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소마 / 조용우
겨울만 있는 나라에서는 네 개의 계절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까 대낮이 종일 이어진다는 마을에서는 일 년 내내 부서지고 있는 형광등의 흰빛을 알 수 있을까
그렇구나, 신기하다 그는 길고 선선한 미소를 지어 줄 것이다 그리고 돌아갈 것이다 거기서도 눈은 얼음도 물도 아닌 것으로 녹아 발가락을 얼게 만들고
여름날이 이렇게나 늘어지는 것은 지구의 축이 매일 태양으로 기울어져서 그렇다는 사실을 안다
영원히 칠월이었던 것만 같은 칠월의 쨍하고 쨍 잡은 손과 손 사이에 두 사람의 땀이 고이고
붙어 버린 각 얼음들이 붙은 채로 녹아 간다 꺼지지 않는 형광등 아래에서
여름은 다만 기울어질 뿐 길어지지 않고 돌아오지 않고
한 바퀴를 더 도는 우리 지구
다시 끈적하게 식어 가는 것
더 많은 얼음이 녹아야 한다는 것을 겨울이 비스듬히 이해한다
* 미드소마(Midsommar) : 스웨덴어 '한여름'의 뜻. 매년 6월 중순 스웨덴에서 여는 세계최대 규모 하지 축제. 《미드소마》(Midsommar)는 2019년 개봉한 공포 영화 이름.
― 시집 『세컨드핸드』 (민음사, 2023)
* 조용우 시인 1993년 대구 출생. 경희대 국문학과 졸업. 2019년 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 『세컨드핸드』
******************************************************************************************
오랫동안 먼 나라로 여행을 다녀온 친구와 이야기를 나눈다. 그래, 거기는 어때? 화면으로만 접한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친구는 심드렁한 태도로 대한다. “다 똑같지. 사람 사는 거는.” 그런가. 외국 한 번 못 가본 사람처럼 나는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러다가, 그래도. 거기는 ‘갱스터’도 있다며, 하는 물음에 “그럼, 있지. 많지.” 예의 태도는 변함이 없다.
그들은 총을 차고 다닌다 한다. 한낮 대로변에서도 총을 겨누고 돈을 요구한다 한다. 거기 사람들은, 그럴 때를 대비해 소액이 든 지갑을 따로 가지고 다니기도 한다고. 나는 그 말을, 그런 곳에서 꾸려지고 있는 생활을 납득하기 어렵다. “그런 데에서 대체 어떻게 산다니. 참 불쌍하다.” 그러자 친구는 덤덤하게 말한다. 거기서도 아이들은 학교를 다니고 골목에서 뛰어놀고, 출근하고 퇴근하는 직장인이 있으며, 사람을 사랑하고 더러 미워한다고. 그러니 불쌍할 것이 없다. 삶은 이해하는 게 아니라 살아가는 것이며, 삶과 삶이 다른 데에는 국적이나 환경이 없는 거라는 말도 덧붙인다.
친구가 돌아간 다음 나는 그 먼 나라의 시간을 찾아본다. 얼추 저녁이다. 집집마다 저녁을 짓고 있으리라. 일과에 지친 사람들은 집을 찾아 돌아가는 중일 것이며, 그런 장면 어디에도 총소리 같은 것은 들리지 않는다. 그 나라의 사람들에게 미안해졌다. 내가 거친 오해를 했구나. 한편 친구의 말도 맞고, 삶과 삶이 닮은 것도 맞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 유희경 (시인·서점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