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고의 민법 석학으로 불리며 대법관에까지 올랐던 양창수(62·사법연수원 6기) 전 대법관이 임기를 마치고 학계로 복귀한 뒤 가진 첫 특강에서 현행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양 전 대법관은 1일 한양대 로스쿨에서 가진 취임 특강에서 "지금 일각에서는 로스쿨에서의 법공부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면서 "이는 로스쿨 제도가 파탄되게 돼 있는 제도란 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로스쿨과 같은 전문교육은 과거 받은 교육이 전제가 되고 그 위에 새 지식이나 필요한 지혜를 다시 심고 개발하는 것인데 어떻게 (법대에서) 4년간 공부한 학생과 법에 전혀 문외한인 학생을 두고 같은 교육을 시킬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양 전 대법관은 로스쿨 졸업생의 법적 소양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지표가 없는 현실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종전에는 법공부의 충실함에 대한 가장 객관적 지표가 사법시험 성적과 사법연수원 순위로, 숫자로 명확하게 나왔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변호사시험 성적이 공개되지 않아 이를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결국 유일한 지표인 졸업학점에 학생들이 집착하게 되지만, 이는 과잉경쟁을 유발해 제대로 된 법률가를 양성하는데 오히려 방해가 되고 있다는 것이 양 전 대법관의 지적이다.
양 전 대법관은 최근 로스쿨 입학생 중 부유층 자녀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양상도 비판했다.
그는 "요새 로스쿨 들어오는 학생은 대부분, 많은 경우 양가집 자제라고 한다"면서 "이들은 부모님의 희망에 따라 우리 사회에서 적어도 지금까지는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변호사 자격을 따려는 것이지 좋은 법률가, 훌륭한 법률가가 될 생각은 없다는데 맞는 말이냐"고 꼬집었다. 양 전 대법관은 이같은 문제점들 때문에 로스쿨 졸업생들이 법률가로서 충분한 역량을 갖추지 못한 채 법조계에 나서는 현실을 크게 우려했다.
그는 "법치주의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실제 일들을 법에 따라 해결할 수 있는 법률가가 충실히 존재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서 "실제로 이를 할 수 없는데 어떻게 법치주의가 실현되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로스쿨에서 법에 대한 기초원칙을 모른 채 판례나 외워 변호사 시험만 합격하면 된다는 것은 안 맞다고 본다"면서 "이는 또 다른 반동을 부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 출신으로 서울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온 양 전 대법관은 서울 민사지법·형사지법 판사 등을 거쳐 1985년부터 20여년간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재직했다.
그는 서울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시절 '깐깐하고 엄한 교수님'으로 유명했다. 대법관 재임 때에도 접견실을 서고로 만들어 연구에 매진했다. 퇴임 인터뷰때 본인 스스로 "나는 공부하는 사람이고 책 읽고 글을 쓸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할 정도다.
지난달 퇴임한 양 전 대법관은 한양대 로스쿨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