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에게 '농구' 권하며 김정일 환심 산 후 출세길
김정은 함께 대장 진급 "리영호 다음은 최부일"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65주년 열병식이 펼쳐진 평양 김일성광장. 전 세계가 김정일의 삼남 김정은의 '등극'을 지켜본 이날 정보 당국이 주목한 인물은 따로 있었다.
안보 부서 당국자는 13일 "그날의 스타는 2시간에 가까운 열병식을 지휘한 최부일 인민군 부총참모장이었다"며 "김정은 시대의 첫 국가 행사에서 열병 지휘를 맡은 건 굉장한 의미"라고 했다. 군부 최고 실세인 리영호 총참모장도 2007년 4월 25일 창군 75주년 열병 지휘관을 맡으며 출세가도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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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부일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대장)이 지난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6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무개차를 탄 채 부대를 지휘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정보 당국이 최부일의 급부상을 감지한 것은 지난달 28일이다. 김정일이 김정은에게 대장 계급을 줘 '김정은 후계설'이 최초로 확인된 이날 최부일도 함께 대장이 된 것이다. 당시 정보 당국은 그가 별 경력 없이 진급한 것을 이상하게 여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부일을 잘 아는 고위 탈북자 A씨는 "최부일은 농구로 김정일 부자를 구워삶았다. 출세가 예견된 인물"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키가 큰 최부일은 원래 1군단 소속 농구 선수였다. 군 간부 추천으로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을 나와 장교가 된 그는 체육 특기를 살려 1990년대 중반 인민군 체육지도위원장에 올랐다. 4·25 체육단(상무에 해당)을 챙기는 자리다.
김정일을 '알현'할 기회가 잦아진 최부일은 어느 날 "농구가 아이큐를 높입니다. 그래서 미국 중고생들도 학교에서 농구를 배웁니다"라며 김정철·김정은 형제에게 농구를 시킬 것을 권했다고 한다.
김정일의 승낙에 따라 최부일은 평양 중구역의 국가대표 체육관(신암체육관)을 빼앗아 '왕실 농구단'을 출범시켰다. 농구 국가대표팀 전원이 차출돼 정철·정은의 농구 상대가 됐다. 미국 진출설이 나돌던 236㎝의 리명훈 선수도 거기 있었다.
덕분에 정철·정은 형제의 농구 실력이 부쩍 향상되자 김정일은 간부들을 불러놓고 아들의 농구 실력을 자랑했다고 한다. 김정일은 특히 김정은을 지목하며 "머리가 진짜 좋아. 천재성이 있어"라고 말했다고 한다.
농구로 김 부자의 혼을 뺀 최부일은 승승장구했다. 중장(1995년)에서 상장(2006년)이 될 때까지 11년이 걸린 그는 4년 만에 대장으로 진급하자마자 지난 10일 김일성광장에서 김 부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병력 1만명과 첨단 미사일 부대가 총동원된 당 창건 65주년 열병식을 총지휘했다. 대북 소식통은 "리영호 다음은 최부일이란 말도 나온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