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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03월09일(일요일)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모음동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강에 스며든다] 관람일정
탐방지 :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모음동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강에 스며든다]
탐방코스: [벽산평창힐스아파트 정류장~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모음동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강에 스며든다]를 관람~일성아파트 정류장]
탐방일 : 2025년03월09일(일요일)
날씨 : 청명한 날씨 [종로구 평창동 최저기온 영하2도C, 최고기온 13도C]
탐방코스 및 탐방 구간별 탐방 소요시간 (총 탐방시간 1시간40분 소요)
11:30~11:53 연신내역 버스 정류장에서 7211번 버스를 타고 벽산평창힐스아파트 정류장으로 이동 [23분, 13개 정류장 이동]
11:53~11:56 벽산평창힐스아파트 정류장에서 탐방출발하여 서울 종로구 평창문화로 101 번지에 있는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까지 도보로 이동 [3분, 151m 이동]
11:56~13:30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모음동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강에 스며든다]를 관람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강에 스며든다
전시기간 : 2025.03.06~2025.07.27
전시장소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모음동 2층 라운지 2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모음동 1층 라운지 1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모음동 1층 전시실 2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모음동 1층 전시실 1
관람료 : 무료
관람시간 : 평일(화–금) 오전 10시–오후 8시
토 · 일 · 공휴일 : 하절기(3–10월), 오전 10시–오후 7시, 동절기(11–2월), 오전 10시–오후 6시
입장시간 : 관람 종료 1시간 전까지 입장
휴관일 : 1월1일, 매주 월요일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정상 개관)
도슨트안내 : 매일 오후 1시, 2시, 3시
전시장르 : 기획
전시 안내
2000년대 전후 한국의 기록 분야와 동시대 미술 현장에서는 아카이브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기조가 형성되었다. 지난 세기 굴곡진 한국 근현대사의 희생과 인권 침해에 대한 진상 규명 운동과 함께, 공적 기록에 포착되지 못한 사적 영역의 기록인 매뉴스크립트에 대한 가치가 재평가되었다. 또한 공식 역사와 기억을 뒷받침해 왔던 아카이브에 대한 비평과 대안적 실천이 활발히 이루어졌다. 동시대 미술 역시 아카이브에 대한 비평적 이론을 수용하면서 기록을 생성, 재조직하여 제도권이나 주류 매체에서 다루지 않는 사건이나 대상을 사회적으로 공론화하는 데 연대하였다. 지난 20여 년간 매뉴스크립트와 아카이브 기반 작업은 소외되고 억압되었던 사건과 대상을 발굴하고 사회적 기억으로 환원하는 공동의 지형을 형성해 왔다. 이번 전시는 2025년 서울시립미술관의 기관 의제인 ‘행동’과 연계하여, 기록의 사회적 가치와 실천적 기제를 조망하고자 한다. 오늘날의 시점에서 그간 아카이브 아트라 불려 왔던 흐름, 그리고 매뉴스크립트 역사를 함께 바라본다. 이 두 흐름은 대항 기억을 형성하면서 아카이브에 대한 비평적 담론을 지속적으로 갱신한다. 특히, 디지털 기술과 커뮤니케이션의 확산으로 즉시적 정보 생산이 일상화된 동시에 잘못된 정보와 대안적 사실이 범람하는 오늘날, 최근의 국내외 갈등과 분쟁, 참사 등은 ‘현재를 어떻게 기록하고 해석해야 할 것인가’라는 복합적인 과제를 던진다. 이러한 시대적 과제 속에서 재현과 보존을 넘어 사회적 기억을 복원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드러내는 동시대 미술과 기억 기관인 아카이브의 사회적 역할을 생각해보고자 한다.
전시 제목인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강에 스며든다》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기원전 535-475)의 ‘똑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는 경구에 착안한 것으로, 기록이 항구적인 것이 아닌 그것을 읽고 감각하면서 지금의 인식과 만나는 현재진행형의 과정임을 강조한다. 전시는 사건이나 대상에 대한 섬세한 접근과 입체적인 관계를 따라 ‘지연하는 기억’, ‘목격하는 기록’, ‘던져지는 서사’로 구성하였다. ‘지연하는 기억’에서는 한국 근현대사와 억압된 공동체의 역사를 동시대의 관점으로 해석하는 작품과 연관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한국퀴어아카이브 퀴어락의 기록을 전시한다. ‘목격하는 기록’은 사건 이후 오랜 기간 표면화되지 못했던 제주4·3과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제주4·3평화재단과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의 소장 기록과 함께, 이에 대한 섬세한 도큐멘테이션을 통해 정동의 공간을 형성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던져지는 서사’에서는 현실 문제와 아카이브에 뿌리를 두면서도 반대로 그 부재의 공간에서 새로운 서사를 구축하여 사회적 통념이나 경계 그리고 단편적인 담론에 가려진 영역을 해방시키는 작업을 선보인다.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강에 스며든다》는 과거와 현재의 기록이 계속해서 재구성되고 재해석되는 과정을 통해, 우리의 기억, 정서, 인식을 새로이 환기하고 미래를 향한 우리의 행동을 촉구하는 기록의 행동주의를 다각도로 인식하고자 한다.]
[전시작품 안내
지연하는 기억
기록 실천은 본질적으로 창의적이고 수행적인 행위다. 동시대 예술에서 이루어지는 기록은 과거를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지금, 여기’의 시점에 초점을 맞추어 해석하고 개입하는 태도를 취한다. 기존의 기록, 이미지, 영상, 데이터 등을 재조직하거나, 커뮤니티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유대와 돌봄의 과정을 통해 새로이 기록하는 방식은 논리적·객관적인 사실의 구축을 지향해 온 전통적 또는 근대적 아카이브의 전략과 대비된다. 이는 과거의 기억이 현재의 새로운 경험에 맞추어 수정된다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지연된 사후작용’을 떠올리게 한다. 이처럼 기록을 매개로 한 동시대 예술 실천은 단일한 시점에 머무르지 않고, 과거와 현재를 중첩시키며 추상적이거나 고정된 기억과 이미지를 동시대 관점에서 구체화하고 재조직한다. 이는 과거가 현재와 분리되지 않은 문제임을 환기하며 우리의 인식을 새롭게 전환시킨다.
이러한 맥락에서, 여러 출처에서 수집한 방대한 기록을 한데 모으는 매뉴스크립트는 지속적인 연구와 해석을 매개하여 변화하는 사회·문화적 환경과 맞닿으면서, 동시대적 관점을 환기한다. ‘지연하는 기억’에서는 오늘날까지 이어 오고 있는 가족운동 및 성소수자 인권 활동 기록을 조명한다. 1970년대부터 양심수 석방을 위한 개개인이 모여 민주주의와 인권 보호를 위한 연대를 보여준 가족 운동의 기록은 이미지, 영상, 텍스트를 다층적으로 펼쳐내며 근현대성을 드러내는 윤지원의 ‘무제’ 작업과 공명한다. 1990년대 여성 성소수자 커뮤니티와 인권 활동 기록은 오늘날 문상훈과 이무기 프로젝트의 동시대 퀴어 역사 쓰기 작업으로 이어지며 성소수자의 삶에 대한 복합적인 지형을 형성한다. 제도적·예술적 실천은 과거가 겹쳐 있는 현재를 다층화하며 다시 미래로 지연될 지금의 기억을 형성한다.
윤지원, 〈무제 (현대|사진)〉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소장 자료를 재료로 삼아 제작한 영상 작품으로, 인화 사진 뒷면의 ‘현대’라는 상호를 단초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한다. 파편적인 이미지, 영상, 텍스트를 통해 정치, 역사, 매체, 집단적 무의식 등을 엮어내며 이러한 층위들이 서로 분리될 수 없음을 암시한다. 한국의 사진 산업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식민지의 역사, 근대화에서의 생활상, 여성 노동운동과 오늘날의 노동환경을 거쳐 다시 1980년대의 민중미술, 100여 년 전의 민중의 예술로 이어진다. 미술아카이브가 미술사를 구성하는 자료라는 통상적 접근에서 탈피하여, 더 확장된 맥락과 시점으로 자료를 불러들인다. 아카이브가 단순히 과거가 기록된 흔적이 아닌 오늘의 것임을 그리고 오늘에 여러 오늘, 즉 현대가 겹겹이 쌓여 있음을 보여준다.
윤지원, 〈무제 (강원도 여행)〉
작가가 강원도를 여행하며 촬영한 영상을 바탕으로 만든 에세이 영화다. 강원도 고성, 원주, 철원, 태백 등에서 찍은 푸티지와 1950년대의 한국과 미국 영화, AI 생성 이미지, 역사적 사실, 지역의 민담 등을 엮어 느슨한 서사를 만들어내며 관객 내면에 상(像)을 떠오르게 한다. 그 형상은 일상적 풍경에 스며든 역사적 사건과 잊힌 사람들의 흔적일 수도, 역사적 무의식의 잔영일 수도, 잃어버린 희망의 감각을 떠올리게 하는 형상일 수도 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민주화운동의 가치와 의미를 기리고 이를 계승하기 위해 2001년에 설립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민주화운동 관련 사료와 구술 아카이브를 수집·보존하며, 현대 한국사에서 민주주의가 어떤 과정을 통해 실현되어 왔는지 다양한 방식으로 연구·공유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해방 이후의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약 90만건의 자료를 보유하고 있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민주화운동의 기록을 시간적·공간적 맥락에서 종합적으로 다룬다. 수많은 시민이 이루어낸, 광복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민주화운동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며,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연구와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2011년부터 디지털 플랫폼인 오픈아카이브를 통해 민주화운동사, 사진, 구술컬렉션 및 다양한 콘텐츠를 공개·배포하고 있다. 또한 2025년 6월, 국가폭력과 인권유린의 현장이었던 남영동 대공분실에 민주화운동기념관 개관을 앞두고 있다.
문상훈, 〈FUTURE QUEER IS HERE〉
미래의 퀴어는 어떤 모습일까? 미래에는 LGBTQ+에 더해 어떤 새로운 퀴어 정체성이 규정될까? 작가는 범주화와 경계에 대해 탐구해 오면서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퀴어 정체성에 대해 질문한다. 인스타그램의 포토 스팟 형태로 구성된 이 작품은 관람객이 셀카를 찍으면 '미래의 퀴어'로 기록되는 작업으로, 관람객을 참여자로 초대하여 각자의 유동적인 정체성을 재치 있게 드러내도록 한다.
문상훈, 〈전시 《레즈비언!》에 대하여〉
2019년 작가가 공동 기획한 《레즈비언!》의 기획 의도를 설명하는 영상으로, 퀴어 여성의 예술 활동이 가시화되지 않는 이유를 탐구한다. 퀴어 인권과 목소리를 확장하기 위한 활동가로의 정체성과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이 겹치는 상황을 다루면서, 미술 작업이 퀴어라는 집단성으로 범주화, 주변화되는 상황을 그린다. 또한, 퀴어 남성 미술보다 상대적으로 덜 가시화되는 퀴어 여성 미술이 겪는 이중적 차별을 비판한다.
문상훈, 〈손〉
작가는 레즈비언 연인들에게 서로를 모델 삼아 상대방의 손을 촬영하도록 요청하고 이를 유형학적으로 배열한 사진 작품을 선보인다. 타자화된 이미지가 아닌 퀴어 정체성을 지닌 이들이 스스로를 기록한 작업으로, 일상적인 신체 부위인 손에 정서적·신체적·성적 의미가 투영된다. 작가는 일상적 대상이 지닌 다양한 층위를 실험하며 정상과 비정상, 같음과 다름을 구분하는 경계의 임의성을 탐구한다.
이무기 프로젝트, 〈트랜스-젠더-시간-지도〉
트랜스젠더의 삶과 한국 퀴어 역사를 지도 형식으로 시각화한 설치 작업이다. 이무기 프로젝트(이태원은 무엇일까 기록하기 프로젝트)는 한남뉴타운 재개발이 다시 본격화되기 시작한 2023년부터 트랜스젠더 커뮤니티의 삶을 조사·연구하고 시의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구술과 사진을 통해 수집한 개인 서사를 한국의 사회사와 연결하여 퀴어의 역사가 한국 사회의 다른 영역과 상호작용하며 존재해 왔음을 증명한다. 이 작업은 연표와 지도에 내재된 근대주의적·식민주의적 관점을 전복하며 트랜스젠더 역사의 단절과 지리적 고립을 비평적으로 조명한다.
한국퀴어아카이브 퀴어락
한국퀴어아카이브 퀴어락은 한국 성소수자들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보존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공공 아카이브다. 2002년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의 아카이브 사업에서 사업에서 출발한 퀴어락은 2009년에 독립적으로 설립되었으며, 2014년 비온뒤무지개재단 부설 기관이 되었다. 성소수자 관련 도서, 문서, 영상 등 현재까지 10,000건이 넘는 기록물을 수집·등록하여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열람할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다. 성소수자의 삶과 인권 운동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아카이브화하는 작업은 단순히 기록을 보존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고, 관련 연구와 인권 운동의 기초를 마련하는 데 기여한다. 퀴어락은 자료를 수집·보존·공유하는 기존 아카이브의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한국 사회에서 부정되거나 망각된 성소수자의 역사를 구체적으로 복원하는 데 주력한다. 언론과 매체가 퀴어 관련 사건이나 인물을 '최초' 또는 특수한 사건으로 다루는 상황 속에서, 퀴어락은 그러한 사건들이 예외적인 것이 아니며, 퀴어의 역사가 지속적으로 존재해 왔음을 증명한다. 이처럼 퀴어락은 아카이브를 매개로 한 역동적인 인적·지적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힘쓰며 활발히 움직이는 아카이브를 지향하고 있다.
목격하는 기록
기록이 지닌 정동은 우리의 인식과 행동에 변화를 일으킨다. 특히 문헌이나 기록이 결핍된 억압된 사건이나 대상을 다룰 때, 동시대 미술의 실천은 이를 기억하는 이들과 함께 현장에서 새로운 기록을 생성함으로써 사건과 대상을 생생하게 현재화한다. 관객은 그동안 체화하지 못했던 역사를 목격하며, 정서적 교류와 신체적 기억을 형성한다. 미술 작품으로 기록된 기억은 기록되는 대상과 이를 목격하는 주체가 공유하는 공동의 기억이 되며, 정동의 과정을 통해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이는 정확한 역사 서술이나 진상 규명의 차원을 넘어, 개인의 기억이 담긴 기록을 공동체가 함께 목도함으로써 더욱 깊은 정서적 연대를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
과거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피해자를 복권하려는 다층다각적인 노력이 예술적 실천을 통해 이어지고 확장된다. ‘목격하는 기록’에서는 한국 사회에서 사건 이후 오랜 기간 언급조차 어려웠거나 제대로 알려지지 못했던, 제주4·3과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진상 규명 과정 자료를 구성한다. 1960년대부터 1999년 특별법이 제정되기까지 이어진 제주4·3 진상 규명 노력은 임흥순의 작업을 통해, 고국을 떠나 일본에 정착했던 재일 제주인과 그 후대의 삶으로 확장된다. 한편, 1980년대 후반 한국기독교여성단체 등의 조사 활동으로 공론화되기 시작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각계각층의 운동 자료는 오키나와의 ‘위안부’ 첫 증언자의 삶을 포착한 타카하시의 작업으로 이어지며, 그동안 부재했던 그들의 삶의 흔적을 다시금 우리의 시선 안으로 들여온다. 이처럼 진상 규명 과정을 통해 밝혀진 억압된 사실과 기록은 역사에 구체성을 더하고, 동시대 미술은 기록을 매개로 ‘지금, 여기’의 관객을 목도하는 존재로 자리매김하여 새로운 인식과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임흥순, 〈바다〉
2009년부터 이어온 제주4·3 작업의 연장선에서 제작한 3채널 영상으로, 해방 전후 일본으로 이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제주4·3으로 일본으로 피난한 이들의 삶을 중심으로 다양한 역사적·사회적 상황이 펼쳐진다. 인권운동가, 큐레이터, 시인 등 다양한 목소리가 교차하며, 떠나온 곳과 향하는 곳을 잇는 바다의 모순적인 이미지가 담긴다. 영토와 국가를 초월하는 바다는 이산의 역사를 가진 이들의 다언어적이고 비연속적인 주체성과 공명하며,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이념 대립의 이분법적 구조를 해체한다.
임흥순, 〈긴 이별〉
한 해변에서 두 남자가 어린아이처럼 물놀이를 즐기고 팝송 ‘Long Goodbye’가 흐른다. 임흥순은 2009년 고공농성과 제주4·3에 대한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고공농성 중 스스로 생을 마감한 한진중공업 노동자 고 김주익(1963-2003), 그리고 제주4·3 당시 사망한 무장대 사령관 고 이덕구(1920-1949)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2011년 함덕해변 촬영 중 물놀이를 즐기는 두 성인 남자를 보고, 서로 다른 배경과 장소에서 투쟁했던 두 사람이 저곳에서라도 이들처럼 만나 행복하기를 기리며, 함덕해변의 두 남자를 담았다. 영상은 작가의 개인적 애도이자 그들을 기리는 헌정 시로, 카멜의 ‘Long Goodbye’가 더해져 깊은 여운을 남긴다.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평화재단은 제주4·3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에관한특별법’에 따라 2008년에 설립된 기관으로, 제주4·3의 진실을 알리고 기억을 이어가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 제주4·3 관련 기록을 수집, 보존하며, 희생자 추모와 유족 복지, 4·3평화기념관 및 평화공원 운영, 평화 교류, 학술·문화 사업 등을 추진해 오고 있다. 또한 세계적인 평화 기관으로서 역할을 이어나가기 위하여 제주4·3연구소, 제주4·3유족회 등과 협업하여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 중이다.
제주4·3평화재단은 제주4·3 당시 자료, 피해 조사 및 진상규명 관련 자료 및 관련 증언 등 50,000여 건을 체계적으로 관리·보존하며, 도서 자료실을 운영해 오고 있다. 제주4·3아카이브는 크게 제주4·3 관련 소장 자료, 재단 생산자료 및 수집자료로 구성되어 있으며, 2017년에 디지털아카이브 제주4·3아카이브를 열어 관련 자료 12,000여 건을 공개하고 있다. ‘제주도 메이데이’로 알려진 1948년 미군 촬영 기록영화 원본영상과 주제별 증언 영상, 1940년대 부터 1960년대 초까지의 기사 및 사진, 「난민정착 보고서」, 4·3 당시 정부 기록 자료집이나 진상조사보고서 작성 당시 해외에서 수집한 자료를 포괄하고 있어 이용자가 보다 쉽게 제주4·3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타카하시 켄타로, 〈곁에 머문 부재〉
타카하시는 자신의 삶과 사회적 사건간의 거리감에서 출발해 잊힌 사건과 역사, 개인의 상처를 기록해 왔다. 이 작업에서 그는 몇 년간 오키나와에 거주하며 알게 된 일본군 ‘위안부’ 첫 증언자의 삶을 추적한다. 그가 살았던 장소와 목도했을 풍경을 직접 마주하고, 생전 그를 돕거나 그 삶을 기록한 인물들을 찾아가 기록하여 잊힌 과거나 사건을 목격하는 과정의 정동을 표현한다. 또한 프레임 안에 자신의 손을 노출하면서 기록자를 넘어 상처받은 이들과 자신을 연결하며 회복의 접촉을 수행한다.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는 한국 현대미술 자료를 수집·보존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담론과 협업을 확장하는 미술관이다. 2023년 개관 이후, 한국 현대 및 동시대 미술의 1차, 2차 자료를 기반으로 예술과 다양한 사회문화적 맥락을 연결하는 연구, 전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17년부터 예술자료를 수집, 약 70,000여 건의 예술 자료를 보존, 관리하고 있으며 디지털미술아카이브를 통해 검색과 열람을 지원하고, 미술과 인문학 도서도 수집하여 열람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의 소장 예술자료는 작가 중심의 기록을 넘어 비평, 연구, 기획 등 매개자 및 단체의 기록을 수집하여 미술 현장의 다양한 네트워크를 연결한다. 특히 매개활동, 여성미술, 사회 참여적 미술, 미술 제도와 현장 등 기존 미술사에서 다뤄지지 않은 영역을 발굴해 왔다.
던져지는 서사
모든 현실이 기록될 수 없는 것처럼 모든 기록이 다 보존될 수 없다. 그 결과 남겨진 기록은 늘 파편적이고, 언제나 부재의 공간이 생긴다. 이러한 지점에서 동시대 미술 실천은 특히 보존기록인 아카이브를 단순히 과거의 객관적 표상으로 보지 않고, 제도로서의 아카이브가 담고 있는 권력 구조와 선별 과정을 비판적으로 수용해 왔다. ‘던져지는 서사’는 바로 그러한 시선에서, 아카이브가 함의하는 권력관계를 드러내거나 개별 사건이나 현상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은 서로 촘촘히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며, 제도와 사회가 침묵하는 임계 영역에서 새로운 서사를 직조하는 ‘반아카이브적’ 전략을 선보인다.
〈던져지는 서사〉의 작업은 국가나 민족처럼 근대주의에서 비롯된 개념, 가상 현실에서의 노동, 그리고 재난·참사라는 서로 다른 주제를 다루지만, 공적 기록과 전통적 매체 혹은 재난·참사의 기록들이 담아내지 못했던 중간 영역을 파고든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남겨진 기록 뒤편에 놓인 사회정치적 구조를 밝혀내거나, 가상 현실 속 노동 문제를 사변적 픽션을 통해 더욱 실재적인 현실로 드러낸다. 또 다른 작업은 오늘날의 재난·참사를 초기 자본주의의 역사까지 거슬러 추적하며, 언론이나 기존 기록들이 다루지 않았던 입체적 증언을 퍼포먼스의 형태로 펼쳐낸다. 이처럼 아카이브를 매개로 한 실천은 기존의 기록 방법론이 미치지 못한 유동적 공간을 탐구하며, 이를 보완하되 동시에 비평적 시선을 견지한다.
나현, 〈아무것도 아닐 거야〉
〈아무것도 아닐 거야〉는 작가가 다년간 탐구해 온 ‘민족’이라는 주제를 현재의 관점에서 재구축한 작업이다. 민족과 민족주의가 전체주의적 통제 수단으로 기능했던 역사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아카이브와 같은 제도가 진실의 권위를 빌려 민족과 같은 특정 개념을 개인에게 주입하고 폭력을 정당화해 온 과정을 탐구한다. 작품 제목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산호가 담긴 유리 공예품을 보고 주인공 윈스턴이 한 대사에서 발췌한 것으로, 왜곡되지 않은 과거의 흔적이 가진 의미를 상기시킨다. 또한, 전시 동안 과거 군사독재 시절 시행된 국기 강하식을 매일 같은 시간 재현하며, 당시 의례적 행위가 담고 있던 국가주의와 통제의 의미를 비판적으로 탐구한다.
김아영, 〈딜리버리 댄서의 구〉
여성 배달 라이더인 에른스트 모는 앱이 제시하는 최적 경로를 따라 가상의 서울을 질주하며, 무수히 많은 가능 세계들 사이에서 자신과 동일한 여성 도플갱어 엔 스톰과 얽힌다. 코로나 시기 텅 빈 도시를 가로질렀던 배달 노동자에서 출발한 작업으로 비가시화되어 온 사회적 이슈와 영역을 ‘사변적 픽션’으로 재구축한 작업이다. 비가시적 노동, 알고리즘의 지배, 가상과 실재가 중첩된 현실을 3D 그래픽과 실사가 혼합된 영상으로 재구성하며 대항적 서사를 렌더링한다.
권은비, 〈공동세계〉
〈공동세계〉는 서로 얽히고설킨 손과 신체를 통해 현대 사회의 착취 구조와 연루된 우리의 일상을 형상화한다. 작가는 재난 자본주의 속에서 선악을 떠나 누구나 이 죽음의 고리에 연루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지적하며, 우리가 공유하는 감각과 책임의식을 환기하고자 한다.
권은비, 〈폐허의 잔해로 직조한 시〉
한국 사회의 재난 참사에 대한 거시적 서사와 미시적 서사를 직조라는 상징을 통해 교차시킨다. 작가는 기록되지 못한 재난의 단면을 발굴하며, 반복되는 재난의 역학에 예술이 어떻게 저항할 수 있을지 탐구한다. 숫자로 환산되는 재난 담론에 저항하며, 작가와 구술자의 음성을 통해 재난의 다층적 의미를 드러낸다. 작품은 절망을 넘어 재난 속에서도 삶을 이어온 과정의 증언을 대항적 기억으로서 직조하며, 전시 기간 동안 증언자와의 대화 및 직조 퍼포먼스를 통해 또 다른 시를 만들어 간다.]
13:30~13:33 일성아파트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하여 탐방 완료
13:33~13:45 일성아파트 버스 정류장에서 연신내역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7211번 버스 승차 대기
13:45~14:06 7211번 버스를 타고 일성아파트 버스 정류장에서 연신내역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 [21분, 13개 정류장 이동]
서울시립미술아카이브 위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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