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제 10차 대러 제재안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으로 루블화 환율이 15일 달러당 74루블, 유로당 80루블 이상으로 치솟았다(가치 하락). EU는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우크라이나로 이전하기 위한 실무 작업반의 설립을 승인했다. 러시아는 21일로 예정된 푸틴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비우호적 국가들의 언론 매체들은 초대하지 않기로 했다. 독러 해저가스관 '노드 스트림2' 폭파 사건을 다룰 유엔 안보리회의가 22일 열린다.
(미국의 유명 탐사보도 기자인) 세이무어 허쉬, 미국 언론과 당국이 '노드 스트림' 폭파 사건의 자료를 은폐하고 있다고 비난/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러-우크라 언론에서 오늘의 이슈를 찾아내 정리하는 우크라 진단-15일자/편집자
◇ 우크라이나 상공에도 나타난 비행풍선 논란
우크라이나는 15일 수도 키예프 상공에서 러시아가 군사적 목적으로 띄운 것으로 추정되는 비행선(풍선) 6개를 격추했다고 유리 이그나트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이 밝혔다. 그는 "이 풍선들은 바람에 따라 움직이지만, 우리의 방공망을 탐지하고 방공 대응력을 소진하려는 게 러시아의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풍선 때문에 이날 키예프에 공습 사이렌이 울리기도 했다.
주목되는 것은 이그나트 대변인 발언의 한 대목. 그는 "러시아군이 '올란-10'과 같은 정찰 드론을 갈수록 사용을 줄이고 있다"며 "(정찰 드론 재고가 부족한) 러시아군은 우리(우크라이나)가 왜 풍선을 사용하지 않는지 의아해하면서 거꾸로 풍선을 띄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군도 풍선을 사용하고 있었다는 자기 고백이나 다름없다.
관광객용 비행선/사진출처:픽사베이.com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나삼스 방공 미사일/사진출처:우크라 국방장관 트위트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이날 "풍선의 출현이 오늘 가장 중요하고 많이 논의된 뉴스 중 하나"이라며 "키예프 상공에 나타난 6개의 풍선이 방공망에 의해 격추되었지만, 모두 격추되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이 풍선을 먼저 사용했다"고 발혔다.
우크라이나군의 한 소식통은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난해 이 풍선을 처음 러시아 영토로 띄웠고, 러시아도 이를 따라하기 시작했다"며 "지난 1월 러시아 술탄살리 군용 비행장에서 7Km 떨어진 로스토프나돈시(市)의 상공에 나타난 작은 물체도 우리가 띄운 것과 유사한 풍선이었다"고 말했다. 또 "방공레이더는 이 풍선을 금속 물체로 인식하고 반응하기 때문에 러시아 방공망이 이를 격추했다"며 "처음에 겁을 집어먹은 러시아가 우리를 향해 같은 풍선을 날리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 전문가들은 풍선의 출현을 우크라이나 방공망을 탐지하려는 러시아군의 새로운 전략으로 보고 있다. 풍선이 진짜 정찰 장비를 탑재했는지 여부는 불명확하지만, 여하튼 격추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결과, 우크라이나 방공망의 위치나 실체가 드러날 수 밖에 없다. 또 가뜩이나 부족한 방공미사일을 쓸데없이 소진하게 되니 답답하다.
이그나트 대변인은 뒤늦게 "키예프 상공에 나타난 비행체는 탐사선이 아닌, 바람으로 움직이는 금속 조각이 달린 풍선일 뿐"이라며 "지난 12일과 전날 나타난 풍선도 바람에 따라 몰도바로 날아갔다"고 큰 의미 부여를 거부했으나, 우크라이나군이 곤혹스런 입장에 처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우크라이나군의 포 공격/사진출처:우크라군 합참 페북
- 나토( NATO) 국가들은 우크라이나를 위해 155㎜ 포탄의 생산을 최우선적으로 늘리기 시작했다고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이 말했다. 그는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국방장관 회의(람슈타인 연락 그룹의 이틀째 회의)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막대한 탄약 소비를 보고 있으며, 이 문제를 여러 차례 논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전쟁은 이제 '지루한 소모전'과 '물류 전쟁'으로 바뀌었지만, 우크라이나에게는 전황을 유리하게 이끌 기회가 있으며, 시간이 핵심 문제"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AFP 통신은 "미 국방부가 155㎜ 포탄 제조사인 '노드롭그루먼'과 '글로벌 밀리터리'에 5억 달러 이상의 공급 요청서를 넣었다"며 "우크라이나로의 인도가 3월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스트라나.ua는 "오는 3월에도 우크라이나군의 포탄 부족 사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그 이유로 나토 측의 우크라이나군 전술 훈련 계획을 들었다. 나토측은 더 적은 포탄으로도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군에게 '서방 전술'을 가르친다는 것.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도 우크라이나군 부대가 '소련식 전술'에서 벗어나면 포탄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 측에 전투기를 보내는 데 따른 애로사항들을 거론하면서 사실상 전투기 제공 의사를 접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전투기를 사용하려면 상당한 수의 기술 전문가가 필요하다"며 "지금 영국이 전투기를 제공하면 이를 지원할 영국군도 200명가량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지상에서 키예프를 돕는 것이 좋다"며 "앞으로 몇 달 또는 몇 년 안에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넘겨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나토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측에 몇 개 여단을 구성하기에 충분한 수의 탱크를 제공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브뤼셀 나토 회의에서 "탱크 문제가 계속 논의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사진출처:위원장 SNS
- EU는 전투기와 헬기, 미사일, 드론 등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투입하는 주요 군사 장비의 핵심 부품(47가지) 조달을 막기 위해 추가 제재안을 내놨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5일 총 110억 유로(약 15조원) 규모의 금수조치 등 10차 대러 제재안을 발표하면서 러시아의 핵심 부품 조달 통로를 막는데 주안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그녀는 또 EU 특사가 제재 이행 및 우회 방지를 위해 제 3국과 접촉 중이라면서 "내주에 국제 파트너들과 제재 이행 노력을 강화하기 위한 '제재 조율 포럼'을 꾸릴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파트너 국가들에도 동참을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미국의 유명한 탐사전문 기자인 세이무어 허쉬 전 뉴욕타임스(NYT) 기자는 독일 베를리너 자이퉁과의 인터뷰에서 "노드 스트림2' 가스관 폭발 당시 설치된 8개의 폭탄중 6개만 터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바이든 미 대통령이 6월에서 9월로 최종 결정을 미루면서 물 속에 오랫동안 잠겨 있던 폭탄 2개가 터지지 않은 것"이라며 "당시 미국측이 가장 두려워한 것도 폭탄이 터지지 않는 시나리오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서 '노드 스트림2' 가스관 폭파가 미국과 노르웨이의 합작품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