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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 지연의 일기 ◑
"미팅?"
"응.. 연서대 사체과 1학년 애들이랑 4:4로 하기로 했는데.. 한명이 갑자기 빵꾸나서.."
잔디밭에서 독서를 하고 있는데.. 윤아와 선주가 다가와 묻는다.
"나 별로 생각없는데.."
소개팅도 아니고.. 미팅을 무슨 재미로해..
"에이.. 그러지말고 한번 시간좀 내줘.. 그냥.. 맘에 안들면 일찍 가도돼.."
"흠.. 그래.. 알았어.. 오래 안있어도 돼는거지?"
"물론이라니까.. 근데.. 그쪽도 킹카들만 나온다니까.. 너도 아마 그냥은 못갈껄?"
"치.. 암튼 알았어.. 몇신데?"
"응.. 7시.. 좀있다 수업끝나면 문자할께.."
"오케이.."
인사를 하곤.. 멀어지는 윤아였다.
미팅이라..
이게 얼마만에 해보는거야..
소개팅이나 몇번 했었지..
미팅은.. 고1 이후로 기억이 없다.
어떻게 하는거였지?
"야.."
봉구선배다..
"너 수업 안들어갔냐?"
"휴강이에요.."
"아.. 그래? 어째 너는 맨날 휴강하는거 같다.."
............
하긴.. 2틀만에 3번이나 휴강이 되버려서..
내내 잔디밭에서 독서를 하고 있던터였다.
"그러게요.. 어째 이놈의 학교는 수업날보다 휴강날이 더많아요? 등록금도 비싸면서....""
"원래 시험끝나면 그래.. 그래도 휴강하면 좋은거지 뭘.. 정 심심하면.. 내 수업이나 좀 대신 듣건가.."
"싫어요.."
"하하.. 근데 너 저녁먹고 뭐 할거 있냐?"
"아뇨.. 왜요? 아.. 아니.. 저 일있는데.."
.............
하도 할일이 없는 일상을 보내와서..
나도 모르게 아니라는 대답이 먼저 튀어나왔다.
"어? 그래? 뭔일인데? 바쁜일이냐?"
"네.. 오늘 애들이 미팅하자고 해서.. 그거나 가볼려구요.."
"미팅? 그래?"
"네.. 근데 왜요?"
"아.. 아냐.. 그냥.. 뭐.."
"뭔데요?"
"아.. 총학생회측에서 부탁을 해온게 있어서.. 그거나 같이좀 할까 했는데.. 뭐 바쁜일 있다면 됐어.."
총학생회? 뭐지?
"뭔 부탁인데요?"
"아.. 학교 홍보 영상좀 찍어달라고 요청이 들어왔거든.. 그래서.. 오늘부터 그거 준비 하려는데..
너도 할거 없으면 같이 준비해보자고 할려고 했지.."
"그래요? 오.. 재밌겠는데? 근데 그걸 왜 선배님이 해요?"
그런건 집행부들이 하는거 아닌가?
"아.. 그냥.. 집행부들 바쁘다고.. 그리고.. 알잖냐.. 내실력..하하"
훗.. 하긴..
학교에 간판이 되는 영상인데.. 아무나 시키면 안되긴 하지..
오.. 그나저나 대단하네..
그런 학교 홍보 영상을 지금 이 선배가 한다는거야?
웬지 있어보이는데?
"아.. 미팅 괜히 간다고 했네.. 좀 미리 말해줬으면 거절했을텐데.. 빨리좀 말씀해 주시지.."
"나도 좀전에 전해들어서.. 하하"
"뭐 알았어요.. 일단 미팅 가서 대충 놀다가 최대한 빨리 올께요. 준비하고 계세요.."
"진짜?"
"네.. 뭐.. 사실 미팅 그거 관심도 없어요 저.."
"그래? 뭐 그래주면 고맙고.. 암튼.. 난 같이 할 녀석들좀 알아봐야되니까.. 먼저 가마.."
"네.."
학교 홍보 영상이라..
신나는 일이 되겠구낭.. 훗..
윤아말대로.. 킹카스러운 애들만 나오긴했다.
연서대 이미지 홍보팀이라도 보낸거야 뭐야..
어쩜.. 하나같이들 뺀지르르하게 생기셨는지..
어이구.. 저 근육들봐라.. 누가 사체과 아니랄까봐..
................
"안녕하세요.. 사체과 1학년 김승수입니다"
"안녕하세요.. 섬유공학과 1학년 정윤아에요"
각자의 소개시간이었다.
"전.. 사체과 1학년 김민철입니다."
얘는 좀 괜찮다. 샤프하게 생긴게 딱 내 스타일..
우락부락한 스타일도 아니고..
"안녕하세요.. 전 영문과 1학년 이지연이에요.."
각자 소개시간을 마친후.. 이런저런 대화에 들어간다.
"지연씨는.. 취미가 뭐에요.."
...........
아.. 저 고리타분한 질문..
"십자수요.."
해본적도 없다..
근데 십자수가 뭐하는거였지?
바느질하던 그거였나?
"와.. 고상한 취미를 가지셨네요.."
"승수씨는요?"
이런 대화.. 재미없긴 했지만..
그래도 같이 나온 친구들을 봐서라도..
매너있는 태도를 유지해주어야했다.
"아.. 전 스킨 스쿠버나.. 패러 글라이딩.. 같은거 좋아해요. 혹시 지연씨도 해보셨어요?"
..................
아니 얘들은 나이도 어린게 뭐 그런거나 하고다녀?
보통 우리또래면 영화보는거나 운동같은거 좋아하지 않나?
사체과 애들은 원래 하는건가?
"아뇨.. 전 움직이는거 싫어해요.."
"아.. 그..그래요? 하하.."
아.. 짜증내면 안돼는데..
나도 모르게 쏘아붙이는 표정을 지어버렸다.
...............
설마 했건만..
역시나 나의 파트너는.. 스킨스쿠버와 패러글라이딩을 즐기신다는
김승수라는 친구가 되버렸다.
아.. 이사람 아까부터 보니까.. 자기 자랑 엄청 심하던데..
내가 그걸 다 받아줄수 있으련지 모르겠다.
적당히.. 밥먹고 헤어져야지..
"자.. 지연씨.. 그럼 나갈까요?"
"네.."
"그러니까.. 그 양아치 같은놈들을 손좀 봐줬다는거 아닙니까.. 하하"
...............
"잘하셨네요.."
"근데 그놈들이 어디서 조폭같은 놈들을 데려와가지고... 저를 막 협박하는데.. 제가 또 킥복싱을 5년이나 배워서.. 그놈들.. 한방에.. 하하.."
..............
"대단하세요.."
"전 그래도.. 제가 배운 격투기들로.. 남들 괴롭히는 짓은 안하지요.."
............
당연한걸 뭘또 자랑이라고..
그런짓하는게 사람이야?
"멋지세요.. 승수씨는.."
아.. 졸려..
"아야.."
지나가던 남자들중 한명과 어깨가 부딛쳐서 넘어지고 말았다.
"아.. 괜찮으세요 지연씨?"
"네.."
하지만.. 그 남자들은.. 그냥 한번 쓱.. 보더니.. 다시 가던길을 간다.
"뭐야 저놈들.."
으잉?
서..설마?
"이봐 당신들.."
헛..
아.. 안돼...
"어? 우리? 당신 지금 우리 부른거야?"
"그럼.. 당신들 말고 여기 또 누구 있어?"
.............
아.. 안돼요.. 제발 참으세요..
"하하..뭐야 이자식은.."
"사람을 치고가면 미안하다고 해야될꺼아냐.."
"야.. 이자식 미쳤나보다.. 너.. 죽고 싶냐?"
딱봐도 무섭게 생긴 아저씨들..
아.. 안돼..
무서워.....
"엄마야..."
하지만.. 결국.. 싸움은 벌어지고 말았고....
승수씨가.. 그 세명의 남자를 일방적으로..
폭행하기 시작했다..
..............
"아니 그러니까 우린 맞기만 했다니까요.. 얼굴봐요 얼굴.. 저놈이 다짜고짜 와서 패는데.. 아 XX"
"어이.. 당신.. 진짜야?"
..............
처음으로 경찰서라는곳을 와본다.
나..
아무것도 안했는데..
그냥.. 옆에 서있었던거 뿐인데..
왜 여기 있어야돼?
"저.. 저기요.. 전.. 그냥.. 가면 안돼요?"
"아가씬 좀 가만히 있고.. 어이 당신.. 빨리 얘기 안해?"
아.. 머리가 복잡해진다.
지금 이 사람.. 나때문에 이런건데..
아.. 미치겠네..
슬쩍 옆에 앉아 전화를 꺼내는 승수씨를 본다.
"아빠.. 나 좀 문제가 생겼는데..아니 그냥 별건 아니고..
싸움좀 했어.. 어..알았으니까 일단 얘기좀 해줘.."
그러더니 핸드폰을 경찰아저씨에게 넘긴다.
"여보세요.. 여기 경찰선데요.. 김승수씨 보호자 맞으십니까? 네.. 지금 김승수씨가 지나가던 3명하고 시비가 붙어가지고.. 그사람들을 좀 심하게.... 아.. 네.. 네? 아.. 네.. 알겠습니다. 네.. 아.. 네.. 그럼 수고하십쇼.."
.................
저 경찰 왜저래?
혹시.. 승수씨 아버지가 엄청 높은 뭐 그런건가?
이거 딱 그분위긴데?
"저.. 김승수씨.. 일단.. 여기는 알아서 할테니까.. 가봐요.."
"아니 뭐요 지금? 가긴 어딜가?"
갑자기 그 3명의 일행들이 당황해하기 시작한다.
"이 여자분은 가도 됩니까?"
"아.. 그분은 따로 보호자 와야 됩니다. 승수씨는 빨리 가보시구요.."
"아.. 알겠습니다. 저.. 지연씨.. 지연씨는 별문제 없을테니까.. 보호자 오면 같이 가도록 하세요. 제가 나중에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
"네.."
그러더니 조용히 문을 열고 나가버린다..
.................
"어이 이봐 당신 어딜가.."
"거기 좀 조용히들 안합니까?.. 곧 사람 와서 합의해줄테니까..얌전히 앉아서 기다리세요.."
"뭐야? 지금 때린놈은 그냥가고.. 맞은 우리들만 여기 남아있으란거야 뭐야.."
갑자기 성질을 부리며 일어나는 한 남자..
무섭다.. 흑..
"이름~"
"이지연이요.."
내가 왜 이런것까지 말해야 되는거야 대체..
"나이"
"20살이요"
"주민등록번호.."
"그런것도 말해야되요?"
"빨리 얘기 안해요?"
............
"830420-25XXXXX"
"보호자 오라고 전화하세요.."
"보호자요? 누구요?"
"부모님이나.. 뭐 애인같은거 없어요?"
"부모님은 멀리사시구.. 애인은 없는데요~"
"아.. 거참 피곤하네.. 그냥 좀 아는사람 없어요?"
"네? 아무나 해도 되요?"
"그냥.. 와서 대충 싸인만 하면 되는거니까.. 아무나 좀 오라고 하세요.."
"네.."
아.. 아... 미치겠어 정말..
선배님.. 죄송해요..
지금 딱히 떠오르는게 선배님뿐이에요..
와서 그냥.. 싸인만 하면 끝난다니까..
눈딱감고 한번만 와주세요..
이런 부탁 드려서 너무 죄송해요..
봉구선배에게 전화를 건다.
* 어.. 미팅은 끝났냐? *
..................
* 선배님.. 저기요.. 저.. 지금 경찰선데요.. *
* 뭐? 경찰서는 왜? *
선배 목소리 들으니까..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린다..
* 몰라요.. 지금 나가고 싶은데 누가 와서 데려가야 된데요.. 흑흑... *
* 그래? 어디 경찰선데? *
* 여의도 경찰서에요.. 빨리좀 와주세요 선배님.. 흑.. *
* 어.. 알았어 좀만 기다려.. 바로 갈테니까.. *
고마워요 선배님.. 흑..
문을 열고 선배가 뛰어들어온다..
"야.. 이지연.."
아.. 선배님..
"너 괜찮아?"
"네.."
"저 이지연씨 보호자 되십니까?"
"아.. 네"
"이쪽으로 오세요"
"아.. 네.. 지연아.. 잠깐만.."
"네.."
..............
이게 뭐야..
이런 처량한 모습이나 보이구..
"네.. 그럼 수고하세요.."
...........
선배님이 싸인을 마치고.. 나에게 다가온다.
아.. 선배님.. 고마워요 정말..
"가자.."
"네.."
얌전히 선배를 따라나선다..
"죄송해요..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하긴.. 자초지종 들어보니까.. 넌 아무 상관도 없었더만.."
"그래두.. 저땜에 괜히..."
"에이.. 괜히는 무슨.. 그나저나.. 밥은 먹었냐?"
..............
그러고보니.. 밥도 안먹고 있었다.
"아뇨.."
"그래? 그럼 밥부터 좀 먹어야겠네.. 가자"
네..
고마워요 선배님..
진짜 선배님 아니었음..
저 어떻게 해야될지 눈앞이 캄캄했을꺼 같아요..
그래도 선배님이 있어서..
저 이렇게 힘내서 걷고 있는거에요..
고마워요 선배님..
늘.. 든든하게 옆에 있어줘서..
◐ 봉구의 일기 ◑
"학교 홍보 영상이요?"
기태형과 커피를 한잔 마시고 있다..
"어.. 총학측에서.. 우리한테 좀 찍어달라고 요청이 들어왔지 뭐냐.."
"근데 그걸 왜 저한테 얘기하는 거에요? 집행부들은 뭐하고.."
"애들.. 축제 준비한다고 바쁘잖아.. 그리고 학교 홍보 영상같은거 찍을려면 너 정도는 돼야지.. 아무나 어떻게 맡겨.."
...............
아무리 그래도..
귀찮을거 같은데...
"저.. 바쁠거 같은데.."
"그래? 지원금이 빵빵하다던데.. 뭐 바쁘면 할수 없고.."
잉? 지원금?
"지원금이요? 뭔 지원금?"
"에이 설마 공짜로 해달라고 하겠냐.. 100만원 지원금 나온단다.."
헉.. 배..백만원?
"지.. 진짜요? 그럼.. 그걸 다 제가?"
"미쳤나.. 그걸 왜 다 니가 챙겨? 어짜피 영상 찍을려면 여러가지 돈도 좀 들고 하니까.. "
"뭔돈이 들어요? 그냥 학교 여기저기 찍어놓고 편집만 해주면 되지.."
"그럴거면 갸들이 하지.. 우리한테 왜맡기겠냐.. 좀 영화스럽게 찍어달란거잖아.."
"아.. 그런가?"
"일단 모델들도 섭외해야되고.. 여러가지 경비들 생각하면.. 뭐 6-70만원은 깨질꺼야.. 나머진 너 먹어.."
"진짜요? 진짜?"
오호.. 그럼 최소한 30만원은 먹는단거네..
"어.. 니가 애들 몇명 묶어서 한번 해봐.. 금요일까지 라니까.. 오늘부터 시작해야할거다.."
"알았어요.. 귀찮긴 하지만.. 해보죠뭐.. 하하"
귀찮긴.. 훗..
30만원인데..
* 어디냐? *
* 잔 *
..........
그녀가 보내는 잔.. 이란 말은.. 잔디밭의 약자이다.
문자치기 귀찮다고.. 앞으로는 잔디밭은 "잔"으로
수업중은 "업" 으로.. 동아리방은 "동"으로.. 도서관은 "관" 으로
통일을 하자고 하는 그녀였다.
물론.. 나보곤 다 써서 보내라는 말도 덧붙이면서..
............
"너 저녁먹고 뭐 할거 있냐?"
그녀와.. 홍보영상 준비를 좀 해보고 싶었다.
그녀도 어짜피 할일없어서 빈둥빈둥 노는듯 보이기에
이런 제안이 웬지 그녀를 기쁘게 해줄거란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사실 그녀에게 이런 제안을 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모델대신.. 그녀를.. 섭외해버리면..
모델비 15-20만원정도는 굳는거였다.
하긴.. 모델 찾을 필요가 뭐있어..
이렇게 이쁜애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데..
뭐.. 연기야 가르치면 되는거고.. 훗훗..
"아뇨.. 왜요? 아.. 아니.. 저 일있는데.."
잉?
뭐야.. 맨날 할일없어서 죽을라고 하던애가
왜 하필 오늘따라 일이 생긴거야?
"어? 그래? 뭔일인데? 바쁜일이냐?"
"네.. 오늘 애들이 미팅하자고 해서.. 그거나 가볼려구요.."
뭐? 미팅?
아.. 이런...
한동안 잠잠하더니
왜 갑자기 미팅같은걸 한다고..
이러면 또 심난해지잖아..
"미팅? 그래?"
"네.. 근데 왜요?"
"아.. 아냐.. 그냥.. 뭐.."
"뭔데요?"
"아.. 총학생회측에서.. 부탁을 좀 했는데.. 그거나 같이좀 할까 했는데..
뭐 바쁜일 있다면 됐어.."
"뭔 부탁인데요?"
"아.. 학교 홍보 영상좀 찍어달라고 요청이 들어왔거든.. 그래서.. 오늘부터 그거 준비 하려는데..
너도 할거 없으면 같이 준비해보자고 할려고 했지.."
"그래요? 오.. 재밌겠는데? 근데 그걸 왜 선배님이 해요?"
왜긴.. 돈이 얼만데..
"아.. 그냥.. 집행부들 바쁘다고.. 그리고.. 알잖냐.. 내실력..하하"
이거 돈얘기를 해야되 말아야되..
"아.. 미팅 괜히 간다고 했네.. 좀 미리 말해줬으면 거절했을텐데.. 빨리좀 말씀해 주시지.."
..................
아.. 그냥.. 전화로 바로 물어볼껄..
"나도 좀전에 전해들어서.. 하하"
"뭐 알았어요.. 일단 미팅 가서 대충 놀다가 최대한 빨리 올께요. 준비하고 계세요.."
오잉? 그래?
웬지 표정보니까.. 억지로 나가는거 같은데..
맞니?
"진짜?"
"네.. 뭐.. 사실 미팅 그거 관심도 없어요 저.."
오케이.. 그럼 선배맘이 훨씬 편해지겠구나..
다행이야..
"그래? 뭐 그래주면 고맙고.. 암튼.. 난 같이 할 녀석들좀 알아봐야되니까.. 먼저 가마.."
"네.."
.............
빨리 홍보영상 시나리오 구상해야되는데..
미팅에 가있는 지연이 때문에 집중이 안된다.
아니.. 대충 놀다가 최대한 빨리 온다던애가..
몇신데 아직도 안오는거야..
지금쯤이면 밥도 먹고 술도 한참 먹을 시간이구만..
얘 설마.. 거기 나온 남자랑 눈맞아서..
사귀기 시작해버린거 아냐?
아.. 안돼.. 진짜..
괜시리.. 앞에 있던 시나리오 작성하던 연습장을 찢어버린다.
"선배님.. 왜그러세요?"
앞에 앉아있는 태희가 놀라서 묻는다.
"아.. 아냐.. 빨리 생각해보자.. 어떤게 좋겠냐?"
...............
지연이를 비롯..
영철이.장철이.민수.민성이.태희.승아..
이렇게 7명을 나의 홍보 영상 제작 프로젝트 팀원으로 포함시켰고..
모델은.. 지연이와 민성이로 확정지었다.
뭐.. 모델비 아끼려던 의미도 있었지만..
지난번에 보니.. 민성이 녀석이 화면빨도 괜찮고.. 연기도 제법 괜찮았었기에..
술한잔 사준다는 말로 살짝 꼬셔버렸다..
미안하다.. 민성아..
이 형님이 요새 돈이 궁해서..
............
아직도 연락이 없는 그녀..
잠이라도 자고 올려는거냐?
이젠 걱정단계를 넘어 절망단계로 넘어가고 있었다.
띵띠리리띵띠~~♬
헛.. 지연이 전화..
* 어.. 미팅은 끝났냐? *
설마 잘된건 아니지?
* 선배님.. 저기요.. 저.. 지금 경찰선데요.. *
엥?
겨..경찰서?
* 뭐? 경찰서는 왜? *
뭐야..
미팅나간애가 경찰서는 왜 가있어?
* 몰라요.. 지금 나가고 싶은데 누가 와서 데려가야 된데요.. 흑흑... *
우는거야?
왜울어?
무슨 사고라도 쳤니?
* 그래? 어디 경찰선데? *
* 여의도 경찰서에요.. 빨리좀 와주세요 선배님.. 흑.. *
아.. 갑자기 심난해진다.
뭐지?
울면서 경찰서에서 전화를 하는건 뭔경우야 대체?
* 어.. 알았어 좀만 기다려.. 바로 갈테니까.. *
후다닥.. 뛰쳐나가 택시를 잡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한쪽 의자에 처량하게 앉아있는 지연이..
아.. 진짜.. 눈물나게.. 왜 저러고 있는거야..
도대체 뭔일이길래..
"야.. 이지연.. 너 괜찮아?"
"네.."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다..
뭔일인거니 대체..
뭐길래 이렇게 혼자 애처롭게 앉아있는거야..
"저 이지연씨 보호자 되십니까?"
경찰 아저씨가 내게 묻는다.
"아.. 네"
"이쪽으로 오세요"
"아.. 네.. 지연아.. 잠깐만.."
그녀를 잠시 두고.. 경찰에게 다가간다.
"저 혹시 무슨일인가요?"
"아.. 별건 아니구요.. 그냥 폭행시비에.. 휘말려서 참고인 조사좀 받았습니다."
"폭행이요?"
"네.. 동행하던분하고 다른분들하고 좀 시비가 붙어서요.. 뭐 별건 아니니까.. 여기에 싸인 해주시면 됩니다."
"저.. 그럼 쟤는 아무 문제 없는건가요?"
"아.. 네.. 모시고 가시면 됩니다."
"아.. 감사합니다.."
안도감을 느끼며.. 싸인을 한다.
"가자.."
"네.."
어깨가 축 처진채로.. 나를 따라나서는 그녀..
애처로워 보인다.
그 당당하던 모습은 어딜가고..
...............
"죄송해요.. 번거롭게 해드려서.."
문을 나서자.. 그녀가 먼저 말문을 연다.
"죄송하긴.. 자초지정 들어보니까.. 넌 아무 상관도 없었더만.."
가엾은것..
어쩌다 이런일에 휘말려서는..
"그래두.. 저땜에 괜히..."
"에이.. 괜히는 무슨.. 그나저나.. 밥은 먹었냐?"
웬지.. 밥도 안먹고 있을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뇨.."
역시.. 계속 경찰서에 있느라.. 굶고 있었구나..
젠장...
밥이나 좀 먹이면서 조사하든가..
"그래? 그럼 밥부터 좀 먹어야겠네.. 가자"
"선배님"
"어.."
"선배님은 싸움할줄 알아요?"
"어? 나?"
"네.."
"당연하지.. 한땐 날렸어.."
"날려?"
"잘했다고.."
"아.. 그럼 막 사람 때리고 그래봤어요?"
"사람? 아니.. "
"다행이네요"
"뭐가?"
"아니에요.. 선배님은 사람 때리고 그러지 말아요.."
"당연하지.. 근데 너 오늘 싸우는거 보고 충격먹었냐?"
"네.. 너무 야만적이에요.."
"원래 남자들 그러면서 크는데.."
"싫어요 그런거.."
"뭐.. 하긴.. 나도 싫어.. 그런건"
"근데 선배님 진짜 싸움 잘하는거 맞아요?"
"어.."
"아무리 봐도 약골 같은데.."
"잘해.. 태권도도 2단이야"
"진짜요?"
"발차기 한번 보여줘?"
"에이.. 됐어요.."
"무시하냐?"
"아뇨.. 인정해 드릴께요.."
"이씨.. 야.. 이거 잠깐 들고 있어봐"
"인정해 드린다니까요.."
"잘봐.. 이게 유단자들의 발차기라는거야.. 얍.."
"이상한데.."
"이상해? 원래 이게 정석 발차긴데.."
"진짜 2단 맞아요?"
"맞다니까.. 단증 보여줘?"
"됐어요.. 인정해 드릴께요.."
"우씨.. 너 인정해 주는거 맞어?"
"그럼요.. 인정~"
제28화
◐ 지연의 일기 ◑
"방향제 줘봐요.."
선배에게 방향제를 건내받아.. 여기저기 뿌려댄다..
이놈의 냄새는 대체 왜 안빠지는거야..
하긴.. 두달 가까이 찌든 냄새가 그렇게 쉽게 빠질리야 없지..
후..
그래도.. 뭐.. 처음 들어왔을때의 역겨움은 사라졌으니 다행이긴하다.
엊그제부터 선배집에서 아침을 먹게 되었다.
냉장고 열어보니 반찬들이 제법 많았고..
오히려 식당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배님은 이 많은 반찬 놔두고 왜 맨날 공주식당에서 먹어요?"
"귀찮잖아.. 설거지하기.."
..............
"그럼 이 반찬들은 그냥 썩혀요?"
"뭐.. 놔둬도 안상하는것들 밖에 없어. 나중에 한두번씩 꺼내먹지 뭐.."
................
차라리 날주지..
이정도면 맨날 집에서 해먹겠네..
뭐 하긴.. 이제 여기서 먹으면 되니까..
그게 그거군..
선배는 부엌에서 쌀을 씻고..
나는 인터넷이나 하기 위해 컴퓨터를 켠다.
...............
이씨..
또 바꿔논거야?
으..
"선배님.."
"어.."
"컴퓨터 바탕화면 왜 또 바꿔논거에요? ."
"어? 아.. 그거 자동으로 설정되서 그런가보다.. 바꿔놀께.."
...............
자동으로 설정?
그런것도 있어?
"이씨.. 한번만더 이런거 보이면 아는척 안할꺼에요.."
"알았어.. 놔둬.. 내가 바꿔놀께.."
"됐어요.. 제가 바꿔놨어요.."
"아.. 근데.. 홍보영상 그거 어떻게 하기로 했어요?"
밥을 먹으며 선배에게 물었다.
"어.. 어제 시나리오 구성좀 해보다가.. 갑자기 나오는 바람에 오늘 다시 모여서 하기로 했어.."
...............
나땜에 그랬구나.. 에휴.. 민폐만 끼쳤네..
그나저나 홍보영상 찍는데 웬 시나리오래?
"시나리오? 홍보영상에 시나리오도 필요해요?"
"아.. 그냥 대충 찍는게 아니고.. 뭔가 짤막한 꽁트식으로 해서.. 학교 건물이나 학과들 소개하는 코너 마련해보려구.."
와.. 이거 뭔가 엄청난걸 하는거 같네..
"오.. 진짜요? 웬지 그럴듯하네요?"
"그치? 근데.. 그럴려니까.. 머리가 딱딱 아프다. 각각의 소개마다 에피소드 하나씩은 만들어야되는데.."
에휴.. 이렇게 머리싸매고 연구하는 선배를 두고..
난 사고나 쳐서 경찰서까지 오게 만들구..
그래..
오늘부턴 옆에서 재대로 도와줘보자...
이렇게 큰일하고 있는데..
절대.. 그냥 지나칠순 없지..
그나저나 애들은 뭐하길래 선배혼자 이렇게 고민하는거야..
"애들 시키면 돼죠.. 남는게 시간들인데.."
"안그래도 시켜놨어.."
................
"아.. 근데 그럼.. 그 꽁트는 누가 나와요? 우리 애들이 하나?"
"어.. 너랑 민성이.."
잉? 나?
"네? 저요?"
"어.. 그나마 할만한게 너뿐이더라고..."
..................
"이씨.. 누가 한데요?"
뭐야.. 내 허락도 안맡고..
"왜? 혹시 싫으냐?"
..................
"그걸 말이라고 해요? 이거 찍으면 학교사람들 다 보는거잖아요.. 챙피하게.."
"에이.. 챙피하긴.. 내가 다 여신처럼 편집해서 내보낼껀데.."
"이씨.. 그래도 싫어요.. 딴사람 알아봐요.."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게..
얼마나 끔찍한건데.. 지금 그걸 나보고 하라고?
물어보지도 않고?
흥!!!
"그래? 에휴.. 그럼 그냥 모델 알아봐야지뭐.."
.............
모델?
아니 우리동아리 애들 놔두고 웬 모델?
"모델요? 왜요? 우리 애들 많잖아요.."
"우리 애들은 안돼지.."
"왜요?"
"야.. 명색이 학교 홍보 영상인데.. 그래도 좀 이쁘고 화면에 잘나올 애들을 써야지.."
"아.. 그래요?"
에휴.. 이쁘면 피곤해.. 증말..
이런일에 툭하면 불려다니고..
뭐.. 얼짱 비쥬얼이 필요하다는데 그냥 한번 해줘?
...............
아..그래도 안돼~
너무 쪽팔리잖아..
한번 찍어놓으면 수도없이 틀어재낄텐데..
안해.. 죽어도 안해!!!
"아 뭐 부담갖지마.. 모델 쓰면돼.."
"모델은 그럼 어디서 구해요?"
"어.. 학교에서 좀 괜찮은 사람 찾아보고.. 부탁해 봐야지 뭐.."
"할려고 할까요? 나부터도 하기 싫은데.."
"뭐.. 어짜피 돈받고 하는건데.. 생각있는 사람 한둘이야 있겠지~"
잉? 돈?
"돈이요? 돈두 줘요?"
"당연하지.. 그럼 공짜로 찍어 주겠냐?"
"얼마나 주는데요?"
"어.. 글쎄.. 한 20만원 정도는 줘야되지 않겠냐?"
힉? 20만원?
"에? 20만원? 지..진짜요?"
"어.. 왜?"
"아.. 아뇨.. 뭐.."
뭐야.. 그럼 내가 모델하면.. 그 20만원 날 준다는거야 혹시?
"저 근데 선배님.."
"어.."
"혹시 제가 그냥 모델 대신 찍으면.."
"어.."
"그돈 저한테 주시는건가요?"
"뭐? 모델료?"
"네.."
"에이.. 그걸 어찌주냐.. 같은 동아리 사람끼리.."
.............
이씨.. 괜히 물어봤잖아..
"아.. 그래요? 그럼 그냥 모델 알아보세요.."
이거 선배가 나 돈에 환장한 애로 보는거 아냐?
..............
"너.. 돈만 주면 하긴 할 생각은 있냐?"
.................
왜 이러세요 선배님..
절 시험에 들게 하지 마세요..
"진짜 주실꺼에요?"
..................
공짜로 하면 재대로된 연기가 안나올거 같아서 그러는 거랍니다..
이해해 주세요..
저 절대 돈밝히고 그런애 아닌거..
선배님은 잘.. 아시죠?
"다는 못주고.. 10만원 주께.."
"이씨.. 왜 모델은 20만원 주면서.. 전 10만원만 줘요?"
"그거야.. 넌 동아리 사람이니까.."
"안해요 안해.."
"그럼 12만원 어때?"
"18만원.. 그 밑으론 안해요.."
"너 지금 나랑 흥정하잖거냐?"
"모델 알아 보시던가요.. 에휴.. 누가해.. 그 쪽팔린걸.."
"13만원.. 더는 안돼.."
"17만원까지 해드릴께요.. 진짜 선배님 봐서 이 가격에 해드리는거에요.."
"에이.. 됐다..그냥 모델 구하지뭐.. 안그래도 주연씨한테 부탁해보려고 했어..."
주연씨? 혹시 그 분식집딸?
이씨..
결국 13만원에 합의를 보고
난 학교 홍보 영상에 당당히 주인공을 맡아버렸다.
"다들 시나리오들은 짜왔지?"
"네.."
다들 밤새 준비해온 각각의 꽁트들에 대한 시나리오를 제출한다.
선배는 그 시나리오들을 하나하나 검토하더니..
아이들을 불러모았다.
"오케이.. 두개 정도만 좀 수정하면 될꺼 같고.. 나머진 다들 잘 썼네.. 일단.. 민성이랑 영철이가 써온걸로 먼저 준비해보자."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기 시작한다.
"저기 선배님.."
"어.."
"저 화장이라도 좀 해야되는거 아니에요? 옷도 좀 별룬데.. 가서 갈아입고 올까요?"
"아냐.. 뭐 괜찮은데 왜.. 얼굴이야 다 뽀샵처리 할테니까 신경 안써도 되고...."
..............
뽀샵할게 어딨다고 뽀샵이래..
"그래도.. 학교 홍보 영상인데.. 이쁘게 나와야잖아요.."
"걱정 말라니까 그러네.. 너.. 그냥 찍어도 이쁘.. 아니..괜찮으니까.. 가서 대사나 열심히 외워.."
.................
지금 이쁘단말 할려고 했죠?
사실을 얘기하는건데 뭘그리 부끄러워 하시나요..
훗..
대본을 들고.. 대사들을 외우기 시작한다.
다행히.. 짤막짤막한 꽁트라.. 긴 대사들은 없었다.
그래.. 해보자.. 이지연..
화이팅..
카메라가 고정되고..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간다..
"자기야.. 여긴 어디야?"
.............
아무리 연기라지만..
맘에 안드는 민성이 녀석 팔짱을 끼는건 죽기보다 싫었다.
"캇..."
"야.. 지연아.. 팔짱 재대로 껴야지.."
...............
"알았어요.."
이씨..학교 홍보 영상 시나리오에 스킨쉽은 왜 집어넣은거야 대체~
............
가만.. 이거 민성이가 쓴 시나리오잖아..
민성이 이녀석 나한테 흑심있는거 아냐?
"레디.. 액션"
"자기야.. 여긴 어디야?"
이번엔 좀 재대로 껴준다..
그래.. 뭐 공과 사는 구분해야지..
"어.. 여긴 학생회관이야. 고령대인들의 정열이 살아 숨쉬는 곳이지.."
"아 그렇구나.. 그럼 여기에는 어떤것들이 있어?"
"캇.."
.............
또 뭐야..
"야.. 이지연.. 대사가 높낮이가 없잖아.. 그럼 여기에는 어떤것들이 있어? 이렇게 마지막을 올려줘야지."
..............
그렇게 한거 같은데..
아 짜증나..
"자.. 다시 간다.. 레디.. 액션.."
"자기야.. 여긴 어디야?"
또한번 팔짱을 낀다..
아.. 빨리 이 씬좀 끝내고 싶은데..
"어.. 여긴 학생회관이야. 고령대인들의 정열이 살아 숨쉬는 곳이지.."
"아 그렇구나.. 그럼 여기에는 어떤것들이 있어?"
"캇.."
이씨.. 진짜..
이번엔 잘했잖아요..
"왜요 또?"
"너.. 너 진짜.. 아오.."
"왜요? 뭐가 문젠데요?"
"야.. 너 여기로 와봐.."
선배가 오라고 손짓을 한다..
............
"잠깐 기다려봐.."
그러더니 테잎을 감고.. 방금 찍은 장면을 보여준다..
..............
헐..
내가 지금 저런 연기를 한거라고?
내 귀엔 저렇게 안들렸는데?
................
"야.. 좀 쉬었다하자.. 얘 연습좀 시켜야겠다.."
................
"자 따라해봐.. 그럼 여기에는 어떤것들이 있어?"
.................
선배가 나를 앞에 놓고 연기를 가르친다고 이러고 있다..
하... 진짜.. 챙피해죽겠네.
내가 지금 이렇게까지 해야되는거야?
딴애들 다 쳐다 보는데 쪽팔리게 이런거나 따라하고 있어야 되는거냐고..
괜시리 앞에서 날 가르치려 드는 선배가 미워진다..
"..................."
"뭐해 안따라하고.."
"하기 싫어요.."
"왜? 연습 몇번만 하면 아무것도 아닌걸.."
"싫어요 그냥.."
"너 혹시 기분 나뻐서 이러는거야?"
"몰라요.. 그냥 하기 싫어요.."
"야.. 요것만 고치면 금방 끝나.. 빨리 하고 끝내자.."
"싫다구요.. 싫어요.. 저 이거 그냥 안할래요.."
그리곤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와 버렸다.
...............
◐ 봉구의 일기 ◑
엊그제부터 지연이가 우리집을 오게되었다..
이제 아침에 늦잠자긴 글렀군..
그녀가 8시쯤에 오니까.. 최소 7시 30분까지는
청소 및 세수를 완료해놔야 한다.
귀찮을 법한 일인데도 웬지 즐겁기만 하다.
"선배님 저왔어요.."
걸레질을 막 끝내는데 도착했다는 그녀..
오우.. 타이밍 딱이네..
"어 들어와.. 방을 좀 치웠어야 했는데.. 니가 이해해.."
"완전 광나는데요? 선배님 잠 안자고 청소하고 있었어요?"
...............
너무 깨끗하게 치웠나?
좀 자연스러워 보이게 해놨어야 했는데..
"그래도 이놈의 쾌쾌한 냄새는 빠지질 않네요.. 방향제 줘봐요.."
....................
"아.. 근데.. 홍보영상 그거 어떻게 하기로 했어요?"
그녀가 밥을먹다 말고 질문해 온다..
안그래도 어제 말을 했어야했는데..
경찰서 문제로 혼란스러웟던터라.. 얘기를 못꺼내고 있었다.
마침 잘됬네..
"어.. 어제 시나리오 구성좀 해보다가.. 갑자기 나오는 바람에 오늘 다시 모여서 하기로 했어.."
"시나리오? 홍보영상에 시나리오도 필요해요?"
"아.. 그냥 대충 찍는게 아니고.. 뭔가 짤막한 꽁트식으로 해서.. 학교 건물이나 학과들 소개하는 코너 마련해보려구.."
"아.. 근데 그럼.. 그 꽁트는 누가 나와요? 우리 애들이 하나?"
응.. 니가 한단다..
"어.. 너랑 민성이.."
"네? 저요?"
"어.. 그나마 할만한게 너뿐이더라고..."
너의 그 최강 비쥬얼로 .. 학교를 빛내주려무나..
"이씨.. 누가 한데요?"
헛..
뭐야 이 반응은?
"왜? 혹시 싫으냐?"
"그걸 말이라고 해요? 이거 찍으면 학교사람들 다 보는거잖아요.. 챙피하게.."
...................
배우가 체질인거 같다고 할땐 언제고..
그나저나 표정보니 정말 하기 싫어하는거 같네..
안돼.. 꼬셔야돼..
절대 생판 모르는 여자한테 그 거금을 퍼줄순 없어..
"에이.. 챙피하긴.. 내가 다 여신처럼 편집해서 내보낼껀데.."
제발 해주렴.. 이 선배가 지난번처럼 예술작품을 만들어주마..
"이씨.. 그래도 싫어요.. 딴사람 알아봐요.."
..............
웬지 증말 하기 싫은 표정이네..
아.. 안돼는데..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진다.
시간도 없어 죽겠는데
모델은 또 언제 알아보고 있나..
지연이정도의 외모가 되는 여자라고 해봐야 학교에..
그나마.. 3대 얼짱정돈데..
................
맞다.. 분식집딸 주연씨..
그래 주연씨나 그 친구한테 부탁해보면 되겠구나..
"그래? 에휴.. 그럼 그냥 모델 알아봐야지뭐.."
"모델요? 왜요? 우리 애들 많잖아요.."
"우리 애들은 안돼지.."
"왜요?"
왜긴.. 우리 애들중에 학교 홍보물 찍을 비쥬얼이 너말고 누가 있겠니..
"야.. 명색이 학교 홍보 영상인데.. 그래도 좀 이쁘고 화면에 잘나올 애들을 써야지.."
"아.. 그래요?"
"아 뭐 부담갖지마.. 모델 쓰면돼.."
아.. 그나저나 주연씨가 해줄라나?
그래도 소정의 사례금을 준다고 하면 해줄테지?
"모델은 그럼 어디서 구해요?"
"어.. 학교에서 좀 괜찮은 사람 찾아보고.. 부탁해 봐야지 뭐.."
"할려고 할까요? 나부터도 하기 싫은데.."
"뭐.. 어짜피 돈받고 하는건데.. 생각있는 사람 한둘이야 있겠지~"
"돈이요? 돈두 줘요?"
뭐이리 놀래?
너.. 너 설마 지금 돈이란 말듣고 이러는거니?
"당연하지.. 그럼 공짜로 찍어 주겠냐?"
"얼마나 주는데요?"
"어.. 글쎄.. 한 20만원 정도 생각하고 있긴한데.."
물론.. 난 어떻게든 15만원으로 알아볼 생각이었다.
"에? 20만원? 지..진짜요?"
............
역시... 돈 때문이군..
"어.. 왜?"
"아.. 아뇨.. 뭐.. 저 근데 선배님.."
"어.."
"혹시 제가 그냥 모델 대신 찍으면 그돈 저한테 주시는건가요?"
...................
이거 웬지 일이 쉽게 풀릴거 같은 생각이 든다.
뭐야.. 진작 돈 얘기부터 할껄..
돈주고 해달라고 하면 자존심 상해할까봐 말 안했더니..
이거 완전 헛짚었잖아..
괜히 심난해 했네.. 훗..
"뭐? 모델료?"
"네.."
"에이.. 그걸 어찌주냐.. 같은 동아리 사람끼리.."
슬슬.. 그녀와의 협상을 위한 밑밥을 뿌린다.
"아.. 그래요? 그럼 그냥 모델 알아보세요.."
알았어 알았어.. 슬슬 금액 제시할테니까.. 따라와봐..
"너.. 돈만 주면 하긴 할 생각은 있냐?"
"진짜 주실꺼에요?"
너.. 너.. 왜 이렇게 돈을 밝히는거니 대체.. 응?
"다는 못주고.. 10만원 주께.."
그래도 너니까 10만원이라도 주는거야.. 민성이 그녀석은 5만원에 합의봤어..
"이씨.. 왜 모델은 20만원 주면서.. 전 10만원 줘요?"
.................
얘는.. 10만원이 애이름인줄 아나..
이거 만만치 않겠는데?
"그거야.. 넌 동아리 사람이니까.."
"안해요 안해.."
...................
"그럼 12만원 어때?"
웬만하면 콜해라.. 인심쓴거다..
"18만원.. 그 밑으론 안해요.."
...............
얘 지금 나랑 돈가지고 흥정하려고 이러는거야?
그냥 확 주연씨한테 부탁해버려?
.................
아니지.. 그래도 지연이가 하는게 백배는 낫지..
"너 지금 나랑 흥정하잖거냐?"
"모델 알아 보시던가요.. 에휴.. 누가해.. 그 쪽팔린걸.."
....................
"13만원.. 더는 안돼.."
"17만원까지 해드릴께요.. 진짜 선배님 봐서 이 가격에 해드리는거에요.."
...................
얘도 보통은 아니군..
야.. 주연씨나 다른 모델도 15만원에 구할 생각이었는데..
너한테 17만원을 어찌주냐.. 그래도 명색이 같은 동아리 사람인데..
아무리 지연이 너라도.. 그건 아니지..
"에이.. 됐다..그냥 모델 구하지뭐.. 안그래도 주연씨한테 부탁해보려고 했어..."
최후의 한방을 던진다.
이거마저 안통하면.. 그냥.. 17만원이라도 주고 하던지 해야겠다.
"주연씨요? 신소재 얼짱?"
"어.. 뭐.. 그 친구도 있고 하니.. 둘중에 한명은 해주겠지뭐.."
"주연씨가 해주겠어요? 바뻐 보이던데.."
"뭐 그래도 2틀정도 찍고 20만원 버는건데.. 설마 안하겠냐.. 그리고 지난번에 보니까.. 남들에게 관심받는거 엄청 즐기는거 같던데.. 아마 좋아라 할꺼야.."
"흥!! 그럼 주연씨한테 부탁하던지 말던지 맘대로 하세요.."
....................
너 나랑 지금 신경전 펼치는거 맞지?
니 눈빛은 지금.. 15만원이면 당장이라도 하겠다는 눈빛이거든?
"어.. 알았다.."
"뭐해요?"
"어.. 주연씨한테 전화해서 물어볼려고.."
"이씨.. 끊어요.. 제가 할테니까.."
"어?"
"끊으라구요.. 빨리.. 제가 13만원에 한다구욧!!!"
에구..
미안쿠나 지연아..
맘같아선 선배도 20만원.. 아니 30만원이라도 주고 싶은데..
이 선배가.. 지원금 남는 돈으로 뭐 좀 쓸데가 있단다.
그러니 너도..
이 선배의 큰 뜻을 부디 헤아려주길 바라마..
"저기 선배님.."
한참 장비들을 점검하는데 지연이가 다가와 말을 건다.
"어.."
"저 화장이라도 좀 해야되는거 아니에요? 옷도 좀 별룬데.. 가서 갈아입고 올까요?"
.................
"아냐.. 뭐 괜찮은데 왜.. 얼굴이야 다 뽀샵처리 할테니까 신경 안써도 되고...."
에휴.. 자기 얼굴 이쁜거 모르나? 그냥 쌩얼로 찍어도 빛이 나겠구만..
"그래도.. 학교 홍보 영상인데.. 이쁘게 나와야잖아요.."
걱정마.. 이 선배가.. 찍으면.. 여신처럼 나올테니까..
"걱정 말라니까 그러네.. 너.. 그냥 찍어도 이쁘.. 아니..괜찮으니까.. 가서 대사나 열심히 외워.."
앗차..
하마터면 본심섞인 말이 튀어나올뻔 했다.
.............
젠장.. 시나리오를 재대로 점검했어야 됬는데..
지연이가 민성이 팔짱을 낀다는 설정을 못보고 넘어가 버렸다.
내가 저둘이 다정히 팔짱끼는걸 봐야 된단거야 지금?
..................
"자.. 레디 액션.."
"자기야.. 여긴 어디야?"
.................
팔짱 껴야지 지연아...
"캇..."
"야.. 지연아.. 팔짱 재대로 껴야지.."
...............
"알았어요.."
너도 팔짱 끼기 싫지?
에휴.. 선배가 미리 체크했다면.. 빼버렸을텐데..
미안쿠나..
"레디.. 액션"
"자기야.. 여긴 어디야?"
.................
비록 연기긴 하지만..
왜 이렇게 오늘따라 저 민성이 녀석이 부러운거냐..
아.. 내가 남주인공을 해야했는데..흑..
.......
아.. 안돼..
지금은 촬영에만 전념해야된다..
사적감정은 배제하자..
"어.. 여긴 학생회관이야. 고령대인들의 정열이 살아 숨쉬는 곳이지.."
민성이 짜식.. 그래도 연기하난 잘한단 말이지..
배우해도 되겠어..
자.. 그럼 지연이 차례..
후딱 하고 다음 씬으로 넘어가자꾸나..
"아 그렇구나.. 그럼 여기에는 어떤것들이 있어?"
..................
뭐냐... 지금 저 대사는?
"캇.."
쟤 지금 딴 생각하고 있나?
"야.. 이지연.. 대사가 높낮이가 없잖아.. 그럼 여기에는 어떤것들이 있어? 이렇게 마지막을 올려줘야지."
실수였겠지?
"자.. 다시 간다.. 레디.. 액션.."
"자기야.. 여긴 어디야?"
또한번 팔짱을 껴버리는 지연이..
아.. 빨리 이씬 넘어가야돼..
저 다정한꼴 도저히 못보겠어..
"어.. 여긴 학생회관이야. 고령대인들의 정열이 살아 숨쉬는 곳이지.."
"아 그렇구나.. 그럼 여기에는 어떤것들이 있어?"
헐...
"캇.."
"왜요 또?"
아.. 할말을 잃었다..
"너.. 너 진짜.. 아오.."
연기를 좀 못한다고 생각하긴 했다만..
이정도 대사도 못칠줄이야..
이건 너무하잖아..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진다.
앞으로 찍을거 태산인데..
이렇게 계속 커트해 버리면.. 오늘중으로 반도 못찍게 생겼다.
아...
"왜요? 뭐가 문젠데요?"
그래.. 가르쳐야돼.. 어짜피 대사도 몇줄 안되는것들이니까..
직접 자기가 연기하는거 보고.. 느끼고.. 배우면 돼..
"야.. 너 여기로 와봐.."
그녀를 불러.. 방금 찍었던 장면을 보여준다..
"이게 제가 한거라구요?"
어.. 그래.. 니가 한거야..
니가봐도 이상하지?
"난 저렇게 안했는데.."
"야.. 쉬는시간 동안 연습좀 하자.."
애들을 쉬게 한후.. 그녀를 앉혀놓고 개인 연기지도에 들어간다.
"자 따라해봐.. 그럼 여기에는 어떤것들이 있어?"
이런걸 꼭 가르쳐야 되나?
이건 초딩들도 하는 연긴데..
넌.. 얼굴은 톱 탤런트처럼 생겨가지고.. 연기는 어지 그모양이니.. 에휴..
"..................."
뭐야.. 왜 말이 없어?
"뭐해 안따라하고.."
"하기 싫어요.."
..................
삐졌나?
표정이 시무룩해진 그녀였다.
"왜? 연습 몇번만 하면 아무것도 아닌걸.."
"싫어요 그냥.."
아.. 지연아..
너 챙피하고 기분 나쁜건 알겠는데..
그냥 눈 딱감고 잠깐만 연습하면 되는거야. 한번만 참아줘라 응?
"너 혹시 기분 나뻐서 이러는거야?"
"몰라요.. 그냥 하기 싫어요.."
................
"야.. 요것만 고치면 금방 끝나.. 빨리 하고 끝내자.."
"싫다구요.. 싫어요.. 저 이거 그냥 안할래요.."
그리곤 자리를 일어나 멀리 뛰어가 버린다..
...............
후아.. 갈수록 태산이네..
"야.. 뭐하냐?"
"몰라요"
"힘드냐?"
"몰라요.. 선배님이랑 얘기하기 싫으니까 가요 그냥"
"화풀리면 얘기해.. 그냥 여기 있을테니까.."
"가라니까요.. 할얘기 없어요"
"안돼.. 너 아니면 저거 못찍어.."
"됐어요.. 아무나 시키든가 하세요.."
"에이.. 그걸 아무나 어떻게 시켜.."
"주연씨 시키면 됀다면서요.. 연기 못하는 저보단 훨씬 잘할테니까.. 가서 부탁해봐요"
"안돼.. 주연씨는.."
"왜요? 아깐 주연씨 시킨다면서.."
"생각해보니까 주연씨도 비쥬얼이 많이 모질라.. 학교를 빛내야할 얼굴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너밖에 없어.."
"치.. 됐어요.. 누가 그런다고 할줄 알아요?"
"뭐.. 화풀리면 말해.. 난 여기서 좀 누워있을테니까.."
"이씨.. 진짜.."
"야.."
"왜요?"
"너.. 진짜 배우나 한번 해봐라.."
"뭐에요? 누구 놀려요?"
"아냐.. 니가.. 그냥 경험이 없어서 그런거지.. 연기수업만 좀 받으면.. 제2의 심은하도 되겠어.."
"됐어요.. 맘에도 없는말 하지 말아요.."
"농담 아니라니까 그러네.. 뭐.. 생각없음 말고.. 암튼.. 난 좀 잘테니까.. 갈때 깨워.."
".................."
"선배님.."
"어.."
"아까 그거 다시한번만 해봐요.."
"뭐?"
"아까 제가 했던 대사.. 어떻게 한다구요?"
"아 그렇구나.. 그럼 여기에는 어떤것들이 있어? 이거?"
"이씨.. 분명 나도 그렇게 했는데.. 왜 화면에서만 이상하게 나오는거야 대체.."
"한번 해봐.. 봐줄테니까.."
"아 그렇구나.. 그럼 여기에는 어떤것들이 있어?"
"뭐야? 잘하네.."
"그쵸? 근데 왜 화면에선 이상하게 나오냐구요.. 이건 제가 이상한게 아니라 그 카메라가 이상한거라구요.."
"에이.. 그럴리가 있냐.. 니가 아깐 연기라고 생각하고 대사를 하나까 그런거지.. 방금처럼 자연스럽게 하면 되는거야.."
"그래요?"
"어.. 다시한번 해보자.."
"아 그렇구나.. 그럼 여기에는 어떤것들이 있어?"
"그래.. 그거야.. 그대로만 해.. 알았어?"
"치.. 당연하죠. 이정도 못할까봐요?"
"하하.. 아냐.. 암튼 빨리 가서 재대로 함 찍어 보자"
"알았어요.. 가요.."
"어.. 일어나 빨리.."
"일으켜줘요"
"넌 손없냐?"
"에이 귀찮으니까 빨리 일으켜줘요.."
"자.."
"으차.. 에휴.. 난 왜 이렇게 이쁘게 태어나서 이런 학교영상물 같은걸 찍어야 돼는거야.. 피곤해 죽겠어 증말.."
"삽질한다.."
"삽질?"
"아.. 아냐"
"뭔소리에요?
"좋은말이야.."
"아닌거 같은데? 솔직히 말에요.. 그거 무슨뜻이에요?"
"그냥.. 좋은 말이라니까.."
"이씨.. 말 안할꺼에요?"
"캇.."
"또 왜요.. 아 진짜.."
"아.. 지연아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