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가족은 놀러다니는 걸 좋아하는데요. 그날도 여름방학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물놀이를 나섰습니다.
저희 가족은 촌에 가까운 지역에 살고 있어 찾아간 그곳 또한 시골이였고 주변에는 크고 작은 밭도 꽤 있었습니다. 저희가 도착하자 날이 흐려져 물놀이를 하는 중간에도 구름이 많이 껴있었습니다. 저는 물에서 오래 노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일찍 나와서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저는 비를 좋아하기 때문에 물놀이장 바깥 작은 밭 옆으로 나있는 길을 우산을 쓰고 잠시 걷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걷기 시작한지 10분이 조금 넘었을까 저 멀리서 안개 사이로 할머니 한분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전형적인 자홍색 반팔티에 검은 바탕에 꽃무늬 바지를 입으신 채였고 햇빛이 없는 데도 선캡을 쓰고 게셨습니다. 또 우산마져도 없으셨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도착한 직후에는 햇빛이 쨍쨍했기 때문에 밭일을 나오셨다가 비가와서 들어가시나보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몇분 후 저의 관심은 할머님에게서 멀어졌고 주변을 살피느라 할머님과 저의 거리가 좁아질 때까지 별 생각 없이 걸었습니다. 주변을 살피는 동안 저는 이상한 낌새를 느꼈는데,
길 옆으로 난 도랑 아래에 진흙에 더러워진 신발들이 보이는 것 입니다. 슬리퍼 부터 샌들까지 흔히 볼 수 있는 신발들이 띄엄띄엄,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저는 왜 신발들이 이곳에 버려진 건지 의아해하며 다시 시선을 앞으로 돌렸습니다. 할머님과의 거리가 꽤 가까워졌더군요. 저는 비를 맞아 젖어가고 계시는 할머님에게 우산을 씌워드릴까, 하는 소심한 고민에 빠져 시선을 바닥에 내린채로 걷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위화감이 들었고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불쑥 들었습니다.
할머니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질 않았던 것 입니다.
아무리 다시 귀를 귀울여 보아도 들리는 것은 제 것 하나 뿐이었습니다. 잔뜩 긴장한채로 할머님의 발을 쳐다보자 할머니의 맨발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맨발이 디딘 바닥은 정말 놀라울 만큼 아무런 자국도 남아있질 않았습니다.
저는 놀라 멈춰설뻔한 것을 참고 다시 천천히 고개를 들었습니다. 알고 나니 뭔가 기시감이 들더군요. 무언가 다른 곳에서 그 할머니만 오려내 붙인 것 처럼.
저는 빨리 이상황을 빠져나갈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조용히 발걸음 속도를 늦췄고, 할머니의 형채가 안개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천천히 걷다가, 할머니가 보이지 않은지 꽤 되었을 때 뒤 돌아 걸었습니다.
다시 돌아가는 와중에도 그 할머니가 쫓아오지는 않을까, 지금이라도 뛰어서 돌아가야 할까, 뒤를 돌면 그 할머니가 달려오고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식은땀을 흘리며 겨우 물놀이 장에 돌아왔습니다.
물놀이장 터에 발이 들어가고 나서야 뒤를 돌아보았는데,
그 할머니의 형상이 안개속에 서 있었습니다.
저는 혹시나 할머니가 따라올까봐 끝까지 보이지 않는 척 다시 뒤를 돌아 일행에게 돌아갔습니다. 다행이 들키지는 않은 것 같더군요. 만약 제가 조금만 늦게 알아채 할머니에게 우산을 건냈다면, 돌아오는 길에 뛰기라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 할머니는 제가 처음으로 본 귀신이었습니다.
첫댓글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진짜 ㄷㄷㄷㄷㄷㄷㄷㄷㄷ너무너무무서워요 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