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애살수(懸崖撒手)를 절대 안할 인물인데...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이재명 대표를 만나 '현애살수'라고 했다. 그런데 엉뚱하게 해석하는 대변인도 그렇고 시침 뚝 이재명 대표도 알고도 모르는 척 그당 대표에 그 대표 대변인답다.
(懸 매달릴 현, 崖 벼랑 애, 撒놓을 살, 手 손 수.) 낭떠러지에서 잡고 있는 손을 놓는다는 매정하고 무서운 말이나 그 진성의 의미는 그게 아니다. 그런 뜻이라면 세상에 회자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현애살수는 견인주의(堅忍主義), 나아가 초월주의(超越主義, Transcendentalism)와도 닿는 말로 낭떠러지에 실낱같이 의지하게 될 때까지 그 사람은 모든 의지와 힘으로 분투하며 최선을 다했다(懸崖). 거기서 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집착을 버리고 결과에 초연히 순응하라는 의미다(撒手).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과 같은 의미로 볼 수 있다. 손을 놓는다고 반드시 종말을 맞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영성(靈性)과 초월적 의지에 대한 신뢰를 담고 있는 말이다.
'현애살수'는 불교 금강경(金剛經)에 나오는 말로 중국 송(宋)나라 선사 야부도천(冶父道川)은 이걸 갖고 게송(偈頌)을 지었다.
'득수반지미족기(得樹攀枝未足奇) 현애살수장부아(懸崖撒手丈夫兒) 나뭇가지 붙잡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니라네, 벼랑에서 손을 놓아야 비로소 대장부이지.'
역대 선승들의 화두를 모아놓은 선종(禪宗)의 선문답집 벽암록(碧岩錄)에 전한다. 참선의 순간순간을 낭떠러지에서 손을 놓아야 할 지경까지 몰입하라는 말이다.
백척간두 진일보(百尺竿頭 進一步)라는 말도 있는데, '현애살수'와 비슷한 의미다. 백척 난간에 한 발자국만 떼도 천 길 낭떠러지다. 그러면 결과는 뻔하다. 그런데도 감행한다. 이 말의 진정한 의미는 털끝만큼도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그 다음 결과는 하늘에 맡기라는 의미다.
모든 걸 바쳐 추구했는데 이루지 못했다 해서 가치 없는 게 아니라는 의미이자, 그 경지까지 가기 위해서는 '다 걸기'를 하라는 조언이다.
내년 대선에 수백 명의 선량들이 출사표를 던질 것이다. 나라가 누란의 위기에 처한 상황(懸崖)에서 보통 각오를 갖고서는 안 될 것이다. 입신양명(立身揚名)에 그쳐선 안 되고 '위국헌신'(危國獻身)의 자세가 필요하다. 바로 '현애살수'다. 국민은 모든 걸 다 건 손을 잡아 줄 것이다. 지금까지 그 모습을 보인 사람은 한동훈 한사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