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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학(BTSology), BTS 연구는 이미 시작되었다”
사회학, 철학, 문학, 커뮤니케이션, 종교학, 경영학, 심리학…
전 세계 여러 분야 학자들은 왜 BTS를 연구할까?
2022년 6월, 방탄소년단(BTS)은 데뷔 9년 만에 단체 활동 잠정중단을 선언했다. 방탄소년단은 개별 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제2막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고, 전 세계 언론 및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결정을 분석하기에 바빴다.
이 책을 쓴 방탄소년단을 연구하는 철학박사, 이지영 교수는 이들의 결정에 크게 놀라지 않으며 이렇게 말한다. “대부분의 아미는 사실 별다른 동요 없이 그들의 결정을 이해했고 지지합니다. 왜냐하면 아미들은 BTS의 결정이 자신들의 메시지인 ‘LOVE YOURSELF’를 스스로의 삶에서 실천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음을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그룹 활동보다는 개인 활동을 통해 스스로를 찾으려는 결정은 방탄소년단이 인간으로서, 또 예술가로서 성장할 시간을 주지 않는 시스템 속에서 그들 역시 살아내기 위해 해야만 했던 선택이 아니었을까요.”
2022년 7월, 서울에서 제3회 BTS 국제 학술대회가 열린다. BTS 국제 학술대회는 ‘학자 아미’인 국제 BTS 연구모임(ISBS)을 중심으로 2020년 영국 런던에서 시작해 2021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진행됐고, 2022년 7월 서울에서 제3회 대회가 개최된다.
방탄과 그 팬덤 아미(A.R.M.Y.)의 활동으로 초래된 변화는 오늘날 사회구조와 미디어, 예술형식에서 일어나고 있는 근본적인 변혁을 함축한다. 이 변화는 기존의 위계질서와 권력관계에 균열을 내며 세계를 뒤흔드는 혁명의 의미까지 담고 있다. 방탄과 아미로 인해 초래되고 있는 변화는 전 지구적인 규모의 포괄적이고 근원적인 변혁을 징후적으로 표현한다.
이 책은 방탄과 아미가 연대와 실천을 통해 일으키고 있는 사회, 문화, 정치, 미학적 현상을 ‘방탄 현상’이라 명명하고 그 혁명적 의미를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의 ‘리좀’ 개념으로 설명한다.
아미는 방탄의 팬덤이지만 단순한 소비자나 추종자가 아니다. 방탄의 활동에 사랑과 지지를 보내는 친구이자 세계로 진출시키는 군대이며 함께 예술을 완성해나가는 동반자다. 저자는 방탄과 아미가 이루어내고 있는 새로운 예술 형식을 발터 벤야민의 예술 변화에 대한 역사적 인식과 들뢰즈의 영화 철학을 바탕으로 ‘네트워크-이미지’라고 부르면서 새로운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자세하게 분석한다.
목차
개정판증보판 서문_방탄학(BTSology), 이론을 통해 실천적 변화를 꿈꾸는 하나의 작은 시도
서론_BTS×리좀적 혁명×새로운 예술형식: 방탄과 질 들뢰즈 철학의 만남
방탄, 세계를 휩쓸다│탁월함을 동반한 진정성│세렌디피티Serendipity: 방탄과 아미의 만남│
방탄 현상│지진계로서의 방탄 현상│나는 왜 이 글을 쓰는가
1부 방탄 현상×리좀적 혁명
1. BTS가 당긴 방아쇠
가사 분석의 제한성│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가사│소년들, 다른 꿈을 꾸다│“황새들은 원해 원해 maintain”│경쾌한 비웃음으로 진격!│부친 살해│연대를 요청하는 진격의 방탄│Speak Yourself로서의 LOVE YOURSELF│나를 받아들이는 것이 타인에게로 가는 길│나 자신에 대한 사랑은 내 영혼의 지도를 찾게 한다
2. 위계질서의 해체
수평적 판타지의 생성│글로벌 아미가 이룩한 성공들│팬들이 생산하는 콘텐츠│영어 중심의 위계 구조 해체│기존 질서가 무력화되는 곳에서 변화는 시작된다
3. 연대를 통한 리좀적 혁명
리좀: 수평적이고 비중심화된 체계│연결접속의 원리│이질성의 원리와 다양체의 원리│탈기표작용적 단절(rupture asignifiante)의 원리│지도 제작의 원리│‘전쟁 기계’로서 방탄-아미 다양체│혁명적 실천의 방향과 희망의 지도
4. 집단지성으로서의 아미: 그들의 정체성
아미, 그들은 누구인가│팬덤의 ‘집단지성’에 의한 지식 창출│아미의 저항적인 활동들│아미의 집단적 정체성의 형성 과정: 소수-생성│그럼에도 나아간다
2부 새로운 예술형식으로서 네트워크-이미지
1. 방탄 영상의 구조적 특징
뮤직비디오의 일반적 특징: 서사적 연속성의 파괴│방탄 영상의 열린 구조│유사한 이미지의 반복과 변형│이미지의 상징성│온라인 설치영상│상호참조성과 관객의 참여│네트워크-이미지의 출현
2. 네트워크-이미지와 공유가치
네트워크-이미지의 특징│기술의 발전과 예술의 변화│모바일 네트워크로 인한 정보 개방, 참여, 공유│관객의 현실적 운동성과 공유가치│새로운 예술형식의 전조들│새로운 예술형식과 민주화, 그리고 희망
부록1 들뢰즈의 시간-이미지 너머: 네트워크-이미지
새로운 영상 예술의 등장│《시네마》의 전체 체계│전자기적 이미지에 대한 들뢰즈의 태도│새로운 이미지의 등장 : 들뢰즈는 전자기적 이미지?│네트워크-이미지의 출현│새로운 예술의 역할: 공유가치│들뢰즈의 시간-이미지 너머: 세 번째 이미지│관객론을 통한 들뢰즈 영화철학 체계의 변형 혹은 극복
부록2 제1회 BTS 국제 학술대회 기조강연문
부록3 칼럼
세계를 관통하다│세상을 바꾸다│편견에 저항하다│Love Yourself의 실천으로서의 BTS의 선택
책 속으로
‘방탄학BTSology’은 수많은 연구 분야에 방탄소년단과 ‘아미’라는 연구 대상 하나가 추가된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여타의 사회 분야와 마찬가지로 학술연구에도 존재하는 권력구조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첫째, ‘어린 여자애들이나 좋아하는 음악’이라고 무시당했던 아이돌 보이밴드에 대한 진지하고 본격적인 연구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지금까지 강력하게 유지되었던 여성혐오적 편견에도 일정 정도 금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8쪽
아이돌 가수에 대한 열광이 어떻게 사회적, 문화적 현상이자 정치적 미학적인 사태가 될 수 있느냐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기존의 예술 개념에 부합하지 않는 새로운 예술형식의 등장은 언제나 저항에 부딪혀왔다. 사진은 지금은 당연히 예술의 하나로 인정되지만, 과거에는 회화와의 비교 속에서 과연 사진이 예술이냐 아니냐를 두고 많은 논쟁이 벌어졌다. 벤야민(Walter Benjamin)에 의하면, 당시의 사람들은 인식하지 못했지만 이러한 논쟁은 그저 예술을 둘러싼 논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세계사적 변혁의 표현이었다. -34쪽
기존 사회가 강요하는 삶의 방식에 순응하지 않고 다른 세상을 생각하고 꿈꾼다는 것은 그 자체가 기존 사회에 위협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세상을 바꾸는 출발점이고, 혁명적 생성이다. -52쪽
방탄이 물꼬를 튼 사회비판적 저항의 메시지는 팬들의 사랑과 지지를 기반으로 기존의 강력하고 거대한 위계 구조에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앞서 말했듯이 방탄과 아미의 합작품인 현재의 성취 자체가 일종의 사회적 ‘부친 살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 질서가 무너진 곳에서 변화는 시작된다. 이 부친 살해를수행한 후 방탄과 아미는 어떤 방향으로 성장해나갈 것인가. -100~101쪽
방탄소년단을 지지하면서 겪게 되는 이러한 편견과 차별의 경험을 통해 아미들이 변화하게 되는 것을 들뢰즈적인 의미에서의 ‘생성(devenir)’이라 할 수 있다. 생성은 결코 “재생산이나 모방이 아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춤, 패션, 화장 등을 모방하고 재생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이 겪어온 차별과 배제 등을 아미가 자신의 것으로 겪는 것은 앞의 모방이나 재생산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143쪽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따르면 방탄 영상들의 상호참조적인 열린 구조는 뮤직비디오와 온라인 설치영상, 한 앨범 전체를 연결하고 나아가 한 앨범을 이전 혹은 이후 앨범들과 연결시킨다. 상호참조적 열린 구조는 관객의 참여를 초청하지만 영상들의 상호참조성이 현실화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관객의 현실적 참여를 통해서다. 이제 관객은 더 이상 전통적인 의미의 관객일 수 없다.단순히 방탄의 예술 세계를 감상하는 수용자를 넘어 그 자체로 방탄 예술 세계의 구성원이다. -177~178쪽
개정증보판의 주요 내용
방탄 현상을 통해 이러한 거대한 변화를 추적해나가는 이 책은 크게 2부로 이루어진다.
1부에서는 방탄 현상의 사회적, 문화적 변화의 측면들을 다룬다. 방탄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팬들에게 어떠한 행동을 야기했고 팬들의 행동들이 어떠한 사회적, 문화적 변화를 야기했는가를 다룬다.
1장에서는 방탄이 팬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를 특히 사회비판적인 측면을 중심으로 살핀다. 왜냐하면 팬들이 이루어낸 변화들이 기존의 사회 질서를 가로지르며 그 위계를 해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2장은 바로 방탄과 팬덤이 연대를 통해 이루어내는 기존 사회의 위계와 질서들을 무력화하고 해체하는 현상들을 다룬다.
3장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함축하고 있는 혁명적 의미들을 철학자 질 들뢰즈의 리좀(Rhizome) 개념을 통해 자세히 살펴본다. ‘리좀’은 중심과 주변이라는 위계질서 없이 끝없이 다른 것들과 연결접속되어 생성하는 네트워크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이 철학적 개념은 지금 우리 사회에 변화를 야기하는 기술적 근간인 모바일 네트워크 플랫폼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회적, 문화적 변화와 그것이 오프라인 세계로 침투해 야기하는 혼종적(hybrid) 변화를 설명할 수 있는 개념이기 때문에, 방탄 현상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4장에서는 들뢰즈의 개념들을 바탕으로 방탄 현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아미의 정체성에 대해 다룬다. 특히 저항적인 활동들을 중심으로 스스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아미공동체의 사회적인 역할을 중점적으로 살핀다.
2부에서는 방탄 현상의 두 번째 측면인 새로운 미학적 형식의 출현과 그 사회적 역할을 다룬다.
1장에서는 방탄이 공개하고 있는 뮤직비디오들과 관련 영상들의 구조적 특징에 대해 살핀다. 방탄의 비디오들은 서사적 연속성을 파괴하고 있는 뮤직비디오의 일반적 특징에서 더 나아가 상호 열린 구조를 형성하면서 영상들 간의 상호참조적 관계를 더욱 증폭시키며 새로운 의미를 생성한다.
여기서 팬들은 단순히 방탄의 예술을 감상하는 수용자를 넘어 스트리밍과 공유, 분석 영상, 리믹스 영상, 리액션 영상 등을 생산하며 방탄의 예술 세계를 재생산하는 구성원이기도 하다.
2장에서는 이러한 구조적 특징을 바탕으로 방탄의 영상들과 팬들의 영상들이 함께 결합해 형성하고 있는 새로운 예술형식을 ‘네트워크-이미지’라는 새로운 개념을 통해 이해해본다.
부록1에서는 ‘네트워크-이미지’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이론적 설명이 담겨 있다. 발터 벤야민의 예술 변화에 대한 역사적 인식을 바탕으로 질 들뢰즈의 영화철학의 시대적 한계를 넘어보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는 부록은 독자들에게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매체 철학적인 논의다. ..
지난 제1회 BTS 국제 학술대회에서 발표되었던 기조발제 강연문 번역도 부록2로 수록했다. 다학제적 연구인 방탄학(BTSology)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었던 2020년 1월의 강연문은 방탄학의 의미를 살펴볼 수 있는 글이다. 부록3은 초판이 출판된 이후에 일간지 지면에 썼던 짧은 칼럼들의 모음이다. 여기에서는 시기별로 방탄을 둘러싼 구체적인 사회적 이슈들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볼 수 있다.
방탄 현상이 지닌 혁명적 의미
방탄이 초래한 변화와 그 영향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넓고 깊다. 이 책은 방탄이 팬덤 아미(A.R.M.Y.)와 더불어 야기한 변화야말로 오늘날 사회 구조와 미디어, 예술 형식에서 일어나고 있는 근본적인 변혁을 담고 있다고 말한다.
이 변화는 기존의 위계질서와 권력 관계를 침식하며 사회 전체를 뒤흔드는 혁명의 의미까지 포함한다. 방탄소년단과 그 팬덤 아미들로 인해 초래되고 있는 변화는 전 지구적인 규모의 포괄적이고 근원적인 변혁을 징후적으로 표현한다.
저자는 방탄으로 인해 일어나고 있는 사회, 문화, 정치, 미학적 사태를 ‘방탄 현상’이라고 명명한다. 그리고 이를 질 들뢰즈와 발터 벤야민의 철학 개념과 예술이론으로 자세하게 풀어낸다.
가사에 담은 저항과 사회 비판
이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기 전, 저자는 우선 방탄의 가사부터 분석한다. 방탄 가사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저항과 사회 비판 메시지다. 방탄은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억압과 불평등, 편견 등의 문제를 읽어내고 이를 음악으로 표현하며 힘을 모아 정의롭지 않은 현실을 바꾸자고 외친다.
그들이 음악을 통해 전한 메시지는 한국을 넘어 전 세계 청년들의 공감을 얻었다. 그들의 현실 진단과 여기에 기초해 희구하는 변화의 방향이 보편성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기존 사회의 질서와 구조적 폭력에 대한 방탄의 비판을 ‘부친살해’라는 은유로 설명한다. 방탄에게 부친살해의 모티브는 기존 체제의 질서와 가치, 권위에 대한 저항과 비판을 의미함과 동시에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저항과 극복, 그리고 이를 통한 성장까지 포함한다. 개정증보판에서는 초판의 가사 분석 부분 이후 출시된 《LOVE YOURSELF》와 《MAP OF THE SOUL》 시리즈 앨범들에 대한 분석을 추가했다.
팬들과 수평적인 소통, 그리고 연대
책은 이어 방탄이 그 팬덤 아미와 소통하는 온라인상에서의 활동에 주목한다. 방탄의 SNS 소통이 여타 아이돌 그룹과 다른 것은 수평적인 소통과 연대다. 방탄이 스스로를 알리는 방식은 완벽한 스타의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
친구처럼 잘 알면서도 친밀하게 소통한다. 음악은 말할 것도 없고, 그들의 실제 모습을 담은 수많은 영상으로 인간적인 면모도 선보인다. 방탄의 음악과 메시지, 그리고 인간적인 모습에 매료된 팬들은 방탄의 진가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온라인, 오프라인 활동을 벌인다.
이 과정에서 아미는 이름에 걸맞게 이들의 친구이자 방탄을 세계에 알리고 진출시키는 군대가 된다. 중요한 점은 방탄이 생산하는 수평적 판타지가 팬들과 강력한 연대를 형성하면서 예상치 못한 화학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위계질서의 해체와 리좀적 혁명
이 책은 방탄과 아미가 일으킨 변화의 혁명적 의미를 들뢰즈의 리좀 개념을 통해 자세히 설명한다. 리좀은 중심과 주변이라는 위계질서를 가로지르며 끝없이 다른 것들과 연결 접속되어 생성하는 네트워크 구조다.
수목적 구조가 주변과 중심이 명확히 구분되는 위계적 체계를 갖추고 있다면, 리좀적 체계에는 단일한 중심이 존재하지 않는다. 방탄 역시 그 팬덤 아미와의 관계에서 위계의 맨 꼭대기에 위치한 중심이 아니다.
라는 탈중심적 네트워크를 통해 접속하는 이들은 서로 친구이자 조력자로 수평적 관계를 맺고 있다. 아미 역시 방탄 팬이라는 공통점 이외에는 아무 이해관계나 유사성도 없는, 무수히 다른 뿌리줄기들의 연결접속이다.
아미, 방탄 예술의 소비자이면서 생산자
저자는 방탄소년단과 아미가 맺고 있는 리좀적 관계를 연결접속의 원리, 이질성의 원리, 다양채의 원리, 탈기표적 단절의 원리, 지도제작의 원리로 나누어 설명한다. 방탄소년단과 풀뿌리인 아미가 접속해 형성된 ‘방탄-아미 다양체’는 미디어 권력과 거대 자본의 바깥에서 연대를 점차 확장하면서 기존의 권력 관계와 위계를 침식하고 영어 중심 체제의 전복으로 상징되는 기존의 권력 구조를 해체한다.
뿐만 아니라 방탄의 영상들과 그에 대해 팬들이 생산한 무수한 콘텐츠들이 온라인에서 관계를 맺으면서 새로운 의미를 생산하고 그에 따라 새로운 예술 작품을 생성하며 예술 개념 자체의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네트워크-이미지와 공유 가치
방탄-아미 다양체가 수행하는 리좀적 혁명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것은 새롭게 출현한 예술형식과 그 사회적 역할이다. 방탄소년단의 비디오는 뮤직비디오의 일반적 특징에서 더 나아간다. 각각의 영상들이 열린 구조 속에서 서로가 서로를 참조하는 관계로 여러 계열을 형성하며 매순간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
팬들은 이 계열들의 한 부분으로, 단순히 방탄 예술을 감상하는 수용자를 넘어 다양한 영상들을 생산하며 방탄의 예술 세계를 재창조한다. 요컨대 팬덤 아미는 방탄 예술의 주요 소비자이자 생산자이기도 한 것이다.
이 책은 방탄소년단의 영상과 팬들의 영상이 함께 결합해 형성하고 있는 새로운 예술형식을 ‘네트워크-이미지’라고 명명한다. 예술의 형식이 변화함에 따라 예술의 가치와 사회적 역할 또한 ‘전시가치’에서 ‘공유가치’로 바뀌었다.
개정증보판에서는 1부의 마지막에 한 챕터(4장)를 새로 추가해 들뢰즈의 개념들을 바탕으로 방탄 현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아미의 정체성에 대해 다뤘다. 특히 저항적인 활동들을 중심으로 스스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아미공동체의 사회적인 역할을 중점적으로 살폈다.
들뢰즈 영화 철학의 한계 극복
발터 벤야민은 일찍이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에서 새로운 생산양식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예술형식의 출현을 말한 바 있다. ‘네트워크-이미지’는 모바일 네트워크 시대에 등장한 새로운 예술형식으로 방탄현상은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부록에서는 ‘네트워크- 이미지’를 보다 깊이 있게 설명한다. [들뢰즈의 시간-이미지 너머: 네트워크 이미지]란 제목으로 매체 철학적 논의를 펼치는 부록은 벤야민의 예술 변화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들뢰즈 영화 철학의 시대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저자 나름의 야심찬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방탄 현상의 혁명적인 의미를 일반 독자에게 흥미진진하게 소개하는 책이 철학계의 첨단 논의를 펼치는 학술서로 유효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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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와~ 융 심리학 뿐 아니라 들뢰즈까지 공부해야 하다니!!!
"그들이 음악을 통해 전한 메시지는 한국을 넘어 전 세계 청년들의 공감을 얻었다.
그들의 현실 진단과 여기에 기초해 희구하는 변화의 방향이 < 보편성을 갖추고 >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