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청년을 만난 건 2년 전의 일이다. 연합회 사무실로 찾아온 청년은 키가 훤칠하고 잘생긴 대학 중퇴자였다. 묻지도 않았는데 자신이 신천지 탈퇴자라면서 신천지가 얼마나 위험하며 어떻게 사람들에게 접근하는지 그리고 어떤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지 조목조목 말해 주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그에게서 의심의 경계를 풀지 않았다. 이 사람들이 워낙 모략전도를 당연시하고 연기도 마다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나와 박군의 첫 대면이 이루어졌다. 대화를 마치고 그를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부디 다시 사회생활에 적응을 잘해서 건강한 사회인으로 그리고 바른 종교관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런 그가 2년이 지나서 연락이 왔다. 그동안 신천지에 입교하면서 자퇴했던 대학 생활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편입학을 준비했고 이번에 몇 학교로부터 1차 합격 통지받은 상태라고 했다. 신천지에서 탈퇴한 후 심적 정신적 고통을 겪다가 겨우 극복하고 이번 편입학을 통해 많은 자신감을 회복한듯해 보였다. 잘했다고 격려해 주었고 아침마다 새벽 묵상을 보냈다. 그랬더니 오늘은 울산에 왔다면서 연락이 와 롯데백화점 근처에서 만났다. 한눈에 알아볼 만큼 건강하고 달라져 보였다.
그래도 신천지에 대한 정보는 듣고 보고 있는 눈치였다. 몇 마디 대화를 나눠보니 신천지 돌아가는 걸 영 모르지는 않았다. 1931년생인 이만희 총재가 이제는 나이가 많아서 치매 증상도 보인다는 얘기도 들었나 보다. 그러니 후계 구도는 얼마나 치열하게 돌아갈 것인가? 거짓은 시작은 거창하지만 끝은 참 허무하게 무너지는 것이 아닌가? 영생불사한다고 큰소리 땅땅 쳤으니 이제 그 거짓말을 어떻게 포장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질 것이다. 이만희 총재 사후 후계 구도를 두고 헤게모니(hegemony) 싸움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는 정황이 나타나고 있는데 지파장들의 교체다. 내부적인 횡령 관련 소식들이 있지만 결국에는 후계 구도 싸움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문제는 영생불사한다고 믿었던 이만희 총재 사후에 벌어질 신천지 신도들의 정신적인 충격과 혼란을 어떻게 수습하느냐에 있다. 어쩌면 젊은 날을 모두 신천지에 바쳤던 사람들은 감당하기 힘든 패닉 상태에 빠질 것이다. 자신들이 어리석어서 그렇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너 잘못이니 네가 알아서 해라”라고 내팽개친다면 한동안 우리 사회는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그들을 바른 진리로 인도하고 다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누가 도와주어야 할까? 당연히 그리스도인 동료들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문제는 현재 한국 교회가 신천지 성도들을 수용하고 받아 줄 수 있는 영적 식견과 지식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비록 엉터리 공부지만 계시록을 줄줄 외우고 있는 그들에게 다니엘 계시록은 닫힌 책인 것처럼 아예 접근조차도 부담스러워하는 교회들이 낙심한 신천지 신도들에게 모세와 선지자의 글로 시작해서 예언을 풀어서 저들이 가야 할 길과 살길을 보여줄 수 있을까? “신천지 교인 출입 금지”라고 정문에 써 붙였던 교회들이 무슨 자신감이 있어서 저들을 받아 줄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신천지를 수용하고 받을 수 있는 교회는 재림교회밖에 없어 보이는데 지금 우리는 그때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생각해 봐도 별 대책이 없어 보인다. 한국 교회는 신속히 고령화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신천지에는 수많은 젊은이가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저들을 바른길로 이끌 수만 있다면 다시 한번 교회는 부흥의 기회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교단은 신속히 전략팀을 꾸리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저들을 정신적으로, 사회적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신앙적으로 바르게 인도할 수 있는 건강한 루트를 만들어서 출구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나 한국 교회가 또 한 번 비 신앙인들에게 지탄받는 대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