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회 대한민국연극제 부산연극제작소 동녘의 김은성 작 최용혁 연출의 썬샤인의 전사들
공연명 썬샤인의 전사들
공연단체 부산연극제작소 동녘
작가 김은성
연출 최용혁
공연일시 2019년 6월 9일 오후 4시
공연장소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관람일시 6월 9일 오후 4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부산연극제작소 동녘의 김은성 작, 최용혁 연출의 <썬샤인의 전사들>을 관람했다.
부산연극제작소 동녘은 1995년 10월에 창단되어 우리의 전통연희와 현대의 드라마, 배우들의 신체가 어우러진 공연을 제작하면서 창작의 실험성과 전통양식의 현대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한국연극협회 및 부산연극협회 회원 극단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극단과의 지속적인 문화교류를 통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2013년 제32회 부산연극제 으로 대상, 최우수연기상, 우수연기상, 연출상 수상 이후 6년 만에 참가한 2019년 제37회 부산연극제 경연부문에서 최우수작품상, 연출상, 무대예술상, 신인연기상을 수상하며 단체의 저력을 입증했다. 수상내역으로는 2010.10 고마나루 전국향토연극제 연출상 최우수연기상 수상, 2013 제32회 부산연극제 대상 최우수연기상, 우수연기상, 연출상 수상, 2013 제31회 전국연극제 대통령상, 연출상, 우수연기상, 무대미술상 수상, 2019 제37회 부산연극제 최우수작품상, 연출상, 무대예술상, 신인연기상 (남,녀) 등을 수상했다.
김은성은 1977년 전남 보성군 출생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이다. 200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동라사>가 당선되며 등단하였다. 파크희곡상과 동아연극상을 수상하였다. 2010 대산문화재단 대산창작기금(희곡부문)을 수여받았다. <죽도록 죽도록> <시동라사> <연변엄마> <앞집아이> <순우삼촌> <달나라 연속극> <찌질이 신파극> <뺑뺑뺑> <로풍찬 유랑극장> <뻘> <목란언니> <썬샤인 전사들>을 발표 공연하였다. 현재 극단 달나라 동백꽃 대표다.
최용혁은 경성대학교 연극영화학과, 동 대학원 연출실기석사(MFA) 출신으로 부산연극제작소 동녘의 단원이자 극단 아로새긴 상임연출이다. 2017년 부산연극제 연출상을 수상한 부산연극의 기대주다.
<썬샤인의 전사들>은 1940년부터 현재까지 주인공이 겪어야 했던 질곡(桎梏)의 삶이 시대적 배경이다. 사람은 대부분 어려움과 즐거움이 교차하는 삶을 살아가게 되지만 그 주기가 잦고 진폭이 남달리 큰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그런 경우를 표현할 때 자주 쓰이는 말이 굴곡(屈曲)이다. 이와 발음이 비슷한 단어에 질곡(桎梏)이 있는데 질(桎)은 차꼬를 의미하며 곡(梏)은 수갑을 뜻한다. 이들은 죄인이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사용된 옛 형구인데 의미가 확장돼 ‘몹시 속박하여 자유를 가질 수 없는 고통의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 됐다.
굴곡은 살아가며 겪는 여러 부침(浮沈)을 통틀어 뜻하는 말이지만 질곡은 즐거움은 없고 고통만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썬샤인의 전사들>에서의 주인공은 질곡(桎梏)의 삶을 살아온 한 소설가의 자전적 이야기다. 이 연극의 주인공 뿐 아니라, 우리의 현대사를 통해 국가적 위난이나 동란 또는 정치적, 이념적 갈등을 통해,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을, 직접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절실함을 헤아리지 못한다. 일제 강점기에 위안부로 끌려간 소녀, 해방과 제주도 4, 3사태, 6, 25동란, UN군과 중공군의 참전과 흥남철수, 휴전과 이산가족, 독재정권과 4,19혁명, 5, 16쿠데타와 유신시대, 동백림 간첩단 사건과 민청학련사건, 군사정권과 6,29선언, 민주화과정, 세월호,... 등 시대적 역사적 사건으로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 그리고 부보를 잃은 자식의 마음이 각종 역사서나 문학서 또는 연극으로 발표 공연되고 있지만 실제 겪은 당사자와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썬샤인의 전사들>에서는 3시간 동안의 공연을 통해 실제로 겪은 인물처럼 그려지도록 연출된다.
이 연극의 주인공인 소설가는 역사적 비극적 상황 속에서 딸을 잃은 것으로 설정되고, 슬픔으로 붓을 잠시 꺾었으나, 딸을 살리는 길은 소설이다, 라는 생각으로 다시 집필을 한다. 그렇기에 80이 다 된 작가의 기억 속에 등장하는 딸의 모습은 백색망토를 걸친 소녀의 모습이다. 주인공은 딸을 생각하며 제주도 동굴에, 장진호 협곡의 나무상자에, 만주 위안소의 쪽방에, 전장의 얼어붙은 참호 속에, 방공호 속에, 토굴 속에, 감옥 속에, 그리고 차디찬 바다 속에 갇혀 있는 동시대 속의 아이들을 함께 생각하며 집필을 한다. 그렇기에 각 지역의 방언이 극 속에 구사가 되고, 남과 북의 독특한 군복이라든가, 중공군 또는 UN군의 역할, 그리고 국가정보원의 심문과정이 개성 있는 성격창출과 함께 부각된다. 특히 극 속에 등장하는 여성들 각자의 방언구사와 성격설정은 극 분위기 창출에 결정적 역할을 하도록 연출된다.
무대는 배경 가까이 백색의 커다란 천을 가로 세로로 걸어놓고, 영상으로 인물의 초상화나 문자를 투사해 연대와 역사적 사실을 알리고 써놓은 글을 소개한다. 무대 중앙에는 입체로 된 사각의 크고 작은 목제상자를 여러 개 배치해 장면변화에 따라 이동시키고, 나란히 배치해 교실장면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나무상자 속에 소녀를 숨기기도 하고, 책장과 책상 의자를 이동배치시키고, 캐비닛 형태의 좌우로 세운 장 문에 탈 가면을 걸어놓고, 캐비닛 문을 열고 소녀들이 숨기도 한다. 무대 상수 쪽에 계단을 높게 만든 조형물이 있어 무대 안으로 이동시키고 다시 퇴장시킨다. 무대 좌우에 등퇴장 로가 있고, 남과 북의 군복, 여인들의 한복과 기모노, 주인공 딸의 의상과 백색망토, 그리고 탈 가면과 흰 수건 등 의상에 힘을 들인 게 연극에 드러나고, 장총, 따발총, 권총, 노트북, 음식물 등 소품에도 완벽을 가했다. 다만 80이 다 된 주인공 소설가의 모습이 후반에 이를수록 백발 분장이 점차 짙은 색으로 바뀌었으면 금상첨화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성주원, 이효림, 허민경, 김가영, 이 헌, 박성호, 박신영, 서보기, 김선정, 전자연, 박지현, 김륜호, 이재찬, 박명정, 김동형, 안예은, 최은선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설정과 방언구사는 물론 호연과 열연으로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PD 박소영, 무대감독 손희승, 무대 이안호, 조명 조세현, 음악 이영재, 안무 김현정, 음향 주호일, 영상 손희승, 조연출 최하나 임민경, 무대팀 권욱표 손요한, 조명팀 이영준 권근연 남동훈, 분장팀 bonto 이주영 이시원 권현아 김소연 등 스텝 모두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기량이 드러나, 부산연극제작소 동녘의 김은성 작, 최용혁 연출의 <썬샤인의 전사들>을 연출가 출연자 그리고 스텝진의 기량이 조화를 이룬 한편의 걸작 서사극(敍事劇)으로 창출시켰다.
6월 9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