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악마 티셔츠 태우려다 몸싸움
베이징대 홈페이지 '大韓犬國' 표기
'편파판정으로 4강' 유학생에 욕설
월드컵 기간 중국 내 한국 유학생들과 중국 학생들 간 갈등이 심화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베이징 차오양구의 제2외국어대학에서는 지난달 25일 한국-독일전이 끝난 뒤 외국인 기숙사 앞에서 중국 학생들이 한국 학생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붉은 악마 티셔츠를 불태우려 했다고 현지 유학생들이 전했다. 당시 중국 학생 300여명은 응원 뒤풀이를 위해 2호 기숙사 앞에 모인 한국 유학생 50여명에게 '대~한민국 XX', '미친 X들' 등 욕설을 퍼붓고 자신들이 구해온 붉은 악마 티셔츠를 나무막대에 걸고 흔들며 불태우려다 학교 경비원의 제지를 받았다는 것이다.
일부 중국 학생들은 한국 연예인 김희선의 포스터 사진에 'TO DIE'라는 글귀를 써넣어 흔들기도 했다고 목격자들은 말했다. 인근 중국 학생 기숙사에서는 한국 학생들을 향해 빈 물병과 오물을 투척하기도 했다.
이튿날 한국 학생회는 학교 외사처장과 중국 학생회 간부들을 만나 이 사태를 항의했으나 중국 학생회측은 '주동자가 이 학교 학생이 아닌 외부인'이라고 변명했다고 한국 학생들은 전했다.
한국 유학생 Y모씨는 '중국 학생들은 자신들이 숭배하는 이탈리아, 스페인 축구팀이 한국에 패하자 흥분했다고 해명하지만 그들의 심리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 한국 여학생들은 월드컵 경기가 끝난 뒤에도 혼자 기숙사를 나서거나 중국 학생 만나기를 꺼리고 있다.
중국 최고의 명문이라는 베이징대에서도 중국 학생들이 대학 인터넷 홈페이지에 '대한민국'을 '대한견국(大韓犬國)'으로 표기하고 '더러운 한국'이라는 과격한 표현을 구사하는 등 한국을 비방하는 글들이 폭주했다. 한 중국 학생은 한국과 포르투갈전에서 한국팀을 응원하는 글을 띄웠다가 '매국노'로 매도됐다고 현지 유학생들이 전했다. 베이징 최대 번화가인 왕푸징(王府井)에서도 월드컵 기간 중 한국 학생들과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충돌이 일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학생들이 이처럼 반한(反韓) 감정을 갖게 된 것은 CCTV 등 중국 언론들의 한국 비방에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재중(在中) 한국인들은 분석하고 있다. 일부 중국 언론들은 한국과 이탈리아전을 보도하면서 '한국이 심판의 편파판정으로 승리한 것은 세계 축구사의 치욕'이라는 과격한 표현을 동원하기도 했다. 재중 한국인회 간부를 역임한 한 한국 기업인은 '중국 젊은이들의 반응이 이해가 되지 않지만 양국 관계를 위해 더 이상 문제가 악화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