리고 연인교 건너 백둔리 버스 정류장이
다. 가평 가는 군내버스는 1시간 27분 후에나 온다. 연인교 아래 백둔천에 내려가서 세면탁
족하고 등멱도 하고 다시 술추렴하고, 그래도 50분을 기다려야 한다. 산악회 버스라도 섭외
하러 간 승연 님이 마트 대형버스를 안내한다.
손님은 우리 다섯 명이다. 가평읍내로 직행한다. 기사님과 얘기 나누어 가평읍내의 마트상황
을 얼추 알게 되었다. 가평읍내에는 대형마트 5곳이 성업 중이다. 이들은 각기 펜션들과 협
약을 맺어 펜션에 묵는 손님들이 마트물건을 사는데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우리를 태워 준
‘조은마트’의 경우, 대형버스가 5대, 25인승 버스가 10대 운행한다며 지금은 펜션 손님 위주
이지만 물놀이 철이 돌아오면 소위 ‘빠지’(바지선의 약칭인 듯)라는 그 물놀이 손님들의 수
요가 대단하다고 한다.
가평읍내에 도착하고 기사님의 배려에 너무 고마워서 적은 촌지를 내밀었으나 돌아보지도
않고 극구 사양한다. 마트 물건이나 사서 드시라고 한다. 이런 직원이 있어 그 마트는 날로
번창하리라 믿는다. 마트에 들러 냉커피 사서 가평역으로 가는 우리들의 기분이 썩 상쾌하다.
13. 명지산 2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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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앞 왼쪽은 백둔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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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연인산 동릉, 노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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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운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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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앞 오른쪽은 청계산, 왼쪽은 원통산, 그 뒤는 곰넘이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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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칼봉산, 그 뒤는 매봉, 송이봉, 깃대봉, 대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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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멀리는 축령산과 서리산(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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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연인산 정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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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앞은 백둔봉, 왼쪽 뒤는 화악산, 그 오른쪽 뒤는 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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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화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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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제사의 주자의 시는 별로 칭찬해주고 싶지 않네요. 저가 감히 주자를 논평할 입장은 아니고 ㅋㅋ, 봄바람이 얼굴에 닿고 꽃을 봐야 봄인줄 아니, 정말 위대한 성인 맞아요? 조심스러워서 그런가?
여유있는 산행 좋아요.그런 날도 있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