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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티모어 전력 강화의 핵심, 미구엘 테하다 |
| | Fly High, Mighty Orioles
미구엘 테하다와 하비 로페즈를 영입한 볼티모어를 두고 제 2의 텍사스 레인저스가 되는 길로 정확히 가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허약하기 그지 없는 투수력을 방치한 채 공격력 강화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볼티모어 레인저스”라는 비아냥 까지 들리고 있다. 더구나, 블라디미르 게레로 혹은 이반 로드리게스의 영입까지 가시화되면서 이런 우려의 목소리는 점점 더 설득력을 갖게 됐다. 과연 그럴까?
1.우린 볼티모어 오리올스다 볼티모어는 돈에 관한한 양키스나 보스턴이 부럽지 않은 팀이었다. 1997~1999년 사이에 양키스보다도 많은 사치세를 물었던 전력이 이를 증명한다. 알버트 벨의 몰락과 함께 팀의 주가도 급전직하로 폭락하긴 했지만, 언제나 “잠자는 거인”으로서의 잠재력은 항상 주목 받아왔던 팀이다.
이번 스토브리그가 시작 되기 전부터 볼티모어가 큰 손으로 평가 받았던 또 다른 이유는 올 시즌 종료 후 팀 연봉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긋지긋한 알버트 벨(1,244만 달러)의 망령이 올해로써 종지부를 찍고, 스캇 에릭슨(674만 달러), 토니 바티스타(640만 달러), 브룩 포다이스(350만 달러) 등의 고액 연봉자들이 팀을 떠났다.
이들의 연봉 총액만 2,900만 달러가 넘는다. 또한, 제이슨 존슨(290만 달러), 데미안 모스(155만 달러)를 방출하면서 445만 달러를 줄였다. 따라서, 이번 시즌 직후에만 대략 3,400만 달러 이상을 줄였다는 얘기가 된다.
여기에다, 내년 시즌 종료 후 팀을 떠날 것이 확실시 되는 데이비드 세구이(676만 달러), 마티 코르도바(350만 달러), 버디 그룸(300만 달러)과, 상황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는 오마 달(450만 달러)의 연봉 총액은 1,776만 달러에 이른다.
올해 볼티모어의 연봉 총액이 7,000만 달러에 못 미친 것을 감안하면, 미구엘 테하다와 하비 로페스를 영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볼티모어의 연봉은 겨우 4,700만 달러에 그친다. 올 시즌 총 연봉 수준을 유지한다고 해도 블라디미르 게레로와 시드니 판슨을 영입할 돈이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2.올해는 공격력, 내년에는 투수력 테하다 정도의 대형 유격수를 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고, 포다이스의 부상과 보잘 것 없는 공격력 때문에 공백이 있었던 포수 자리도 보강이 시급했다. 물론, 지금 한창 협상 중인 블라디미르 게레로도 충분한 투자 가치가 있는 대형 타자이다. 따라서, 이번 오프 시즌 볼티모어의 공격력 강화를 위한 전략은 나름대로 충분한 타당성이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전력 보강이 너무 한 쪽으로만 치우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떨쳐 버릴 수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시즌 볼티모어의 투수력은 리그 10위에 그쳤다. 더구나 팻 헨갠, 제이슨 존슨, 데미안 모스 등의 투수들이 모두 팀을 떠남에 따라 전력 보강이 절실하다. 그러나, 볼티모어의 수뇌부는 젊은 투수들의 성장에 상당한 기대와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팀의 운명을 이런 젊은 투수들에게 맡기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투수력의 근간은 팜에서 성장한 선수들로 채울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볼티모어는 2004 시즌을 이들에게 충분한 기회를 주는 한 해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올 시즌은 시드니 판슨의 복귀 정도로 투수력 강화를 마무리 하고, 내년 시즌 젊은 투수들의 성장 정도에 따라 대형 투수 영입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판슨을 비롯해서, 볼티모어가 내년 시즌 기대를 걸고 있는 젊은 투수들의 올 시즌 성적은 다음과 같다.
시드니 판슨(27세, 우완) 17승 12패, 방어율 3.75, 216이닝, 134 삼진, 4 완투승
로드리고 로페즈(28세, 우완) 부상 때문에 03시즌 매우 부진, 02시즌 성적 소개 15승 9패, 방어율 3.57, 196.2이닝, 136 삼진
에릭 듀보스( 27세, 좌완) 3승 6패, 방어율 3.79, 73.2이닝
커트 아인스워스(25세, 우완) 부상 때문에 부진. 내년 시즌 좋은 활약 기대. 5승 5패, 방어율 4.08, 68.1이닝, 52 삼진
매트 라일리(24세, 좌완) 부상에서 회복한지 얼마 되지 않았음. 잠재력 풍부한 루키. 선발 2번 등판, 1승 무패, 방어율 1.80
성적에서 보여지듯, 부상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던 투수들이 많다. 다만,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물론, 여기에는 오마 달이 빠져 있다. 그러나, 오마 달은 올해 매우 부진했기 때문에 내년 시즌 전력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3.과연 그들에게 미래가 있을까? 물론, 양키스와 보스턴은 너무 강하다. 아무리 라인업을 강화한다고 해도 두 팀의 선발 로테이션과 불펜을 헤쳐나가는 것은 가시밭길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허약하기 그지없는 볼티모어의 선발 로테이션을 바라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그러나,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같은 지구의 토론토마저 착실하게 전력을 다져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대로 넋 놓고 있다가는 해마다 템파베이와 꼴찌 다툼을 벌여야 할 처지가 된다. 보스턴 저리 가라 할 만큼 야구 도시로 유명한 볼티모어의 팬들이 이를 용납할 리가 없다.
템파베이가 전력을 보강하는 것과 볼티모어가 전력 강화에 나서는 것은 양키스와 보스턴에게 주는 압박감에서 큰 차이가 난다. 볼티모어는 월드시리즈 3회 우승에 빛나는 자신들의 전통이 양키스와 보스턴의 그것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양키스와 보스턴도 볼티모어에게만은 언제나 고전을 면치 못해왔다. “잠자는 거인”이란 말은 그냥 나온 게 아닌 것이다.
올 시즌부터 시작된 볼티모어의 전력 강화 움직임은 내년 시즌 이후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팀 연봉에 있어서 상당한 유연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착실하게 전력 보강이 이루어진다면 제 아무리 강한 상대가 버티고 있다고 해도 결코 미래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물론, 당장에야 전력의 차이가 상당하겠지만, 내년 시즌 대어급 투수 1~2명을 잡고 팜의 유망주 투수들이 착실하게 성장해준다면, 2005 시즌 혹은 2006 시즌에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백승택 (webmaster@mlbpark.com) [ 저작권자 : 엠엘비파크 (http://www.mlbpark.com) ]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위 기사의 무단 전재 및 발췌를 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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