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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장,
우민우는 아내 성경미와 함께 예약이 되어 있는 식당 앞에 차를 주차시킨다.
참으로 고급스러운 프랑스 전문식당이다.
자신들로서는 감히 이런 곳에 들어와 볼 엄두도 내지 못하는 곳이다.
“참으로 비싼 곳인데 이런 곳에 정했다고 했어요?”
“응
분명이 이곳이 맞아!
어서 들어갑시다.“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가 우민희의 이름을 말하자 종업원이 정중하게 안내한다.
두 사람은 종업원을 따라 들어가면서도 으리으리하게 꾸며진 식당내부에 주눅이 든다.
룸으로 안내를 받는다.
종업원은 노크를 하고 잠시 사이를 두었다 문을 열고 두 사람을 들어갈 수 있도록 비켜서며 손님이 도착했음을 알린다.
“어서 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민희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을 맞이한다.
“어서 오시오!”
김형우 역시 그들을 정중하게 맞이한다.
“처음 뵙겠습니다.
우민우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사람은 제 내자입니다.“
”이렇게 만나게 되어서 기쁩니다.
누나로부터 두 사람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었지요.
어서 앉읍시다.“
그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는다.
민우는 누나를 바라본다.
그 동안 참으로 많이도 변한 누나의 모습이다.
“이제 처남이라고 해야 하는 것이 맞죠?”
김형우는 활짝 웃음을 띠우며 말을 한다.
“네!
바로 제 위의 누님이십니다.
안 그래도 평생을 홀로 살아가시는 모습이 참으로 가슴이 아팠는데 이렇게 매형되시는 분을 뵙고 나니 마음에 안도의 숨이 새어나옵니다.“
민우는 김형우의 첫인상이 마음에 든다.
인자하고도 따뜻함을 지니고 있는 인품이 그대로 보여 진다.
또한 성경미 역시 김형우의 첫 인상에 좋은 느낌을 받는다.
참으로 좋은 사람일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는 것이다.
“형님!
이렇게 좋으신 분을 만나게 되어서 정말 축하드립니다.
그동안 너무 고생을 많이 하셨고 많은 일들을 묵묵하게 참아내신 형님이 언젠가는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정말 두 분께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행복하기만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이렇게 처남댁의 축하를 받으니 더 없이 영광이고 행복한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는 이 사람이 고생하는 일이 절대로 없을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민우와 성경미는 김형우의 모습에서 진심을 본다.
그들은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며 즐겁게 식사를 한다.
대단한 프랑스 코스요리와 고급스러운 와인을 곁들인 식사다.
“부모님을 뵙는 것이 언제가 좋을까?”
민희가 조심스럽게 묻는다.
“작은 누나!
일단 부모님을 제 집으로 모시겠습니다.
모두 그곳으로 내려가는 것보다는 아직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계시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바람도 쏘이실 겸 저희 집으로 모시고 와서 저희 집에서 뵙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것은 올케가 힘이 드는 일인데 이렇게 모시고 나와서 뵙지.“
“아닙니다.
매형께서도 저희 사는 모습도 보셔야 하고 이런 식당보다는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는 것은 제 집이 좋습니다.
다소 불편하시더라도 그렇게 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것은 처남 말이 맞습니다.
연로하신 부모님을 밖에 뵙는다는 것이 무리지요.
그리고 저희가 집을 마련해서 안주를 한 다음에 또 그때 저희 집에 모시면 좋고요.“
“네, 매형!
그렇게 하도록 하고 제가 부모님을 모시고 오겠습니다.
확실한 날짜는 그때 부모님과 결정을 해서 다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올케가 고생이 돼서 어떻게 하지?“
“형님!
그런 것을 고생이라고 하면 어떻게 합니까?
참으로 경사 중에 경사입니다.
이제 부모님께서도 마음에 안정을 얻으시고 축복을 해 주실 것입니다.“
성경화 역시 남편의 말에 따르기로 한다.
그들은 오랜 시간 식사를 하며 많은 이야기들을 나눈다.
그들의 이야기들을 통해서 김형우는 그동안 민희가 얼마나 힘든 세월을 혼자서 감내하며 살아왔던가를 짐작한다.
일찍 아이도 없이 홀로된 민희는 수많은 세월들을 혼자만의 외로움과 힘든 세월들을 삭이면서 힘들게 살아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집으로 돌아온 김형우는 민희를 꼭 끌어 안아준다.
“당신이 얼마나 힘들고 외롭게 살아왔는지 짐작을 할 수 있겠소.
이제는 내가 당신 곁에서 그 모든 것들을 보살펴주며 힘들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을 하리다.“
”고마워요!
이렇게 지금이라도 당신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해요.“
그들은 서로를 위로하며 어깨를 내어 기댈 수 있도록 한다.
그런 시간 유혜영은 혼자서 마음을 쓰며 온갖 상상 속에 빠져든다.
시아버님의 재혼은 꿈에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일이었다.
이제 일흔이 다 되신 시아버님이 얼마나 생을 더 하실 것인가?
얼마 남지 않은 그 생애를 이제 여자를 맞아들이신다면 아버님이 가지고 계신 재산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유혜영이다.
막내 동서는 자신의 뜻대로 움직일 것 같아 별 신경을 쓰이지는 않는데 유독 혼자서 청청한 척하는 바로 밑의 동서로 인해 마음이 더욱 상한다.
자식들 모두 함께 아버님의 초대를 참석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당신의 주장이 강하시다고 하시더라도 자식들 모두를 버릴 수는 없지 않는가?
그러나 둘째네만이라도 참석을 한다면 다른 자식들은 버림을 받을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어디에다 대고 하소연을 할 곳도 없게 된다.
남편 역시 자신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시아버님을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자신도 인정을 한다.
그만큼 편안하고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더라도 돈이 있으신 아버님은 당신 나름대로 충분하게 모든 것을 해결하신다는 생각만을 했을 뿐이다.
요즘 세상에 반드시 집에서만 밥을 먹으라는 법은 없다.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입맛대로 나가서 사 먹을 수 있는 세상이고 그렇게들 살아가고 있는 세상이 아닌가?
자신만 하더라도 여유가 생기면 집에서 힘들게 모든 식사준비를 하며 고생하면서 살아가지 않겠다는 유혜영의 생각이다.
유혜영은 시아버님의 재산이 다른 곳으로 넘어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시아버님의 재혼을 반대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둘째가 동조를 하지 않고 있어 속이 상할 대로 상한다.
내일이면 약속이 있는 날이다.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이 아버님이 초대한 날짜가 다가온 것이다.
유혜영이 그런 속을 끓이고 있을 때 휴대폰이 울린다.
막내동서의 전화다.
"막내인가?"
"네, 형님!
그나저나 내일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둘째동서가 함께 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으니 정말 속상해 죽겠다.
자네는 어떻게 할 참인가?"
"저야 형님이 하라시는 대로 하지요.
작은 형님은 대체 왜 그러시는 건가요?"
"그 속을 내가 알 수가 있어?
아마 혼자서 아버님께 잘 보이려는 속셈이겠지.
그런다고 아버님께서 그 재산을 몽땅 다 주실 것같지만 어림없는 일이야!
절대로 그렇게 호락호락하시는 분이 아니란 말이야!"
"그러게나 말입니다.
작은 형님께서는 아버님의 성정을 모르고 계신 것같아요."
"참으로 속상해서 죽겠다.
그렇다고 우리만 가지 않을 수도 없고........."
"우리라도 가지 말지요.
설마 작은 형님네만 참석을 했다고 아버님께서 큰아들하고 막내아들을 무시하시겠습니까?
그 재산을 둘째 아들만 주시지 않을것입니다."
"그럴까?
정말 자네 말대로 그렇게만 된다면 좋겠지만............"
조은숙은 어떻게 해서든지 큰형님네가 빠지기를 바라면서 바람을 넣는다.
어떻게 하든지 큰형님 부부가 참석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는 조은숙이다.
참으로 욕심이 많고 이기적인 큰형님이 평소에도 좋지 않은 조은숙은 이번 기회에 큰형님부부가 아버님의 눈밖에 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로서는 이득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조은숙은 한참을 그렇게 유혜영의 마음을 헤집어 놓으며 참석하지 말자는 다짐을 받아낸다.
그러나 유혜영은 갈등을 잠재울 수가 없다.
절대로 시아버님과 인연을 끊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다음 날이 되자 유혜영은 막내동서와의 철석같은 약속 따위는 잊고 참석을 할 준비를 한다.
아버님의 상대가 어떤 여자인지도 궁금하고 아버님과의 인연을 끊을 수 없다는 생각에 다른 날보다 더욱 정성을 다해서 치장을 한다.
저녁시간보다 조금 이른 늦은 오후에 시간이 잡혀있다.
일방적인 아버님의 통보였지만 그다지 불편할 것은 없다.
약속장소 역시 품위있고 비싼 고급스러운 한정식 집이다.
유혜영은 자신의 차림새로 상대방 여자를 기를 죽여 놓을 심산이다.
한껏 멋을 내고 치장을 한다.
성일은 그런 아내의 모습이 마땅스럽지가 않다.
"당신 모습이 너무 과한 것이 아니야?"
"내가 어때서?
그럼 이 정도도 하지 않고 나가란 말이야?
그렇게는 할 수 없어!"
남편의 말에도 유혜영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성일은 자신의 말이 아내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생각을 하며 이맛살을 찌푸려보지만 소용이 없는 일이다.
그들은 시간을 보며 집을 나선다.
성일이 늦겠다는 성화에도 유혜영은 일부러 꾸물거린다.
남들보다 일찍 도착하지 않으려는 유혜영의 계산에 의해서 조금 늦게 도착한다.
조은숙은 시간이 지나면서 큰형님부부가 오지 않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그러나 약속시간보다 약간 늦게 도착을 하는 그들 부부다.
그렇지만 김형우 역시 약속시간보다 늦게 도착한다.
이미 큰며느리의 마음을 알고나 있다는 듯 그들 부부가 도착을 하자 뒤따라서 들어오는 김형우였다.
자식들 모두 기다리고 있다가 일어나서 맞이한다.
"다들 왔구나!
자, 어서 들어와요."
김형우는 자신의 뒤에서 수줍은 듯 서 있는 민희의 손을 잡고 들어선다.
고운 한복을 입은 김형우와 우민희의 모습은 모두의 눈을 놀라게 한다.
아버지의 품위있는 모습을 처음 보는 듯하다는 표정이었고 민희의 곱고 아름다운 자태에 넋이 나간다는 듯한 표정들이다.
"인사들을 해라!
너희들 새 어머니시다."
유혜영은 생각보다 더 아름답고 자신의 생각대로 젊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자신의 계산이 처음부터 빗나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성일아!
너희들부터 절을 드리면서 인사를 하거라!"
"네!"
성일은 아내인 유혜영에게 눈짓을 한다.
그러나 유혜영은 남편의 눈짓을 알지 못하고 민희를 바라보느라 정신없다.
"뭐해요?
어서 인사를 드립시다."
그제서야 유혜영은 가볍게 반 절로 인사를 한다.
우민희 역시 맞절로 아들과 며느리들의 인사를 받는다.
"너희들에게 미리 말을 하지 못한 것은 미안한 일이다마는 그것은 이 애비를 탓할 생각들을 하지 말거라!
너희들 누구도 이 애비에게 관심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네!
저희도 반성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주 잘 하신 결정이십니다.
두 분이서 너무 잘 어울리시고 이렇게 함께 계시는 모습을 보니 저희 마음이 편안합니다."
둘째 성환이의 대답이다.
"자녀분들은 몇이나 되세요?"
유혜영의 질문이다.
"자식들이 없어요.
아직 하나도 출산을 해 본 경험이 없고요."
민희의 조심스러운 대답이다.
"그러시다면 결혼을 해 보지 않으셨나요?"
또 다시 유혜영의 질문이다.
"젊어서 결혼을 했지만 자식도 얻지 못하고 사별을 했지요.
그리고 쭉 혼자서 살아왔지요."
"그런 미모를 지니시고도 한 번도 재혼을 하지 않으셨다고요?
믿을 수 없는 일이네요."
또 다시 유혜영의 당돌한 말이 이어진다.
성일은 아내를 향해서 입을 다물라는 신호를 보낸다.
그러나 유혜영은 그런 남편의 표정을 못본척 무시를 한다.
글: 일향 이봉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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