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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왕건 <제 166회>
삼년산성 전투 후, 견훤은 큰 전투에서의 승리를 발판삼아 삼국통일을 마무리지으려고려 정벌을 계획하고 문무신료들의 청에 못이겨 신검에게 총사의 자리를 준다. 그러나, 금강과 신검을 노골적으로 비교하면서 맏이인 신검을 태자로 세워야 한다는 신료들의 충언은 애써 무시하는데... 한편, 문소군으로 향하는 백제군의 움직임에 왕건은 다시금 군사를 일으키려 하나 고려의 책사 최응은 호족들의 배신을 우려하며 출병을 만류하는데...
씬 백제 황도 외경
계속해 웃음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씬 동 편전 안
견훤이 계속해 웃고 있다. 그 앞에 전투에 나갔던 아들들과 장수들이 모두 꿇어 있다.
견훤 잘했다. 잘들 했다. 특히나 금강이 너, 정말 잘했다. 싸움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피를 흘리지 않고 승리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너는 이번에 그걸 보여주었다.
금강 황공하옵니다, 폐하.
견훤 물론, 신검이도 잘 싸웠다. 그러나 결과가 무엇이냐? 얻은 것이 없지 않느냐? 결과 말이다, 결과... 나는 이번에 너에게 기회를 주려고 하였다. 파진찬도 그리 하였고... 아니 그러하냐?
신검 예, 폐하.
견훤 물론 나도 공산에서 너 같은 경험을 했었지. 다 잡은 고려의 왕을 놓쳤어. 헌데 너마저 그렇다면 이거야말로 실망이 아니냐? 신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만큼 했다는 것도 소득은 소득이다. 아니들 그러한가?
모두들 그러하옵니다, 폐하.
신검 ............
견훤 그리고 우리 애술 장군이 고려의 장수 유금필을 만나 혼이 났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옛말에 뛰는 자 위에는 나는 자가 있다고 하였어. 여러 장수들은 앞으로 전투에 나가서 그 유금필이라는 장수를 조심하도록 하라.
모두들 예, 폐하.
견훤 거 일전에는 공산에서 신숭겸이라는 그 고려의 장수가 나를 감탄하게 하더니만 이번에는 유금필이라..?
최승우 그들 모두가 고려왕의 의제들이라 하옵니다.
견훤 그러게 말일세. 거 왕건아우는 인복이 있다니까, 인복이.... 거 하마터면 내 매제가 될 뻔하였던 박술희라는 장수도 그 형제라지?
최승우 예, 폐하.
견훤 참 부러운 일이야. 아주 부러워. 사실 나도 의제들이 좀 좋았었는가? 추허조도 그랬고 또 수달이도 그랬어....허나 모두들 가버렸어. 그리고 여기 이찬은 남아있지만 너무 늙어버렸고....
능환 ..............
견훤 아무튼 세월이 참 무상해. 아니 그런가, 이찬?
능환 예, 폐하. 참으로 그런 것 같사옵니다.
견훤 허나, 이제 경들도 모두 알았겠지만 고려는 우리 백제에게 연전연패를 당했어. 조물성에서, 공산에서, 그리고 또 저 삼년군에서 우리는 연승을 거두었어. 그리고 상주 일대를 거의 다 평정하고 있어. 백제의 시대가 온 것이야. 아니 그런가?
모두들 그러하옵니다, 폐하.
견훤 이제 우리가 삼한을 통일한다는 것은 보다 분명하고 확실해졌어. 천하의 인심은 우리 백제에게 돌아왔어. 경들은 이점을 명심하라.
모두들 예, 폐하.
견훤 이제부터 본격적인 고려의 공략에 나설 것이야. 이번에 태자들이 잘 해주고 왔으니 다음에는 짐이 손수 나갈 것이야. 그리고 대업을 마무리 지을 것이야. 통일대업을 말이야. 통일대업....!
견훤은 주먹을 불끈지며 그렇게 통일을 강조한다. 그런 견훤의 모습에서...
씬 동 황후전
박씨가 화가 난 표정으로 어쩔 줄 모르고 있다.
박씨 지금 조당에서 조회를 열고 있다고...?
이상궁 예, 황후마마.
박씨 금강이는 그토록 칭찬을 하면서 우리 신검이는 그토록 공을 세웠음에도 별 말씀이 없으시다..?
이상궁 예. 조당의 소식을 전해주는 내관의 말로는 그렇다 하옵니다.
박씨 이러니 우리 신검 태자가 무슨 기운이 나서 싸우겠는가? 그저 금강이 금강이... 아무래도 이러다가는 무슨 일이 나도 날 것이야.
이상궁 ..........
박씨 아버님의 그 내력이 어디로 가겠는가? 아버님도 계모님에게 빠져서 자식들을 버렸어. 그리고 고려로 가버리시지 않았는가? 헌데, 어떻게 그런 나쁜 버릇은 그렇게 똑 빼어 닮으셨다는 말인가? 지금 신검이의 마음이 어떤지 이 어미 말고는 누가 알겠는가? 딱도 하지. 그 마음을 대체 누가 알겠어...?
씬 동 고비전
고비가 웃으며 최상궁을 보고 있다.
고비 이번에도 우리 금강태자가 큰 공을 세우고 왔다네.
최상궁 예, 마마. 폐하께오서 칭찬이 크신 것으로 아옵니다.
고비 호호호... 어찌 아니 그러실 수가 있겠는가? 폐하께서는 우리 금강이를 다음 보위를 이을 것으로 보고 계신다네.
최상궁 예, 마마. 이미 그 일은 모르는 사람이 없사옵니다.
고비 오호호호... 그런가? 벌써 그렇게 다들 안다는 말인가?
최상궁 예, 마마.
고비 하기는 신검태자와 비교를 해볼 때 그 우열이 너무도 빤히 드러나지 않는가? 그러니 사람들이 어찌 모르겠는가?
최상궁 당연하신 말씀이시옵니다, 마마.
고비 황후마마께서 그러니 얼마나 열불이 나시겠는가? 하지만 아무리 화가 나신다 하여도 현실이 그러하니 또 어쩔 것인가? 호호호... 그래 아직도 조당에서 회의는 계속 중이라던가..?
최상궁 예, 마마.
고비 이제 한시름 놓았네. 아무 걱정이 없어. 우리 금강이가 곧 황제가 되면 나는 자연히 황후가 된다네. 알겠는가? 황후 말일세.
최상궁 이를 말씀이옵니까, 마마? 그렇게 되실 것이옵니다.
고비 호호호... 황후라.. 황후라.? 암, 그리 나쁠 것은 없지. 황후가 되어서 나쁠 것은 없어. 암....
그렇게 신나하는 고비의 표정에서..
씬 다시 조당
회의가 계속되고 있다. 최승우가 나선다.
최승우 폐하, 이제 폐하의 말씀대로 우리 백제국의 영토는 사방으로 많이 넓어졌사옵니다. 신라는 그대로 두어도 멸망할 나라이옵니다. 오로지 고려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모든 것이 결론이 날 것이옵니다.
종훈 그러하옵니다. 우리 백제국의 전선은 청주와 충주, 보은을 경계로 하여 대구와 용주(예천), 고창(안동) 쪽을 고려와 맞대고 있사옵니다. 이제부터는 저들 중 가장 전략적 요충지인 문소군(의성)과 고창을 빼앗게되면 완전히 고려군을 우리 영토의 북방에서 밀어낼 수가 있사옵니다.
최승우 그러하옵니다. 폐하. 종훈 군사의 말처럼 폐하께서 출정을 하시게 되면 먼저 문소군을 노리고 다시 이어서 아직 주인이 없는 고창땅을 노리셔야 하옵니다. 그렇게 되면 고려가 신라와 연결하는 모든 통로가 완전히 봉쇄되옵니다. 자연히 고려는 고립되고 그 힘이 약해질 것이옵니다.
견훤 경들의 말을 들으니 이제 그야말로 삼한의 전국시대는 다 끝나가는 것 같네 그려. 허면 군사를 다시 준비해야 될 것이야.
능애 폐하, 물론 군사를 다시 정비하여 고려를 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시옵니다. 하오나 폐하... 기왕에 태자분들에게 전투를 맡기시어 그 결과를 좋게 보시었사옵니다. 이번 의성부 공략도 다시 태자분들께 맡기심이 어떠하옵니까?
박영규 신도 그리 생각하옵니다. 태자분들의 전투 수행능력은 폐하를 대신하여 한결같이 훌륭하셨사옵니다. 다음 전투도 태자분들께 맡기시오소서.
능환 그리 하시오소서, 폐하. 이제 폐하께오서는 보령이 원만하시옵니다. 태자분들이 폐하의 일을 대신함은 당연하옵니다.
견훤 또 그 나이 이야기인가? 허, 이런 이런...
능환 ..........
견훤 자네는 늙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그렇지가 않으이. 늙다니..? 내가 왜 늙어..? 태자들에게 기회를 주려고 보냈던 것이지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은 아니야.
박영규 폐하, 이찬께서 어디 폐하의 보령이 높으심을 걱정하셨겠사옵니까? 보다 태자분들께 많은 기회를 주시고자 하는 것일 것이옵니다.
염흔 신 염흔도 그리 생각하옵니다, 폐하. 이번에 신검 태자마마께서 세우신 공은 전 고려를 떨게 하기에 충분했사옵니다.
견훤 허허, 전 고려가 떤다..? 하긴 뭐 그럴 수도 있겠지.
신검 폐하, 다시 한번 소자에게 기회를 주시오소서. 문소군을 완벽하게 빼앗아 보이겠나이다.
견훤 신검이 보다도 금강이가 가면 어떠한가?
모두들 ...............
견훤 금강이 네가 가면 어떠한가 묻는 것이다.
신검 ............. (증오 같은 시선으로 금강을 본다)
금강 이미 신검 형님께서 자청하셨사옵니다. 형님께 기회를 드리시오소서.
염흔 그러하옵니다. 신검 태자마마께서 이미 고려왕을 혼내시고 큰공을 세우셨사옵니다. 다시 한번 맡기심이 가한 줄로 아옵니다.
견훤 (찡그리며) 이보게, 일길찬...?
염흔 예, 폐하.
견훤 그대는 언제부터 그렇게 우리 신검이를 대신하게 되었는고..?
염흔 그런 것이 아니오라...
견훤 자고로 황제의 뜻과 다른 신료가 나랏일을 잘하는 것을 보지 못했어. 나는 금강이를 생각하는데 그대가 신검이를 고집하는 그 이유를 모르겠구먼.
능애 폐하, 뭐 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리 했겠사옵니까? 당연히 신검 태자께서 태자분들 중 맏이신지라...
견훤 아우도 그만 하게. 이거 어떻게 하다가 이 조정이 네편, 네편들 갈라져 있는지 모르겠구먼.
능애 그런 것이 아니오라.
견훤 아, 되었어. 되었어... 그렇다면 신검이가 이번에는 다시 총사로 나가 보아.
신검 예, 폐하.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견훤 전장에서 돌아온지 얼마 아니 되었으니 잠시들 쉬고 다시 떠날 준비들을 하라. 제장들도 모두 신검이를 도와서 그 문소군을 반드시 함락시키도록 하라.
모두들 예, 폐하.
견훤 특히나 신검이는 이번에야말로 무언가를 보다 확실하게 보여주기를 바란다. 이 아비에게 말이야. 알겠느냐?
신검 예, 폐하.
견훤 보다 확실하게 아주 확실하게 말이야.
신료들은 모두 말없이 그런 부자간을 본다. 신검은 안면 근육이 떨고 있다. 수모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들의 표정에서... 디졸브 되면
씬 대궐 길
조회를 마친 신료들이 나가고 있다. 그 한쪽으로 능애와 염흔이 오고 있다. 한쪽길로 접어들면서 염흔은 도리질을 한다.
염흔 장군, 오늘 조회를 어찌 생각하시옵니까?
능애 신검 태자의 일 말씀이시오?
염흔 예.
능애 허허허... 그 일 때문에 일길찬께서 핀잔을 좀 들으셨는데 그저 잊어버리시구려. 본래 폐하의 성정이 급하시고 조금 단순하시오이다. 내심 금강 태자를 이뻐하시는데 일길찬이 자꾸만 신검 태자의 이야기를 하니 혼이 날만도 하지 않소이까?
염흔 신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장군께서도 폐하의 용안에는 달리 보이시는 것 같았습니다. 이미 전투에도 참여시키지를 않고 계시지를 않습니까?
능애 나는 폐하의 친 아우가 됩니다. 그저 폐하께서 하시는 대로 따르는 수밖에는 없지요. 불만도 크게 없구요. 그저 안타까울 뿐입니다. 생각해 보시구려. 내가 어찌 조카님들을 이리저리 편을 가를 수가 있겠소이까? 그저 정도를 좀 세워주고 싶어서 자꾸 그러는 것이올시다. 사람이 살아가는 정도 말이오.
염흔 이 사람 또한 그렇습니다. 실은 태자분들을 뵐 때마다 늘 조마조마하옵니다. 저러다가 정말 신검 태자마마께서 잘못 되시기라도 한다면....
능애 (큰 한숨) 걱정입니다. 폐하께서는 갈수록 생각이 굳어지시는 것 같으시고... 신료들은 제대로 말을 할 기회가 없고... 걱정이올시다.
염흔 그러게 말입니다. 저는 도무지 의욕을 잃어버렸사옵니다. 조정에서 할 말을 하지 못하는 신료라면 무슨 쓸모가 있겠사옵니까?
능애 허허허.. 그래도 좀 참아보시구려. 좋은 날이 곧 오겠지요.
염흔 글쎄올습니다.... 아무래도 이참에 좀 쉬어야 할 것 같습니다.
능애 쉬다니요..? 그런 말씀은 마시구려. 신료의 본분이라는 것이 어디 쉬고 싶다고 쉴 수 있는 것이겠소이까? 아무래도 내가 폐하를 좀 찾아 뵈어야겠소이다. 그래서 드릴 말씀은 좀 다시 드려야겠어요.
그들 그렇게 간다.
씬 동 궐안 어느 일각
신검과 그 형제들이 함께해 있다. 신검은 불만이 많다. 고개를 이리저리 꼬며 한숨만 거푸 내쉬고 있다.
용검 형님, 참 아버님은 어쩌실 수 없는 분 같습니다. 이제는 아예 신료들의 입조차 막고 계시지 않습니까?
양검 그러게 말입니다. 계속해 저렇게 나가시다가는 신료들이 모두 이 조정에 등을 돌릴까 걱정입니다.
신검 ..........
용검 신료들 뿐이겠습니까? 지금 어마마마께서는 저희들 때문에 속병이 다 드실 정도십니다.
양검 형님, 도대체 언제까지 참으실 것이옵니까?
신검 ..............
양검 말씀좀 해 보시오소서, 형님... 저 금강이를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이옵니까?
신검 두고보지 않으면 어찌한다는 말이냐? 죽이기라도 하자는 것이냐?
그 말에 두 형제는 흠칫하며 서로를 본다. 신검의 눈에는 정말로 살의가 번뜩인다.
신검 그래. 이제서야 말이다마는 때때로 금강이를 죽이고 싶어질 때가 많았느니라. 그 아이가 터무니없는 칭찬을 받을 때마다 그리고 내가 그 아이 때문에 턱없이 구박을 받을 때마다 죽이고 싶었느니라. 몇 번이고 검집에 손이 갔다는 말이다. 몇 번이나...
두 형제 형님....
신검 허나, 그래도 형제가 아니냐. 아버님의 피를 받았어. 이를 깨물고 참고 참는 수밖에... 설마하니 보위를 금강이에게 넘기기야 하시겠느냐? 그렇게는 안될 것이다.
용검 허나 이미 조짐이 그렇게 보이지를 않사옵니까? 사람들은 모두 형님이 아니라 금강이가 다음 보위를 잇는다고 믿고 있사옵니다.
신검 (결심하듯) 그리되면 그때는 일을 벌릴 수밖에... 내가 앉을 자리를 도적놈이 훔쳐간다는데 보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 아니냐?
양검 그러하옵니다. 형님, 차라리 자꾸 두고보며 속을 썩을 것이 아니라 기회를 보아서 처치해 버리시오소서.
신검 아니다. 서두르지 마라. 그러다가 오히려 빌미를 잡혀 우리가 죽는 수가 있느니라. 아직은 두고 보아야 한다. 그저 꾹꾹 참으면서 두고 보아야지.
씬 금강의 집 외경 (밤)
씬 동 집 사랑
금강과 박영규가 술을 마시고 있다. 금강이 술을 따른다.
금강 매부, 드십시오.
박영규 예, 태자마마. 헌데 어인 일로 이렇게 저를 부르시어 술까지 다 주시옵니까?
금강 처남 매부지간에 술한잔 하는 것이 뭐가 이상합니까? 자, 드시지요?
박영규 예.
두 사람 그렇게 술을 마시고 잔을 놓는다. 금강이 문득 말한다.
금강 매부, 참으로 괴롭습니다.
박영규 뭐가 말이옵니까?
금강 신검 형님은 황후마마께서 나으신 태자들 중에 가장 맡이시고 적자이십니다. 헌데 아바마마께서는 자꾸 저를 지목하고 계십니다.
박영규 허허허.. 그만큼 많은 일들을 잘 하셨기 때문에 그러시는 것이옵니다. 그야 당연하시지요.
금강 아닙니다. 나는 오늘 조당에서 신검 형님이 저에게 주신 그 눈길이 잘 지워지지가 않습니다. 무섭도록 증오하는 눈빛으로 저를 보셨어요. 허, 이것 참... (또 마신다)
박영규 저는 폐하의 그 심중이 이해가 가옵니다. 제국을 창업한 군주는 유학에 따른 장자 우선이니 하는 겉치레보다는 실리를 중요시하옵니다. 어렵게 이룬 제국을 누군가가 잘 지켜주어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금강 허면 매부께서도 아버님과 같은 생각이십니까?
박영규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왜냐하면 실은 신검 태자마마도 나름대로 장수의 기질과 훗날 황제로서의 역량이 충분히 있는 분이옵니다. 다만 폐하의 용안에는 두 분이 너무도 비교가 되시기 때문에 아직도 금강태자마마께 미련을 더 두고 계신 것이지요.
금강 저는 그것이 두렵다는 것입니다, 매부. 차라리 아바마마께서 빨리 결정을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박영규 결정이라니요..?
금강 제가 황태자가 되던가, 형님이 되던가 말입니다.
박영규 ................?
금강 신료들은 반대를 하고 아버님께서는 저를 점찍고 계신다면 이 황실이 어찌되겠습니까? 그야말로 나라가 불안해 집니다.
박영규 허나 어찌 하겠습니까? 현실이 그러한 것을 말이옵니다. 그저 모르는 척 하시오소서. 결국은 폐하의 뜻대로 이 나라가 갈 수밖에 없지를 않사옵니까?
금강 폐하의 뜻대로라고 하셨습니까? 그렇다면... 제가 다음 보위를 이을 것이라는 말씀이 아니십니까?
박영규 그것이 폐하의 뜻인데 어찌하겠사옵니까? 폐하의 뜻 말이옵니다. 그 뜻이 곧 법이며 모든 결과가 되는 것이 아니겠사옵니까?
금강 ................?
박영규 그저 모르는 척 하시오소서. 세월이 다 말해줄 것이옵니다. 세월 말이옵니다. 태자마마. 허허허....
씬 능환의 집 외경
씬 동 사랑
능환과 신덕, 영순, 애술들이 차를 마시고 있다. 능환이 계속해 한숨만 내쉰다.
신덕 왜 그렇게 한숨만 쉬시옵니까, 이찬어른?
능환 답답해서 그러하이... 답답해서...
영순 낮에 조정의 일 말이옵니까? 일길찬 염흔 공이 참으로 혼이 났었지요. 허허허... 그 이야기는 왜 꺼내가지고...
능환 그게 어디 일길찬 뿐인가? 신검 태자마마의 이야기만 나오면 폐하께서는 불같이 노하신다네.
애술 그거 정말 왜 그러시는지 모르겠습니다? 하긴 뭐... 따지고 보면 신검 태자마마보다도 금강 태자께서 꼭 한 뼘쯤 더 공을 세우신다는 말입니다...? 흐흐, 그것 참... 그러니 폐하께서는 당연히 그쪽으로 쏠리실 수 밖에요.
신덕 당연히라고는 할 수 없겠지요. 그렇다고 해서 엄연히 적장자가 받아야 할 대위를 막내에게 줄 수는 없는 것이 아닙니까? 뭔가 잘못한 것이 있다던가, 그러지 못할 사정이 없는 바에는 말입니다. 폐하께서 조금 너무 하시는 것 같습니다.
애술 그러기에 자식은 내리사랑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페하도 어쩌실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뭐 우리가 간섭할 일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능환 나는 이제 그렇게 많이 살고 싶은 미련이 없네 그려. 그러나 이게 어떻게 세운 제국인가? 내 평생을 바쳐 폐하를 뫼셔가면서 오늘의 대 백제국을 이루었어. 헌데 그 제국에 지금 위험한 바람이 불고 있어. 아주 위험한 바람이 말이야.
영순 폐하의 뜻이 걱정이 되기는 하옵니다마는 뭐 그토록 위험하기까지야 하겠사옵니까?
능환 모르는 소리.. 이미 그 위험수위가 극에 달해있네. 이대로 더 가다가는 분명히 무슨 일이 나도 날 것만 같네 그려. 나는 그 파진찬이 원망스러워. 그 사람이 신료 중 제일 가깝게 폐하의 곁에 있네. 헌데 왜 이런 일 하나를 처리하지 못하고 수수방관을 한다는 말인가? 아무래도 파진찬은 폐하의 생각처럼 금강태자를 내심 두둔하는 것이 아닌가 싶네 그려.
신덕 그럴 리야 있겠사옵니까? 그래서 어찌할려구요..?
능환 아니야. 파진찬이 지금의 위기를 모를 리가 없는 사람이야. 전장에서 백번이기면 무엇하겠는가? 집안이 무너지면 다 끝나는 것이야. 걱정일세. 걱정이야.... 자네들도 이번에 문소군 전투에 나가면 제발 신검 태자께서 크게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들 도와주게나. 이대로 가서는 아니 되네. 이대로는 말일세.
그렇게 도리질을 하는 능환의 표정에서....
씬 황궁 대전 외경
풀벌레 소리가 높다. 근위병들이 번을 돌며 지나간다.
최승우 (소리) 폐하, 무얼 그리 생각하시옵니까?
씬 동 대전 안
견훤이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다. 최승우가 다시 묻는다.
최승우 폐하...
견훤 나라 밖의 사정은 그런대로 잘 풀려가는데.... 거 자식들 일만은 마음대로 아니 되는구먼 그래.
최승우 아뢰옵기 송구하옵니다마는 언제까지 다음 후사를 미루실 것이옵니까?
견훤 언제까지라니..? 내가 아직 멀쩡한데 서둘 일은 아니지 않는가?
최승우 후사에 관한 일을 더 미루면 아니 될 것 같사옵니다. 되도록이면 빨리 끝을 보시오소서.
견훤 어떻게...? 금강이로 말인가?
최승우 폐하, 신료들의 뜻을 헤아리시오소서. 신검 태자가 맞사옵니다.
견훤 자네도 참 마음에 없는 소리는 말게. 신료들이 그런다고 해서 자네까지 이러면 어찌하는가? 솔직히 둘 중에 누가 더 나은가?
최승우 폐하...
견훤 금강이야. 아무리 뜯어보아도 금강이야. 나도 이 문제를 가지고 더 미루어서는 아니 되겠다고 생각하네. 이번 문소군 공략을 한번 더 지켜보세나. 모두의 의견들이 다 신검이라고 한다면 이번 일을 한번 더 지켜보고 다시 생각하도록 하세.
최승우 그리 하시겠사옵니까?
견훤 나는 신검이에게 여러 번 기회를 주었어. 기회를 줄 때마다 그러나 신검이는 내게 실망을 주었어.
최승우 폐하께서 보시기 나름이옵니다. 좋게 생각하시면 또한 좋게 보일만한 일들이 많았사옵니다.
견훤 허허, 과연 그럴까? 내가 매번 하는 이야기지만 나라를 세우는 일보다도 지키는 일이 더 어려운 것일세.
최승우 바로 그것이옵니다. 많은 신료들이 신검 태자마마를 원하옵니다. 그 또한 나라를 위함이옵니다. 헤아리시오소서, 폐하.
견훤 그건 모두 저들의 영화를 생각하기 때문이야. 저희들이 편하고 잘 살아보려고 신검이에게 붙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야. 아무튼 이번 전투를 한번 치르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겠네. 모두들의 뜻이 그렇다면 생각을 해 보아야지. 우리는 다음 전투를 준비하세나. 자네는 그 일이나 서둘러 주게. 군대를 다시 배치하고 공략 시점을 노려야 할 것이 아닌가?
최승우 예, 폐하. 신은 다시 한번 청하옵니다. 신료들의 뜻을 헤아려 주시오소서.
견훤 신료들, 신료들 하지만 쓸만한 자들이 몇이나 있는가? 말했듯이 다 저희들 일신만을 생각하는 무리들이야. 거 일길찬 염흔인가 뭔가 하는 자도 그렇고 이찬도 늙어서 판단이 흐려졌고 말이야. 아무튼 그 일은 뒤로 미루세. 이번 결과를 한번 보자고... 그리고 빨리 군사를 움직이도록 하세. 잘 될 때에 계속 밀어부쳐야지.
최승우 예, 폐하.
그러면서도 견훤은 생각이 많다. 뭔가 찜찜한 것이다.
씬 인서트
신검을 총사로 한 백제군이 이동하고 있다. 견훤이 성루에서 보고 있다. 신덕과 종훈, 애술, 최필, 김총, 상귀, 부달, 소달들이 부장으로 따르고 있다. 신검이 견훤에게 군례를 올리며 그렇게 지나쳐 간다. 견훤은 끄덕이며 본다. 그 옆으로 금강과 최승우, 능환, 능애, 박영규들이 보고 있다.
씬 길
신검군이 그렇게 계속 지나쳐 가고 있다. 그 위로 지도가 수파되면서...
해설 해가 바뀌고 서기 929년 7월, 견훤은 신검에게 갑사 오천 명을 주어 보내어 지금의 의성인 문소군을 공략하게 한다. 백제가 특히나 문소군을 새로운 공략처로 정한 것은 그곳이 고려와 신라의 결정적인 연결 통로인 동시에 지금의 문경, 예천, 안동, 영주 일원이 그 문소군으로부터 전략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거점이었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그 중 안동은 당시 고려편도 그리고 백제편도 아닌 완충지대로 남아있는 호족들의 자치지역이었다. 문소군이 어찌되는가에 따라서 그 넓은 지금의 경상도 북부 지역이 크게 영향력을 받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신검군이 계속 그렇게 지나쳐 가고 있고 숲 속에서 숨어 보고 있던 고려의 첩자가 몸을 숨기며 어디론가 사라진다.
씬 그 다른 길
고려의 첩자가 흙먼지를 날리며 계속해 달려 사라져간다. 그 위로 들려오는 왕건의 소리
왕건 (소리) 무엇이라...? 백제군이 다시 문소군으로 가고 있어?
씬 고려 황궁 외경
씬 동 대전
왕건이 최응과 복지겸을 보고 있다.
왕건 도대체 숨쉴 틈을 주지 않는구먼 그래. 백제군 오천 군사가 문소군으로 몰려가고 있다.. 문소군으로..?
복지겸 예, 폐하. 방금 전 그런 첩보가 올라왔사옵니다. 그곳의 총사는 백제국의 태자 신검이라 하옵니다.
왕건 문소군은 중요한 곳이야. 그곳을 잃게 되면 그 주변의 많은 읍성들이 타격을 받게 되어 있어요.
복지겸 그러하옵니다, 폐하. 우리도 서둘러 군을 준비해야 할 것으로 아옵니다.
왕건 그래야지. 그래야 하고 말고.... 아니 그런가, 병부령?
최응 예, 폐하. 물론 그래야 하옵니다마는.....
왕건 왜...? 왜 그렇게 자신이 없는 표정인가?
최응 군사를 부릴 때에는 나아갈 때와 물러갈 때, 그리고 머물 때와 기다릴 때가 있사옵니다. 지금은 그저 머물러 지켜보실 때이옵니다.
왕건 그건 또 무슨 말인가?
최응 문소군은 비교적 큰 성이옵니다. 그리고 홍술이라는 장수가 우리 고려편에 서서 잘 지키고 있사옵니다. 하옵고 이곳 황도의 군사들은 아직까지 지난 날 패전에 대한 후유증이 회복되지 못했사옵니다.
왕건 그렇다고 적이 오고 있다는데 보고만 있을 것인가?
최응 이번만은 그리하시오소서, 폐하. 적은 지금 사기가 올라 있고 아군은 미처 그 피로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사옵니다. 이번 전투만은 홍술 장군에게 맡겨 두시오소서.
왕건 병부령 답지 않네 그려. 지난 상처가 덜 나았다고 언제까지 주저앉아 있으라는 말인가? 문소군이 함락되면 고창군 전체가 다 백제의 수중에 들어갈 우려가 있네. 그걸 알고 있는가?
최응 실은 그 점도 이번 전투에서 중요하게 지켜볼 사안에 속하옵니다. 지금까지 고려와 백제가 그 고창 지역을 완충지대로 하여 경계로 하고 있었사옵니다. 백제가 문소군을 친다면 그 옆에 붙어있는 고창의 호족들은 어느 쪽인가를 선택해야 하옵니다.
왕건 그러니까 서둘러 더 가야 할 것이 아닌가?
최응 폐하,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지난 해 삼년산성의 패전은 적정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결과가 그리 된 것이옵니다. 이번에 우리가 가고 아니 가고는 문제가 아니옵니다. 백제군과 문소군의 싸움에서도 호족들의 향배가 모든 것을 좌우하옵니다. 우리가 간다해도 저들이 백제군의 편에 서면 결코 승리를 장담키 어렵사옵니다. 이번만은 그대로 두고 보시오소서. 이래저래 득이 될 것이 없사옵니다.
복지겸 병부령의 말은 이번 전투만은 문소군 자체에 맡겨 두자는 것 같사옵니다. 듣고 보니 일리가 있사옵니다, 폐하.
왕건 지켜본다...? 우리 영지가 공격을 받고 있는데도 지켜본다...?
최응 지금은 그럴 때이옵니다, 폐하. 전투가 벌어질 때마다 황도의 군사들을 파견하게 되면 그만큼 전체적인 전투력에 문제가 생기옵니다. 이번 전투만은 저들 자체에 맡겨 주시오소서. 정 급할 때 다시 응원군을 검토해 볼 수도 있사옵니다.
왕건 허허, 이런... 답답할 때가 있나..? 적이 오고 있다는데 그저 지켜보자... 지켜보자...? 어허 이런...
씬 동 궐안 광평성 관아
신료들이 모두 모여 있다. 김행선을 중심으로 하여 왕규, 추언규, 최지몽, 정윤 무, 유금필, 박술희, 배현경, 홍유, 염상, 왕충, 윤신달, 박수문 형제들이다.
김행선 백제군이 또 오고 있답니다. 또 오고 있데요. 허허, 이것 참...
무 저들이 우리의 약세를 보았습니다. 우리의 빈틈을 보았기 때문에 계속해 밀어 부치는 것이지요. 당연히 막아서 싸워야 할 것입니다.
유금필 병부령과 내군 장군이 대전으로 갔으니 곧 무슨 하회가 있지 않겠습니까?
왕규 하지만 폐하께서 삼년산성에서 돌아오신지 얼마 아니 되셨습니다. 또 전투에 군사들을 보낸다는 것은 무리가 아니겠습니까?
박수문 문소군은 큰 성이고 상당한 군사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 스스로 적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마는.....
배현경 아니올시다. 기세가 등등한 저 백제군을 자체적인 군사로 막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가 지원을 나가는 것이 마땅할 것이외다.
홍유 그렇고 말구요. 그래도 우리 장수들이 군사를 이끌고 가 저들을 맞아야지 그저 소식이나 듣고 앉아 있을 수는 없는 일이지요.
염상 물론입니다. 폐하께 주청을 드립시다. 우리 장수들을 보내달라고 말입니다.
추언규 이 사람이 알기로 병부령이 대전에 간 것은 백제군을 맞기 위해 군사를 일으키자고 간 것이 아닌 줄로 알고 있소이다.
박술희 아니,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시오.
추언규 우리 고려군은 계속해 요 몇 년을 거듭 패전하였소이다. 싸움만 하면 졌어요. 그 때문에 폐하께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감정이 격해 계십니다. 병부령은 그것을 걱정하고 있었소이다.
박술희 뭐요..? 그것 때문에 전투를 피하자는 것입니까? 언제부터 우리 고려군이 이렇게 겁쟁이들이 되었습니까?
왕충 맞사옵니다. 지난날의 설욕을 해야지요. 자꾸 피하기만 하다가는 언제 그 빚을 다 갚는다는 말이오이까?
박수경 그러 하오이다. 가야하오이다. 마땅히 우리가 나서서 저들을 맞이 해야 하오이다.
최지몽 그러나 무엇보다도 수많은 목숨들이 걸려있는 전쟁에서 감정은 금물이라 생각되옵니다. 감정은 이성을 흐리게 할 수 있고 이성이 흐려지면 전투의 결과는 처음부터 뻔한 것이 되옵니다.
배현경 어허, 이런... 젊은 사람이 무얼 안다고 그런 소리를 하는가? 나라와 나라 사이의 전쟁일세. 또한 전투에 감정이 없어서야 어떻게 싸우겠는가? 이번 전쟁에는 우리 장수들이 모두 나가십시다. 가서 크게 한번 저들을 꾸짖어 주십시다. 암요, 그래야지요.
추언규 그러나 병부령은 말했소이다.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말입니다. 참고 기다려야 할 때라고 하였소이다. 힘들고 어렵지만 우리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리자고 말이올시다.
김행선 일리가 있습니다. 싸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백성들도 생각해야 하고 나라 사정도 또한 살펴야 합니다. 누구보다도 그런 사정을 잘 아는 병부령이 청하고 있는 것이올시다. 기다려보자고 말입니다. 이번 일은 문소군에게 맡겨 놓으십시다. 그리고 보다 더 국력을 다지도록 하십시다.
박술희 어허, 이거야 원... 이거 정말 어쩌다가 이리 되었는고...? 어쩌다가 이리 되었어... 어이구... 형님 이거 정말 미칠 것 같습니다. 이래가지고서야 언제 숭겸형님의 한을 갚는다는 말입니까? 어이구...
유금필 ............. (그저 눈을 감고 한숨만 쉰다)
그런 그들의 표정에서...
씬 길
계속해 신검의 군대가 가고 있다. 가면서 신검이 말한다.
신검 이보시오, 신덕 장군?
신덕 예, 태자마마.
신검 우리가 가고 있는 문소군은 우리 백제와 고려 사이에 놓여있는 아주 중요한 거점이라 들었습니다.
신덕 예, 태자마마. 그 때문에 폐하께오서 어느 분을 총사로 보낼 것인가 고심하시지 않았사옵니까?
신검 허허허... 그렇기는 했습니다마는... 우리가 문소군을 차지하면 그 옆의 고창 땅이 다시 또 우리 것이 된다고 합니다. 고려의 여러 읍성으로 향하는 길목을 끊고 동시에 넓은 땅까지 더 얻는다면 바랄 것이 더 무엇이겠소이까? 하하하...
신덕 그러하옵니다, 태자마마.
애술 꼭 그리하시오소서. 떠나오기 전에 이찬 어른 댁에서 차를 한잔 마셨는데 이찬께서 걱정이 참 많으셨사옵니다.
신검 (한숨) 그분은 늘 저 때문에 걱정이 많은 어른이시지요. 빨리 그 염려를 덜어 드려야 할 터인데...
최필 하하하... 태자마마, 곧 그렇게 되지 않겠사옵니까?
김총 태자마마께서는 그 많은 형제분들 중 가장 맏이시옵니다. 모든 것이 잘 될 것이옵니다.
애술 그래야지요. 잘 되어야지요. 아 누가 감히 신검 태자마마의 위상에 도전을 할 수가 있다는 말입니까? 아니 되지요, 암요...
용검 그렇습니다. 그 누구도 정해진 법도와 순리를 어길 때에는 가혹한 형벌이 기다리게 되어 있습니다. 장군들께서 형님을 많이 도와 주십시오. 종훈 군사도 그렇고 말입니다.
종훈 하하하... 폐하께서도 상당히 마음을 돌리고 계시는 것으로 아옵니다. 그러니까 금강 태자마마를 쉬시게 하시지 않았사옵니까? 이번에 반드시 공을 세우실 것이옵니다.
신검 고맙소이다. 군사와 장수들이 이구동성으로 그리 말하는데 안될 일이 이겠소이까? 자, 부장들은 들으라.
부장들 예, 총사
신검 점차 문소군이 가까워 오고 있다. 첨병들을 보다 멀리 띄워서 적정을 샅샅이 살펴 오도록 하라.
부장 예, 총사. (군사들에게) 첨병들은 앞서 떠나라. 가서 적정을 상세히 살펴라.
대답소리와 함께 몇 필의 기마대가 떠나간다. 그들을 보면서 신검은 혼자 또 중얼거린다.
신검 허나, 아무리 공을 세우면 무얼하나? 아버님 생각하시기에 따라서 모든 것이 형편없이 되어 버리는데... 아니 그러하냐, 아우야?
양검 이번만은 다르옵니다. 금강이도 오지 않았사옵니다. 한번 크게 해 보시오소서.
용검 그렇사옵니다. 그래도 아바마마께서 나무라시면 그때는 참지 마시고 한 말씀 하시오소서. 해도 너무 하신다고 말씀이옵니다.
신검 그래...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느냐? 그러나 그랬다가는 어찌될 지를 몰라서 하는 소리냐? 아버님은 영락없는 할아버님을 닮으셨어. 우리가 보았던 상주의 그 할아버님 말씀이시다. 허허, 그것 참...
양검 헌데 그 아버님을 형님께서도 조금 닮으신 것 같사옵니다.
신검 무엇이라..?
양검 형님께서도 성격이 불같지 않으시옵니까?
신검 허허허... 하긴 그 피가 어디 가겠느냐? 이제부터는 제발 아버님이 그만 하셨으면 좋겠다. 제발 말이다... (한숨) 자, 어서 가자꾸나.
그들 예, 형님.
신검은 씁쓸한 표정으로 그렇게 계속해 간다. 그늘진 그의 표정에서...
씬 백제 황궁 외경
씬 동 대전 안
견훤과 최승우, 능애, 능환이 함께 해 있다. 견훤이 못마땅해서 능환과 능애를 보고 있다.
견훤 나에게 할 말이 있다고 그랬는가, 아우?
능애 예, 형님폐하.
견훤 허허, 뭐가 그렇게 중요한 말이라서 이렇게 대전으로 들었는가? 왜..? 전투에 내보내지 않으니 좀이라도 쑤시는가?
능애 그럴 리가 있사옵니까, 폐하? 신은 폐하의 친 아우이옵니다. 폐하께서 하시는 일에 어찌 불만이 있겠사옵니까?
최승우 .................
견훤 허면 어서 말을 해보아. 대체 무슨 일이야?
능애 폐하... 폐하께오서는 그동안 수십 년을 사방으로 뛰시면서 수많은 희생과 악전고투 끝에 오늘의 제국을 이루셨사옵니다. 하옵고, 이제 곧 고려를 무너뜨리고 통일 대업을 이루는 목전에 와 계시옵니다.
견훤 그 소리는 수도 없이 들었어. 본론이 뭔가? 그걸 말해 보아. 이찬도 함께 왔으니 할 말이 있겠구먼 그래.
능환 신이 어찌 특별하게 할 말이 있겠사옵니까? 여기 능애장군께서 함께 폐하를 알현코자 하기로 찾아뵈었사옵니다.
능애 폐하, 신은 폐하의 아우이옵고 이 나라의 장수이옵니다. 또한 여러 태자분들의 숙부가 되옵니다. 아뢰옵기 참으로 송구하오나 폐하께오서는 태자분들에 관한 일을 순리로서 해결해 주셨으면 하옵니다.
견훤 무어라..? 순리라..?
능애 그러하옵니다, 폐하. 이 아우가 무슨 사심이 있어서 이런 말씀을 올리겠사옵니까? 여러 자식이 있다보면 그중 정이 가는 자식이 있고 미처 정이 덜 가는 자식도 있사옵니다. 그 이치는 자식을 낳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같사옵니다.
견훤 지금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이야? 네가 감히 지금 나를 훈육하는 것이냐? 그런 것이냐, 능애야?
능애 폐하, 신이 오늘 이곳에 온 것은 꾸중을 들을 각오를 단단히 하고 온 것이옵니다. 야단을 맞더라도 드릴 말씀은 드려야겠사옵니다. 다음 후사는 신검 태자께서 그 누구보다도 당연한 권리를 가지고 있사옵니다. 이를 자꾸 뒤로 미루심은 옳지 않사옵니다.
견훤 닥치지 못할까? 마치 네가 황제처럼 지껄이고 있구나. 도대체 네가 무슨 배포로 이리 말하고 있는 것이냐? 신검이에게 무슨 사주를 받았구나? 그런 것이냐, 능애야? 사주를 받았어?
씬 동 황후전
황후 박씨가 긴장해서 이상궁에게 묻고 있다.
박씨 지금 능애 장군이 대전에 들어있다고..?
이상궁 예, 황후마마.
박씨 누구 누구가 함께 있다고 하느냐?
이상궁 이찬어른과 파진찬 어른이 함께 계신다 들었사옵니다.
박씨 능애 서방님께서 이 늦은 저녁에 대전으로 들었다는 것은 뭔가 중요한 말이 있어서가 아니겠느냐?
이상궁 그런 줄로 아옵니다. 주변의 붙여둔 내관이 방금 전에 왔다가 갔사온데...
박씨 그런데..?
이상궁 대전으로 들어간 분들의 표정이 크게 긴장되고 굳어있다 했사옵니다.
박씨 그래...? 그렇구나... 능애 서방님이 그리로 가셨다면 뻔한 일이다. 우리 신검이의 일 때문이야. 틀림없어.
씬 다시 대전
여전히 노한 견훤이 능애를 보고 있다.
견훤 다시 말해보거라. 뭐라..? 신검이가 뭐...? 당연한 권리를 가지고 있어? 이놈아, 이 옥좌가 무슨 권리가 있어서 주고 받고 하는 것이냐? 네 놈이 돌았구나. 분명히 너는 사주를 받고 온 것이다. 신검이 놈의 사주를 받고 온 것이야. 틀림없어.
능애 그렇지가 않사옵니다. 사주라니요..? 그럴 리가 있사옵니까? 신은 다만 이 일로 하여 신료들이 분열되고 조정 인심이 흩어지는 것을 염려하는 것이옵니다. 뿐만 아니오라 황실 안의 인심도 크게 걱정하지 않을 수 없사옵니다. 힘들여 이루신 제국이시옵니다. 잘못된 선택으로 하여 나라가 도탄에 빠질 수가 있사옵니다.
견훤 네 이놈, 능애야... 닥치지 못하겠느냐? 나는 황제이니라. 너희 형이기 이전에 황제야. 먼저 나라를 생각하고 그 다음 자식을 생각하는 것이다. 네가 그것을 알기나 하느냐? 알기나 하고 지껄이는 것이냐?
능애 순리와 정도를 벗어나게 되면 결국 나라도 무너지는 것이옵니다. 살펴 헤아리시오소서, 폐하. 오늘 이 아우는 죽기를 작정하고 이곳에왔사옵니다.
견훤 닥치라고 하였다, 이놈... 뭐 어째? 나라가 무너져...?
견훤이 벌떡 일어나며 그대로 앞에 있던 접시를 내어 던진다. 접시가 능애의 머리에 맞아떨어지면서 깨어져 흩어진다. 능환이 무섭게 입술을 깨물며 그저 침묵으로 보고 있다. 최승우가 나선다.
최승우 폐하, 고정하시오소서. 이러심은 옳지 않사옵니다.
견훤 아니야. 이건 아우로서 온 것이 아니야. 분명히 신검이 놈에게 뭔가 청탁을 받고 여기에 온 것이야. 그렇지 않고 이렇게 내개 무례할 수가 있는가? 능애 이놈.... 이 형의 성질을 몰라서 이러는 것이냐? 나라가 무너진다고 하였겠다? 나라가...?
능애 살펴 헤아리시오소서, 폐하. 다른 신료들은 오래 전부터 폐하께 할 말을 하지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사옵니다. 그 때문에 신이 앞서서 이렇게 폐하께 진언을 드리고 있는 것이옵니다. 헤아리시오소서, 폐하. 순리를 따르시오소서, 폐하.
견훤 그래도 이놈이.....
견훤은 벽에 걸려있는 어검을 빼어든다. 여전히 능환은 옆 눈으로 그렇게 보고만 있다. 최승우가 황급히 달려나가 다시 막는다.
최승우 고정하시오소서, 폐하. 제발 고정하시오소서...
견훤 자네도 듣지 않았는가? 내가 잘못해 나라가 망한다네. 내 아우라는 놈이 하는 소리야. 이것이... 네 이놈...
견훤이 그대로 칼을 높이 쳐든다. 그러다가 능환을 본다. 그들의 시선이 마주쳤다.
견훤 이보게, 이찬?
능환 예, 폐하.
견훤 그래.... 가만히 생각해 보니 지금 이 능애가 하는 소리는 결국 자네의 소리야. 그렇지 않은가?
능환 ...........?
견훤 (칼을 내리며) 왜 대답이 없는가? 자네가 할 말을 지금 능애가 와서 하고 있는 것이야. 그렇지 아니한가?
능환 예, 폐하. 그러하옵니다.
견훤 그러해...? 그렇단 말이지? 그러해...?
능환 예, 폐하.
그런 그들의 표정에서...
<166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