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적 정의를 위한 주택, 국민의식의 대전환
조선 시대가 망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500년간 고착된 혈통 신분제를 혁파하지 못한 데 있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오늘날 대한민국에도 보이지 않는 신분제가 존재하는데, 그것이 바로 아파트다. 과거 사대부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해 공동체를 파탄으로 몰고 갔던 것처럼, 오늘날 우리는 '집이 있는 자'와 '집이 없는 자'라는 거대한 계급의 벽 앞에 갇혀 한 발도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에 국한된 환경이지만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넘는 지역에서 아파트 한 채 값이 20억, 30억 원을 호가하는 실정이니, 평범한 근로소득으로는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는 이 지독한 불평등의 구조 속에서 주거는 단순한 생존의 공간을 넘어 인간의 계급을 결정하는 신분 증명서가 되어버렸다. 투기를 단속하는 미봉책이나 땜질식 처방으로는 이미 콘크리트처럼 굳어버린 이 신분제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인간이 이 땅에 태어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려면 의식주가 충족되어야 한다. 의(衣)와 식(食)은 이미 오래전에 충족되었다. 이제는 국가의 사활을 걸고 주거권이 보장되도록 근본적인 대수술을 단행해야 한다.
가장 먼저 주택에 대한 국민의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주거권을 집을 먼저 차지한 이들의 자산 유지 및 자산 증식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국민 기본권 보장의 목적물로 인식하도록, 국민의식의 대전환을 기하는 것을 개혁의 제1목표로 삼아야 한다. 이 인식의 전환은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변경되어서는 안 된다. 이렇게 주택에 대한 기본 이념을 정립한 뒤에야 비로소 실효성 있는 방책을 만들어낼 수 있다. 현재 상황에서 우선적으로 추진해 나갈 필자의 구체적인 방책은 다음과 같다.
방책 1: 인구 밀집 도시 지역에 현재 가격의 '반값 주택' 공급 확대
공공이 토지를 영구히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반값 아파트'를 서울 핵심지에 전면 도입해야 한다. 이를 통해 초기 주택 매입 자금이 부족한 무주택 서민들도 거품이 빠진 합리적인 가격으로 내 집 마련의 발판을 딛을 수 있도록, 국가가 강제로 주거 사다리의 첫 단추를 복원해야 한다. 이 방책은 주거 기본권 정착 실현이라는 국가의 의지를 실천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방책 2: 주택 가수요의 원천적 차단과 선순환 유도
주택은 오를 것이라 생각되면 더 빨리, 더 많이 오른다. 공급의 물꼬를 트는 동시에 시장에 꽉 막힌 퇴로를 열어주어 고인 물을 순환시켜야 한다. 무조건적인 억누르기가 아니라, 다주택자나 고령의 주택 소유자가 주택을 처분하거나 자녀에게 증여할 때 특별한 혜택을 부여하되, 그 혜택이 무주택 청년 세대로의 소유 분산과 매물 공급으로 직결되도록 철저히 담보하는 '조건부 증여 및 처분 유도책'을 시행해야 한다. 세제 혜택이라는 당근을 주되, 그 모든 과정이 오직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으로만 귀결되도록 시장의 흐름을 면밀히 살피고 통제하는 것이다.
방책 3: 고령 인구의 지방 이주를 위한 강력한 인센티브 패키지
서울에 주택을 쥐고 은퇴 이후까지 버티는 고령 인구가 자연스럽게 지방으로 발걸음을 옮기도록 국가 차원의 강력한 인센티브 패키지를 쥐여주어야 한다. 수도권 주택 매각 시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동시에, KTX·SRT나 고속도로 등 광역 교통 인프라가 갖춰진 지방 중소도시 및 농촌으로 이주할 경우 인근에 대도시 수준의 최고급 의료와 복지 인프라를 품은 '명품 은퇴자 이주 단지'를 국가 주도로 조성한다. 단, 이 혜택은 지방으로의 실제 이주와 엄격히 연계하여, 실거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혜택을 반환하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이는 수도권과의 물리적·시간적 거리를 획기적으로 좁힌 이주 거점을 마련함으로써,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하는 동시에 수도권의 비정상적인 주택 수요를 다각도로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다.
방책 4: 도시민의 지방 정착을 가로막는 농지 소유 규제의 합리적 완화
수도권 인구 분산과 지방 정착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도시인의 이주를 가로막아 온 낡은 농지 소유 규제 또한 과감히 풀어야 한다. 교통 요충지의 중소도시 인근 이주 단지와 연계하여 그동안 도시민의 지방 이주를 가로막던 농지 소유 및 이용 제한을 합리적으로 완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은퇴 세대나 지방 이주를 희망하는 도시민들이 손쉽게 농지를 취득하고 생산적 여가와 정착을 누릴 수 있도록 길을 터줌으로써, 지방경제에 실질적인 활력을 불어넣는 강력한 토지 개혁의 축을 완성해 나간다.
이 모든 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는, 신규 분양 시장에서 오랫동안 집 없이 설움을 겪은 무주택 서민과 증여받을 게 없는 흙수저 청년에게 확실한 우선권을 부여해야 한다. 아울러 편법 증여와 서민 코스프레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청년 본인의 소득뿐만 아니라 부모의 자산 수준까지 엄격히 연동하여 검증하는 시스템을 법적으로 도입하고 의무화해야 한다. 부모 잘 만난 청년들이 특권을 대물림하는 현대판 신분 세습의 고리를 여기서 끊어내야 한다. 사실 부모 잘 만나 주거권을 자동으로 보장받는 청년 세대는 수적으로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이것이 과장되어 정치적으로 소비됨으로써 진정으로 후세들에게 필요한 주거권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진정으로 주거권이 절실한 청년에게 우리 사회가 한마음으로 공정한 출발선을 제공할 때 비로소 주택 가수요는 힘을 잃게 된다.
결국 이 개혁은 단순한 부동산 대책이 아니라, 갈등을 부추기는 세력들에 의해 붕괴되어 가는 대한민국의 공동체적 정의를 되찾기 위한 '현대판 면천제(免賤制)'이자 국민의식 변혁이다. 정치가 더 이상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편 가르기에서 벗어나—못 가진 자들이 절대적인 숫자를 차지하고 있으니 득표 전략으로 갈라치기 하지 말고—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건전한 생각을 가지고 노력하면 내 나라, 내 집에서 사람답게 살 수 있다는 최소한의 기대치를 상식선에서 제도화할 때, 비로소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을 바로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이 제안은 단순한 미봉책을 넘어 국가 시스템의 체질을 바꾸는 '국민의식 대수술'을 지향하기 때문에, 법적·재정적 걸림돌이 많아 단기간에 일괄적으로 실현되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을 필자도 잘 안다. 하지만 역으로 그렇기 때문에 이 구상은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거대한 방향성과 개혁의 이념적 나침반으로서 가치를 지닌다고 하겠다. 정치적 이해득실을 떠나 국가의 사활을 건 국민적 합의와 단계적인 제도 보완이 뒷받침된다면, 불가능한 이상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불평등을 치유할 강력한 대안의 뼈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의식주의 해결은 모든 국민이 꿈꾸는 소망이 아닌가? 더 이상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투기꾼과 순박한 백성으로 갈라치기 하지 말고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윈윈하는 길을 찾자는 뜻으로 이 글을 쓴다. 갈라치기 전법을 쓰면 당장은 목적을 달성할 것 같아도 절대 그렇지 않다. 진실해야 우리가 원하는 진정한 변화를 이룰 수 있다. 우리 모두에게 유익한 진실을 바탕으로 국민 모두에게 동의를 구할 때, 비로소 개혁은 저절로 성공에 이를 것이다. 내가 망하더라도 진실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