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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한달동안이나 게으름을 피우며 묵혀두었던
신안 소금밭 답사기를 올려 보겠습니다. ( 기억이 잘 남아 있을지 -.-; )
돌이켜보면, 젊은 시절에는 시간이 허락할 때면 좋은 풍광을 쫒아서 친구들과 어울려 주로 산을 찾았었습니다.
(자주도 아니고.. 많은 산을 섭렵한 것은 더더욱 아니었습니다만..)
세월이 지나가면서 산꼭대기에 올라가기 보다는 중턱까지 혹은 공기맑은 계곡, 또는 경치좋은 바닷가를 찾게 되었는데,
그때 즈음부터 그동네 맛있는 집을 찾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요즘은 어디를 가나 목적지 또는 가는길에 어디 맛있는 집 없나 찾아보는 것이 또다른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답사기에도 붙어다닌다는 ^^)
근래 건강과 자연에 가까운 삶에 관심을 가지면서 음식의 기본재료를 하나하나 살펴보게 되었지요.
그 맨처음 계기가 된 것이 "과자, 내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안병수 지음)이라는 책이었습니다.
이른바 식품첨가물에 대해 낱낱이 고발한 책었는데 정말 큰 충격을 받았고,
그로인해 저는 식품과 식자재의 원료를 반드시 확인하는 습관이 들었지요.
저자는 유명 과자회사의 간부로서 과자를 만드는 보람으로 사셨다고 합니다. (건강이 심각하게 나빠지기 전까지는..)
참으로 용기있고 정의로운 배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난 김에 샛길로 한번 더 빠져보면..
요즘 저는 세제와 화장품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우리 가족이 가장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품목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구희연,이은주 공저), 이 책 또한 화장품업계에 종사하시는(하셨던?) 전문가의 작품인데,
우리나라 화장품만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아닌 것 같습니다. (대량생산되거나 유통기간이 긴 물건들은 대체로 마찬가지겠지요..)
아무튼 우리집 화장품과 세제의 선택기준도 완전한 자연재료를 택하는 방향으로 바뀌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다시 돌아와서..
음식재료 중에서 제가 가장 납득하기 어려웠던 주제는 "싱겁게 먹어라"였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지나쳤던 이 주문사항에 대해 어느날 갑자기 의문이 생겼던 거죠.
염분(일단 염분이라고 해두지요.. 그때는 소금과 염화나트륨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했었으니깐.)은
인간에게, 아니 동물에게 절대적으로 없어서는 안되는 성분인데.. 인간에게 해롭다?
이거 뭔가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풀천지님이 주신 안현필 건강법에서도 소금의 중요성을 아주 힘주어 설명하고 있지만,
그 전에 저는 올 봄에 "SALT 소금, 이야기 - 우리 몸 살리는 천연 미네랄"(함경식,정종희,양호철 공저)이라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염화나트륨을 소금이라고 불러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았고,
소금 중에서도 천일염과 제제염, 정제염, 암염이 어떻게 다른 것인지 알았고,
우리 갯벌소금이 전세계적으로 얼마나 귀한 것이지 알게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서해안은 세계 3대갯벌이라고 하죠. 그중에 소금을 생산하는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는데,
참 어처구니 없게도.. 곡절끝에 올해 4월에서야 법적으로 식품으로 허가가 났답니다.
이전에는 광물이라서 식품에 첨가하면 안되는 물질이었다는 거죠.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자.. 그래서 우리 염전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제일 좋은 소금을 찾아보고 싶었지요.
공해로부터 자유로운 곳, 좋은 갯벌과 충분한 햇빛을 갖춘 곳.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람, 최고의 정성으로 소금을 만드는 분이 있는 곳.
인터넷도 뒤지고, '다음 지도' 서비스의 항공사진들을 통해서 대략의 모양도 살펴보고..
목포앞바다에 펼쳐진 신안군의 수많은 섬들, 그중에서도 가장 먼 곳에 있는 비금-도초도와 신의도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중에서 비금도와 도초도는 다리로 연결된 섬인데 저는 이곳을 선택했습니다. (뭐.. 순전히 제 주관적인 판단이지만서도 ㅎㅎ)
소금은 한여름 뙤약볕 속에서 생산되는 것이니 일단 여름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서론이 길었죠? 이제 떠납니다..
8월 21일 금요일 저녁에 서울을 출발해서 부지런히 달려 목포에 닿았습니다.
토요일 새벽에 출발하는 카페리를 타야 했기 때문이지요. 피서철에는 카페리가 꽉차서 늦으면 다음 배를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도 그냥가지는 않습니다.ㅎㅎ 가는 길에 곰소다해젓갈 집에 들렀지요. 요건 따로 후기에.. ^^)
잔뜩 긴장하고 새벽부터 서둘러 깬 덕분에 목포북항 부두에 도착해보니 5시. 벌써 큼지막한 카페리선이 와 있네요.
6시에 목포를 뒤로 하고 비금도로 떠납니다..
사진으로보니 실제보다 더 운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
제가 비금도, 도초도를 선택한 이유는 관심을 끈 염전이 두 군데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을 통해서 찾아본 것이기 때문에 한계도 있고 다른 훌륭한 곳도 있겠지만,
오랜동안 전통적인 방식을 이어오신 분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고,
또 대조적으로 우리 염전의 문제점(당연히 있겠죠..)에 대해 강한 개선의식을 가지고 선구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 분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래 사진은 제가 가장 가보고 싶었던 염전, 신일염전의 최신일님(사장님이라고 하자니 쫌 어색하군요..)입니다.
듣기에도 생소한 ISO22000(식품안전경영시스템)인증을 받으신 분. 세계최초로.. (밑줄 쫙..)
기존 염전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 식품으로 허가는 받았지만 아직 개선이 필요한 점들을 국제적인 인증을 받을 수준으로
해결해낸 그 엄청난 발상과 열정. (사실 가기전부터 감탄할 수 밖에 없었는데 직접 보고 들으니 그저 존경스럽군요..)
생산된 소금을 모아두는 소금창고를 설명하시는 최신일님.
먹는 소금인지라 콘베이어시스템에 쓰는 윤활유도 식용 기름이라고 합니다.
사용하는 금속부품도 스테인레스라고 들었는데.. 소금의 막강한 부식력은 스테인레스조차 녹슬게 하는 모양입니다.
그러니.. 일반적인 쇠를 쓰면 어떻게 될까요.
끝없이 흐르는 간수.. 생산된 소금을 모아두는 소금창고는 이중마루구조로서 아래로 간수가 빠질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못마다 녹이 슬어 잇는 것이 보입니다. (뭐.. 여기는 간수배출구니까 상관없겠죠.)
신일염전의 전경입니다. 넓어서 잘 보일지..
사진을 팝업해서 자세히 보시면 염전을 나누고 있는 나무판자에 쇠못의 녹이 보이지 않습니다.
해주라고 부르는 함수(짠물)저장고입니다. 염전시설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소금창고와 해주의 지붕이 통상 슬레이트로 되어 있다는 것인데,
이 슬레이트로부터 치명적인 석면이 유출되기 때문입니다. 신일염전은 보시다시피 이 지붕재를 무공해재질(PE)로 바꾸었습니다.
해주안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나무에 소금결정이 붙어있는 것이 보입니다.
해주 지붕안쪽에도 소금가루가 붙어있고..중간에 나사못도 녹슬지 않도록 스테인레스재질을 썼습니다.
증발지에서 증발된 소금물들을 흘려보내는 수로에는 쇳가루등의 불순물을 걸러내기 위해 아주 강한 자석기둥을 설치해 놓았습니다.
포장된 소금더미 옆으로 보이는 것이 독창적으로 개발한 소금수레들입니다. 밑에 레일을 깔아서 마치 기차처럼 서있습니다.
모든 것들이 위생과 효율성을 고려해서 새로 고안해낸 것들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다른 염전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제가 가까이 봐서도 분명 스테인레스인데 이렇게 녹이 있습니다. 소금의 부식력을 보여주네요..
소금 결정지에는 소금꽃이 피고 있습니다..
간수를 빼고 있는 소금창고안을 공개해주셨습니다. 완전밀폐구조로 설계해서 수분의 유입을 차단하면서 간수를 빼내고 있었는데, 이렇게 잠깐씩 여는 것도 좋지 않다고 합니다.
처음 소금을 쌓을 때는 뒤에 보이는 지붕꼭대기까지 꽉 채우는데, 시간이 지나고 간수가 빠지면서 양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매우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어서 안에 들어갈 때는 신발도 갈아신고, 견학하는 우리는 밖에서 봤습니다.
소금창고 앞에서 소금 생산과정과 소금의 품질에 대해 설명을 들었습니다. (저기 가을하늘님도 보이는군요^^)
최종결정지의 바닥판을 무엇으로 했느냐에 따라 소금을 장판염, 타일염, 토판염으로 구분하는데, 이에 대한 최신일님의 의견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큰 차이 없다는 것인데, 이는 상대적으로 바닥판의 재질보다는 주변환경에서 날라오는 유해물질 또는 불순물이 상대적으로 품질에 더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내 염전만 위생적으로 개량한다고 완전한 품질을 갖는 소금을 만들 수는 없다, 주변의 낡은 슬레이트지붕에서 석면가루가 날아오고, 염전뚝에 덮은 부직포 가루도 날아오고,
그 밖에 갖가지 날벌레들도 소금이 결정화되는 과정에서 들러붙고 섞이게 된다. 해서 최신일님은 염전지역 전체를 청정환경으로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런 것들은 정부의 지원과 투자가 필요한 부분인데, 아직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생산된 소금을 물로 씻거나, 기계적으로 강제탈수하여 간수를 제거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최신일님은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었습니다.
물로 씻거나 강제탈수과정은 필연적으로 미네랄의 손실을 가져오기 때문에 일년이상 자연숙성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합니다.
신일염전에서는 갖은 연구와 시도을 거쳐 일반적으로 4~5%의 미네랄 함량을 가지는 천일염을 7~9%의 미네랄 함량을 가진 저염도 천일염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부분은 매우 중요한 차별점인 것 같은데, 홈페이지에도 그리 강조되어 있지 않습니다.
최신일님은 해외 유명한 소금산지는 대부분 직접 답사해보신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비싸게 팔고 있는 프랑스 게랑드 소금에 대해서도 한말씀하셨습니다.
게랑드 소금도 갯벌에 바닷물을 끌어들여 만드는 천일염인데, 단단하게 다진 갯벌에서 소금결정을 채취하기 때문에 뻘이 섞여있고(토판염인 셈이지요..),
주변바다에는 석화굴이 썩어서 소금에서도 약간 비린내가 난다고 합니다.
결코 위생적으로 볼 때 좋아보이지 않는데, 이를 구입해서 음식을 만드는 프랑스 요리사들은 이 소금을 "석화의 향을 머금은 자연의 맛과 향"이라고 말한답니다.
최신일님은 이를 비난하기보다는 그런 마케팅이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이름높은 프랑스 요리사들이 그렇게 말해주기 때문에 게랑드소금이 유명해지고 비싸게 팔리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최신일님은 장인정신을 가지고 완벽한 최고의 소금을 만들고자 하지만,
그렇게 생산된 소금이 제값을 받고 팔릴 수 있도록 제대로 알리는 것 또한 최신일님의 이런 노력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정말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염전 수로에서 꺽은 함초입니다. 먹어보면 꽤 짠맛이 납니다.
근래들어 다시 주목하기 시작한 함초의 강력한 효능에 대해서는 아래 글을 참고하시고..
"함초의 발견과 그 비밀 (갯벌의 신비 - 함초의 비밀 1, 수자원환경 159호)"
"고대로부터 귀하여 여겼던 함초 (갯벌의 신비 - 함초의 비밀 2, 수자원환경 160호)"
최신일님에게는 딸하나, 아들하나 이렇게 두 자녀가 있었습니다. 소금수레를 밀고 가는 아이들 모습이 이쁘죠..
수레에 태워주기도 하고..^^ 레일이 기차길을 벤치마킹한 것 같습니다.
다른 염전인 것 같은데.. 설명을 듣고나니 슬레이트지붕도 다르게 보입니다. 우리가 잘 알지못하던 옛날에 만든 역사의 산물이지요.
(하지만 생산된 소금을 성분분석해보면 유해물질은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합니다.)
염전 뚝에 부직포 덮어놓은 것도 보이네요..
염전에서 설명을 들은 후, 생산된 소금을 판매하기 위해 저장해놓은 창고에도 갔었습니다.
그곳에서는 아쉽게도.. 깜박잊고 사진을 찍지 못했는데, 생산된 년도별로 소금을 나누어 놓고 주문받은 소금을 포장하는 간단한 시설이 있었습니다.
오래묵힌 소금이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 예로 한 칼국수집(홈페이지에 나와있는 강고집 칼국수가 아닌가 합니다만..)에 오래 묵힌 소금을 보냈다가 맛이 잘 안난다고 해서
묵은 연도별로 다 샘플로 보내서 맞는 소금을 찾았다고 합니다.
그 후로 소금 주문을 처음 받으면 여러 샘플을 보내서 맞는 소금을 찾은다음 늘 같은 기간 묵힌 소금을 보낸다고 하는군요.
그리고 포장재도 일반적인 PP(폴리프로필렌)재질의 포대 내부를 PE(폴리에틸렌) 필름으로 코팅해서 외부의 유해물질로부터 차단하는 방식을 고안해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항아리 사용에도 유의해야 한다는 설명도 들었습니다.
소금의 흡착력이 강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유약을 바른 항아리를 사용할 경우 유약에 함유된 납성분을 소금이 흡수하기 때문에 오히려 해롭다,
그러니까 오래된 항아리를 쓰거나 전통옹기를 쓸 것이 아니라면 그냥 보내준 포대 밑에 간수빠질 구멍을 몇개 내고 그냥 쓰는 것이 낫다고 합니다.
소금에 대해, 그리고 염전에 대해 제가 궁금해하거나 모르던 것들을 생생한 현장의 소리로 공부하는 기회였습니다.
원래 염전을 두 군데쯤 방문할 생각으로 답사를 왔지만 저는 더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자세히 설명을 해 주실 줄은 몰랐고, 우리 갯벌소금의 우수성 뿐만 아니라 갯벌염전이 가지고 있는 취약점까지 가감없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신일염전에서 생산되는 소금은 다른 천일염보다 비쌉니다. 3배이상..
그러나 품질은 말할 것도 없고, 실제 시설개선 등에 들어간 투자비용만 생각하더라도 결코 비싼 값이 아닐 것입니다.
광물로 생산하던 소금을 식품으로 재탄생시키는 비용은 소비자로서도 당연히 부담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최남단 섬에서 젊음을 다바쳐 강한 신념으로 최고의 소금을 만들고 계신 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어 참 기뻤습니다.
그리고 아직 어려운 상황이지만 최신일님은 반드시 성공하실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첫댓글 애고~ 재주가 메주만도 못한지라.. 떠오르는게 중구난방.. 글재주는 없공. 글쓰기가 만만치 않군요. 겨우 마쳤습니다. ^^
다시 한번 자네의 정성스러운 열정에 탄복을 금치못하며 ~ 하여튼 먹는것 마시는것 길게 글쓰는것 까지 풀천지를 많이 닮아있는 자네의 즐거운 열정에 대하여 다시 한번 유쾌해 하며 좋은글 올려주심에 감사드리네...^^
건강한 삶을 위한 열정이 참으로 장하기만 한데 ~ 햇살 밝은 대낮에 참으로 힘든 소금 만드는 염전 구경을 하면서 그새를 못참고 양산을 쓰고 구경하는 모습에 가슴아플 뿐이네...^^ 이제부터는 누구라도 구경 대신 함께 느끼고 실천을 배워가야 할것이네...^^
아.. 그 양산쓴 분들은 우리 팀이 아니었습니다.^^ 두팀이었거든요. 햇살도 따가웠지만 두시간가까운 열강은 더 뜨거웠습니다. 애써 설명하시는 분도 그냥 받고 있는 볕을 배우는 학생이 어찌 피하겠습니까~
잘 보았읍니다. 좋은 소금이라고 생각되는군요,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