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금융굴기의 '화룡점정'이 될 위안화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편입에 청신호가 켜졌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오는 11월 IMF 차기 집행이사회를 앞두고 IMF 실무책임자들이 위안화의 SDR 편입을 지지하는 보고서 초안을 마련했다.
IMF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위안화를 SDR에 편입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들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최종 결정은 집행이사회가 내리겠지만 보고서 초안은 위안화를 통화바스켓에 포함시키는 쪽으로 기울었고 편입을 막는 어떤 정치적 장애물도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프랑스와 영국이 위안화 SDR 편입을 지지한 데 이어 독일과 이탈리아도 편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등 국제정치 상황도 중국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이와 관련해 중국 정부는 다음달 열리는 집행이사회에서 위안화 SDR 편입을 최종 결정할 것으로 판단하고 IMF 결정을 환영하는 성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위안화의 SDR 편입은 이미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경제덩치를 키운 중국의 국제금융시장 장악력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초 중국 주도의 첫 국제금융기구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성공적으로 출범한 데 이어 위안화까지 SDR에 편입되면 위안화 국제화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중국 정부의 궁극적인 목표인 위안화 기축통화화도 가시권에 접어들게 된다.

위안화 SDR 편입으로 위안화 국제화가 본격화하면 전 세계 무역시장에서 위안화 직접 결제비중도 늘어나게 된다. 중국 기업들이 달러를 통하지 않고 교역을 하면 환차손 리스크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위안화가 SDR에 편입되면 각국 중앙은행들은 기축통화의 또 다른 한 축이 될 위안화 표시 채권 비중을 늘리게 된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등 국제 금융기관들은 위안화가 SDR 통화바스켓에 포함될 경우, 현재 전 세계 중앙은행 외환보유액의 9% 수준인 1조달러가 위안화 표시 채권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위안화 표시 채권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중국 정부와 기업들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위안화 표시 채권을 발행하는 것도 더 원활해진다. 만에 하나 중국이 경제위기에 직면해 유동성 부족을 겪을 때 위안화 표시 채권을 발행해 빚을 갚거나 유동성을 확대해 위기 극복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위안화 표시 채권 수요 확대로 중국 자산가치가 높아질 개연성도 크다.
중국의 금융개혁 역시 덩달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중국 민생증권은 "위안화 SDR 편입이 금리·환율 자유화 수준을 더 끌어올리고 금융 분야 대외 개방을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중국의 부상은 IMF 개혁을 가속화하는 효과도 있다. 미국은 2010년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중국을 IMF 3대 쿼터 보유국으로 올리는 방안을 의결했다. 브라질·인도·러시아 등 브릭스(BRICS) 국가와 신흥국 의결권을 확대하자는 약속도 했다. 미국 집행위원회 영구이사 추천권을 박탈하는 내용도 들어갔다. 하지만 실제 발효는 공전을 거듭하다 결국 미국 의회가 이를 거부하면서 무산된 바 있다. 중국 입지가 확대되면 IMF 개혁을 거부하던 미국도 더 이상 버티기 쉽지 않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위안화 SDR 편입 노력을 계속해 왔다. 국제경제 관계자는 "미국에 필적하는 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이지만 금융 분야만큼은 달러의 벽을 넘어설 수 없었다"며 "달러 패권에 대한 피해의식이 강했던 중국은 위안화 SDR 편입을 각별히 희망해 왔다"고 전했다.
위안화 SDR 편입을 위한 사전정지 차원에서 중국 정부는 지난 8월 위안화 시장환율 변동폭을 전격적으로 확대한 데 이어 지난 23일에는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예금금리 상한선을 폐지하는 금리자유화 정책을 시행했다. 금리와 환율 자유화는 그동안 IMF가 중국에 주문해온 금융개혁 핵심이었다.
증권 분야에서 중국은 지난해 말부터 후강퉁(상하이·홍콩 증시 교차 거래)을 개시해 외국 자본에 본토 증시 투자를 열어줬다. 선강퉁(선전·홍콩 증시 교차 거래)과 후룬퉁(상하이·런던 증시 교차 거래)도 추진 중이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위안화 힘 세지면 달러패권 `휘청`
中 금융시장 자율성 여전히 낮아 달러 대체 넘버원 통화는 힘들듯
중국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편입은 미국 달러 패권을 뒤흔들 수 있는 변수다. 미국 중심의 국제통화기금(IMF)에 반기를 들어온 중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설에 이어 위안화 IMF SDR 편입을 신호탄으로 기축통화로서의 자격을 갖춰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저우샤오촨 은행장은 오래전부터 달러 중심의 국제금융시스템 폐해를 역설하며 SDR 개편을 주장해 왔다.
유럽 등 여타 국가들이 중국의 부상을 은근히 즐기고 있다는 점도 미국으로서는 부담이다. 미국이 기축통화인 달러 발권능력을 과도하게 이용해 자국 이익을 추구한 데 따른 유럽 국가들의 반감이 적지 않다. 프랑스는 이미 오래전부터 IMF 개혁을 요구하는 신흥국 편에 서 왔고 기축통화도 달러 외에 유로, 위안화 등으로 확대하는 복수 기축통화제도 시행을 주장해 왔다.
미국의 핵심 우방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조차 자국 통화인 파운드화 영향력 확대를 위해 달러화를 견제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이익을 위해 새로운 기축통화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는 위안화 국제화 허브를 자처하고 나섰다.
달러에 대한 견제심리는 미국 스스로 자초한 측면도 있다. 2008년 9월 금융위기 이후 미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대규모 양적완화에 나선 뒤 달러 약세가 급격하게 진행되자 수출경쟁력이 취약해진 브라질 등 신흥국들은 "미국이 통화전쟁을 조장하고 있다"며 맹비난한 바 있다. 최근에는 역으로 미국이 금리 인상을 통한 출구전략 시행을 검토하면서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서고 신흥국에서 뭉칫돈이 급격히 빠져나가 일부 국가들이 외환 부족 사태에 직면하기도 했다.
SDR 편입으로 위안화 국제화가 급속히 진행돼 위안화가 기축통화 위상을 어느 정도 확보하게 되면 달러에 집중돼 있던 통화의 힘이 다극화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 외환보유액 중 달러화가 차지하던 비중은 1970년대 80%에 육박했지만 최근에는 60% 선을 넘나들고 있다. 유로화와 엔화 등이 달러화를 빠른 속도로 대체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안화가 SDR에 편입되면 달러화가 각국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위안화가 SDR에 편입되더라도 위안화가 달러를 대체하는 기축통화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SDR 편입으로 위안화 위상이 높아지고 글로벌 무역시장에서 결제비중도 커지겠지만 여전히 중국 금융시장 자율화가 낮은 수준인 데다 위안화가 글로벌 국채·외환시장에서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오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위안貨 SDR 편입, 美 반대가 마지막 변수라지만…
IMF 개혁 거부 전력에다 勢결집해도 의결권 부족, 현재로선 中막기 힘들어
중국 위안화 특별인출권(SDR) 편입이 9부 능선을 넘어선 가운데 유일한 장애물은 미국의 반발이다.
아시아 재균형 정책 등을 통해 중국 패권 확장을 견제하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 중국의 급격한 부상은 커다란 부담이다. 특히 미국이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중국 영향력이 커지는 것은 미국이 원치 않는 시나리오다. 이 때문에 미국이 위안화 SDR 편입에 어떤 식으로 제동을 걸지, 그리고 미국의 반대가 효과를 발휘할지 주목된다.
결론부터 보면 현시점에서 미국이 반대하더라도 위안화 SDR 편입을 막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IMF가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집행이사회 85% 지지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위안화 편입 여부 결정은 70% 이상의 지지만 있으면 된다. 미국이 보유한 의결권(16.74%)만으로는 위안화 SDR 편입을 막을 수 없다. 일본과 연대할 가능성이 있지만 일본 의결권도 6.23%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미·일이 반대표를 던지더라도 위안화 SDR 편입을 저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미국과 일본 외에 IMF 집행이사회 표결권을 쥔 주요 5개국 중 독일 의결권은 5.81%, 영국·프랑스는 각각 4.29%인데 유럽 국가들은 현재 중국 위안화 SDR 편입을 지지하고 있다.
다만 미국이 위안화 SDR 편입을 결정할 집행이사회 회의 자체를 거부하거나 개최시점을 지연시키는 방식으로 '몽니'를 부릴 수는 있다. 현재 SDR는 미국 달러화, 일본 엔화, 유럽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로 구성돼 있다. 다음달 집행이사회에서 위안화 SDR 편입이 결정되면 위안화는 내년 10월부터 SDR에 편입된다. SDR 통화바스켓 편입은 5년에 한 번씩 회의를 통해 결정되는데 2010년에는 위안화가 SDR 편입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당시만 해도 국제금융시장 내 위안화 사용비중이 극히 낮았다. 2012년 위안화가 국제결제통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3%였지만 지난 8월 현재 2.79%까지 급증해 이미 엔화를 추월한 상태다.
IMF는 현재 SDR 통화바스켓 편입 비중을 달러화 41.9%, 유로화 37.4%, 파운드화 11.3%, 엔화 9.4%로 두고 있다. 위안화가 SDR 통화바스켓에 편입되면 위안화 비중이 13~14%에 달할 것으로 글로벌 은행들은 추정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