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6일, 토요일임에도 거래처 손님들과 술 한잔을 하는 도중 무심코 핸드폰을 열었더니
문자메시지가 하나 들어와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지셨다는...
문자가 온 것은 오후 5시쯤인데 술을 마시느라 아홉시가 다 되도록 모르고 있었던 겁니다.
급히 손님들과 헤어져 집에 돌아와 병원으로 갔으나 중환자실에 입원한 아버지 면회는 할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꼭 21년째 되는 해인데, 그나마 아버지가 생존해 계셔서 마음이 든든했었는데
아버지마저 돌아가시면 이젠 나도 영락없이 고아가 되고 마는구나...생각하니 그동안 아버님께 잘못했던
일들만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습니다.
너무 억울하고 원통해서 비상계단에 나가 펑펑 울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중환자실에서 아버님을 뵈었을 때는 더 했습니다.
자전거를 타다가 누군가와 부딪혀 머리 쪽으로 넘어진 사고라 얼굴은 참담할 지경이었고...
다행히 의사는 뇌출혈은 멎을 것 같다는 말에 조금 안심은 하긴 했습니다.
그렇게 2주일 정도를 정신없이 보냈습니다.
지금은 사람도 알아보시고 많이 원기를 회복하셨습니다.
왼쪽 눈 시력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말에 긴장은 하고 있지만
그래도 일단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말에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우리 아버님의 생신날입니다.
자칫 잘못했으면 아버님 안계신 생신 날을 맞을 뻔 했었는데
오늘 얼마나 뿌듯한 날인지 모르겠습니다.
아침 일찍 사무실 일을 정리하고 아버님을 뵙고 오는 길이
날아갈 듯한 마음이었습니다.
올 가을은 행복한 날들이 될 것 같습니다.
[빗새의 문학관]을 텅 빈 곳으로 만들어 죄스러운 마음 가득하나
여기에 오시는 모든 님들... 이해를 해주시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