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오랜만에 다시 찾은 섬, 비안도를 소개한다.
오래전, 비안도를 가기 위해서는 군산항에서 여객선을 타야 했다. 하지만 섬의 주민 수가 감소하고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되면서 2002년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다 보니 가력도항에서 어선이나 마을에서 간헐적으로 운항하는 보트를 얻어 타야 섬으로 갈 수 있었다.
비안도는 2019년이 돼서야 여객선 재취항의 숙원을 이뤘다. 작은 여객선 한 척 취항하는 것이 뭐가 그리 어려웠는지, 20년에 가까운 세월을 보내고야 정원 12명의 12톤급 여객선, 비안두리호가 주민과 여행객을 실어 나르게 된 것이다.
섬을 찾아온 사람, 떠나간 아이들
비안도는 신시도와 변산반도를 잇는 새만금방조제 서쪽 6km 지점에 있는 작은 섬이다. 섬의 모습이 날아가는 기러기와 흡사하다는 데서 이름이 유래되었다. 하루 네 번 왕복하는 여객선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선착장 입구의 승선 대기실에 비치된 명부에 인적사항을 기록하고 편도 1만 원의 운임은 승선 후 내면 된다. 가력도항에서 비안도까지는 약 15분 정도가 소요된다.
평화롭고 고즈넉한 비안도 마을 안 풍경.
선착장에 기대 휴식 중인 어선들.
오랜만에 다시 찾은 비안도, 섬은 코로나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공동작업장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그물 손질을 하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몇 년 전 귀어를 하고 그 억척스러움에 방송 출현까지 했다는 아주머니가 그 주인공이다. “이런 섬이 또 없다. 이곳에 내려온 뒤 싸울 일이 없다.”는 그녀의 말에 큰 웃음이 터졌다.
꽃게, 주꾸미 잡이에 땀을 쏟던 여름이 지나면 주민들은 김 양식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단다. 비안도 김은 얇고 부드러운 식감 때문에 인기가 좋다. 비안도 출신의 청년이 ‘군산섬김’이란 브랜드를 만들어 온라인 판매도 한다.
비안도에 하나밖에 없는 슈퍼에도 추억이 있다. 맥주 몇 병을 시켰더니 먹음직스러운 묵은지에 양념게장을 안주로 내어 줬던 주인아주머니, 후덕한 모습과 인심만큼은 또렷하게 남아있다.
풍어를 꿈꾸며 바다로 나서는 가력도항의 고깃배.
섬의 모든 스폿들은 마을에서 1km 내에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학교지만 더 이상 학생은 없다.
비안도에는 예쁜 잔디운동장과 그 너머로 가장 넓은 하늘, 바다를 펼쳐 둔 초등학교가 있다.
특히 교사가 있는 곳에서 바라보면 초록의 학교운동장은 곧장 바다와 연결된 듯한 느낌이 든다. 이곳에서 공부하는 아이는 정말 좋겠다며 여행객이라면 누구나 부러워했던 이 학교는 아쉽게도 2021년 마지막 학생이 졸업하면서 폐교되었다.
유유낙낙 걷다가 쉬다가
비안도는 해발 190m가 채 안 되는 노구봉과 남봉산을 중심으로 대체적으로 완만한 지형을 이룬다. 섬의 동쪽에 밀집된 마을은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가옥 사이 낡은 지붕과 담벼락을 가진 집들이 간간이 섞여 있는 모습을 가지고 있다. 주민의 대부분이 어업을 생계로 하다 보니 농사일은 그저 이웃들과 나눠 먹을 정도의 텃밭 수준이다.
섬 능선에서 바라본 비안도초등학교와 앞바다.
바닷일에 그물 손질에 주민들은 쉴 틈이 없다.
학교운동장을 가로지르면 섬의 서쪽 해안으로 통하는 고개로 들어서게 된다. 만발한 들꽃과 새소리 그리고 좋은 날씨, 푸르름에 쌓인 섬은 운치가 있었다. 고갯마루를 넘어가면 섬의 서쪽 해안이 나타난다. 약 700m의 해변은 온통 몽돌 천지다. 울퉁불퉁한 몽돌 위로는 데크 길이 놓여있다. 여행객이나 마을주민이 한가로이 산책을 즐길 수 있도록 2012년 행정자치부 ‘찾아가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으로 설치된 시설이다. 2019년 10여 개가 넘는 태풍의 기습에 데크 길의 일부 구간들이 파손되고 끊겼었지만, 이후 말끔히 수리되었다.
데크 길의 남쪽 끝에는 ‘망아정’이라 쓴 현판이 달린 정자 한 채가 우뚝 서 있다. 바람이 시원하고 시야에 거침이 없어 낮잠을 자거나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기에 그만이다. 또한 ‘망아정’ 주변은 농어 포인트로 알려져 갯바위나 선상에서 낚시 삼매경에 빠진 사람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캠핑장의 추억
2016년 비안도를 처음 방문했을 무렵 때마침 캠핑장이 조성되었다. 깨끗한 시설과 탁월한 자연환경, 무엇보다 작은 섬에서도 안락한 캠핑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좋았다. 별을 보고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보냈던 하룻밤은 비안도가 내게 준 또 하나의 추억이었다. 그동안은 섬으로 오는 길이 쉽지 않았고 또 코로나 때문에 많은 이가 찾지는 못했을 테지만, 다시금 캠핑명소로 거듭나기를 소망해본다.
낮잠을 자거나 멍 때리기에 좋은 망아정.
비안도 캠핑장에서의 꿈같은 별밤 추억.
섬캠핑의 매력은 바다와 하나가 되는 것이다.
섬의 이곳저곳을 바쁘게 돌아다니다 보니 늦여름 긴 하루도 어느덧 저물기 시작했다. 기대했던 노을은 오늘도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감각의 주류가 시각에서 청각으로 변하는 그 시간, 오묘한 자연의 흐름에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파도와 바람소리 사이로 배고픈 고양이의 울음이 들려왔다.
다시 만나니 인연이다
이른 아침, 다른 섬으로 이동하기 위해 첫 배를 타야 했다. 슈퍼에 들어 요기가 될 만한 무엇이라도 먹고 싶었지만, 문이 닫혀있어 발걸음을 돌렸다. 선착장 부근에서 멍하니 서 있을 때 누군가가 종이컵을 내밀었다. 말투를 보니 섬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로 보였다.
수줍은 미소로 건네준 믹스커피 한 잔. 인사를 전하고 한 모금을 마셔보는데 달콤함이 혀끝에서 온몸으로 전해지는 듯했다. ‘오늘도 기분 좋은 하루가 되겠는걸.’
끝도 없이 펼쳐진 망망대해. 마치 솜사탕 같은 구름 한 점이 인상적이다.
김치 한 포기를 선뜻 내어주는 비안도 슈퍼 인심.
힘들 것 없이 산책하듯 걷기 좋은 해안데크길.
선착장 바닷속에는 길이 20cm쯤 되었을, 엄청 많은 숫자의 물고기 떼가 파닥이고 있었다. 난생처음 보는 광경이라 주민에게 여쭤보니 모치라고 불리는 숭어 새끼들이라 한다. 어릴 때는 부유물이 많은 선착장 등지에서 살다가 성어가 되면 먼바다로 떠난다는 것. 나란히 모치를 구경하던 아주머니 세 분이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그중 한 분이 유난히 낯이 익었다. 슈퍼 아주머니였다. “예전에 왔을 때 너무 고마웠어요. 김치와 게장도 주셔서 평상에서 한참을 놀았잖아요. 아, 갓 잡은 전어도 나눠 주셨어요.”
별 기대 없이 그저 감사함을 전하고 싶어 말을 걸었다.
그런데 “기억나요, 배낭을 메고 왔던.”하며 알아봐 주시는 게 아닌가?
슈퍼 아주머니는 아침 한 끼를 못 차려 준 것이 마음에 걸렸나 보다.
“다음에 꼭 와야 해요. 그땐 맛있는 밥상 차려 줄게요.”
군산으로 장을 보러 간다는 아주머니들과는 가력도항으로 나와 헤어졌다.
비안도, 섬을 떠나올 때 또다시 그곳으로 가야 할 이유가 생기는 섬, 그곳에는 인연과 정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산다.
비안도 선착장의 모습.
Travel Tip
여객선 가력도항 → 비안도항 (하계 4회/일 동계 3회/일, 편도 10,000원, 15분 소요) ※정원 14명의 소형여객선이라 주말과 휴가철에는 혼잡 예상, 가력도항 무료주차.
숙소 두 곳의 민박이 있지만, 휴가 시즌이 되면 그 수가 좀 더 늘어난다. 민박 정보는 어촌계장이나 슈퍼를 통해서도 얻을 수 있다.
트레킹 초등학교 뒤편으로 넘어가 해변 데크길을 걷고 크게 섬을 한 바퀴 돌아 마을로 돌아오는 코스는 부담 없는 산책길 수준이며 가장 보편적인 섬을 걷고 느끼는 방법이다.
캠핑 캠핑장은 해변 위, 산 중턱에 있다. 2,000㎡ 부지에 데크사이크, 화장실, 샤워장이 설치돼 있지만, 성수기를 제외하면 관리가 부실한 편이고 대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음식 섬 안에는 식당이 없다. 대신 마을 내 작은 슈퍼를 통하면 섬에서 나는 해산물들을 살 수 있다. 또한, 인심이 좋아 미리 부탁하면 식사도 가능하다.
토지사랑 http://cafe.daum.net/tozisarang/
토지투자동호회밴드
(카페회원님들은 같이이용하시면됩니다)
추천부탁드립니다 .
첫댓글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