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장수기업에 대한 이야기 하나 해볼까 합니다.
국세청 자료에 의하면 작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법인 수는 대략 100만개로 집계되고 있는데,
그 법인들이 내는 법인세는 104조원으로 우리나라 국세수입의 26%에 이르고 있습니다.
작년 우리 국세청의 국세수입 중에는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이 세 가지 세목이 대중을
이루고 있는데요. 그 가운데서 랭킹 2위입니다. 물론 법인 스스로 내는 세금 외에 법인을
거쳐서 국고로 들어오는 세금을 다 합친다면 그 순위는 단연 1위로 올라갈 겁니다. 지금은
우리 법인들도 규모면에서도 세계적인 기업들이 많지만 언제부터 법인들이 이렇게 행세(?)를
했을까요? 우리나라 법인기업의 역사는 길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 100년 이상 된 법인은
두산(1896년), 동화약품공업(1897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재정을 감당하는
법인기업이 이 땅에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이 기껏 100년 전이란 얘기죠.
그러면 세계에서 가장 장수한 기업은 어느 나라에 있을까요? 한국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세계
에서 가장 장수한 기업은 일본에 있는 ‘곤고 구미〔金剛組〕’로 서기 578년에 설립한 건축회사
라고 합니다. 지금부터 1445년 전에 창업했다니 감이 잘 안 오죠? 일본에는 창업 이후 100년
이상 존속하고 있는 기업이 5만 여개에 이르고 있으며, 200년 이상 기업도 3천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물론 기업이라는 표현이 꼭 지금의 주식회사와 같은 법인이라고는 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만 어쨌든 영리를 목적으로 한 조합 같은 기업으로 볼 수 있겠지요.
일본 오사카에는 사천왕사(四天王寺·시텐노지)라는 절이 있습니다. 일본 최초이자 최대 규모
의 왕실 사찰입니다. 서기 598년에 잠실야구장 4배 크기로 이 사찰은 지어졌습니다. 당시
일본에는 이런 절을 지을 만한 기술자가 없어 성덕태자(聖德太子·쇼토쿠 태자·574∼622)가
백제의 위덕왕에게 기술자를 초청했다고 합니다. 그때 건너간 사람 중에 류중광이라는 장인이
있었는데, 그 집안이 오늘 날까지 사천왕사의 모든 건축물을 보수·관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곤고 구미는 백제인 류중광의 일본식 이름인 ‘곤고 시게마츠(金剛重光)’에서 따왔습니다. 곤고
구미를 풀이하면 백제인 류중광의 일본어 성씨인 곤고(金剛)와 조직명으로서 일부 건설 회사나
소방단, 폭력단 등을 일컫는 구미(組)가 합쳐진 말로 사찰전문 장인집단이란 의미가 있습니다.
17세기 초에는 수공업 직인들의 동업자 조직을 나카마(仲間)또는 구미(組)라고 불렀는데, 곤고
구미는 1955년 금강조(金剛組)로 이름을 바꾸기 전까지 ‘사천왕사공장 금강건축부’였다고
합니다. 하여튼 세상에서 가장 오래 된 기업의 역사가 한반도 건축 기술의 역사이자. 일본 건축
역사의 뿌리라니 놀랍습니다.
금강조의 건축물이 어느 정도인가를 말해주는 일화가 있습니다. 고베에 계광원이라는 금강조가
지은 사찰이 있는데, 1995년 고베 대지진이 났을 때 16만채의 건물이 완파됐지만 금강조가 지었
다는 대웅전은 멀쩡했다고 합니다. 서까래 일부가 비틀렸는데 그나마 1년이 지나자 저절로 원상
대로 돌아왔고요. 곤고 구미 대표 금강 리융에게 기자가 그 이유를 물었더니 ‘기본에 충실하면
된다’고 하였답니다.
‘순살아파트’란 해괴망측한 단어하나가 요즘 매스컴을 타고 있습니다. 고층 아파트를 지으면서
무게를 지탱해줄 뼈대인 철근이 빠졌다고 비아냥대는 말이지요. 순살 닭고기는 먹을 만 하지만
순살 아파트는 시멘트만으로는 힘을 실을 수가 없는 것 아닙니까.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 부실
공사에 대해 전수 조사하라”고 지시한 가운데 민간이 발주한 순살아파트 찾아내기에 시끄럽기만
합니다. 하지만 조금 지나면 흐지부지 되고 말겠지요. 그러고 나서 돌아서기도 전에 또 대형사고가
나고, 또 책임자 문책 목소리만 높다가 또 흐지부지 되고…. 기술을 신뢰하고 기술자를 우대하는
이웃나라가 부러울 뿐입니다. 류중광은 분명 백제인이었고 우리와 같은 유전인자를 가진 조상일
텐데 그 후손들은 이렇게 밖에 안 되는 이유가 도대체 뭘까요.
첫댓글 기업하는 분들이 존경 받고,존경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일본 사람들이 부럽습니다.
사람도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재일교포를 보면 일본화돼 있는 사람들을 보면
일본 사람과 똑같습니다.
한국 앞으로 많이 개조돼야 합니다.
마밭에 쑥이 자라면 마처럼 길게 자란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만큼 주위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이겠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더위에 건강하이소^^ㅎ
순살 아파트......
쳐 죽여 마땅한 X들이지요.
곤고구미, 좋은 회사였는데 7년전 파산을 해서 다른 회사에 넘어갔지요.
여전히 같은 이름으로 절을 짓거나 수리를 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내가 어머니와 아들 재를 모신 문막 동화사라는 절은 비구니가 운영하는 절인데 대웅전 불사만 7년째 하고 있지요.
돈이 없고,단청을 전문으로 하는 기술자가 없어서,
있기는 하지만 시골 절 일을 하기에는 시간이 나지 않는다 하네요.
제법 한다하는 절들이 화재를 당하거나 하면 중창을 하는데 아주 졸작을 만들어놓는 이유가 이 기술자가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