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제목을 보며 한 동안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왜? 아니 나라가 다른 것도 아니고 인종이 다른 것도 아니고 문화가 다른 곳의 이야기도 아닐 텐데 뭐가 특별하다고 이런 제목을 붙이지? 도시와 시골의 사랑법이 다른가? 뭐가 다른데? 쉽게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일단 사랑 이야기니까 관심을 가져보았습니다. 도대체 뭐가 다른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나 자신이 도시에서만 자라고 지냈기에 뭐가 특별한지도 생각해보고 싶었습니다. 시골생활이라고 해봐야 어려서 방학기간 외갓집 놀러가 일주일 보름 정도 지내다 오는 것이 다였으니 말입니다. 특별할 것도 없이 그냥 놀다 오는 정도지, 그 때 사랑 타령할 나이도 아니었습니다.
일단 이것을 생각해볼 수는 있겠다 싶습니다. 사람을 접할 기회가 많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시골보다야 주민들이 많으니까요. 물론 사람이 많다고 해도 정비례하여 교제 범위도 넓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사람마다 특징이 있으니 말입니다. 사람들과 사귀는 일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있고 사람들과의 교통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람이 많건 적건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스스로 쏘다니며 교제의 범위를 확대해나가기도 합니다. 다만 도시에는 보다 많은 기회가 생길 수 있습니다. 사람도 많고 그럴 만한 환경을 쉽게 찾아낼 수도 있습니다. 일단 수가 많으니 마음만 있다면 얼마든지 교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사랑’이라고 하면 일단 이성 간에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을 떠올립니다. 그게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관심있게 보던 이성이 동성과 키스하는 장면을 발견하게 되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요? 바로 그 점에서 남다르다 싶습니다. ‘재희’가 ‘흥수’의 바로 그 장면을 목격한 것입니다. 그런데 별 반응이 없습니다. 그런가? 하는 정도로 지나칩니다. 뭐 그럴 수도 있는 거지, 하는 태도입니다. 바로 그 점에서 두 사람이 한결 쉽게 동거생활로 들어갔는지도 모릅니다. 맞습니다. 서울에서의 집값은 고사하고 월세도 웬만큼 벌어서는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두 살림보다는 하나로 묶어서 사는 것이 낫다는 말이지요. 개인의 부담을 서로 줄이는 것입니다.
흥수는 재희에게 이성으로 상대하지 않습니다. 그런 관심조차 없습니다. 재희 또한 그런 위험(?)을 전혀 느끼지 않고 동거할 수 있습니다. 서로 몸을 부딪치는 경우가 있다 해도 반응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이성이지만 동성이 함께 살고 있는 것이나 진배없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제삼자가 보기에는 전혀 그렇지 않겠지요. 그래서 오해가 발생합니다. 어쩌겠습니까? 모르는 사람이라며 우리는 겉으로 보이는 대로 판단할 수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그 때 오히려 당당하게 사실을 인정하고 대듭니다. 이 사람 게이예요. 함께 살아도 우리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 뭐가 이상합니까? 서울에서 두 집 살림하느니 한 집으로 사는 것이 얼마나 유리한데요.
흥수는 자신의 처지를 대놓고 살지 못합니다. 우리 사회가 아직은 이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아직도 이 문제로 찬반논쟁이 시끄럽기도 합니다. 그런 속에서 이 소수자들이 어려움을 감내하며 숨어지내는 것입니다. 과감하게 드러내놓고 사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많은 당사자들은 되도록 감추고 그늘에서 지내고 있는 줄 압니다. 그러니 흥수의 어머니도 아들의 그런 형편을 어쩌지 못합니다. 어쩌면 그래서 더욱 신앙에 열을 올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아들을 위해서 나름 매달리는 것이지요. 아들 하나 바라고 키워왔을 텐데 얼마나 기막힌 현실이겠습니까? 피할 수도 없고 인정하기도 힘들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엄마의 심정이랄까요.
흥수가 사회적 약자를 그리고 있다면 재희는 약자이면서 자신을 확실하게 드러내며 사는 사람을 그리고 있습니다. 하기야 요즘 여자라고 꼭 약자는 아닙니다. 여자도 남자 하는 일 대부분 다 합니다. 문제는 정신적 심리적 문제입니다. 그 점에서 매우 자유분방한 자세와 그런 생활을 누리며 살고 있습니다. 사실 흥수와의 동거도 쉽지 않은 일일 텐데 말입니다. 감히 누가 그런 생활에 도전할 수 있겠습니까? 재희였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두 사람은 분명 다르지만 다르지 않게 살아갑니다. 그런 점에서 서로 힘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결국은 훙수도 스스로 인정하고 과감히 자기를 드러냅니다. 한결 마음이 편해졌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기 길을 갑니다.
결국 재희도 제멋대로의 삶을 정리하고 결혼으로 골인합니다. 그 자리에 흥수가 특별공연을 해줍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아마도 우정(?)을 이어가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이야기 흔치 않습니다. 흥수와 비슷한 경우는 얼마든지 있으리라 짐작합니다. 그러나 재희의 경우 찾아내기 쉽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한 마디로 ‘대단한 여자’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부러워할 수는 있어도 아무나 쉽게 따라할 삶이 아닙니다. 영화는 두 사람의 약자의 삶을 보여주면서 약하지 않게, 기죽지 말고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그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의 현실이 아직은 여기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Love in the Big City)을 보았습니다.
첫댓글 굳모닝
좋은날되세요
운영자 님도. ㅎㅎ 감사합니다. ^)^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