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메로스 서사시와 신약성경
신약성경에서 주의 깊게 봐야 할 곳은 마르코 복음서와 루카 복음서, 사도행전이다. 신약성경은 네 목록으로 구분되는데 이는 글의 종류에 따라 분류된다. 성경에서 문헌의 앞머리에 저자 서문 또는 번역자 서문이 제시한 문헌은 극히 드물다. 구약성경은 집회서에 번역자 서문이 있으며, 신약성경에는 마르코 복음서와 루카 복음서와 사도행전이 저자 서명이 있다. 이들 서문의 양식은 유다이즘 문화 안에서는 매우 드물고 낯선 경우의 문학 양식이다.
이들 저자 서문의 양식은 헬레니즘 문학 양식에 능통한 사람이라는 것을 말한다. 두 서문에서 테오필로스라는 인물에게 헌정되고 있다. 태오스는 신, 하느님이며 필로스는 사랑하는 사람, 친구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테오필로스는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친구)이라는 뜻이다. 그런가 하면 역사적 인물로 지칭되기도 한다. 두 문헌의 저자 루카가 어떤 역사적 배경 안에서 성장하고 교육받았는가, 인문학적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서 복음서에 보면 예수님의 족보가 나온다.
마태오 복음서는 시작이 예수님의 족보이다. 이스라엘은 아브라함의 후손이고 다윗의 후손인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이다. 그러나 루카 복음서는 한참 뒤에 예수님의 족보가 나온다. 족보의 서술을 보면 마태오 복음서는 아브라함에서 다윗, 다윗에서 바빌론 유배, 바빌론 유배에서 예수까지 14대씩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는 아브라함부터 시작되는 구원의 역사는 하느님의 의지와 계획으로 질서 지워져 있으며 족보의 정점은 예수이다.
그러나 루카의 족보 서술 방식은 마태오와 반대이다. 예수님에서 시작하여 시간의 역순으로 족보가 서술된다. 아브라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담에까지 이른다. 아담은 전 인류의 조상이다. 루카는 이스라엘 민족이라는 종속적인 한계를 뛰어넘어 전체 인류이며 이는 유다인이 아닌 비유다인(이방인)을 포함하여 전하는 작품이다.
신약에서 이방인은 그리스인으로 소개된다. 유다인들 중에서 그리스도인이 된 사람이 다수였다. 그래서 이방인들을 위한 선교 활동이 시작되면서 특히 사도 바오로의 서간들에서 언급되고 있다. 마르코나 루카는 바오로의 협력자로 소개되고 있다. 바오로는 유다인이지만, 출생이나 성장 교육, 문화적 배경이 헬레니즘이다. 그는 이방인들의 복음 선포를 위한 특화된 인물이다.
복음서는 하나의 이야기이다. 루카는 자기보다 앞서 예수에 관한 이야기, 예수 사건을 기록하는 일에 많은 이가 손을 대었다. 그런 이야기 즉 전승이 있었고 그 다음 이 저자가 1인칭으로 표현했다. 루카는 머리말에서 헬레니즘 시대의 그리스 문필가들의 방식에 따라 머리말 양식으로 자신의 첫 작품을 시작했다. 사도행전도 마찬가지이다.
사도행전에서는 마르코 복음서나 마태오 복음서는 예수의 활동 중심이 갈릴래아라고 했지만, 루카 복음서의 중심은 예루살렘이었다. 루카는 예수님 부활, 승천, 성령강림, 복음 선포의 시작이 예루살렘으로 표현했다. 다음은 선교 활동이다. 유다와 사마리아, 마침내 이방인 지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따라서 전반부 12장까지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복음 선포로 중심인물이 베드로이다. 13장부터 이방인에게 확대되어 세 차례에 걸쳐 선교 여행이며 중심인물은 바오로이다. 베드로는 유다이즘의 인물이지만, 바오로는 헬레니즘 문화권에서 자라고 교육받았다.
바오로 사도는 1만 3천km의 거리를 다니면서 복음을 선포했다. 선교 여행의 중심지는 안티오키아(시리아)이다. 3차는 안티오키아에서 예루살렘으로 갔다. 성전에서 체포되어 로마로 압송되었다. 바오로는 로마 시민권을 가졌기에 총독이나 황제에게 재판받을 권리가 있었다. 그래서 총독이 있는 카이사리아를 거쳐 로마로 이송되었다. 로마로 가는 항해 중에 난파, 고충이 컸다. 본문 중에 트로아스가 나온다. 2차, 3차 선교 여행에서 출발은 트로이아 전쟁을 끝내고 고향으로 떠나는 오딧세우스나 아이네아스(베르길리우스 작품)를 연상시킨다. 로마로 배를 타고 가는 과정에서 태풍과 표류, 난파의 어려움을 거쳐 로마로 돌아간다. 여기서 오딧세이아와 아이네이스의 이야기와 흡사하며 아이네아스의 목적지 새로운 트로이아는 로마이다.
루카 복음서는 예수님의 활동이 갈릴래아에서 예루살렘, 사도행전에는 예루살렘에서 로마에로의 여정이다. 밀레토스에서 바오로가 에페소의 원로들을 오라고 해서 송별 설교를 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헥트로가 그의 아내와 식솔들과 송별하는 장면과 흡사하다. 예수의 열두 제자 중에서 유다의 배반으로 마티아를 사도로 뽑음은 일리아스 7권에 나오는 아이아스의 선택 이야기와 흡사하다.
이러한 유사성은 루카가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알고 있었는가. 호메로스의 서사시는 그리스, 로마 문화 전체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루카는 호메로스를 포함하여 그리스, 로마의 다양한 문화적 유산을 자신의 작품에 적용했다는 것이 합리적 추론이다.
공관 복음서의 상호관계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여러 가설이 제기되었지만, 그중에서 학계의 통설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이출전설(二出典說)이다. 루카 저자의 서문에서 자기보다 앞서서 우리 가운데서 이루어진 일들에 관한 이야기를 읽는 작업에 많은 일이 손을 대었다고 했다. 이는 두 개의 출전, 하나는 마르코 복음서, 다른 하나는 공통 문헌(Q 문헌)인 예수 어록이다. 마테오와 루카는 마르코를 따르면서 마르코가 알지 못했던 예수 어록, 그리고 자기에게 전해진 전승 중에서 고유 전통들을 가지고 자신들의 복음서를 저술했다.
복음서가 가장 먼저 70년경에 쓰였다. 그렇게 보는 견해는 사후(事後) 예언의 문학적 기법이다. 예수께서 성전 파괴를 예언하셨다. 그게 기원후 70년에 일어났다. 그러면 예수님이 그 이전에 70년의 사건을 예언했는가 아니면 70년 이후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된 이후에 마치 예언의 말인 것처럼 사후 예언의 기법으로 되었는가이다.
예수께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침묵 명령을 내렸다. 이게 ‘메시아 비밀 사상’(브레데: 독일 성서학자)이다. 역사적 예수는 자신이 메시아라고 자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부활 사건 이후 초대 교회는 예수님을 메시아(그리스도)로 고백했다. 메시아로서의 자의식을 가지지 않았던 역사적 상황과 예수를 메시아로 고백한 초대 교회의 상황에는 간격이 있다. 그 간격을 메우기 위해 마르코 복음 사관은 메시아 비밀 사상이라는 신학적 모티브를 사용했다고 주장한다.
침묵 명령은 호메로스의 서사시에 나타난다. 오디세우스는 자신의 정체를 반대자들과 추종자들에게 숨겨야 했다. 이타카 왕국에 돌아왔지만, 반대자를 제거하기까지 정체를 숨겼다. 마르코 복음서의 메시아 비밀 사상과 연결할 수 있다.
신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당시 인간들이 가졌던 영웅주의적 윤리관이다. 그리스나 로마 제국의 황제는 신의 아들, 하느님의 아들로 자처했다. 이크투스 물고기는 ‘예수 그리스도, 하느님의 아들 구원자’이다. 예수님에게 붙여진 호칭이 하느님의 아들, 신의 아들이다. 그래서 마르코 복음서는 첫 구절에 하느님의 아들이시고 그리스도이신 예수에 관한 복음의 시작으로 되어 있다. 베드로가 1장에서 예수님을 그리스도라고 고백했으며 15장 39절에 이방인 백인대장이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고백했다.
우리가 성경을 읽기 위해서 역사, 문학, 신학으로 역사적 배경을 알아야 하고 문학적인 특성을 알아야 한다. 또 그것이 말하는 신학적 메시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2024. 05. 13. 송창현 신부의 호메로스 서사시와 성경, 마지막 열 번째 강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