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h, please my mistress, don't be too harsh!!"(아앗, 주인님... 제발 너무 심하겐 하지 마세요!)
"Shut up!! You like this... uh?"(입 다물어! 너 이런거 좋아하잖아... 응?)
검은 섹시한 란제리의 혜리가 촛농을 반라의 남자의 복근 위로 투둑, 떨어트리자 고통과 쾌감에 신음하며 몸을 뒤튼다.
"Tell me, you wanted this all day long... you pervert."(어서 말해봐, 이 생각만 하루종일 했다고...이 변태.)
잔인할만치 차가운 목소리지만 즐기는 기색이 역력하다. 곧 그녀의 하얀 발이 남자의 불뚠 선 그곳을 지긋이 누르자
양 손이 침대에 묶인채로 숨을 들이키며 몸을 다시한번 틀어대는 남자, 그녀의 약혼자인 앤드류.
"좋아?"
"사랑해, 주인님."
서툰 한국말로 고백을 하며 그녀에게 연모의 눈길, 그 이상을 보내는 그는 혜리에게 푹 빠져있었다.
연한 갈색의 머리칼에 짙은 녹색의 눈동자.
젊어서 향수모델을 했을정도로 잘생긴 그였지만 30이 넘도록 한여자에 정착한적이 없어서 항상 고민인 그의 부모는
우연히 알게된 매력이 넘치던 디자이너 혜리를 그에게 소개시키려 일부러 자리를 마련했었다.
자리에 나온 그는 그 자리를 파토낼 생각에 'I am not in to monkey girls'(원숭이녀는 질색이야) 라고 하며 자리를
일어서려 했다. 곧 그가 시선을 돌려 얼굴을 마주치자, 예쁜 얼굴에 가득이 비웃음을 담은 그녀가 그를 향해 설탕병을
집어던졌다. 따악-!! 이마 정중앙에 명중해 별이 보이며 그가 테이블로 고개를 숙이자 그런 그의 뒷통수를 쿵-소리나게
손으로 누르며 그녀가 경고했다. 'I'm gonna kill you if you say it to anyone in this world'(아무한테라도 한번만 더
그런소리하면 죽여버린다.)
두근. 두근. 그 어떤 여자를 만나도 뛰지 않던 그의 심장이 거세게 달리기 시작했다.
이마에 들기시작한 검푸른 멍에도 불구하고 그는 계단을 뛰어내려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그녀를 마주보았다.
아까는 관심이 없는데에다가 라운지가 어두워 보이지 않았는데, 총명한 눈동자와 작지만 오목조목 이쁜 얼굴.
그리고... 앉아있어서 놓쳤던 길고 끝내주는 다리까지. 아까 자신이 한 말을 씹어 삼키고싶은 심정이었다.
부모님이 소개시킨것이니 당연히 지루한 동양여자가 고개만 끄덕일것이라 생각했는데.
"Why? Do you have something to say?"(왜? 할말이라도 있어?)
도도히 고개를 들며 그를 치켜보는 눈동자에 가슴에서 심장이 튀어나올것만 같다.
"I think I made big mistake. Can we make it not happened?" (내가 큰 실수를 한것같아. 우리 없던일로 하고 다시 시작하면...)
"No. You missed the chance. Byebye." (이미 늦은것같은데. 잘가.)
냉랭한 대답 후 택시를 타고 사라지는 그녀. 부어오르는 이마의 통증이 그제야 느껴져 병원으로 향한 앤드류였다.
그날 이후 열렬한 구애 끝에 사귀는 사이가 된 두사람. 관계의 주도권은 거의... 아니, 대부분 혜리가 쥐고있었다.
밤에도 낮에도 그녀의 노예나 다름없어진 앤드류는 그녀를 위해 이곳저곳에 연줄을 대어주며 헌신을 다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물질적인, 또 정신적인 뒷받침 덕분에 혜리는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강선우. 니 덕에 나 아주 곤란해졌어. 결혼식이 내일 모레인데 왜 유성이가 뉴저지에 와있는건데?"
"뭐가 곤란하다는거야. 옛 친구한테 너무 야박한거 아냐?"
"강선웃! 너 예린이때문이라고 내가 봐줄줄 알엇!"
"니가 확실하다면 안흔들리면 그만이야. 흔들린다면 뭐, 당연한거지만 사랑하진 않는다는거지. 니 그 대단한 약혼자님."
혜리의 감은 눈 뒤로 많은 추억들이 지나쳤다. 유성과의 아프지만 달콤했던 기억들.
미친듯이 사랑했다. 정말 원 없을 정도로. 혼자 사랑하는거라도 상관 없었다. 상처받는다고 해도 자신의 선택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젠 아니다. 자신을 미친듯이 사랑해주는 남자를 만났고 더이상은 그렇게 불행해지고싶지 않다.
"난 확실해."
"유성이 얼굴보고 말해. 안그럼 그자식, 절대 널 포기 못할테니까."
"........."
"2년정도 머물며 공부하고싶어요. MBA과정중에 Certification을 받을 수 있는 코스가 있는데, 한 2년이면 충분히 따낼 수 있어요.
아버지도 제가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은거 걱정 많으셧잖아요. 쉬운 코스가 아닌만큼 국내에서도 인정받는 자격증이니까
뒷말들도 많이 없어질거구요. 2년 안에 꼭 취득하도록 할테니 허락해주세요."
반년정도를 어학연수만 한 후에 돌아오기로 했던 아들이 갑작스레 연락해서 2년을 머물겟다니.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고집에 결국 두손을 들은 유성의 아버지는 뒤늦게 철이 든 듯한 아들이 기특했다.
공부에 뜻을 두지 않고 대충 그럭저럭한 학점으로 대학을 졸업하더니 외국에 나가서 철이 든 게로구만.
"그래, 얼마든지 서포트해줄테니 열심히 하렴. 도시는 정했니?"
"선우가 소개해준 EOP제약사에서 일하는 친구와 뉴저지의 아파트를 쉐어하기로 했어요. 이탈리안 3세인데 삼촌이 이 회사
간부세요. 전도유망한 친구예요."
"선우가 좋은사람을 소개해주었구나."
"학교는 Stern 에서 MBA 파트타임으로 다니기로 했어요. 말이 파트타임이지, 미국에서 초등학교뿐이 안다닌 제겐
풀타임이나 다름없을거예요. 준비기간은 3개월정도 걸리구요. 선우가 많이 도와줄거니 염려마세요."
강성훈의 큰 사업을 물려받을 강선우. 이복여동생과 사랑에 빠져 결혼했다지만 사실 부모끼리 재혼이전에 그들이 먼저
연인사이던것은 업계내에 공공연한 비밀이었기에 그다지 크게 신경쓰지 않는 김회장이었다.
그들 둘이 결혼함으로서 중소기업인 예림전자와 자동 합병된 강성훈의 큰 사업은 미국이 주름잡던 오븐업체를 하나하나
삼켜가며 승승장구 중이다. 이런집안 아들과의 친분을 잘 유지하는 아들이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전화를 끊은 유성은 혜리에게 장문의 메세지를 보냇다.
[2년간 머물거야 뉴저지, 너와 같은 도시에. 결혼하지마. 제발. 난 아직도 널 사랑하고있어.
진심이야 혜리야. 이번만큼은 니 손을 절대 놓지 않을거야. 날 다시 받아주면 안되겟니?]
선우도 예린을 끝까지 포기 못하고 잡아서 결혼까지 하지 않았던가. 아마도 혜리도 어딘가엔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남았을거라
믿으며 유성은 불안한 마음으로 답장을 기다렸다.
결혼식 당일. 유성은 오지않는 답장과 받지않는 전화에 미칠듯한 기분이었다.
선우와 예린을 만나 함께 식장으로 향하던 그는 띠링-울리는 문자음에 다급히 핸드폰을 체크했다.
[2년 후가 보이네. 한국으로 돌아가 약혼녀와 결혼하는 널 초라히 바라볼, 스폰서이자 사랑했던 남친을 놓아버린채
디자이너로서의 비전도 잃어버린 나. 지금 헤어진다면 평생 넌 날 아쉬워하겟지? 그래, 이건 내 욕심이야.
평생 그리워해줘. 그러면 적어도 싫증나서 버린 여자로 기억되진 않을테니까. Blame my dirty mind]
중간에 차에서 내린 유성은 센트럴 파크 공원에서 몹시 울었다. 지나간 사랑을 아쉬워하며.
마지막으로 만났던 그녀의 향기가 아직도 코끝에서 맴도는것 같아 가슴이 쓰려왔다.
"언니. 후회 없어?"
신부대기실. 예린의 질문에 희미하게 웃으며 대답하는 혜리.
"내 욕심이랄까. 유성이에겐 항상 노스텔지아같은 여자로 남고싶어. 지금 날 놓치면 평생에 걸쳐 자신을 탓하며 날
'이상형'으로서 그리워할게 분명해. 난, 그사람 안에 그렇게 날 새겨두고싶어. 함께있으면 예전의 반복일 뿐이야.
헤어짐으로서 더욱 깊게 사랑하는 관계도 분명 있는거야. 그냥, 그렇게 받아들여줘."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예린은 깊은 한숨을 삼켰다.
"난 욕심도 욕망도 많은 여자야. 현실에서 얻은 행복을 버리지 않고 옛사랑의 가슴에서 잊혀지지 않도록...
내 순수하던 사랑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도록 만드는거지. But who doesn't have dirty mind?"(누군들 흑심이 없겟어?)
화려한 웨딩드레스가 펼쳐지며, 혜리는 고인 눈물을 베일 뒤로 숨겼다.
그리고 그 날 이후로 두사람이 개인적으로 만나는 일은 없었다.
후에 유성이 자신의 딸 이름을 '혜리'라고 지은것이나,
혜리가 자신의 딸 이름을 Star(별, 유성)라고 지은것은 나중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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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얘넨 안될 커플이었어요. 손에 쥐면 다시 바람필 남자죠 유성인.
혜리는 그런 유성일 너무 잘 알기에 사랑하면서도 다른남잘 선택했구요.
어찌보면 많이 현명한여자.
손에 들어오지 않는 여자는 잊혀지지도 않을것을 알기에 한 선택이죠.
악녀열전 다음편으로 돌아올께요. 기다려주세요!
첫댓글 둘이 잘될줄 알았는데 결국 안됐네요ㅠㅠ
점점 마무리가 되어가네요..
둘은 이렇게 안되는거군녀..ㅠㅠ진짜 작가님 얘기들으니까 혜리가 현명한 뇨자인듯ㅎㅎ
누구나 바라는게 현명한여자겠죠...그게 좀 어렵긴하지만....여기서 혜리커플과는 작별....둘의 행복을 빌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