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배 고프지 않고 춥지 않으면 그것으로 족하지. 소위 ‘소확행’이라고 유행했습니다. 자그마한 것에 만족하며 행복을 누리자는 의미입니다. 사실 행복이 대단한 일이겠습니까? 대단하다면 대궐 같은 집에 살아도 행복과는 거리가 멀게 사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고 그런 조그만 집에 옹기종기 모여 살아도 불행하지 않게 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모든 일이 그렇기도 하겠지만 사실 느낌 아닌가요? 자신이 행복하게 느끼는지 아니면 불행하게 느끼는지, 그게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내가 어디에 있고 무슨 일을 하고 어떻게 사느냐 하는 것보다 그 환경 속에서 내가 만족하고 있느냐, 아니면 불만과 원망 속에서 사느냐 하는 것 말입니다.
그런 말이 있습니다. 남의 떡이 크게 보이는 법이고 이웃집의 정원이 예뻐 보인다고요. 내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남이 가지고 있는 것에 신경이 쓰인다든지, 아니면 가지고 있는 것보다 없는 것에 관심을 두고 산다면 행복과는 거리가 멀게 살 것이 분명합니다. 지니고 있는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며 산다면 원망이나 불평이 나오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속에서 불행하다고 여기며 살지는 않겠지요. 하기는 불행하다라고 하기보다 행복하지 않다고 여기며 사는 경우가 많을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행이냐 불행이냐 거의 관심도 없이 하루하루 살아가기에 바쁜 사람들도 많을 것입니다. 그거 다 배부른 사람들의 이야기지, 하고 말입니다.
20대, 30대, 40대의 생각과 삶에 대한 태도는 분명 다릅니다. 또한 결혼한 사람과 미혼인 사람의 삶에 대한 자세도 다릅니다. 20대라면 아직 이상을 품고 있기 쉽고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좇아가려고 발버둥 칠 수 있습니다. 30대라면 조금 망설여지리라 생각합니다. 사회적으로 자리잡아야 할 때라고 생각하기 십상입니다. 요즘이야 결혼에 대해서 그다지 의무나 필수로 여기는 경우가 많지 않기에 보다 자유로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 해도 자신의 미래에 대하여 방향설정은 해두어야 할 시기입니다. 그냥 어영부영 지내다가 청춘 끝나고 중년에 들어서기는 좀 두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40대라면 좀 더 급하겠지요. 혹 아직도 자리조차 정해지지 않았다면 말입니다.
‘계나’는 20대 후반,아니면 30대 초? 뭐 그 사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그래도 대학을 나와 괜찮은 직장을 다니고 있습니다. 다만 출퇴근 시간이 너무 깁니다. 인천에서 강남, 버스와 지하철을 번갈아타며 오가야합니다. 하루 직장을 오가는 시간만 근 4시간, 근무시간보다 더 지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도 봄가을이야 그런 대로 버틴다 해도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은 한 마디로 죽을 맛입니다. 특히 계나는 추운 것을 못 견뎌합니다. 이런 추운 겨울이 없는 곳으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도 합니다. 문제는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미래를 꿈꾸기 힘들다는 점이지요. 몸이 다 닳도록 오가며 도대체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 꿈이 안 생깁니다.
하기야 그것도 안 되는 젊은이들도 많을지 모릅니다. 몸 담을 수 있는 직장을 가진 것만도 감지덕지 할 텐데 말입니다. 그야말로 배부른 불평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남 사정이 문제가 아니라 바로 내 사정이 숙제입니다. 비좁은 낡은 아파트에서 우풍에 시달리며 떨며 지내야 하는 겨울은 더욱 싫습니다. 어디로든 도망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엄마는 새 아파트에 대한 꿈으로 부풀어 있습니다. 문제는 계나의 적금까지 보태 어떻게든 지금보다 나은 집으로 이사하려 합니다. 아니 내가 왜 애써 모은 적금을 거기에 보태야만 하는데? 모녀 사이에 충돌이 생깁니다. 이전 시대라면 큰딸이니 그만한 책임을 지는 것도 당연지사,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그래도 아빠는 계나의 편이 되어줍니다. 계나야, 우리 걱정 말고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더 늦기 전에 일단 떠나고 보는 거야. 그래서 어느 날 결심하고 배낭을 꾸립니다. 7년 사귄 남친도 말리지 못합니다. 글쎄, 돌아올까요? 앞일은 모르는 법. 현지 교포와 연결되어 일단 거처는 마련해둡니다. 그리고 아르바이트 자리도 잡습니다. 홀로 떠나는 낯선 길, 국내도 아니고 해외, 뉴질랜드로 향합니다. 언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어수룩한 영어실력으로는 차별당하기 십상입니다. 이런저런 고난을 예상하고 마주했습니다. 어디에나 차별을 하는 사람이 있고 반면에 호의를 가지고 다가오는 사람도 있는 법입니다. 그럭저럭 견디며 대학 공부까지 계속합니다.
그런 생각을 합니다. 사람 사는 곳이 어디라고 특별할까? 물론 환경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언어나 문화 풍습이 다르다 해도 인간성, 사람의 성품은 공통적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사람이 있고 저런 사람이 있고, 좋게 대해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거슬리게 다가오는 사람이 있게 마련입니다. 중요한 것은 환경보다 함께 어우러져 살아야 할 인간들입니다. 내가 살아온 곳이 맘에 들지 않는다 해도 부딪치는 사람들은 같습니다.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실 환경보다 헤쳐나가기 어렵고 불편할 수 있는 것이 사람입니다. 도망가보지만 별거 있답니까? 그냥 거기가 거기다 싶습니다. 영화 ‘한국이 싫어서’(Because I Hate Korea)를 보았습니다.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인데, 뭔 담배를 그리도 피워대는지, 정말 보기 불편하였습니다.
첫댓글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