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가지고 있는 손목시계는 세 개입니다.
맨 처음 갖게 된 손목시계는 고등학교 입학 선물로 받은 스위스제 월쌈(WALTHAM)입니다.
그 당시 친구들은 대부분 일제 시계를 많이 찼는데, 시계방을 하시는 아버지 친구분의 추천으로 특별히 좋은 시계를 사주셨습니다.
고장도 없이 잘 가는 월쌈시계를 오래... 결혼하기 전까지 사용했습니다.
약혼 후 1 년간 일본에 연수 다녀온 약혼자가 그곳에서 결혼 예물로 사가지고 온 라도(RADO) 시계를 사용하면서 월쌈은 자연스럽게 여동생에게 물려주었습니다.
라도는 쇠줄이라 불편하고 다소 무겁지만, 20여 년간 사용했습니다.
어느 날 남편이 친구 회사 판촉물인 시계를 하나를 갖다 주었습니다.
PRIME이 상호인 이 시계는 가벼워서 당장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공짜로 얻은 것이라 혹시 잊어버려도 크게 부담이 없고 만만해서 주~욱 애용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해, 회사 연말 회식이 있는 날입니다.
가족이 초대되는 날이라 참석했는데, 옆에 앉은 같은 직책의 부인이 내 시계를 보고는,
"그 시계 GB에서 준거 맞죠?"
"예, 맞습니다."
"우리도 받아왔길래 딸아이에게 줬더니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하더군요."
참 기가 막히는 멘트에 갑자기 쓰레기를 뒤집어 쓴 듯, 내가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사람들은 쓰레기통에나 버릴 시계를 나는 소중하게 사용하고 있는 셈이니까요.
부담 없고, 가볍고, 시간 잘 맞으면 시계로는 최고 아닌가요?
그 부인은 사치스러운 고등학생인 딸아이 자랑인지 험담인지를 늘어놓았습니다.
학생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유명 메이커 옷만 입으려고 한다는 둥...
이 시계는 땅에 떨어뜨려 유리덮개 한쪽이 약간 금이 갔지만, 시간은 여전히 정확하게 잘 맞습니다.
20 여 년동안 닳아서 교환한 시곗줄과 배터리만 해도 여러 개입니다.
시계 뒷면 둘레가 땀에 절고 녹아서 칠이 벗겨지고 여러 곳이 패인 자국이 난 걸 본, 줄을 갈고 배터리를 넣어주던 시계방 주인이 몹시 놀라더군요.
지난해 어머니 가시고 난 다음 아버지께서 어머니 유품이라며 시계를 주셨습니다.
스위스제 오메가입니다.
"이거 수리 좀 해야 할 거다."
하루에 10분 정도 늦게 가는 시계를 사용하자니 불편했지만, 어디에다 맡겨야 할지 몰라 그냥 그 상태로 두고 있습니다.
프라임 시계 배터리가 다 되어 바늘이 멈췄습니다.
한 푼의 가치도 없는 시계에 배터리를 사서 끼우려니 아까운 생각이 들어 혹시나 하고 40여 년 전 '라도' 시계를 꺼내보았습니다. 이 시계는 배터리로 가는 시계가 아닙니다.
손잡이를 돌려 현재 시각으로 맞추고 태엽을 감아주자 초침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게 아닙니까?
40여 년 전에 만든 시계, 20여 년 동안 사용 안한 시계, 죽었다고 포기했던 시계가 살아나다니...
전혀 기대도 안 했는데 너무나 신기하고 기특하고... 역시 명품은 다르구나라고 감탄했습니다.
이 세 개의 시계를 놓고 생각하니 그래도 가장 선호하는 프라임 시계를 배터리 교환해서 사용해야겠습니다.
20 년이나 부담 없이 애용했던 시계니까요.
라도는 쇠줄이고 무거워서 전처럼 문갑 속에 넣어둬야겠습니다.
어머니 유품인 오메가는 수리가 되면 어머니를 생각하며 애용하게 되겠지요.
요즘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모든 걸 해결하는 시대라 시계는 따로 필요하지 않겠지만, 나는 스마트폰도 아니고 시간에 대한 강박증이 있는 편이라 왼쪽 손목에는 시계가 꼭 있어야 합니다.
첫댓글 시계가 여러개지만 산에 갈때 애용하는 시계는 kbs에서 준 도전골든벨시계입니다.인하는 버릇이 있어서 등산중에도 꼭 시계를 착용합니다
나도 현재 시간을 꼭
기억납니다.
도전 골든벨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언니 이야기를요.
그 시계는 자손에게 물려야할 시계라 생각합니다.
이때까지 옥독아우가 올린 글 중엔 오늘 시계글이 제일이다...
시계는 시간 잘 맞으면 제일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누가 가지고 가든지
잊어버려도 가슴시리도록 아깝지 않는 시계가 좋지 않는가....
옛날 물자가 귀하던 시절엔 시계 소매치기도 많았어요. 와서 잃어버리기도 하구요.
수돗가에서 손 씻으며 풀어놓았더 시계, 깜빡 잊고
시간만 잘 맞으면, 만만하게 차고 다니는 시계가 가장 좋더군요.
명품에 연연하지 않는 형편이고 성격이라 뭐든 실용성을 중요시 하며 살아왔기에
공감이 가는 글이네요.명품도 재산이라 여기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ㅎㅎ
물건이나 소지품에 의미가 있는 것은 소중하게 오래 추억하며 간직함이 좋겠지요.
명품에 목숨 걸다시피 하는 사람들 이해 못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저같은 사람 이해 못하겠다고 하겠지요.
나도 왼쪽 팔목에 시계가 없으면 왠지 허전하고 시계를 자주보는 편이라
공감이 가네요. 시간만 잘 맞으면 그게 명품입니다.ㅎㅎ
시간 잘 맞으면 명품,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