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NCC 다른 열교환기 ‘1987년 제작’…노후 기계결함 폭발 가능성
‘8명 사상’… 경찰, 현장책임자 입건
“폭발 열교환기도 비슷한 시기 제작”
청소후 재가동전 성능확인중 폭발
‘1987년 9월 제작’ 확인 11일 폭발 사고가 일어난 전남 여수시 여천NCC 3공장에서 가동되고 있는 열교환기. 폭발한 열교환기에서 100m 떨어진 곳에 있는 이 열교환기는 1987년 9월 제작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오른쪽 사진). 여천NCC 측은 “폭발한 열교환기도 비슷한 시기에 제작된 것 같다”면서도 “체계적으로 정비해왔다”고 밝혔다. 여수=이형주 기자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여천NCC 공장의 열교환기 폭발 사고로 근로자 4명이 죽고 4명이 다친 가운데 경찰이 설비 노후화에 따른 기계 결함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경찰은 열교환기 정비 작업 도중 안전관리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 열교환기 노후화에 따른 결함 가능성
1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여천NCC 3공장에서 11일 폭발한 열교환기에서 100m가량 떨어진 다른 열교환기가 1987년 9월 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여천NCC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폭발한 열교환기도 비슷한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설치 후 30년 넘게 지난 만큼 내부 배관 노후화 등으로 열교환기에 기계적 결함이 생겼을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전남경찰청 여천NCC 폭발사고 전담수사팀은 13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현장책임자 A 씨를 입건하는 한편 협력업체 직원 등 7명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10여 차례 조사했다.
경찰 조사 결과 11일 폭발사고는 작업자들이 열교환기 청소를 마친 뒤 재가동에 앞서 성능을 확인하던 중 발생했다. 폭발한 열교환기 내부에는 2.5∼3.8cm 굵기의 배관 1000여 개가 들어있는데, 이 배관에는 고온의 기름이 들어가고 배관 밖에는 물(수증기)이 냉매로 투입된다. 냉매를 사용해 열을 식히고 온도를 낮추는 것으로 에어컨 냉장고와 작동 원리가 같다.
경찰 관계자는 “작업자들이 열교환기 내부 압력을 높인 뒤 비눗물을 칠해 공기 누출 여부를 확인하던 중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폭발 당시 대기압 17.5배의 압력으로 공기가 공급되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지만, 이는 일반적인 수준이라는 게 여천NCC 측과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폭발사고 당시 작업을 했던 근로자도 경찰 조사에서 “폭발 직전 공기 압력계기판은 정상 수치를 가리키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에 따라 노후화에 따른 기계 결함으로 공기가 특정 지점에 뭉치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폭발로 이어졌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열교환기 덮개의 접합 불량 가능성도 제기된다. 볼트 100여 개로 접합돼 있던 1t 무게의 덮개가 강한 폭발로 30m 정도 날아가 근로자들을 덮쳤기 때문이다. 최종민 한밭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열교환기는 (오래됐더라도) 잘 정비해서 사용하면 문제가 없다”면서도 “안전성 평가 등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여천NCC 관계자는 “열교환기는 2∼4년 주기로 정비와 부품 교체를 하고 있다”며 “체계적으로 정비해왔다. 이해할 수 없는 사고가 일어났다”고 했다. 경찰은 이르면 14, 1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산업안전보건공단과 함께 정밀 현장 감식을 벌일 예정이다.
○ 안전수칙 위반 정황 포착
경찰은 또 사고 당시 열교환기 정비작업 중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폭발 현장에서 산업안전공단이 만든 안전수칙과 여천NCC의 내부지침을 어긴 정황이 있어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노동계도 안전관리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민노총 관계자는 “시험가동 때는 작업자 1, 2명을 제외하고 안전구역 밖에 있어야 하는데 안전조치가 지켜지지 않았다”며 “전문성이 없는 일용근로자들이 작업을 하다 희생됐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번 사고로 사망한 근로자 4명 중 3명은 일용직이다. 그러나 협력업체 Y사 측은 “일용직 근로자들은 작업 경험이 많은 전문인력”이라고 반박했다.
여수=이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