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母)교회는 20년 전부터 노인대학을 운영했습니다.
나는 스태프로 섬겼습니다. 여러 가지 잡다하게 봉사했습니다.
방송실과 분반공부(컴퓨터 기초)를 맡았습니다.
소풍도 따라갔습니다.
관광차 몇 대를 대절해 즐겁게 다녀왔습니다.
소풍을 가면 성도들이 찬조를 많이 했습니다.
실컷 먹고도 남을 정도로 풍족했습니다.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다시 교회로 복귀했습니다.
주변을 정리정돈하고 서로가 헤어졌습니다.
그러나 그 후 소문이 이상하게 나기 시작했습니다.
소풍가기 전 마트에서 샀던 롯데제과 마가렛트 한 상자가 감쪽같이 없어졌다는 소문이었습니다.
어르신들이 먹고 남은 과자,
상자를 뜯었다가 남은 걸 다시 채운 과자 몇 봉지,
과연 이것을 누가 가져갔냐는 것이었습니다.
이걸로 대단한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소문에 의하면 “어떤 집사님이 가져갔다더라. 어린자녀 주려했다더라. 부목사님이 가져갔다더라.” 이렇다 저렇다 소문들이 난무했습니다.
별거 아닌 것 같은데, 너무 치사한 것도 같고, 덕이 안 되는 것도 같고,
지금 생각해도 정답을 모르겠습니다.
급식소를 운영하려면 돈 구분을 잘해야 합니다.
영수증도 잘 챙겨야 합니다.
전용카드로만 사용해야 합니다. 현금을 못 씁니다.
그래서 지갑에 여러 개의 카드를 가지고 다닙니다.
각각 쓰이는 용도가 다릅니다.
식재료카드, 단체법인카드, 결손아동카드, 교회법인카드, 개인카드 등
구분해서 내미는 것도 굉장히 골치 아픕니다.
한번씩 대형마트를 갑니다. 계산대에서 계산할 때마다 뒷사람에게 미안할 정도입니다.
이렇게 철저하게 구분한다해도 실수가 나옵니다.
사지 말아야 할 것을 덜컥 카드로 긁는다던지,
몇 백 원 구분하는 게 귀찮아서 그냥 한 뭉치로 구입할 때가 있습니다.
철저하게 구분하는 게 맞겠지만 이것까지 하려면 피말라 죽을 것 같습니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라고 말합니다.
결코 이 말을 정당화 시킬 수 없습니다.
그러나 보다 지혜롭고 투명하고 정직하게 운영할 것을 약속합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양심껏 운영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