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직유법으로 말하고 나는 은유법으로 들었다
이현서
파문 혹은 질문이라 읽는다
모든 세계의 바람으로부터 너무 멀리 와버린
크로노스의 시간*과 카이로스의 시간**사이
당신은 바람의 언어로 성을 쌓고 나는 눈사람의 언어로 집을 지었다
한 점 화폭 속 그림을 편애하던 마음이 여백을 동경하던 마음 끝내 읽지 못하고
꽃이 붉어지는 이치를 깨닫기도 전에 흰나비의 죽음을 애도하기도 전에
떨어지는 봄날의 꽃잎으로 돌아눕는 밤
당신의 서쪽과 나의 노을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어둠 속 숲의 귀가 길게 자라고 있을 때
산수국 그늘에 고인 나비의 눈물을 수습하다 눈물이 슬어놓은
파문의 무늬를 읽는다
왜 우리가 다른 길을 걷고 있는지
물끄러미 서쪽으로 기울어져 가면서도 마주 볼 수 없는지
죽었던 봄이 살아나지 않듯이
치사량의 슬픔을 간직하고도 건널 수 없는 아득함 너머
살얼음 진 시간이 불구의 기억을 껴안고 바람을 동경하듯
처음부터 어긋난 기억 한 점에 전생을 거는
눈부신 슬픔은 왜 끝내 우리의 몫이 되어 버렸는지
* 절대적인 시간. 물리적 객관적인 시간
** 상대적인 시간, 주관적 질적인 시간
이현서
경북 청도 출생. 2009년 《미네르바》 등단
시집 『구름무늬 경첩을 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