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소원 청구 배경은
연구기관만 정부 용역 참여 개정과정 정당성 결여 문제
지자체 조례로 사육 제한 ‘법률 유보의 원칙’에 위반
위탁사육농 차별도 ‘불평등’
전국 축산농가들이 2일 헌법재판소에 무허가축사를 규제하는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가축분뇨법)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축분뇨법의 개정과정과 개별법령이 헌법에 위배됐다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 위헌심판소송은 부장검사 출신인 정연준 변호사가 대리하고 있다.
◆개정과정 정당성 결여=청구인들은 가장 먼저 가축분뇨법의 개정에 절차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가축분뇨법은 제1조 목적에서 ‘환경’과 ‘축산업의 발전’이라는 다소 상충될 수 있는 가치를 함께 담고 있다. 따라서 환경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축산농가의 기본권을 억제하려면 당사자인 축산농가나 축산단체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절차적 위헌성이 있다는 얘기다.
정 변호사는 소장에서 “당시 법 개정의 기초가 된 정부 연구용역에 서울과학기술대 환경공학과와 한국환경공단 등 환경 관련 연구기관만 참여했다”며 “정작 축산현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연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절차적으로 문제가 많은 가축분뇨법이 축산농가의 생업을 박탈해선 안된다는 주장이 나오게 된 이유다.
◆법률유보의 원칙 어겨=법 내용도 문제다. 축산농가들은 소장에서 “기초지방자치단체장이 조례로 일정한 구역에서의 가축 사육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가축분뇨법 제8조가 법률유보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8조가 축산농가의 기본권을 제약하면서도 그 근거를 법률이 아닌 지자체가 제정하는 조례에 두고 있다는 근거에서다. 법률유보의 원칙이란 국가 권력이 개인의 기본권을 비롯한 인권을 제약할 때는 그 근거가 법률에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축산 관련 단체들은 “법은 조례에 미뤘지만 조례를 제정하지 않은 지자체도 있고, 심지어 제정한 지자체들도 규제 내용이 제각각이어서 전국적으로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과잉금지·평등원칙 위배=가축분뇨법이 신규 농가는 물론 기존 농가까지 소급해 규제하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비례원칙)’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소장에 따르면 2015년 12월 개정된 가축분뇨법 제11조는 기존 축사를 비롯해 분뇨 배출시설을 설치·운영 중인 농가도 새로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그러면서 부칙으로 허가를 받으려는 축사는 가축분뇨법과 다른 법률에 저촉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는 ‘법률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때 다양한 사안을 고려해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과잉금지의 원칙을 어긴 것이라는 게 농가들의 주장이다. 합법적으로 축산업을 영위해오던 농가들까지 가축분뇨법으로 인해 건축법을 비롯한 26개 법률을 모두 충족시키는 축사를 새로 지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청구인들은 “과잉금지의 원칙을 어긴 과도한 제재 법률이 축산업을 붕괴시키고 있다”고 비판하며 “적법화를 안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적법화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계열화업체와 계약을 통해 가축을 기르는 위탁사육농가는 규모와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올해 3월24일까지 축사를 적법화하도록 한 것도 문제삼고 있다. 농가들은 위탁사육농가를 다른 농가들과 차별하는 것은 법의 평등원칙을 어긴 불평등법이라고 주장한다. 일반 농가는 사육 규모에 따라 적법화 유예기간이 3단계로 나눠 설정돼 있다.
최정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