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한 통
다감 이정애
무섭게 내리쬐던 햇살
휴가를 떠났나 봐
그렇게 심술을 부리며
내리 쪼아 대더니
조석으로 파고드는 선선한 바람이
절기는 속일 수 없음을 알려준다
빳빳이 풀 먹여 끼워놓은 요 위에서
고실고실한 삼베 이불을 덮고
마냥 좋아했던 밤은
고개를 살며시 숙이고
밤바람 살랑대며
어깨춤 추며 다가와
초가을
편지 한 통을 손에 꼭 쥐여 준다
가는 이의 아쉬움일까
오는 이의 알림일까
새벽녘 요란하게 노래하는 풀벌레 소리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코스모스 살랑살랑 춤추는 가절
길옆 언덕배기 빵긋 웃는 코스모스
살며시 다가와 소곤거리고
희망이 넘실거리는 그곳을 향하여
룰루랄라 콧노래 부르며 신나게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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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히 읽고갑니다 ~.
고운정 남겨 주심에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