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녹내장으로 시력을 잃어가는 이효준(8반, 010-7107-3568)의 부탁으로
구술로 원고를 옮겨 적어 올리는 글입니다.
글 쓰는 수필가로서 결정적 아픔인 시력을 잃은 친구에게
동기들의 조그만 관심을 바랍니다.
야곱 이야기
Ⅰ
유대 민족의 3대 족장은 아브라함, 이삭, 야곱이다. 아브라함과 이삭은 앞에서 이야기했다.
야곱의 이야기는 길고 사건이 많다.
이삭의 아내 리브가는 쌍둥이 형제를 임신했다.
꿈에서 하나님에게 메시지를 받았다.
형이 동생을 섬길 것이다.
형 아서는 사냥을 좋아하고 몸에 털이 많다.
야곱은 조용한 성품이다.
이삭은 아서를 좋아하고 리브가는 야곱을 좋아한다.
야곱이 팥죽을 쑤고 있을 때, 아서가 사냥갔다 오다가 헐레벌떡 들어왔다. 몹시 지치고 배가 고팠다.
야, 팥죽 한 그릇 다오. 배가 고파 미치겠다.
형의 장자권(장남의 권리)를 주면 팥죽을 줄게.
야, 장자권 같은 건 너나 가져라. 빨리 팥죽을 다오.
이렇게 해서 야곱은 팥죽 한 그릇에 형의 장자권을 샀다.
이삭이 나이가 많아 눈이 멀었다.
아서야 네가 사냥한 짐승을 요리한 것이 먹고 싶다. 먹고나서 장자의 축복 기도를 하여 주마.
이 말을 들은 리브가는 야곱에게 염소 새끼 2마리를 가져 오라고 했다.
내가 요리를 해 줄테니 아버지에게 갖다 드려라.
그리고 장자의 축복 기도를 받아라.
야곱은 형의 옷을 입고 염소 새끼의 털을 팔목과 목에 붙였다.
이삭은 야곱이 해 온 요리를 먹고 아서인 줄 알고 장자의 축복 기도를 하였다.
축복 기도는 개인의 기도가 아니고 하나님 앞에서의 언약이다.
야곱은 깜쪽같이 이삭을 속이고 축복 기도를 받았다.
아서가 돌아왔을 때는 이미 기도가 끝난 후였다.
아서는 뚜껑이 열려 야곱이 앞에 있으면 돌려차기를 하고 싶었다.
축복 기도는 하고 나면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아서는 아버지가 죽고 나면 야곱을 죽이겠다고 한다.
이 말을 리브가가 들었다.
야곱에게 말했다.
멀리 하란 지방에 가면 엄마의 오라버니가 있다. 거기가서 피해 있어라.
Ⅱ
야곱은 천리가 넘는 하란에 걸어서 갔다.
밤에는 광야에서 돌베개를 베고 노숙을 했다.
꿈에 하늘에서 사다리가 내려와 하나님의 사자들이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었다. 사다리의 꼭대기에는 하나님이 계셨다.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왔다.
야곱아 걱정하지 말아라. 내가 항상 네 곁에서 지켜주겠다.
야곱은 아침에 일어나니 지난밤 꿈이 너무나 감격스러웠다. 그래서 돌단을 만들고 돌베개를 세워 기름을 뿌리고 제사를 올렸다.
형과 아버지에게 패륜을 저지르고 장자권을 탈취한 뒤 토끼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하나님은 앞으로 보호를 약속 하셨다.
야곱은 처음부터 하나님의 계획에 들어 있었다.
그러면 하나님은 왜 야곱을 장자로 태어나게 하지 않았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
하나님은 왜 하리수를 여자로 태어나게 하지 않았을까
육군 병장 출신이라는데.
찬송가의 가사는 성경의 이야기를 베이스로 만든 것이 많다.
찬송가 338장 <내 주를 가까이>가 있다. 우리 가요로 치면 동백 아가씨만큼 유명한 곡이다.
그 가사에 이런 말이 나온다.
내 고생 하는 것 옛 야곱이
돌베개 베고 잠 같습니다.
야곱이 잠깨어 일어난 후
돌단을 쌓은 것 본받아서
Ⅲ
야곱은 먼 길을 걸어 하란에 도착했다.
외삼촌 라반을 찾아가 인사했다. 라반도 반가워했다.
라반은 딸이 둘 있었다. 언니 레아는 시력이 약하고 동생 라헬은 곱고 아리따웠다고 성경에 언급되어 있다.
레아가 시력이 약하다는 것은 눈이 반짝반짝하는 총기가 없고 여자로서의 매력이 없다.
인물도 떨어진다는 말이다.
야곱은 예쁜 라헬을 보는 순간 첫눈에 반했다.
야곱은 라반의 집에서 목자 일을 한 달간 하였다.
하루는 라반이 야곱을 불러서 이야기했다.
이제 인턴 생활을 끝내고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안 되겠나. 연봉을 정해야겠는데 품삯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저는 라헬을 사랑합니다. 라헬과 결혼하게 해주면 7년간 품삯을 받지 않겠습니다.
고대 근동 사회에서는 결혼할 때 남자가 신부값을 주고 여자를 데려온다. 야곱은 돈이 없기때문에 몸으로 때우겠다는 말이다.
라반은 야곱 정도면 딸을 주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야곱은 힘들게 일해도 라헬과 결혼할 생각만 하면 7년이 며칠같이 지나갔다고 한다.
7년째 되는 날, 야곱은 라반에게 라헬과 결혼시켜 달라고 했다. 그래서 결혼하게 되었다.
사막은 덥기 때문에 밤에 결혼식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와서 잔치를 한다.
신부는 베일을 쓰고 결혼식을 한다. 잔치가 끝나고 둘은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야곱은 사랑스러운 눈으로 라헬을 쳐다보았다.
악!
야곱이 라헬을 보는 순간 비명을 질렀다. 옆에 누운 여자는 라헬이 아니었다.
라헬이 아니라니?
라헬이 아니고 레아였다.
아니, 레아가 왜 거기서 나와
레아의 얼굴은 참담한 표정이었다.
야곱은 라반에게 가서 따졌다.
라반이 말했다.
우리 지방에서는 언니보다 동생이 먼저 결혼하는 법은 없다. 일주일을 레아와 살면 라헬과 결혼시켜 주겠다.
앞으로 7년간도 품삯은 없다.
당시 사회에서는 동생이 언니보다 먼저 결혼하면 언니는 하자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어 혼사길이 막힌다고 한다.
야곱은 라반에게 뒤통수를 한 대 맞았다. 인과응보다. 야곱도 형의 뒤통수를 치고 여기까지 흘러온 것 아닌가.
남의 눈에서 눈물을 빼면 내 눈에서는 피눈물이 난다. 뒤통수는 돌고 돈다.
Ⅳ
레아는 야곱에게 사랑받지 못하였다. 그것을 본 하나님은 레아의 태를 열어 주시고 자식을 쑥쑥 낳게 했다.
라헬은 자식이 없었다.
레아가 첫 아들을 낳았다. 아들을 야곱에게 보이며 이제는 나에게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으나 야곱은 여전히
무관심했다. 야곱의 마음은 오로지 라헬에게만 향했다.
둘째, 셋째 아들을 낳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들의 이름을 모두 자기를 사랑하여 달라는 뜻으로 지었다.
레아는 하나님을 통해서 야곱의 마음을 돌리려고 했으나 포기했다.
이제는 시선을 돌려 오로지 하나님에게만 기도하고 찬양했다.
넷째 유다는 여호와를 찬송하리로다라는 뜻으로 지었다. 유다는 찬양이라는 뜻이다.
라헬은 자식이 없어 언니를 질투했다. 하루는 남편 야곱과 대판으로 부부 싸움을 했다.
왜 나에게 자식을 주지 않나요? 나는 죽어 버릴레요.
그건 하나님이 하시는 일인데 난들 어떡하겠소.
레아의 아들이 합환채라는 약초를 들에서 캐어 왔다.
불임의 여성이 먹으면 임신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진 약초다.
라헬은 레아에게 그걸 달라고 했다.
너는 내 남편을 뺏아가고 내 아들이 캐온 합환채마저 뺏아가려고 하느냐?
그걸 주면 오늘 밤 내 남편과 동침하게 해줄게
내 남편이라니?
또 동침이라니?
동침은 부부가 함께 잘 때 쓰는 말이 아니다. 부부 외의 사람과 잘 때 쓰는 말이다.
위의 대화에서 라헬의 오만한 고자세와 레아의 비굴한 정도의 저자세를 짐작할 수 있다.
그래도 레아는 야곱과 동침(?)한다는 마음에 가슴이 들떴다.
이 노래를 흥얼거렸을 것이다.
청사초롱 불 밝혀라
잊었던 낭군이 다시 돌아온다
레아는 하룻밤 동침(?)으로 다섯째 아들을 낳았다.
넷째를 낳고 몇 년 만이었다. 몇 년 동안 야곱이 찾아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어서 여섯째 아들과 딸을 낳았다.
라헬은 합환채를 먹고 3년이 지났는데도 소식이 없었다.
당시는 자식이 없으면 수치로 여겼다.
쑤군거리고 왕따가 되었다.
라헬은 모두가 자기를 부러워했지 자기가 남을 부러워한 적은 없었다.
존심 상하고 쪽팔렸다.
늦었지만 하나님께 진심과 눈물로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은 이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하나님은 라헬의 태를 열어주어 자식을 낳게 했다.
아들 요셉이었다.
야곱은 사랑하는 라헬이 아들을 낳으니 너무나 기뻐서 요셉을 편애했다.
다른 형제들은 그것을 시기하여 요셉이 17세 때 이집트 상인에게 노예로 팔아 버린다. 요셉은 훗날 이집트의
총리가 된다.
Ⅴ
야곱은 라반에게서 14년간 무임금 노동기간이 끝났다. 야곱에게도 많은 가족이 생겼다. 이젠 자기의 재산을
가져야 된다.
라반은 품삯을 적게 주려고 품삯의 조건을 10번이나 바꾸었다. 아주 얍삽한 인간이었다.
야곱이 새로운 품삯의 조건을 제시했다.
양과 염소의 새끼들이 반점과 얼룩진 것을 모두 야곱이 가져가겠다고 했다.
라반은 속으로 웃음을 지었다. 그런 새끼들이 태어날 확률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태어난 새끼들이 대부분 반점이나 얼룩진 것이다. 그것은 야곱의 몫이다.
반점이나 얼룩이 없는 것은 라반의 것이다.
하나님의 도우심이다.
라반은 야곱에게 재산을 탈탈 털렸다. 야곱은 큰 부자가 되었다.
하나님은 이제 야곱에게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한다.
야곱은 레아와 여섯 아들과 딸, 라헬과 요셉, 두 여종과 네 아들, 모두 17명의 대가족과 많은 가축과 하인들과
대이동을 했다. 금의환향을 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그러나 두려움도 있었다. 족장이 된 형 아서가 야곱을 죽이겠다고 여전히 칼을 갈고 이를 갈고 있었다.
야곱은 많은 가축을 형에게 예물로 드렸다. 가족들도 먼저 보내었다.
다음날 야곱은 혼자 형과 만났다. 거기서 극적으로 화해하여 서로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
야곱은 형과는 멀리 떨어져서 장막을 쳤다.
몇 년 후 라헬은 여행길에서 아들 벤냐민을 낳다가 죽었다. 그 근처의 시골 베들레헴에 묻혔다.
아브라함은 막델라 동굴을 사들여서 가족 묘지로 했다. 거기에는 아브라함과 사라, 이삭과 리브가, 야곱과 레아가 묻혀 있다.
라헬은 레아보다 먼저 죽었지만 가족묘에 묻힐 수 없었다.
하나님의 계획에는 없었다.
레아는 살아서는 라헬의 그늘에서 조연으로 살았지만 죽어서는 명예의 전당에 주연으로 당당하게 누워 있다.
레아와 라헬은 살아서와 죽어서가 너무나 대조적이다.
막델라 동굴은 기독교인, 유대인, 무슬림의 성지다. 항상 순례객들이 줄을 잇는다.
무슬림의 조상은 이스마일이다. 이스마일의 아버지가 아브라함이다.
레아의 아들 유다의 후손은 다윗왕과 예수 그리스도다.
라헬의 아들 요셉은 이집트 총리였다. 총리를 할 때 유대인을 이집트에 이주하여 살게 했다.
400년 후 유대인은 200만 명이 되어서 홍해를 건너 가나안 땅에 이스라엘을 건국하였다. 요셉이 없었으면 흩어져서 유목 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200만 명이나 모여서 나라를 세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요셉은 유대 민족의 위대한 조상이다.
레아와 라헬은 하나님에게 큰 쓰임을 받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