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莊子)의 좌우명으로 알려진 것 중에 ‘좌중담소 신상구(座中談笑 愼桑龜)’라는 말이 있다. 앉아
서 서로 담소를 할 때는 뽕나무와 거북이를 삼가(조심)하라는 말이다. 아무리 조심할 일이기로서니
뽕나무와 거북이가 무슨 상관이 있어 조심하라는 것일까.
옛날 어느 효자가 몸져누운 아버지의 병에 좋다는, 천년 묵은 거북 한 마리를 구하여 지게에 지고
돌아오는 길에 뽕나무 그늘에서 잠시 잠이 들었다. 그때 지게 위에서 거북이 “솥에 넣어 백 년을
고아본들 내가 죽나, 나처럼 영험한 거북은 아무리 고아도 죽지 않는다는 걸 이 젊은이는 모르는
구먼.”하고 말했다. 이 말을 엿들은 뽕나무가 “이보게 큰소리치지 말게나. 자네가 아무리 신비한 힘
이 있는 거북이라도 나 뽕나무 장작으로 불을 때면 별수 없을 걸?”하고 거북이 들으라고 자랑삼아
지껄였다.
효자는 집으로 돌아와서 거북이를 3일 동안 고았으나, 정말 거북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반면
아버지 병세는 점점 위중해져 하루하루 초조함은 더해갔다. 방법을 고심하던 효자는 문득 잠결에
들었던 대화가 번뜩 생각났다. 허겁지겁 그 뽕나무를 베어다가 거북이를 고았더니 신통하게도 거
북이가 곧 숨이 넘어가는 것이 아닌가! 물론 그 약을 먹은 아버지는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다.
이 이야기에서 유래한 고사성어가 ‘신상구(愼桑龜)’이다. 조심성 없이 지나친 허풍을 떠벌린 거북
〔龜〕과, 남의 이야기에 괜스레 끼어들어 변을 당한 뽕나무〔桑〕를 생각하여 늘 말하기를 삼가라
는 우화이다. 만약 거북이 자기 힘을 자랑하지 않았으면 죽지 않았을 것이고, 뽕나무도 괜히 촐랑
대지 않았다면 베임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어느 자리나 모임에서 심중에 있는 말을 농담처럼 자주한다면, 그것이 화근이 되어 결국은 자신에
게로 돌아온다는 것을 수천 년 전에 살았던 이들도 알고 있었던 셈이다. 요즘 말 한마디 잘못했다
가 곤욕을 치르는 정치인들이 화제다. 사람들은 똑똑한 체 하면서도 옛사람들이 일러둔 평범한
진리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나또한 예외는 아닐 테고.
찜동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네요. 친구들! 뽕나무 그늘 아래서 낮잠 잘 일이라도 있거들랑 신상구
를 잊지 맙시다그려.
첫댓글 좋은 글 잘 배우고 갑니다.
삼복 더위에 지치지 말고 건강하게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舌話를 조심하라는 말씀인데,참 잘 안 되요.방정맞은 입이 화근인 줄 들어 잘 암시로.
신상구라,누구 이름인줄 알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