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쌀쌀하다.
코끝이 시리고 입김이 서린다. 꽃샘추위...
동대문을 출발한 버스는..
88도로. 중부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질주하여
9시50분쯤 봉암사 입구에 도착했다.
대구에서 오신 김상오 부부, 김수정님과 합류하여
출입이 엄격이 제한된 봉암사 통제소를 통과하여 들어가니 공기부터 다른 것 같다.
'쏴아' 소리를 내면서 힘차게 흘르는 계곡물..
가을인양 하늘에는 뭉게구름 두둥실 떠 있고, 햇살을 받은 희양산의 뽀얀 살결이 눈부시다.
버들강아지 수줍은 미소, 꽃봉우리 터뜨리다 꽃샘추위에 다시 오무라진 산수유화..
어린 새싹들의 연초록 부드러움에서 어김없는 계절의 순환을 본다.
△070311 봉암사 순례법회- 일주문을 통과하면서 기념사진 촬영
봉암사 일주문.
초라하지만 소박미가 넘친다.
앞에는 희양산봉암사(曦陽山鳳巖寺),
뒷면에는 '봉황문(鳳凰門)'이라는 편액이 걸려 있다.
일주문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인기척 없는 산 길을 따라 얼마를 올라가니
희양산 자락에 포근하게 자리잡은 봉암사가 나타났다.
다리를 건넌다.
그런데 그 다리 이름이 정말 멋스럽다.
침류교(枕流橋)란다. 베개 침(枕)..흐를 류(流)..다리 교(橋).
흐르는 물로 머리 고이는 베개를 삼는다니...얼마나 시적(詩的)이고 멋드러진 표현이랴.
해맑은 선승(禪僧)의 가슴이 아니고는 나올 수 없는 멋진 표현에 감탄하면서
침류교를 건너 봉암사에 다달았다.
동안거가 해제되어서 인지
봉암사는 쥐죽은듯 조용하다. 이따금 오가는 행자승들의 발빠른 행보만 보일 뿐...
△070311 봉암사 순례법회- 남훈루와 희양산을 배경으로...
발소리 죽여가며
대웅보전에 들어가 삼배를 하고..10시 30분부터 봉행되는 사시예불에 동참하기 위해
질서있게 자리에 앉았다.
봉암사 대웅보전은 그 규모가 크고(전면 8칸 축면4칸), 안팎으로 아름다운 단청을 하고
벽면에는 화엄경변상도를 잘 그려 놓아 그 품격이 대단하다.
석가모니삼존불(석가모니부처님. 문수.보현보살)을 봉안한 수미단은
삼존불이 닷집으로 장엄되었고, 후불탱화 역시 대작으로 영산회상도를 잘 나타내고 있다.
사시예불이 봉행된다.
천수경..정근..칠정례..축원..반야심경 봉독..
사시예불이 끝나 스님들 퇴장하시고, 석불선양회 불자들은 108배를 하기 위해
다시 자리를 정리하고 죽비 소리에 맞추어 삼독심을 녹이는 오체투지를 반복한다.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고 온 몸이 축축하도록 땀이 배인다.
108배를 마치고 잠시 좌정을 한 후 자리를 정돈하고 공양간으로 향하는데...
맑았던 하늘이 컴컴해지고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의 눈보라가 휘몰아 친다.
변화무쌍한 대자연의 모습을 보면서 경외감이 든다.
△070311 봉암사 순례법회- 사시예불 마치고 108참회 봉행하다
박총무가 준비해 온 점심은 푸짐하다.
콩 섞은 밥. 겉절이 김치,김장김치,취나물.묵나물.생미역.고추...등.
봉암사에서 제공하는 구수한 된장국...
진수성찬이다. 맛있다. 창너머 바깥에는 함박눈이 몰아친다.
가슴에서는 환희심이 일렁이고.
몇 분의 여성 회원들이 봉암사 주방에 들어가 팔을 걷고 설겆이를 한다.
이채현님. 서미연님. 현정희님. 김수정님...
앞치마를 두르고 스님들이 내 놓은 그릇까지
능란하고 깔끔한 솜씨로 막힘없이 설겆이 하면서 얼굴에는 해맑은 미소가 돈다.
참불자의 모습들이 아닐까.
△070311 봉암사 순례법회- 봉암사 공양간에서 점심식사 하는 모습들
공양물을 챙겨 백운계곡으로 장소를 이동한다.
너무 맑아 푸른 빛 감도는 백운계곡..잣나무 소나무 참나무의 어우러짐,
복조리 재료인 작은 대나무들이 즐비한 산 길을 걸어 올라가니..그 상큼함이야.
하늘은 소담스러운 흰 눈을 뿌려 세상을 정화하듯 하고..
백운계곡에 자리한 봉암사마애보살좌상!
고려때 조성된 마애보살좌상... 찾아오는 중생을 포근히 맞아준다.
△070311 봉암사 순례법회- 희양산 백운계곡에서 산신제 봉행..
예불에 앞서
희양산 정상을 향해 제단을 마련했다.
북어. 과일. 사탕. 청정수 진설하고 향촉을 사르어 산신제를 봉행한다.
산신제 봉행 동안..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환희로운 서설(瑞雪)이 내린다.
눈꽃송이 하나하나 마다 행복이 가득 들어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은 너나없이
산을 숭배하고 산에 의지하면서 살아간다.
높은 산..낮은산..악산..육산..
들이 펼쳐 놓은 그 자락에 뭇생명이 삶의 터전을 삼아 살아간다.
산을 숭배하고 경외함은 곧 자신과 이웃과 자연을 사랑함의 다른 표현이다.
정성껏 산신제를 봉행하고...
마애불전을 향했다.
대다라니봉독. 정근..칠정례..발원문. 반야심경..내내 흰눈이 춤을 추듯 내린다.
예불이 끝나자 언제 눈이 내렸냐는 듯..
햇님이 포근한 햇살을 내려 우리를 포근히 감싸준다.
△070311 봉암사 순례법회- 마애불전 예불의 모습
모두 둥글게 모여서 축가를 부른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석불선양회 7주년 기념을 축하합니다.
이만재 선생님..고흥택 선생님..김법사님..박숙희 총무님이 촛불을 끄고
떡을 자른다. 함박웃음과 우뢰같은 박수가 백운계곡을 가득 번진다.
자리를 정돈하고
마애불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데 모습들이 해맑고 행복해 보인다.
이제 자리를 뜰 시간...늘 아쉬움은 남는 법...
마애불을 향해 합장반배하고 자리를 뜨는데..자꾸 뒤돌아 보게 된다.
"마애보살님, 또 올께요. 그동안 잘 계셔요."
주차장에 도착하여 대구에서 오신 분들과 작별을 한다.
△070311 봉암사 순례법회- 마애불전 예불 후 기념사진 촬영..눈이 그쳤다.
김상오/현정희 부부님, 김수정님.
고맙습니다. 늘 오늘 같은 마음으로 사세요.
힘들고 어려울때 봉암사에서 행복했던 오늘을 기억하세요.
버스는 서울로 서울로 달린다.
일상으로 돌아오는 시간...버스 안에서 회향을 한다.
사홍서원..반야심경. 산회가..회장의 덕담과 인사말..모두들 곤한 잠에 빠진다.
새벽부터 그렇게 달려 온 하루...진정 봉암사의 하루는 행복했음이라.
2007년 3월 12일
한국석불선양회 월천이귀인(buddma)
첫댓글 희양산 바위에 반해 수차례 찾아갔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러나 수도승들의 수도생활에 지장이 많다더군요. 그래서 83년도를 끝으로 희양산을 못보았는데,돌아갈 수 없는 그시절의 그 추억이 그립습니다.
수고많아습니다.. 추운날감기조심하시고요 건강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