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이야기..
신마적은 구마적과 함께 1930년대 초기에 주먹계를 주름잡던 주먹 황제였다. 그는 '평양박치기'란 인물로, 상경하자 마자 구마적을 무너뜨리고 권자에 올랐으나 워낙 주먹 조직의 기반이 허약한 탓에 구마적과 함께 공존 공생하고 있는 터였다. 말하자면 당대 주먹계를 설립하는 쌍두마차인 셈이다. 게다가 특이하게도 신마적은 그 시절 주먹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명문 보성전문(현재의 고려대학)을 나온데다가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 인텔리 였고, 6척 장신의 미남에다가 힘 또한 역발산의 고력이여서 당할자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거기다 배짱이 두둑하고 두뇌 회전도 빨라 주먹황제의 타이틀을 차지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인물이었다. 그가 동경에서 유학하던 시절의 일이다. 한 식당에서 야쿠자와 사소한 언젱이 벌어졌다.성격이 급한 신마적은 화가 치밀자 앞뒤 안보고 그를 번쩍 들어서 땅빠닥에 내팽게쳐 버렸다. 마치 개구쟁이 소년이 개구리를 땅바닥에 내던지는 것처럼 가볍게 상대를 내팽개친 신마적의 힘도 보통이 아니었으나 일은 그 다음부터였다. 크게 망신을 당한 야쿠자는 주방으로 뛰어가더니 날이 시퍼런 식칼을 들고 나와서는 태연히 술을 마시고 있던 엄동욱의 옆구리를 푹 찔렀다. 힘깨나 쓴다는 신마적도 무방비 상태인지라 속수무책이었다. 칼은 옆구리에 깊숙히 박혔고 붉은 피가 솟구치면서 창자가 튀어 나왔다. 식당안의 신마적 엄동욱의 고약한 성격을 잘 알기 때문에 그가 미쳐 날뛸줄 알았으나 이게 왼일인가? 신마적은 눈썹 하나 까딱 않고 야쿠자는 거뜰떠 보지도 안고서 튀어나온 창자를 움켜쥐고 유유히 뚜벅뚜벅 병원으로 걸어가는 것이었다. 식당안의 사람들이 그의 배짱에 혀를 내둘렀다.나중에 이 소문을 듣고 나타난 야쿠자 오야붕은 꼬붕의 무례함을 사과하면서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되었다. 신마적은 박치기만이 아니라 칼을 잘 쓰기로도 유명했다. 20m전방에 사람을 세워놓고 머리 위에 있는 사과를 향해 단도를 던지면 사과가 반쪽이 날 정도였다. 웬만해서는 칼을 쓰지 않지만, 그가 단도를 뽑아들고 설치면 박치기에 칼에 도저히 당해낼수 없어서 천하장사도 뒤꽁무니를 뺏다.그러나 이런 탁월한 싸움 실력에 소위 먹물을 먹은 인텔리 건달임에도 불구하고 신마적은 너무나 오만하여 부하들의 신망을 잃고 있어서 조직이 너무도 빈약했다. 따르는 부하가 별로 없기 대문이었다. 성격이 어찌나 더러운지 부하가 조금만 잘못해도 마치 불침을 맞은 황소처럼 날뛰는 거였다. 나와바리 안의 상인들이 자릿세 명목으로 매월 정기적으로 상납하는 돈이 조금만 늦어도 불에 달군 인두로 달금질을 하는 등 인면수심의 신마적인지라 종로 두시골목의 상인들은 물론이고 줄개들마저 신마적 예기만 나와도 질겁을 하며 고개를 내저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