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퉁불퉁 별 볼 일없는 향나무
정원수 가지치기를 하다가 아이들 팔뚝만한 향나무 가지 몇 개를 챙겨놓았다.
이놈의 향나무 가지가 울퉁불퉁하여 볼꼴사나워 미칠 것만 같다.
나뭇가지가 매끄럽고 예뻐야 하는데 제멋대로 생겨먹어서 방치하고 있는데,
건들면 건들수록 향기가 그윽하여 사람들을 매혹시킨다.
삐썩 말라빠진 나뭇가지 보기 싫어 껍질을 벗겨놓았는데도 벗길수록 향내가 더 난다.
밖으로 가지고 나가 망치로 명태포 두드리듯 두들겨 패는데도 향내가 난다.
아예 태워버리자고 불에 태우는데도 향기가 진동을 한다.
아~ 향나무는 죽으면서 몸을 태우는데도 향기를 내품으니 보통 나무가 아니다.
사람도 별 볼일 없는 것 같은데도 향기가 나는 사람이 있다.
외딴 섬 같이 조용히 앉아 침묵을 지키고 있는데도 향기를 내품는 사람이 있다.
움직이면 움직이는 대로 살며시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향기를 내품는 사람도 있다.
말을 하더라도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꼭 필요한 말만 하면서 향기를 내품는 사람도 있다.
누구한테 무엇을 기부를 하더라도 아무도 몰래 기부를 하는데도 향기가 난다.
장기를 기증하고 죽으면서도 향나무 가지처럼 향기를 내품으며 죽는다.
인간도 향나무처럼 향내를 풍기다가 아름다운 삶을 마감하면 얼마나 보람 있는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