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더듬이의 기도
류시화/
너는 왜 절실히 기도하지 않았느냐고 물으면
무릎 꿇는 일에 서툴렀으나
내 귀에만 들리는 희망과
절망의 혼잣말이 나의 기도라고
세상의 어휘가 내겐 조금 부족할 뿐이라고
너는 왜 참회하지 않았느냐고 물으면
고행승처럼은 아니지만
박하풀 돌에 찧으면 향이 나듯이
후회와 반성의 돌쩌귀에 찧인
손등이 나의 참회라고
너는 왜 아픈 곳 제때 치료하지 않았느냐고 물으면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마음 데인 자리 아물기 기다리느라
남보다 조금 오래 걸렸을 뿐이라고
너는 언제 피어날 것이냐고 물으면
어떻게든 살아 있음이 나의 꽃이라고
내 어둡고 환한 이마 보라고
걸음이 더뎌 가끔 봄을 놓칠 뿐이라고
너는 벽에 부딪쳐 어떤 문 내었느냐고 물으면
더듬어 간 방향이 나의 문이었다고
나를 길 잃게 한 것은 어둠이 아니라
빛이었다고
다만 생각이 많아 안에서 잠겨 있었을 뿐이라고
이것이 한 생을 건넌 내 점자 같은 기도라고
기도하지 않는 존재, 인생이 있을까요. 말더듬이의 기도를 보면 그런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기도에 대한 선입견을 벗어내면 누구나 제 삶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기도를 드리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그러면 ‘너는 왜 절실히 기도하지 않았냐, 너는 왜 참회하지 않았냐, 왜 제때 치료하지 않았냐?’와 같은 말을 쉽게 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입술의 기도보다 온몸으로 드리는 기도가 더 진실하고 진지하지요. 차려입고 경건하듯 격식을 차린 기도보다 더듬더듬 일상으로 담아내는 기도가 진짜입니다. 주변을 보면 수많은 상처와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들을 비난하거나 정죄하기보다 그들의 기도를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주님은 그들의 상처와 방황을 기도를 들으셨고, 그들의 눈물과 절망을 진정한 기도로 받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