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냉막걸리집 3번째 이야기 ] “ 새끼 손가락 마디가 유난히 길었던 그 여자 ”
올해는 어느 해 보다도 여름의 뒷끝이 길었다.
추석을 지낸지도 상당히 오래 되었지만
무더운 더운날씨가 계속 되었다.
벌써 10월 하순으로 접어드는 데도 말이다.
날씨 탓인지 냉막걸리는 날개가 돋힌듯 잘 팔렸고
저녁으로는 자리가 없어서 못팔 지경이였다.
다만 그저께 가을비가 온 후로는
날씨가 전형적인 늦가을 기온을 보이고 있었다.
가로수나 산에 가서 나무 밑을 지날 때는 구사한
낙엽 냄새가 추억을 들추어내기 좋은
계절이 시작되고 있었다.
송민수는 며칠 전에 영등포 시장을 나갈 기회가
있어서 영등포 로타리에 나갔더니 거기도
냉막걸리집이 유행을 타며 북적대고 있었다.
개눈에는 뭣 밖에 안보인다고 장사하는
눈에는 장사거리 밖에 안보였다.
그곳 냉말걸리집의 간판을 보니까
메뉴가 현란한 플랭카드와 함께 걸려있었다.
눈에우선 확들어 오는것이 있엇으니
옛날 먹어 본 고추장떡 이었다.
그밖에 간단한 음식 메뉴가 여러가지
냉막걸리 집에서 팔리고 있었다.
그래서 영등포 로타리에 있는 냉막걸리집에 가서
냉막걸리와 함께 이것 저것 안주를 시식했다.
뭐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것은 없었지만 자기 가게에 가서
추가메뉴로 선정하기로 하고 그자리를 떳다.
급히 전철을 타고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가게로 왔다.
가게에 도착하니 아주머니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일하는 두분이 워낙 부지런 해서 가게 안팍은 깔끔하고
정갈해서 손님을 끌기에 충분했다.
음식 맛도 일품이어서 이젠 사업도 정상궤도에 올라
종업원들 사기를 돋워주기 위해서 이번달 월급에는
보너스로 10만원쯤을 더주고 그분들이 좋아하는
나이트클럽이나 한번 구경시켜주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다고 일하는 아주머니 들에게 일부러
그런언질을 주기도 싫었다.
극적인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갑자기 제안하는 것이 좋을것 같기 때문이다.
이런 구상을 하며 송민수는 사업계획을 짜고 있는데
손님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고 오후 7시30분이 넘어서자
냉막걸리 집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항상 이벤트가 넘치고 생기발랄한 분위기가 있을것 같지만
주인의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그저 그런 일상의 연속이었다.
가끔 들르는 사람이야 한잔 술에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새로운 맛도 있겠지만 생업으로 하는 주인 입장에서는
그게 그것인 일상이 계속되는것뿐이었다.
그렇게 가게 밖을 응시하고 있는데 한무리의 대학생같이
보이는 남여가 5~6명 같이들어왔다.
차림새로 보아 학생같았다.
자세히 보니 손에 책이 들린 것이 학생들이 맞았다.
인근에 있는 k대학교 학생들이었다.
힐긋 눈을 돌려보니 한 학생은 한국정치론이라는
책을 가지고 있었고 다른 학생은 부동산학개론을
또다른 학생은 지방자치론이라는 책을 들고 있었다.
아마도 인근 k대학교 정치대학 학생들 같았다.
그 학생들은 냉막걸리를 시키더니 오늘 영등포에서
보고서 아주머니들에게 만들게 시킨 고추장 떡을 시키고
파전을 시키더니 유쾌하게 떠들고 있었다.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들은 지금 온 나라가 불안해하는
북한 핵무기 실험도 아니었고
사랑에 대한 고민도 아니었다.
그들이 고민하고 추구하는 것은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었으며 당연히 취직문제가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그들 선배가 늘 중압감을 가지고 있었던
부모에 대한 기대 충족도 아니었고 고시 같은
문제도 아니었던 것 같았다.
그들은 어느때 보다도 행복한 세대가 아닌가 싶었다.
송민수는 생각했다.
그가 고향의 부모님의 기대를 안고 논팔고 소팔아서
대학에 진학했던 30여년의 일들을 생각했다.
그들은 송민수 세대만큼의 엘리트의식도 없었다.
하기는 지금부터 30여년 전에는 인구의 5%만이
대학교 진학의 기회가 부여된 엘리트 교육이었다면
지금은 대학인구 100만명 세대가 아닌가 싶었다.
어째든 요즘 세대는 행복한 세대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학생들의 즐거운 시간이 가는데
학생들에게 무슨 문제가 생긴듯하여 주인 입장에서
거들고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슬기롭게
자기들이 해결하도록 했다.
아까 들어올때 보니 자방자치론을 들고 온
여학생에게 부동산학개론을 들고온 남학생이
물을 좀 떠다 달라고 한것같았다.
여학생은 당당했다.
왜 너는 손발이 없느냐고 했다.
그남학생은 아무리 그래도 여자가 그런 것 정도는
해주어도 좋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오산이었다.
여학생이 하는 말이 그것은 너의 집안에서는
통할지 모르는 이야기지만 이시대는 그것을
받아들일만한 시대는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 남학생도 이내 수긍하고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송민수는 불현듯 눈앞을스치는 무엇을 보았다.
갑자기 한대 얻어 맞은 기분이었다.
하마터라면 헉! 하고 소리를 입밖으로 낼뻔했다.
다름이 아니라 그 당찬 여학생의 손가락을 본것이다.
그것도 새끼 손가락 끝마디를 보았다.
새끼 손가락의 끝마디가 남보다 긴것이 거의 기형적으로 보였다.
그래서 그는 그여학생에게 다가갔다.
그 여학생은 별 관심없이 없었다.
송민수는 다가가서 여학생이 똑똑하니
기분으로 냉막걸리 2 그릇을 그냥 서비스로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지방자치론을 공부하는 것을 보니 행정고시 공부를
하는가 보다 라고 했더니 그런 것은 아니고
그저 행정학을 전공하는 것뿐 다른 것은없다..라고 말했고
나중에 학교를 졸업하면 공기업에 취직하여 영업활동에
종사하며 열심히 사회생활을 하고싶다고 했다.
그 여학생이 어느 정도 친근감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할 때 쯤에는 송민수는 마음 속에 불현듯 생각나고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았다.
학생은 참 대단해보이는데 어디에 사느냐고 했더니
여기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곳인 영등포구 대림동 근처에 살고
있다고 했고 아버지는 현역 공군대령으로 올해 군생활30년을
하신 직업군인 이라고 했다.
어머니는 국민학교선생님을 하시다가 퇴직하고
지금은 피아노 학원을 조그맣게 하고 있으며
지난 여름에는 외갓집이 있는 남쪽지방의 어느
읍에 다녀왓다고 했다.
외갓집에 가서 바닷가 구경도 잘하고
또 유명한 학자가 귀양와서 스님과 대화하고
차를 즐겼다는절에도 갔다가 왔노라고 했다.
묻지 않아도 술술 이야기를 잘도 풀어놨다.
매우 적극적이고 구김살없이 자란 모습에
요즘젊은이의 샘플을 본것같았다.
다른 손님이 와서 그만 자리를 떳지만
이만하면 송민수는 대충 짐작이 갔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려왔다.
다름이 아니라
송민수는 대학교 3학년때 진심으로
사랑했던 여인이 있었다.
그 여자는 송민수하고 같은 나이의 여자였는데
피아노를 잘치고 테니스를 잘치던 여자였다.
처음에는 송민수보다 어린것으로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동갑이었다.
그녀는 그당시 인천에 있는 교육대학
2학년 이었고 송민수는 4년제 대학교 3학년이었다.
송민수는 아마도 76년쯤으로 생각되었다.
어느날 이모님집이 있던 구로동에 다녀올 일이 있었다.
그래서 버스를 타고 학교기숙사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고
있었는데 차안은 한적했다.
비교적 자리가 많이 있었는데 앉지를 아니했다.
자리에 앉지 않은 이유는 특별히 없었지만
그렇게서 있는데 얌전하게 생긴 여자가 좌석에
앉으라고 하면서 눈웃음을치고 있었고 계속하여 사양하자
느닷없이 쇼핑백에서 무엇인가를 꺼내더니
손으로 두동강을 내더니 슬며시 내밀었다.
바로 옥수수였다.
그때만 해도 그런일을 당해 보지도 않았고
예상하지 않은 일이라서 당황하여 귓볼이
달아올랐지만 그 옥수수를 받고 말았다.
이렇게 만난 그녀는 m이라고 했다.
그녀도 처음이었고 송민수도 처음이었다.
둘은 사랑했고 또 영원히 함께 하기로 약속했다.
그녀를 대학교 3학년 되는 해 가을 이맘 때쯤 만났으니
졸업할 때까지 1년반정도 하루라도 서로 안보면
힘들 정도로 서로 사랑했다.
그 사이에 여자는 교육대학을 나와서
국민학교 선생님이 되었고 남자인 송민수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군대에 가게 되었다.
하여튼 군에 간 송민수는 그 여자 m을 기다렸지만
결혼을 하게 되었고 소식이 끊겼다.
가슴이 무지하게 아팠지만 할수없었다.
송민수는 일요일을 이용하여 서울에 올수도 있었고
또 찾을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조용히 그녀 바로 m의 행복을 빌었다.
그러나 잊고 산적은 없었다.
아무일 없이 그렇게 세월은 흘러갔다.
다만 한번은 찾아 볼려고 노력은 해보았다.
군을 제대하고 직장 생활을 10여년 했을 80년대 후반쯤
m이라는 이름을 전화번호에서 찾으니 30여명이 있었고
그 30여명의 전화를 일일이 돌리고 목소리를 확인했지만 알수가 없었다.
그쪽에서 누구냐고 물으면
전화국에서 전화를 시험을 한다고 하면서.....
바고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여자 m이
새끼 손가락마디가 유난히 길었고
고향이 남쪽 k읍이었다.....
송민수는 그 여학생의 새끼 손가락 마디가
유난히 긴것을보고 놀랐고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중에
그 여학생이m의 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가슴떨리는 것들을 간접적으로나마 확인할수가 있었다.
송민수는 갑자기 옛날 생각에 젖어서 냉막걸리를 통음했다.
종업원이 의아해 했으나 왠지 오늘은 냉막걸리가
왜 이렇게 술술 넘어가는지 모른다고 하면서 마셔댔다.
눈앞에 냉막걸리집 전등이 춤을췄다
송민수의 앞에 보이는것은 춤추는 전등과 문닫속하고
퇴근하는 종업원들의 뒷모습만이 눈앞을 어른거렸다.
그후....
송민수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얼마를 잤는지 모른다.
눈으뜨니 의자에 앉아서 잠을 잔것이었다.
가을 아침 햇살이 얼굴을 따갑게 비추고 있었다.
첫댓글 청솔향님 죄송해요 시간상 다 보지 못하고 감이 .... 연꽃님의 댓글로 봐서는 멋진글인거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청솔향님! 가족이 되심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글을 쓰신다더니~ 소설을 올려주셨군요 ㅎㅎㅎ 솔직히 다 읽지를 못했네요~ 할일많아 맘만 바쁘니~ ㅎㅎ 조금 여유시간을 가지고 다 읽어보겠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청솔향님


재미있는 글이네유 ....

소설같이 긴글 다읽기가 쉽지않은데 .... 
미있게 읽었습니다....^사실로 그여학생의 손가락이 옛애인처럼 긴것으로 보아서 ... 가능성이 많네유 ........ 

소설이 아니라 청솔향님의 첫사랑을 올려주신것 같네요 잼 있게 잘 읽었구요 적극적으로 찾지 않은점은 의문이군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