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장병과 뇌졸중을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
◑ 서울아산병원을 찾았습니다.
가정의학과 김영식 교수가 주최하는 토크콘서트 사회를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주제는 심뇌혈관 질환
이었습니다. 즉 심장병과 뇌졸중을 말합니다. 둘다 부위만 다를뿐 뿌리는 같습니다.
혈관이 공통분모입니다.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서 생깁니다. 해마다 6만명 가까이 사망해
우리나라 사람 4명중 1명은 심뇌혈관 질환으로 숨집니다. 그렇다면 심뇌혈관 질환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이날 행사에서 가장 인상깊게 들었던 2가지를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첫째, 검진에 헛돈 들이지 마십시오 적어도 심장병과 뇌졸중에 관한 한 조기발견을 위한
검진이 큰 도움이 안된다는 지적입니다. 내시경은 위암과 대장암을 조기발견하고 수술하면
완치의 기쁨을 누릴 수 있지만 심장병과 뇌졸중을 위한 검진은 생존율 향상 등 도움된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심전도와 운동부하검사,심장초음파, 경동맥초음파, 심장 CT, 뇌 MRA 등입니다. 한가지 오해해선 안되는 게 있습니다.
여기서 검진이란 증상이 없는 보통 사람들을 말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환자이거나 혹은 의심되는 증세가 나타난 사람이라면 당연히 이러한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증세가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마다 정기적으로 비싼 돈을 내며 심장병과
뇌졸중 여부를 알기 위한 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받은 사람이나 받지 않은 사람이나 최종결과에서 차이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오히려 CT검사의 경우 비용도 수십만원일 뿐더러 가슴엑스선 촬영 때보다
방사선이 무려 600배나 높다고 합니다. 다량의 방사선에 노출되면서 많은 비용을 쓸만한
가치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처럼 심장병과 뇌졸중 조기발견을 위해 무증상 정상인에 대해 CT나
초음파 등 검진을 과도하게 시행하는 나라가 없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그래도 일찍
발견하면 예컨대 경동맥 초음파로 혈관 좁아진 것을 미리 알면 조심하게 되므로 장기적으로 도움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70% 이상 좁아진 경우가 아니라면 초음파 검사를 하든 하지 않든 환자의 선택은 동일하다”
“오히려 미리 혈관이 좁아진 경우를 알게 되면 예민한 환자들의 경우 마음고생만 커질 뿐이다”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즉 심장병과 뇌졸중 예방을 위한 약물 등 치료의 선택은 초음파나 CT 등 고가검진
보다 혈압과 혈당 등 간단한 몇가지 기존 검사만으로 결정되므로 고가 검진을 따로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암의 조기발견과 달리 심장병과 뇌졸중의 조기발견을 위한 검진은
실익이 적다는 것입니다. 고위험군의 경우 의사와 상의해 선택적으로 받는 것은 좋겠지만 고위험군도
아니고 아무 증세도 없는데 내시경처럼 해마다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서 심장병과 뇌졸중을 위한 이런
저런 검사는 받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둘째, 그렇다면 심장병과 뇌졸중 예방을 위해 무엇을
해야할까요? 이날 김영식 교수는 2016년 질병관리본부가 제정한 심뇌혈관 질환 예방을 위한 9가지
수칙을 보여주더군요. 내용은 여러분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것들입니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퀴즈를 냈습니다. 9가지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을 한가지 고른다면 무엇일까라는 것입니다.
놀랍게도 청중 가운데 정답을 맞춘 사람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여러분도 잠깐 도전해 보시지요.
1. 담배를 반드시 끊습니다
2. 술은 하루 한두잔 이하로 줄입니다
3. 음식은 싱겁게 골고로 먹고 채소와 생선을 충분히 섭취합니다
4. 가능한 매일 30분 이상 적절한 운동을 합니다
5. 적정체중과 허리둘레를 유지합니다
6. 스트레스를 줄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합니다
7. 정기적으로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을 측정합니다
8.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을 꾸준히 치료합니다
9. 뇌졸중과 심근경색증의 응급증세를 숙지하고 발생 즉시 병원에 갑니다 가장 많은 답변이
1번 흡연과 6번 스트레스였습니다. 그러나 김영식 교수는 8번을 꼽았습니다. 즉 심장병과
뇌졸중
예방을 위해서는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마치 대장암이
폴립이란 양성종양의 단계를 거쳐 생기듯 심장병과 뇌졸중도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이란
단계를
거쳐 생긴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만 미리 제거해도 심장병과 뇌졸중에
걸릴 확률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담배나 술, 음식, 운동, 스트레스도 모두 중요하긴 하나 심장병과 뇌졸중 발생에 직접적인
도화선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즉 술과 담배를 끊더라도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는게 훨씬 나쁘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것은 어디까지나 김영식 교수의 개인적 생각입니다.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전문가도 계시겠지요.
그러나 저는 김교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는 1,000여명의 환자를 주치의로 평생
관리하는 등 우리나라 일차의료의 기틀을 세운 전문가입니다. 일선에서 가장 흔하게 겪는
것이 환자들의 약물치료에 대한 거부감이라고 토로합니다.
이날 행사장에서도 많은 청중들이 예외없이 당뇨 환자인데 감자를 먹어도 되느냐?
혈압환자인데 바나나를 먹어도 되느냐?는 등 식품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감자가 혈당지수가 높고 바나나가 칼로리가 높아 혈압이나 당뇨에 안좋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걸 안먹는 것보다 약물치료를 열심히 해서 혈압과 혈당을 낮추는게 훨씬 중요하다.
따라서 차라리 약물치료를 열심히 하고 좋아하는 음식을 편히 먹는게 더 낫다고 강조합니다.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첫째 불필요한 비싼 검진을 자주 받지 말자. 둘째 약물치료를 통해
고혈압과 당뇨, 콜레스테롤을 열심히 치료하자. 만일 현재 당뇨나 고혈압, 고지혈증이 없는
분이라면
나머지 수칙들 즉 금연과 운동, 절주 등 생활습관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게 옳겠습니다.
- 홍혜걸 의학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