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섯번째의 개인전이다. 전시횟수가 늘어날수록 예술은 그 민족에 강렬한 노래라는 신념으로 그려온 내 그림들이 이 민족의 가슴 아픈 기억들을 얼마나 표현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봉착하게된다. 고향에서 보았던 모든 것들이 어떤 것은 한(恨)이 되어 또 어떤것들은 따뜻한 빛으로 내 몸속에서 꿈틀거릴때마다 실감되는 생명력 내가 표현해야 될 것은 바로 내 고향, 내 민족들이 안으로 안으로 달래왔던 숨겨진 슬픔의 자취를 찾는 일이라는 생각이 가슴을 꽉 채워왔다. 적당히 시류를 타면서 말로 그림을 그려내는 사람들이 흔히 보여주는 미학적 관념속에서 허우적 거림을 볼때마다 느껴지는 역겨움, 붓을 놓고 앉아 있으면 안식보다 먼저 스스로도 내자신을 말로 표현하게 될 것 같은 불쾌감을 느끼게 된다. 끊임없이 그려내는일, 그것이 이 민족의 가슴을 담을 수만 있다면, 아니 이 민족의 아픔을 확연하게 그려낼 수 있을때까지 그리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뿐이다. 또 한번의 이 전시회도 결국은 이 땅 서민들의 역사를 찾아가는 과정일 뿐이다. 내 인생의 위대하신 스승님은 말씀하셨다. "가장 위대한 영웅은, 가장 약한자 편에서 싸우는 사람"이라고 "또 가장 불행했기에 가장 행복할 권리가 있다. 져서 울지말고 울면서 승리하거라" 라는 스승님의 이 말씀을 가슴에 부등켜안고 사자왕이 되어 창작의 불을 태워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