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6일 연중 제11주일
-조명연 신부
사회 안에서 높은 인지도가 있는 사람들에게 물었습니다. 이들은 의사, 선생님, 운동선수, 정치인, 판사, 변호사 등 자기 분야에서 그래도 꽤 알려진 사람들입니다.
“자신이 성공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얼마나 성공했다고 답변했을까요? 대부분이 성공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성공은 아주 먼 미래에 있다’ 라는 식으로 대답했습니다. 그들은 아직도 성공을 갈망하고 있고, 아직도 이 성공을 좇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마음 을 가지고 있어야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족하지 못함으로 인해 불행한 사람으로 살 수도 있습니다. 즉,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고 누리고 있는 것에 관한 감사함이 있어야 행복의 길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지난달 말에,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님께서 제가 있는 본당을 방문하셨습니다. 본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비롯한 각종 성 물이 아름답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오신 것입니다. 스테인드글라스, 십자가, 십자가의 길 등을 보시면서 계속 감탄하셨습 니다. 1시간 정도만 머무르신다고 했는데, 2시간 넘게 머무시면서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이곳 본당 신자들은 너무 좋겠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성물이 있고, 또 멋진 성당에서 신앙생활을 하시니까요.”
이 말씀을 들으면서, 이런 마음으로 신앙생활 하는 분이 얼마나 많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미사 끝나기도 전에 성당 문을 나서며 돌아가시는 분들이 떠올려지면서, 누군가는 부러워하며 오래 머무는 곳이 누군가에게는 빨리 떠나고 싶 은 장소가 될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의 내용처럼,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아야 했습니다. 그러 나 우리는 그렇게 보기보다는 불평불만의 마음으로 보기에 만족하지도 또 감사하지도 못했던 것이 아닐까요?
예수님께서 하느님 나라에 관한 말씀을 하십니다. 이 나라는 인간의 활동이 아니라 하느님의 활동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 지요. 사람이 땅에 씨를 뿌려 놓으면 싹이 터서 자랍니다. 그러나 그 사람은 그것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지 못합니다. 씨는 마치 저절로 자라는 것처럼 싹이 트고 줄기가 생기고 잎이 자라고 꽃이 피어 열매를 맺습니다. 또 이 하느님 나라를 겨자씨에 비유하시면서 풍요로움을 말씀하십니다. 작은 겨자씨가 자라면 어떤 풀보다도 커져 새들이 그늘을 찾아올 정도 입니다.
이런 하느님 나라가 우리 마음 안에 이미 와 있습니다. 문제는 이 완벽한 하느님 나라가 이미 우리 안에 뿌려졌는데, 이를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자세히 보지 못하고 오래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상에 묻혀 바쁘게 사느라 하느 님 나라를 깨닫지 못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활동을 자세히 보고 오래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때 만족과 감사함을 갖게 될 것입니다.
오늘의 명언: 현자는 삶에 대해 생각하지,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스피노자).
사진설명: 제가 있는 성김대건성당입니다.
[인천가톨릭대 성 김대건 안드레아성당/조명연 마태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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