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6/01 16:05 마니아포럼에 기재
전체 일정의 1/3을 넘어선 2004 프로야구는 2위와 8위의 승차가 4경기에 불과할 정도로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4월의 탐색전을 지나 본격적인 순위싸움이 시작된 5월에는 과연 어떤 선수와 팀이 돋보였는지 월간기록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5월의 타자 : 이병규(LG 트윈스)작년 5월 29일 경기 도중 무릎부상을 당해 시즌을 일찍 마감했던 이병규. 4월말에만 해도 타율이 0.207에 그쳐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냈다. 하지만 "한국의 이치로"라는 별명에 걸맞게 그는 5월 한달간 맹타를 선보이며 3할 타율 진입에 성공했다. 이병규의 5월 성적은 타율 0.400(95타수 38안타) 4홈런 14타점. 타율, 장타율, 출루율은 4월에 비해 각각 0.098, 0.139, 0.093이 올랐다. 나쁜 공에 방망이가 쉽게 나오던 버릇도 고쳐져 4월에 2.2:1이었던 삼진:4구 비율은 5월에는 1.1:1로 개선되었다.
가파른 상승세 속에 이병규는 부상을 당한 지 꼭 1년만인 29일 한화와의 더블헤더에서 개인 통산 100홈런과 시즌 첫 3할 타율 진입을 달성하는 겹경사를 맞았다. 당초 부상을 당한 박경수의 대신해 이병규는 1번 타자로 내세웠던 이순철 감독도 이제는 박경수가 돌아와도 이병규를 1번 타자로 계속 쓰겠다고 할 정도로 그에 대해 강한 신뢰를 보이고 있다. 득점권 타율이 0.255에 불과하고, 1번 타자로서 도루가(2개) 적다는 것이 옥에 티.
5월의 투수 : 마크 키퍼(두산 베어스)
김수경, 이승호, 박명환의 에이스 다툼이 치열한 가운데 소리소문 없이 이들을 위협하고 있는 다크호스가 있다. 그는 바로 한국 프로야구 3년차의 외국인 투수 키퍼. 작년 극심한 부진으로 두산으로 트레이드 되었고, 4월에도 2승 4패로 부진했던 키퍼는 5월에는 4승 무패의 초강세를 보였다. 다승부문에서도 선두에 1승 뒤진 공동 3위에 올라 2002년 다승왕의 영광을 재현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투구내용도 좋다. 5경기에서 31.1이닝 동안 8점만을 내주며 방어율 2.30을 기록했고, 피안타율도 0.215에 그쳤다. 9이닝당 피홈런과 사사구가 각각 1.44개와 5.74개에 이르는 게 흠이지만, 바꿔말하면 그만큼 집중타를 적게 허용하고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났다고도 할 수 있다. 주무기인 체인지업의 위력이 되살아난 게 5월 초강세의 원동력. 두산은 다승 1위 레스, 탈삼진 1위 박명환에 키퍼가 가세함으로써 리그 최강의 원투쓰리 펀치를 구축하게 되었다. 이 선발 트로이카에 두산의 올시즌 성적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월의 팀 : 롯데 자이언츠
5월에 가장 뛰어났던 팀은 선두 현대가 아닌 최하위 롯데였다. 롯데의 5월 전적은 12승 3무 9패. 롯데와 현대(13승 1무 10패)를 제외한 나머지 팀들은 5월에 5할 이하의 승률을 기록했고, 월간 승률은 롯데가 가장 높다. 롯데는 5월에 상대한 5개 팀을 상대로 전부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했고, 특히 4월에 1승 3패로 일방적으로 몰렸던 현대에게도 1승 1패를 거두는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롯데의 상승세는 흥행에 그대로 반영되어 29일 SK전에서는 올시즌 최다인 1만 6천명이 입장하는 등, 작년 대비 141%의 관중 증가율을 기록했다.
롯데 선전의 원동력은 바로 마운드. 4월말에 5.05를 기록했던 팀 방어율은 5월말에는 4.39로 떨어졌다. 팀 방어율이 4월에 비해 내려간 팀은 롯데와 두산뿐이고, 5월 팀 방어율이 3점대(3.73)인 팀은 롯데가 유일하다. 선발진에서는 주형광의 활약이 눈부셨다. 주형광은 5월에 3승 2패 방어율 2.61의 좋은 성적으로 에이스의 복귀를 선언했다. 임경완 (1승 3세이브 3홀드 방어율 0.98)과 강상수(9경기 방어율 2.70)는 중간계투진에서 소금과 같은 역할을 했고, 마무리 손민한은 4월의 부진을 털고 3세이브에 방어율 2.25를 기록했다. 비록 순위는 여전히 최하위지만 5월에 롯데가 보여준 경기력은 포스트시즌에 대한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WILDBODY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