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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들꽃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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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풍경소리.사랑방 스크랩 강화 인삼막걸리
보견심 추천 0 조회 134 09.05.21 11:48 댓글 11
게시글 본문내용

오늘 김포에 다녀왔다.

야생화의 근거지인 '김포들꽃풍경'이 그곳에 있지만

동화작가 구경분씨가 나를 위해 

강화 인삼막걸리와 순무김치를 그곳에 두었으니

시간 있을 때 가져가라고 해서 갔던 것이다. 

 

 

 

서울을 벗어났다고 해서

뻐꾹이와 꾀꼬리 소리가 들린다.

얼마나 정답게 들리던지 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소리나는 쪽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사람만 보면 짖어대던 하얀 개도 오늘따라 얌전하고.

 

 

마당을 지나며 낯익은 풀꽃을 살폈다.

노랑 붓꽃도 예쁘고 때지난 금낭화도 아직 피어 있다.

 

봄날에 하얀 꽃송이를 등불같이 밝혔던 목련도

마치 연둣빛 주름치마를 입은듯 펑퍼짐한 모습이

뚱뚱한 중년 여인을 연상케 해서 혼자 빙긋이 웃었다.

 

 

 

마당을 서성이고 있어도 인기척이 없어

안으로 들어가 "왔습니다!"하고 소리를 지르지만 응답이 없다.

멋적어 다시 밖으로 나왔지만 막막하기에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점심때가 되니 배도 고프고

또 나를 위한 막걸리와 순무김치가 있을 것을 알아

서슴없이 냉장고 문을 열었다.

 

막걸리 통이 먼저 나를 반긴다.

곁의 김치통도 꺼내고, 렌지 위의 닭고기 두 점도 꺼내

막걸리 마개를 열었더니 시큼한 술냄새가 코를 찌른다.

잔에 따랐다. 시원하고 쌉쌀한 강화 인삼막걸리가

내 가난한 목줄기를 타고 슬라이딩을 하는 게 아닌가?

 

 

겨우 한 컵을 마실 즈음에 들풍(기의호)님이 오셨다.

빈집에 들어와 마음대로 행세한 자신을 변명했더니

"이곳 식구들은(회원) 모두 주인이라"면서

오히려 내 행동을 정당화 시켜준다.

오, 고맙고, 다정하신 분...

 

이리해서 한낮부터 술판이 벌어지고 말았다.

실은 며칠 전에 있었던 들꽃풍경의 벙게 때 남은 막걸리인줄 알지만

'오늘은 좋은날'(소설가)과 함께 즐거운 대화를 하니 더없이 좋다.

  

  

 

순무김치통을 메고 내 집으로 돌아오는 길

버스를 타고 송정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오다가

깜빡 잠든 사이 정거정을 지나치고 말았다.

되돌아 차를 갈아타고 다시 선릉역에서 정자역으로...

정자역에서 다시 마을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녹초가 되고.

 

갈 때 두 시간 반 걸렸던 것이 돌아올 때는 세 시간이나 걸렸으니.

아~ 그놈의 술이 뭔지 그 술을 마시러 가야 했고

또 구경분 동화작가의 사랑을 못잊어 순무김치를 들고 오는 내내

나는 시큼한 김치 국물 냄새를 맡으면서도 행복했다.

 

그 맛에 살고, 그 덕에 오늘이 행복하다.

 

구경분(참나리)님!

오늘은 님의 사랑으로, 몇 사람이 행복하고 즐거웠습니다.

퇴임후, 더 멋있고 즐겁게 사신다는 소식 들으니  너무 좋고요.

 

머지않아 구경분씨의 새로운 동화를 읽을 날을 기다리며

건필을 기원합니다.

화이팅!

 

들풍님, 참나리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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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9.05.21 12:33

    첫댓글 오늘은 간만에 비가 시원하게 내려 잠시 들렸다가 왕사부님에 글로 행복한 하루가 될것 같습니다.가난한 목줄기를 타고 슬라이딩... 역시 대단하십니다 그리고 여유로우신 모습에 다행이다 싶고요 .시간되시면 이쪽으로도 걸음하시고 항상 웃는 날되십시요^*^

  • 작성자 09.05.21 22:04

    그러지 않아도 가고 싶지요. 집 둘레에 가득한 화초가 지금은 어찌 되었을까...아마 숲을 이루었을꺼라 상상하고....ㅎㅎ 아드님도 결혼하시지 않았나 몰라.. 하두 오래 되어서....

  • 09.05.21 14:28

    서스름 없는 주인행각이 멋스럽기도 멋졌기도 하셨네요 . . 멋진 구성과 전개 감동!!

  • 09.05.21 21:28

    먼 길 다녀 가셨는데 함께 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꽃구경한 기운으로 또 일주일은 거뜬하실거예요.

  • 작성자 09.05.21 22:01

    ㅎㅎ 꽃기운도 기운이지만 술기운도 빼놓을 수 없지요. ㅎㅎ 함께 하지 못해 아쉬웠고....

  • 09.05.21 21:41

    가까이 오셨는데 뵙지 못해 많이아쉽네요. 빗줄기도 마다않고 먼길 힘들게 다녀가신 보견심님은 언제나 멋지십니다.

  • 작성자 09.05.21 22:03

    에구...풀각시님 본 지도 꽤 오래 되었네요? 김포 가면 으례 만날 수 있었던 풀각시님은 이제 보이지 않고.....

  • 09.05.21 22:59

    우중에 다녀가시느라 고생하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보견심님의 어려운 걸음이셨는데 함께 하지 못해 죄송스러웠습니다.그리고 이렇게 잘 다녀가셨음을 글로나마 만나게 되니 감사한 마음입니다. 보견심님 모습이 참 고우세요.

  • 작성자 09.05.22 19:39

    ㅎㅎ 곱기사 우리 파아란님의 마음...가을의 도자전을 위해 바쁘죠, 요즘....?

  • 09.05.30 01:51

    참나리님께서 정모때마다 강화 순무와(잘 익혀진 시원하고 매콤한맛) 인삼 막걸리를 해마다 공수해 주시네요. 전 술은 별로 즐기지 않지만 참나리님께서 하사하신 순무안주에 인삼 막걸리에 헤롱 헤롱~ 보견심님 잘 다녀 가셨네요^^

  • 작성자 09.05.30 21:45

    이제 버릇돼서 참나리님 오시면 강화인삼막걸리와 순무김치 가지고 오려니...기다릴 텐데...큰일 났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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