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네의 여인
김대건 신부님이 안장 되어 있는 경기도 안산 천주교 성지를 찾았다.
성지 순례 행렬에 끼어 성모 마리아님의 고통을 상징하는 순례코스를 오르면서
수사(修士)님의 세 번째 해설을 듣고, 다음 코스로 이동하면서 나는 본의 아니게
한 여인의 뒤에서 그의 독백을 훔쳐 듣고 말았다.
“사랑은 주기위해 있구나!
나는 사랑을 주기만 할 거다. 나는 살기로 작정했어......“
살기로 작정 했단다. 그러니까 방금 전 까지 만해도 죽기로 마음먹었거나 해어지
기로 작정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 속사정은 물어보지 않아서 잘 알 수는 없으나
성모님께서 십자가에서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님 시신을 받아 안으시고 가슴에 비
수가 꽂히는 듯 하는 고통 중에서도 인류의 사랑을 위해 그 고통을 감당해 내시고
오히려 그 십자가를 키우는 거름이 되셨으니 그 깊고 큰사랑에 크게 감동되었으리
라 짐작이 된다.
성지가 마련되고 이렇듯 가꾸고 사람들에게 성지 순례하기를 바라는 결과가 이렇
다면 참으로 이 이상 더 바랄 것이 어디 있겠는가?
김대건 신부 님께서는 약관 25세의 성장기의 나이로 새남터에서 단두 형을 당했는데,
신부님의 복사 중 한분이 몰래 시신을 수습해서 자기의 선산에 모셔서 여기에 안장
되셨단다. 풍수지리설은 잘 모르지만 보기에 과히 능에 해당 되는 명당자리 같이 보였다
지금 우리사회가 어둡게 보이는 까닭은 과격한 민주화 투쟁으로 말미암아 인성의 성
향이 자기위주로 생각하는 개인 지향이 되어서 자기욕심 중심으로 가치를 규정짓고 있
기 때문일 것이다. 전혀 예수님의 가치규정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는데 그 사람들은 예
수님 인권주의를 가장 잘 실현하는 투사로 착각하고 있는 것같이 보인다. 만약에 예수
님이 이 땅에 다시 오신다면 채찍을 다시 한번 드실 것이 분명하다.
이 아주머니는 살아가는 자세를 알지 못하여 생사의 기로에서 고민하고 있었음은 틀
림이 없다. 자기중심으로만 세상사를 바라보니 그게 뜻 데로 될 리가 있겠는가? 거기
에 그렇게 잘 난 인물은 아닌 것 같고......?
이제 성모님의 고통을 묵상하면서 그 삶의 자세를 깨달은 것이리라. 사랑을 요구하기
만 했던 자기의 어리석음을 깨달은 것이다. 다행이 깨달을 수 있는 은총을 받은 것은
믿음에서 받은 하느님의 보상일 것이리라.
참으로 축복을 드려야하고, 축복 받을 자격이 있는 분이 되셨다. 아주머니는 성지 순례
의 은총을 한 몸에 받은 분이 되셨다.
이런 때 불교적으로 말하면 성불했다고 해도 되는 것이 아닌지? 인간의 삶의 지혜를 깨
달은 것이다. 뒤에서 몰래 훔쳐 들은 내가 도리어 행복해 지는 착각을 일으키고 있었다.
정말 축복받을 자격이 있는 분이 되셨다.
진정 사랑은 주는 것이고 그 사랑을 몽땅 줄 때 진정한 삶의 가치를 얻어 낼 것이리라.
따라서 이 세상에서는 사랑 줄 곳이 없는 사람이 제일 불쌍한 사람일 것이 분명하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식물이 누구에게 사랑을 쏟아 보낼 때 가장 행복하다고들 말하고
있지 않는가! 그때가 또한 가장 행복하게 보인다고들 말한다.
인간은 자기중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자기중심이 되면? 욕심이 발동하고, 집착하게 되고,
그러면 마귀가 침투하고, 하늘을 잃어버리게 되고, 화를 내게 되고, 스트레스가 쌓이게 되고,
그러면 자기와 자기 주면 사회가 멸망의 길로 접어들게 될 것이 아니겠는가?
예수님과 모든 성자님께서도 사랑해라 하고 말했지, 사랑 받아라 라고 말하지는 안했다.
“사랑 받는 사람은 사랑 하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특별한 권리이다.”
“하늘 한번 올려다봅시다.”
乙酉年 8월 佳松 김기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