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아들’ 이종범(31)이 다음달 1일 기아의 첫 경기인 인천 SK전에서 그라운드에 복귀한다. 이종범은 20일 연봉 3억5,000만원에 기아자동차에서 생산하는 2,500㏄급 승용차 뉴엔터프라이즈를 제공받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3억5,000만원은 국내 프로스포츠 최고 연봉.
이종범은 20일 오전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에서 김익환 사장을 만나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이종범은 오는 11월까지 남은 4개월분의 참가활동 보수를 받게 된다. 따라서 올시즌 받을 수 있는 총 금액은 1억5,000만원 가량 된다. 선택사양을 모두 장착한 뉴엔터프라이즈의 가격은 약 4,000만원.
기아 발표로는 재계약금 또는 인센티브 보너스는 전혀 없으며 단지 올시즌 좋은 성적을 냈을 때 내년시즌 연봉 재계약 때 대폭 인상을 해주거나 계약금 명목으로 일시불 보너스를 지급하는 ‘이면 합의’를 했다. 그러나 구단 일부에서는 이종범이 재계약금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따로 받았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종범은 프로야구 최고 연봉인 삼성 이승엽의 3억원보다 5,000만원 많고,축구의 김도훈(전북 현대)이 받은 국내 프로스포츠 최고 연봉 3억3,500만원과 농구의 3억3,000만원(SK 서장훈)을 뛰어넘었다.
이종범의 계약은 의외로 간단히 풀렸다. 이종범은 최근까지만 해도 새 주인 기아와 협상하면 일본에서 받았던 연봉 8,000만엔(약 8억원)과 한국 프로야구 최고 연봉이 3억원임을 감안,적절한 선으로 연봉 5억원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한국으로 돌아온 지 한달이 된 데다 더 이상 무적선수로 ‘허송세월’할 수 없다는 판단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하루빨리 그라운드에 돌아오라’는 팬들과 김성한 감독의 요청도 무시할 수 없었다. 이종범은 기아의 첫 경기에 나가게 돼 해태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뛰는 모습은 볼 수 없고 해태가 원할 경우 유니폼을 입은 모습을 보여주는 팬서비스를 할 계획이다.
이종범은 “섭섭하지만 올시즌 후반기에서 내 실력을 증명해 내년에 보상받겠다. 팬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성한 감독은 이종범을 톱타자 3루수로 기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종범 일문일답]
이제 출발이다.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로부터의 유혹,기아의 해태 인수 지연 등으로 고민해왔던 이종범은 마음을 비우고 오직 야구에만 전념하기로 했다. 당초 예상보다 훨씬 적은 연봉 3억5,000만원에 계약을 마치고 기아의 새 유니폼 상의와 모자를 쓴 채 정몽구 구단주와 상견례를 가진 이종범은 “앞으로 열심히 뛰겠다. 나의 모든 것을 팬들에게 확실히 보여주겠다”며 다짐했다.
―소감은.
▲사실 더 많이 받고 싶었지만 새로 창단하는 팀의 이미지를 고려했고,하루빨리 그라운드에 돌아가고 싶어 구단 제시액을 받아들였다. 올시즌 남은 경기에서 내 실력을 인정받아 내년에 높은 연봉으로 보상받겠다.
―두번째로 한국 구단에 입단한 것과 마찬가지인데.
▲만감이 교차한다. 일본에서 은퇴하고 싶었지만 한국 프로야구에 복귀했으니 이제는 남은 야구인생을 끝까지 한국에서 보낼 것을 약속한다.
―몸상태는.
▲현재 70% 가량이다. 한달반 동안 경기에 나가지 않아 실전감각도 문제지만 아직 훈련이 충분치 않다. 부상의 우려도 있다. 특히 누상에 나가 상대 배터리를 혼란시키기 위해서는 주루가 중요한데 더 많은 러닝을 할 필요가 있다.
―언제부터 출전할 수 있는가.
▲앞으로 10여일 가량 더 훈련했으면 한다. 계약도 끝났으니 훈련량과 강도를 더욱 높일 생각이다. 구단에서도 새 유니폼을 입은 뒤 출전했으면 하는 바람이어서 기아의 첫 경기인 8월1일 인천 SK전에 맞추겠다.
―포지션은.
▲유격수는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3루수나 외야수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코칭스태프의 지시에 따르겠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3년반의 공백 동안 외국인 투수들과 신인들이 대거 입단했다. 이들의 구질과 공 배합을 파악하고 완전히 익히는 게 중요하다. 팀 동료들과는 잦은 의견교환을 가져 일본에서 얻은 기술과 지식을 전해 주기도 하고,또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겠다.
―목표는.
▲52경기밖에 남지 않아 개인성적은 의미가 없다. 팬들을 위해서 매경기 최선을 다해 팀을 반드시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키고 싶다. 시즌이 끝난 뒤 충실한 겨울 훈련을 한다면 내년 시즌에는 해태 시절처럼 좋은 성적을 일궈낼 자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