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샘의 문화탐구- 박경순시인의 에세이‘행복한 도전’
여성최초의 방점 찍은 박경순의 ‘행복한 도전’
공직에서 성공한 박경순시인과 구아미본부장
민원실 근무에서 해양경찰서장까지의 도전기
여성 최초라는 방점이 어색하지 않는 두 여인이 있다.
둘 다 공직생활을 슬기롭게 헤쳐가며 관련 조직에서 신뢰와 업무장악력, 창의적 행정을 펼쳤던 신망받는 인물들이다. 구아미 수도권매립지 매립본부장(63년생)과 시인이며 평택해양경찰서장을 끝으로 한서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는 박경순시인(62년생)이다.
구아미 본부장은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사에서 기술고시(29기,연세대,경남사천)에 도전하여 서울시 기술직공무원으로 재임용된 최초의 인물,서울시 최초 여성 환경서기관, 환경직 최초의 여성 인사과장,환경직 최초의 3급승진,서울시 물연구원뿐 아니라 전국 특광역시 수질연구소를 포함한 여성 최초의 서울물연구원장, 상수도본부 최초의 환경직 여성 부본부장, 여성최초 상수도사업본부장을 끝으로 서울시와 이별하고 여성 최초 매립지 매립본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박경순시인은 (인천 출신,인천여상,인하대 행정학박사) 1986년 해경 역사상 첫 여경으로 임용 여성 최초의 민원담당, 해경 최초의 여성 경감(복지계장,태안 해상안전과장),태안해양경찰서 1507함(1500톤급) 최초의 여성 부함장(부장),여성 최초의 해양경찰 총경, 해경 최초의 여성 해양경찰서장(울진,평택)을 지내고 36년간의 해양경찰직을 마감했다.(일반 경찰에서는 1998년 김강자(45년생,전남여고,구례,조선대) 전 서울종암경찰서장이 최초의 여성총경이다. 김서장은 집장촌(창녀촌)을 철폐하는데 앞장섰으나 풍선효과로 생계형 성매매는 합법화로 돌아섰다.)
박경순시인이 시집이 아닌‘행복한 도전‘이라는 해양경찰시절의 삶을 회고한 에세이집을 출간했다.(2023년 6월 퇴임)
박시인과는 시인을 꿈꾸던 처녀시절 여성 시동아리 ’시작업‘에서 만났고 내항문학동인이기도 하다.
박시인은 <시와의식>에 필자보다 5년 후인 91년 등단하였다.(시와의식으로 등단한 평론가로는 경인여대 문광영교수가 있다.)
이 책은 대한민국 최초로 여성 해양경찰관이 되어 민원실 근무를 하면서 지나가는 직원들마다 벌떡벌떡 일어나 거수경례를 했던 신참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최초‘라는 책임감과 부담감의 무게를 이겨내던 과정도 그려 나갔다.(박시인이 민원실 근무시 연안부두 근무지를 찾았을 때 피곤함이 서려 있었지만 특유의 밝은 웃음으로 필자를 맞이했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 후에는 단 한번도 근무지를 찾아갔던 기억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
“민원실 박순경입니다”로 시작하여 보수성향이 강한 경상도 지방인 울진해양경찰서장에 부임해서는 경찰서장이 여자라니 대놓고 빈정거리는 환경속에서 이겨내야 했던 모습도 글 속에 녹아 있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자신을’물속에서 끊임업이 물갈퀴를 움직이는 백조‘라고 표현한다.
박시인을 견고하게 성장시켰던 근본적인 사회철학은 리더와 상사의 차이를 명확하게 구별했기 때문이다.
상사는 사람을 장악하려 하지만 리더는 상황을 장악하려 하고 상사는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회피하지만 리더는 책임을 자처한다는 말을 늘 가슴에 담았기 때문이다.
태안해양경찰서에 근무시에는 해수욕장의 안전사고를 염려하여 순찰을 돌면서도 ’내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나다.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다. 내가 스스로 내 앞길을 헤쳐나가야 한다, 오늘도 그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주어진 환경에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사고로 대처해가는 모습을 그렸다.(태안에는 32개 해수욕장이 있는데 방문객이 많은 곳은 학암포,꽃지,상봉,만리포,몽산포,연포이다)
경비함정의 부장(부함장)으로 40여 명의 직원과 의무경찰순경 8명과 함께 7박8일의 바다생활도 그려갔다.
-아들이 군 복무중이라 의무경찰순경을 보면 아들을 보는 것처럼 안쓰러워 그들이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며 잘해주려고 노력했다. 외출하고 돌아올 때는 꼭 빵이나 피자등 빈손으로 오지 않고 먹을 것을 사다 주었다. 8명의 아들을 둔 엄마의 마음이다.-
자식을 키우는 엄마이기에 체득되는 따스한 감성이다.
박사학위 공부를 위해 인하대에 다니던 시절에는 논문설정에서부터 곤경에 처했던 모습이 담겨져 있다.
-논문 제목을 정해야 했는데 생각 외로 힘이 들었다. 당시 해양경찰청이 해양안전본부로 조직이 개편되어서, 나는 논문을 해양안전본부가 해양경찰청으로 다시 환원되어야 한다는 내용을 주제로 정했다. 그동안 해양경찰청 조직의 소속이 내무부,상공부,해양수산부, 국토해양부등 여러차례 바뀌었다. 해양경찰이 제 역할을 하려면 예전처럼 해양경찰청으로 조직이 개편되어야 하는 것으로 논문이 거의 완성되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2017년 8월 해양경비안전본부가 해양경찰청으로 환원되자 그동안 내가 공들여 썼던 논문은 더 이상 쓸 수가 없게 되었다. 다시 원점에서 시작해야 했다. 그동안 해양경찰에 관한 논문은 많았지만 조직과 기능을 외국과 비교해서 연구한 사례는 거의 없어 일본 해상보안청과의 비교를 논문의 핵심으로 삼았다. 대학원 등록하고 6년만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 박사 결국 내가 또 해냈다.-(내무부치안국 경비과소속 해양경찰대 설치(1953년), 해무청 해양경비대(55년),내무부 해양경찰대(62년),경찰청소속 해양경찰청(91년),해양수산부 외청(96년),해양경찰특공대 창설(2002년),국토해양부 외청(13년),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14년), 해양수산부 외청 해양경찰청독립(17년),예산은 1조8천억원이며 521명이 활동하며 치안총감 1명,정감 1명,치안감 3명,경무관 3명,총경 20명이다.해양경찰의 여성간부는 총경 1명,경정 10명이 근무하고 있다. 총경의 경우 남녀비율이 20분의 1이다)
에세이집에 담긴 시한편을 소개한다.
-그 바다에 가면/내 잊혀졌던 유년의 꿈도/찾을 수 있고//그 바다에 가면/만나지 못해 애태우던/당신을 만날 수 있고//그 바다에 가면/흩어지는 생각/모을 수 있고//그 바다에 가면 /내 존재의 이유도/깨달을 수 있고//그 바다에 가면/내가 살릴 수 있는/귀중한 생명이 있다// 그 바다에 가면/나는 또 다른 내가 되어/다시 태어난다// <그 바다에 가면 중에서>
삶에 있어서 행복한 도전은 즐거움을 준다.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기 위한 도전이 삶을 기쁘게 하고 언제나 자신감을 심어준다.
묘한 것은 최초의 두 여성 모두가 긍정적 사고로 환경에 적응하고 있으며 모두가 엄마라는 모성애를 간직하면서 직장 동료들과 충실히 소통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이다. 물론 행정조직에서 창의력에서도 돋보이는 인물이다. 자식이 없는 여성에게도 이같은 본능적인 인간애가 스며있을까 반문하고 싶다,
공직생활을 하는 공무원의 경우 시나 수필분야에서 작품발표를 하는 인사들이 종종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맡은 분야에서는 열성을 가지고 책임을 다하지만 외교력에서는 낙제점이다, 대외 소통력이 부족하여 대부분 고위직에 오르기가 어렵다. 장관을 역임한 한 인사는 차관시절에서야 처음으로 시를 쓴다는 사실을 알고 인터뷰를 했을 때 ”조직사회에서 시를 쓴다고 하면 누가 인정해줘, 오히려 빈정대고 일도 안하는 인물로 낙인찍히기 딱상이지“라고 말한 기억이 난다.(차관시절 문단에 데뷔하였고 장관도 역임하였지만 조직에서 인품 좋고 풍부한 문화교양을 후배 공직자들에 심어주는 존경받았던 인물로 전 이만의 환경부장관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공직자나 사회지도층 여성 인사들을 다양하게 만나게 된다. 그러나 여성 지도자로 공직이나 기관장에 근무하게 되면 발전적 전략이나 혁신성에서는 부족한 경향이 있으며 주로 측근이나 복종형 편협된 인사로 조직과 충돌되는 경향을 자주 보게 된다.
그러나 박경순시인과 구아미본부장은 조직에서도 성공적으로 살아오면서 어지러운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사회참여에 대한 표본을 잘 보여주는 인물이다.
구아미본부장은 박사학위 논문을 제출중에 있으며 경남 사천출신으로 학교를 다니면서 인천에서 오랫동안 기거하기도 했다, 박경순박사는 울진에서 근무하기도 했으며 사위가 경남 고성출신이다. 구 본부장과 박경순박사는 결국 둘다 최종 종착역이 인천에서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달고 맛있는 인연이라 생각이 든다.
박경순시인의 제2의 도전이 사뭇 궁금하다, 65세가 지나면 세계여행을 한다고 하니 기다려진다.
(환경경영신문www.ionestop.kr김동환 환경국제전략연구소 소장, 환경경영학박사, 시인,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