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성격상 경어체는 생략합니다.
- 오직 바이에른 뮌헨의 '무사귀환'에만 관심이 있는 필자는 분데스리가는 물론 모든 유럽을 통틀어서도 딱히 세컨드팀을 키우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그래도 굳이 "좀 잘됐으면..." 하며 지켜보는 팀이 있다면 바로 FC 쾰른이다. 다른 팀에는 피도 눈물도 없이 무자비한 바이에른 빠돌이가 쾰른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이유가 뭐냐고? 뭐 그쪽에 연고가 있는 것도 아니고, 루카스 포돌스키의 친정팀이어서 그런 것도 아니고, 라인-에네르기 슈타디온이 멋져서도 아니고, 경기 전 소녀시대보다는 조금 모자란 쭉쭉빵빵 치어리더 언니들이 등장해서도 아니고, 경기장에 등장해 애꿎은 그라운드 잔디만 뜯는 빌리 고트가 귀여워서도 아니다. 이유는 단 한 가진데 아주 간단하다. 바로 오트마 히츠펠트와 더불어 필자의 'Favorite' 감독인 크리스토프 다움이 이 팀의 지휘봉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쾰른이 필자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더불어 리그 내에서 가장 싫어하는 샬케 04까지 버로우시켜버렸으니 이번주에는 이 팀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됐다.
- 다움이 쾰른을 방문한 것은 감독직을 맡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의 건강 관리차였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쾰른의 팬들은 어떻게 알았는지 다움이 머물고 있던 병원 앞에 달려가 '메시아의 강림'을 고대했다고 한다. 그 유명한 코카인 파동 이후 축구적 망명 생활을 지속해 왔던 다움이 몇 차례의 고사 끝에 결국 독일 복귀 무대로 쾰른을 선택한 것도 이러한 열광적인 팬들의 성원때문이다. 그리고 다움에게는 자존심 강하고 열기가 높기로 유명한 쾰른팬들을 "우리 좀 살려주면 안 되나능!"이라며 '꿇게' 만들었던 무언가가 있다.
국민학교 시절로 독일에 축구 리그가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던 슈투트가르트 시절의 우승 기억을 굳이 떠올릴 필요도 없이, 다움은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으로 이어지는 바이어 레버쿠젠의 그 공격적인 축구틀을 완성시킨 주인공으로 이름이 높다. 비록 우승을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압박과 돌진으로 요약되는 당시 레버쿠젠의 공격 축구는 처음 분데스리가를 접한 필자의 뇌리에 아주 강한 인상으로 남아있다. 쾰른의 경기를 유심히 보면서 그 당시 느꼈던 희열감의 흔적을 애써 찾아내려는 요새의 노력도 그러한 기분 좋은 추억에서 비롯된 것이이라.
- 다움은 전술적으로 꽉 막힌 감독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공격에 좀 더 비중을 두고 팀을 조련한다고 생각하면 아마도 틀림이 없을 것이다. 지난 시즌 쾰른이 터뜨린 62득점은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에 이어 2부 리그 2위에 해당되는 기록이었다. 물론 득점의 수가 그 팀의 공격적인 성향을 대변하는 무조건적인 바로미터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다움이 중도에 팀을 맡은 06/07 시즌 쾰른이 기록한 득점은 '49'로 그저그런 수준이었음을 생각한다면, 다움의 기본적인 철학이 쾰른에 녹아들어가고 있음은 확실하다.
물론 쾰른이 예전의 레버쿠젠처럼 미친 듯이 돌격할 수 있는 팀은 아니다. 우선 이러한 꿈을 실현시킬 수 있을만한 자원이 당시에 비해 현격히 부족하다. 지난 시즌 2부 리그에서 20골을 몰아치며 쾰른의 승격을 이끈 슬로베니아 출신 공격수 밀리보예 노바코비치 역시 1부 리그에서는 초짜에 불과하다. 문제는 노바코비치 이외에 화끈한 득점포를 담보할 수 있는 공격수도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윙 플레이어들은 평범한 수준이고 지네딘 지단과 같이 중원에서 팀에 창의성을 불어넣을 수 있는 마법사를 보유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쾰른의 축구는 원터치 패스에 의한 상대 진영에서의 빠른 공격 전개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2000년대 초반 레버쿠젠의 축구와 닮아있다. 뚜렷한 스타 없이 고만고만한 유틸리티 플레이어들로 가득찬 쾰른은 이러한 단순한 방식 하나로 그 견고한 샬케의 수비진을 신나게 두들겼다. 만약 그들의 소원대로 루카스 포돌스키를 데려올 수 있었다면 쾰른의 공격력이 지금처럼 저평가되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 정도였다.
- 이 날의 핵심 포인트는 양 팀의 원톱들이 상대 수비진을 무력화시킬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원래부터 케빈 쿠라니를 최전방에 두는 4-3-3 시스템을 사용하는 샬케는 그렇다 치더라도, 쾰른도 샬케의 공격적 역량을 두려워 한 나머지 노바코비치를 원톱으로 박아두는 4-5-1 전술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쿠라니나 노바코비치나 공격수에게 기대되는 골을 넣지는 못했으나 엄밀히 따져보면 노바코비치의 판정승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쿠라니는 후반 교체되서 나갈 때까지 22번의 볼 터치밖에 기록하지 못하는 등 완전히 전방에 고립되었다. 물론 미드필더들의 패싱이 원활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본인 스스로가 쾰른 수비수들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한 것도 이날 부진의 큰 원인이었다. 특히 전반 20분까지 쿠라니를 안드로메다행 관광열차에 태운 쾰른의 뉴 페이스 게로멜의 수비력은 칭찬해 줄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올 시즌 6경기에 출전해 3골을 기록하고 있는 노바코비치는 기본적으로 괜찮은 공격수다. 그는 192cm의 장신에서 나오는 공중볼 장악 능력이 훌륭하고 키와는 다르게 문전 앞에서는 민첩함과 집중력도 겸비한 선수다. 다만 쾰른의 아킬레스건인 플레이메이커의 부재는 앞으로 쾰른과 노바코비치를 계속해서 괴롭힐 난제임은 이번 경기를 통해서도 느낄 수 있었다. 아딜 치히와 토마스 브로이히가 이런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는 짐이 너무 크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쾰른이 전방에서의 세밀한 원투패스를 바탕으로 샬케의 수비진을 괴롭힐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프티의 묵직한 존재감때문이었다. 이 포르투갈 출신의 경험 많은 수비형 미드필더는 샬케의 쟁쟁한 미드필더들을 모두 상대했을 뿐만 아니라 전방으로 나가는 패싱의 대부분을 전담하며 공격진에 충분한 실탄을 배달했다. 지난 여름 프티를 영입했을 때 맨날로 뛰어나가 이 스타 플레이어를 맞이한 쾰른의 삼고초려는 이유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반면 샬케에서 이러한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입단한 올란도 엥헬라르의 경우 아직까지는 팀 전술에 100% 융화되지 못한 모습이었다. 단순히 68%의 일대일 성공률이라는 통계자료만 본다면 엥헬라르의 이 경기는 준수하다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샬케가 엥헬라르에 원하는 것은 높은 일대일 성공률뿐만 아니라 전방으로 볼을 공급할 수 있는 패서의 역할도 포함된다. 엥헬라르는 이러한 역할에 대한 부담감이 컸던지 전반적으로 볼 소유가 길어 탈취의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하이에나와 같은 쾰른 미드필더들의 좋은 먹잇감이 됐다. 브레멘 시절 전방에 롱패스를 밥 먹듯 뿌려댔던 파비안 에른스트의 경우 브아걸의 노래처럼 어쩌다보니 패서의 본능이 상당부분 상실됐고, 저메인 존스의 경우 애당초 이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인물은 아니다. 중앙에서의 패스 부재로 변비마냥 꽉 막혀버린 이날 샬케 양 날개들의 모습은 엥헬라르가 앞으로 샬케에서 할 일이 많음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 샬케 팬들에게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알버트 슈트라이트의 활용은 앞으로도 그 기회가 많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현재 샬케의 양 날개는 리그와 팀에 훌륭히 적응하고 있는 제퍼슨 파르판이 한 쪽을 굳건히 지킬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나머지 한 자리를 두고 이반 라키티치와 비센테 산체스, 그리고 슈트라이트가 경쟁하는 구도다. 그러나 프레드 루텐 감독은 패싱력과 활동량을 겸비한 라키티치를 선발로 내고, 활약이 여의치 않은 경우 좀 더 득점에 가까운 돌파력을 보유하고 있는 산체스를 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날 경기는 뒤지고 있어서 그런지 게랄트 아사모아라는 산체스와 비슷한 유형의 선수까지 투입시키는 모습이었다. 슈트라이트의 장점은 엔드라인에서도 총알처럼 올라갈 수 있는 크로스지만 기본적으로 전방에 공격수가 많지 않은 샬케의 상황에서는 타 클럽보다 유용성이 감소할 수 있는 여지를 가지고 있다. 라키티치는 좀 더 일대일 상황을 즐겨야 할 선수임에는 틀림없지만 활용도 측면에서 슈트라이트에 반 보 정도 앞서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최근 '로또골'로 자신의 주가를 높이고 있는 하이코 베스터만의 활용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베스터만의 기본적인 포지션은 중앙 수비수지만 워낙 다재다능한 활용성으로 인해 좌우 측면 수비는 물론 최근에는 미드필더의 역할까지 부여받고 있다. 물론 도르트문트와의 레비어 더비에서 문제를 일으킨 파비안 에른스트의 대역으로 나선 경향이 강하지만 기본적으로 미드필더 위에서는 달릴줄 아는 것이 전부인 베스터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물론 상대를 잘 살펴 미드필더들의 숫자를 늘린 다움의 책략도 샬케라는 거함을 침몰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 마누엘 노이어라는 No.1 골키퍼가 부상으로 벤치를 지키고 있지만 샬케의 골문은 여전히 굳건하다. 마티아스 쇼버라는 최고의 백업 골키퍼까지 부상으로 이탈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랄프 패어만이라는 넘버 쓰리까지 기대 이상의 몫을 해주고 있으니 샬케의 복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가 없다. 곧 노이어가 복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팀의 수문장은 몇 명이 부상으로 나가 떨어져도 준수한 기량을 발휘할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이거 골키퍼 찍어내는 공장도 아니고 원...
* 내 맘대로 매기는 평점
FC 쾰른 : 몬드라곤(7) - 브레코(7), 게로멜(8), 모하메드(7.5), 워메(7) - 프티(9), 페초니(6.5) - 부치체비치(7.5), 안타르(5.5), 에레트(6.5) - 노바코비치(7)
교체 : 치히(-), 라두(-), 맥케나(-)
샬케 04 : 패어만(8) - 하핑야(6.5), 보르돈(6.5), 크르슈타이치(5.5), 판더(6) - 존스(6) - 베스터만(5.5), 엥헬라르(5.5) - 파르판(6.5), 쿠라니(4), 라키티치(5)
교체 : 산체스(5), 하릴 알틴톱(5.5), 아사모아(-)
Man of the Match : 프티(쾰른)
첫댓글 올시즌은 절대강자는 없이 갈것도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드는데요 ㅎㅎ
ㅋㅋ...사진이 물공당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