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햇살과 바람과 보궁의 예불소리, 태백산정암사/인드라망 8월사찰순례후기①

[演菩提(연보리)]

장마와 휴가철이 겹쳐진 이유로 7월은 사찰순례가 없었던 탓에 12차 사찰순례는 두 달 만에 다녀오게 됐다.

8월은 5대 적멸보궁의 한 곳인 정암사와 태백의 석탄박물관, 그리고 고씨 동굴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현지 사정으로 고씨 동굴행을 취소하고 정암사-석탄박물관-안동의 봉정사를 순례 하는 것으로 일정이 바뀌었다.

출발시간인 아침 7시가 가까워지자 두달 만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들이 대구 두류공원 만남의 광장 주차장으로  속속 모여든다.

가족, 이웃, 친구, 계원 등 여러 이름으로 동참했지만 크게는 인드라망 가족이다.

오늘 하루 한 차를 탄 37명의 귀한 인연들이다.

차가 출발하자 첫 순서로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묵념을 올렸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아침예불을 올리며 가고 싶었던 그곳, 정암사를 향해 달렸다.

7시에 출발한 차는 10시 20분쯤에 정암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여기를 봐 주세요~~" 라며,

인천에 사시는 인라인님이 미리 와서 우리를 맞아 준다. 우리 회원들과는 지난 6월 간월암에서 첫 만남을 가진 뒤 두 번째 상봉인 셈이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적멸보궁을 향해 함께 걸어 갔다.

▲ 미리 도착한 인천의 인라인님과 대구 회원님들의 반가운 상봉

 ▲ 엄마 아빠를 따라온 꼬맹이부대, 신이 나서 앞장을 서고...

▲ 특별회원이신 손정혜님보다 더 열심히 동참하시는 옆지기 보살님과 소나타님

삼삼오오 가벼운 걸음을 옮기자니 금세 일주문이 반긴다.

태백산 정암사, 5대 적멸보궁 중 인드라망에서는 세 번째 순례 보궁이 된다.

남은 곳은 통도사와 봉정암.

한껏 무성해진 녹음을 배경으로 고풍스런 긴 담과 잘 어울리는 정암사 일주문이 서 있다.

한창 사시예불이 진행될 시간이라 순례객은 적멸보궁을 찾아 바쁜 걸음을 옮긴다.

▲ 태백산 정암사 일주문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에 위치한 정암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 본사인 월정사(月精寺)의 말사이다. 자장(慈藏)스님이 636년(선덕여왕 5)에 당(唐)나라에 들어가 문수도량(文殊道場)인 산시성[山西省] 운제사(雲際寺)에서 21일 동안 치성을 올려 문수보살을 친견(親見)하고, 석가의 신보(神寶)를 얻어 귀국한 후 전국 각지 5곳에 이를 나누어 모셨는데, 그 중 한 곳이 이 절이었다고 한다.

-정암사 홈페이지에서- 

계곡 옆으로 단정히 둘러진 돌담을 따라 걸어 들어가자 낮으막한 산의 정상 쯤에 수마노탑이 보인다.

수마노탑 안에는 부처님의 정골사리와 가사, 염주 등의 신보가 묻혀 있다고 한다.

일설에는 서해용왕이 자장율사를 용궁으로 모셔가서 마노석을 전해 주었는데 그 마노석으로 쌓은 탑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담장 너머로 같은 옷을 입은 다른 사찰의 순례팀이 보인다. 저곳이 적멸보궁 앞 마당이다.

사정없이 내리쬐는 땡볕 속에서 함께 예불을 올리고 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용담사라는 사찰명이 적혀 있었다.

우리가 있는 동안에도 5대 적멸보궁의 한 곳 답게 순례객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 태백산 정암사 적멸보궁, 강원도 문화재자료 제32호. 신라시대 건축물

이곳 적멸보궁에도 불상은 없다. 보궁 뒷 산에 모셔진 수마노탑을 향해 예불을 올리는 중이다.

보궁 법당이 비좁아 우리 순례단은 앞 마당에서 기도를 올렸다.

티 없이 맑은 하늘을 그대로 투과한 8월의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올린 정암사 예불의 여운은 한 동안 잊혀지지 않을 듯 싶다. 

▲ 적멸보궁 마당에서의 예불시간 , 사진: 아란야님

 ▲ 평창에서 달려오신 수미님

  ▲  빛과 바람과 물소리에 둘러 싸인 청정도량 정암사

▲ 채민님, 아란야님, 우주래님

 ▲ 마법사님 부자와 아란야님, 수마노탑 가는 길

사시예불이 끝난 뒤 극락교를 지나 수마노탑을 참배하기 위해 산길을 올랐다.

볕은 뜨거웠지만 그늘에 들어서니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열목어가 산다는 일급수 계곡물은 연신 맑은 물을 흘려보내고,

무성한 나무잎들은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바람결에 묻어 오는 청량함이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한다.

환희심 가득한 마음으로 계단 길을 잠시 오르자 보석같은 수마노탑이 모습을 드러낸다.

수마노탑은 보물 제410호로 고려시대의 탑으로 7층 모전탑이다.

모전탑(模甎塔)이란 벽돌로 쌓은 탑인 전탑(甎塔)을 모방한 탑으로, 돌을 벽돌 모양으로 깎아 쌓아올린 탑을 말한다.

용궁에서 가져온 마노석이 됐든, 화강암과 석회암으로 만들었건 그런 건 별 상관이 없나 보다.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다는 그 의미만으로도 가슴이 이토록 뛰는 것을...

모두 삼배를 올리고 탑돌이를 했다.

  ▲ 무엇이 우리를 먼 태백까지 달려오게 만들었을까?

이 자리에 꿇어 앉아 합장하는 순간의 이 충만한 행복.

▲ 이현자님 부부, 꽃사슴님 부부, 무주님, 금당거사님.

 ▲ 수마노탑에서 내려다 본 정암사

수마노탑을 참배하고 내려오자 어느덧 점심 공양시간이다.

공양간으로 이동하는 중에 마주친 스님께서 인드라망에 대해 물으신다.

Daum에 있는 불교카페라고 말씀드렸다.

공양을 마치고 나오자 정암사 총무스님께서 인드라망 순례단에게 법문을 들려주신다며 관음전으로 모이란다.

설거지를 마치고 모두 관음전으로 갔다.

자그마한 법당이 비좁아 마루에까지 나가 앉아 감사히 말씀을 들었다.

▲ 법문을 들려 주시는 정암사 총무스님

"여러분이 오시니 도량이 다 환한 것 같다"며 덕담으로 말문을 여신 덕진 총무스님,

시원스런 내용에 유머까지 간간이 섞어 주시니 분위기가 참 부드럽고도 상쾌했다.

자장스님께서 도량을 창건하시고 이곳에서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며 자장스님 앞에 나투셨던 문수보살의 이야기도 들려 주셨다.

스님의 법문  몇 구절을 간추려 올린다.

"이곳이 적멸보궁인데 적멸은 니르바나이다. 모든 번뇌 망상을 꺼버린 대장부가 계시는 곳이다.

자장율사께서 처음에 사리탑을 모시려니 자꾸 무너졌다.

어느날 겨울인데도 칠 넝쿨 세 줄기가 자라기 시작하여 수마노탑이 있는 자리에서 멈췄다.

거기에다 모신 것이 지금의 수마노탑이다.

이곳 지명들은 칡과 관련된 갈(葛)자가 들어간 지명이 많다.

그때 자장율사께서는 세 기의 탑을 쌓으셨다.

가운데에 있는 천의봉에는 수마노탑을, 금대봉에는 금탑을, 은대봉에는 은탑을 쌓았는데,

후대 사람들이 진귀한 보물에 눈이 어두워 탐심을 낼까봐서 산중에 비장(秘藏)하게 됐다.

수행을 잘 한 사람의 눈에는 숨겨진 그 탑이 보인다는 설이 있다.

사람의 행동이나 말이나 걸음걸이를 보면 그 사람의 특성이 다 보인다.

속일 수가 없다. 저절로 다 드러난다.

마음을 다루는 것도 몸을 다루는 이치와 같다.

에너지를 잘 쓰면 생명력이 되지만 못 쓰면 잡놈이 된다.

힘의 가닥을 잘 잡아줘야 한다.

몸과 마음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자기 성찰이 안 되면 늘 원망심이 생긴다.

상대에게만 나쁜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나쁘다.

마음을 보시겠느냐,

고함을 질러보라, 공간이 떨리게 된다.

유리겔라의 마술에서 보듯이 뭔가 뚝뚝 부러진다.

마음이 감동하면 공간이 파장을 일으킨다.

마음은 볼 수 없지만 작용처를 보면 그 마음을 알 수 있다.

순수한 마음이지만 감정이 실리면 물질화가 되고 현상화가 된다.

그 마음을 잘 써야 한다.

너무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몸을 다룰 수가 없다.

음식은 소박하고 깨끗한 것을 먹어야 한다.

불자로서 자기의 입지, 철학이 있어야 한다.

수행도 꾸준히 해야 한다.

절이든 참선이든 꾸준히 해야 한다. 

열심히 해서 몰두를 하게 되면 저절로 힘을 얻게 된다.

처음 행자 시절에는 공양을 짓는 일이 힘이 들었지만

계속 열심히 하다보면 어느 순간 간을 막 들어 부어도 음식의 간이 맞는 때가 오더라.

절을 하고 나면 가쁜 하다. 그리고 조용히 앉으면 스스로 진하게 느끼는 순간이 온다.

이 세상이 사랑, 감사, 기쁨 천지임을 알게 되는 순간이 온다.

자기의 말을 버릴 줄 알아야 한다.

자기의 말은 진리가 아니지 않은가. 자기의 생각을 버릴 줄 알아야 한다.

모든 수행의 기초가 자신을 알아가는 것이다."

 ▲ 법문을 들려 주신 정암사 총무(덕진)스님을 모시고 관음전 앞에서 기념 촬영, 사진: 꽃사슴님 제공

▲ 네 가족이 다 참여한 마법사님댁

 ▲ 어느 회상일까요? ^^*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에서 공부하고 목탁치고, 졸기도 하네요.  

 ▲ 인천의 인라인님과 촬영중인 심해님

▲ 순례길에 수고해 주신 인드라망 새 총무 금당거사님

 ▲ 한 여름에 빨간 열매가 맺혀있네요. 놓칠 리가 없는 우리 님들.

 ▲  아란야님, 소나타님, 달고 시원하겠지예. ^^*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암사 순례는 우리 모두에게 강렬한 감흥을 일으켰다.

강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과 달콤한 물과 나직하게 울리던 보궁의 예불소리,

우리에게 깜짝 선물처럼 안겨졌던 예정 외의 법문,

수마노탑을 올려다 보는 순간 활짝 열린 우리의 눈과 마음으로 한 없이 밀려 들던 법신 부처님의 무진 법문!!

그 자리에 앉아 기도할 수 있었던 그 행이 이미 공덕이며 가피임을 진하게 느낀 정암사 순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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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해 주신 순례단 모든 님들께 감사드립니다. 평창과 인천에서 참여해 주신 수미님, 인라인님 반가웠습니다.

* 행복한 순례길 마련해 주신  꽃사슴님, 금당거사님, 사찰순례팀에 감사 드립니다.

* 특별보시금 내어 주신 심해님, 인라인님, 고맙습니다.

* 꽁꽁 언 아이스홍시를 보시해 주신 마법사님, 고맙습니다.

* 떡 보시 해 주신 손정혜님, 고맙습니다.

* 계란 삶아 오신 아란야님, 수고하셨습니다.^^*

[먼고향]

정암사 수마노탑도 좋지만 함께 순례를 다니는 인드라망회원님들의 모습이 밝아서 더욱더 좋습니다.

[onion1130]

비오는 날 수마노탑돌이,멋졌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